‘유턴? 우회전?’ 국힘 앞 두 갈래 길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04 12:05:12
  • 호수 1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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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양다리 이중 행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5자 대결 구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서 발표된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위의 중징계 결정은 후보들의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2일 진행될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유력 후보였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5자 구도로 정리되고 있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출마했고, 찬탄(탄핵 찬성) 진영에선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중립지대에선 주진우 의원이 출마했다. 이 외에도 장성민 안산시 갑 당협위원장과 양향자 전 반도체특위 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선두권

<뉴시스>는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조 의원이 23.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김 전 장관(16.8%) ▲안 의원(10.7%) ▲장 의원(9.1%) ▲주 의원(4.2%) ▲장 위원장(2.0%) ▲양 전 위원장(1.6%) 순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김 전 장관이 3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장 의원(19.8%) ▲조 의원(11.0%) ▲주 의원(8.8%) ▲안 의원(8.0%) ▲양 전 위원장(2.8%) ▲장 위원장(1.7%) 순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엔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각각 80%와 20% 비중으로 합산 반영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이후 조 의원의 지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김 전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조 의원·안 의원·장 의원·주 의원 순으로 추격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사태를 주도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지난달 25일 결정했다. 당무감사위가 밝힌 징계 이유는 “경선으로 선출된 대선후보를 절차 없이 강제로 교체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란 것이었다.

이 징계는 윤리위서 다시 심의한다. 윤리위가 징계를 유지하더라도, 재심을 거쳐 취소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가 맡는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은 차기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없다.

밀어닥친 광풍에 어떤 맞바람 선택?
후보 교체 시도 중징계…인적 청산?

당무감사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 징계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은 “다른 비대위원과 달리 특별히 책임질 만한 행위를 한 일은 없다고 논의됐다”고 밝혔다. 반면 권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의적이고 편향된 결정”이라며, “나도 함께 징계에 회부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위원장의 ‘내가 봐준다’ 식 자의적 면죄부 뒤에 숨지 않겠다”며 “표적 징계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도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반발은 유 위원장이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명 중 2명만 징계하려는 당무감사위의 의도를 놓고, 일각에선 “지역구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권 전 비대위원장과 무게감이 미약한 이 전 사무총장을 정리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5선 의원이지만, 지역구 서울 용산서 총선을 2회 치렀고, 각각 890표와 6110표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역구(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기반이 탄탄한 3선 의원이지만, 지명도가 낮다. 따라서 권 전 원내대표에 대해선 “징계 대상에선 제외하되, 조용히 고사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윤리위가 징계를 확정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권 전 위원장이 재임 중 임명했고,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다시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다만 당 대표 경선을 앞둔 현 상황에선 당권 주자들이 각자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갈등 암시

당무감사위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약속해놓고, 대선후보 확정 후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태도를 바꿔서 다수가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고, 비난받을 여지도 다분하다”면서도 “단일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헌·당규상 처벌 규정이 없어서 넘어가기로 했다”는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 투표서 부결돼 성립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김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피해자 입지를 굳힌다.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상대를 피할 수 있게 돼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김 전 장관이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여파를 확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지위를 지키는 과정엔 친한계 의원·당원들이 결집해 당원 투표에 참여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고,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부담을 던 김 전 장관으로선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독재 저지’를 당 대표 출마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성해 대정부투쟁을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입장에서 굳이 양 계파가 소모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일당 독재를 막고, 당이 어려울 때 하나로 단합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총통 독재’를 저지하는 게 제1의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무감사위의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나는 승자였고, 사건 당사자들도 자기반성을 하면서 개선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꼭 칼질할 필요도 없고, 당원의 민주적 역량을 통해 이미 해결된 일”이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전씨가 나름대로 역할을 잘 해준다면 당에도 좋은 일”이라면서, 자신에게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진 않는 일이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 밖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복절 1천만 집회’를 목표로 ‘자유마을 대회’ 전국 집회에 나서고 있다.

전씨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도 전 목사와 따로 광복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으로선 경쟁 관계인 두 세력을 양손에 쥐고, ‘보수 빅텐트’의 수장으로 등극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얽히고설킨
5자 구도

다만 김 전 장관은 당내 혁신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단 맹점이 있다. 김 전 장관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의 구상은 국민의힘 내 강경보수 성향 당원들에겐 환영받을지 몰라도, 지방선거 등 선거서 국민의힘의 혁신 여부를 지켜보는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으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조경태 의원은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인적 청산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당시 대통령 체포 시도 때 서울 한남동 관저 근처에 모여 체포 저지를 시도한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인적 청산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조 의원은 지난달 22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대구를 방문해 강력한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 ▲전 목사 추종 세력 ▲윤 어게인 추진 세력 등과의 절연을 주장했다. 아울러 “의원 45명도 청산의 기본”이라며, “우리 당서 먼저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조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실제로 인적 청산을 시도하면, 분당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차기 총선은 오는 2028년 진행된다. 국민의힘 대표 임기는 2년이어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차기 대표가 인적 청산을 시도할 경우, 그 도구는 제명·출당이다. 조 의원도 “체포 저지를 시도한 의원 45명은 제명하거나 나가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45명을 제명·출당시키면, 이들은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제명 효력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45명 중 15명은 대구·경북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11명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들 중엔 지역구 기반이 매우 탄탄해서 일명 ‘언더 찐윤’으로 분류될 만한 의원들도 많다. 이들을 제명·출당하면,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전신 한나라당 시절 공천권을 매개로 한 인적 청산을 시도했으나,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창당한 민주국민당·친박연대 등과 경쟁하는 홍역을 치렀다.

또한 조 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3대 특검(내란·채 상병·김건희)에 대해서도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필요한 특검은 진행해야 국민적 의혹이 해소된다”라며 “내란에 동조했거나 관여했던 세력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인적 청산 시도의 명분을 다지고 있다.


빅텐트냐 인적 청산이냐
두 가지 선택지⋯어디로?

조 의원은 지난달 27일엔 안철수 의원을 상대로 “당의 혁신에 뜻을 같이하는 혁신 후보끼리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서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는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안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도 조 의원과 비슷하게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인적 청산은 조 의원의 주장보다 폭이 좁다. 일단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 사퇴 당시부터 인적 청산 범위를 ‘쌍권(권영세·권성동)’으로 좁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서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후보 바꿔치기 미수에 대한 조치는 쇄신의 시작이자 최소한”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관심은 당 대표 당선 이후 진행할 혁신 작업과 지방선거 승리에 집중돼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서 “내 얼굴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며 “내가 가진 중도 확장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우리가 총선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원 명칭을 부대표로 바꾸고, 최고위원회의를 대표단 회의로 바꾸는 등 당 대표가 되면 추진할 혁신안을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주장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의원은 김 전 장관보다 더 강경한 보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당 차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이유로 ‘선거 패배’를 잡았다. 장 의원은 “선거 패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한번 한 후, 하나로 뭉쳐서 제대로 대여 투쟁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당으로 거듭나는 게 진정한 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에 대해서도 “탄핵 국면 당시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의 발언 중 당의 입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해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이유는 김 전 장관과 비슷하게 ‘빅 텐트 구성’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1일엔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특검법에 찬성한 조 의원과 안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갑작스럽다”는 평이 돌아다닌다. 주 의원은 김민석 총리가 후보자였을 당시 김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민의힘서 홀로 검증 공세를 주도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선 강득구 의원을 필두로 주 의원의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주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일각에선 주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주 의원이 특검 수사를 피해 도피성 출마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재직 당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 상병 순직 사건 경찰 이첩은 보류됐다. 이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위원?
부대표?

한 전 대표 불출마 이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구도는 갑자기 재편됐다. 후보 5명 모두 각자의 의견에 따라 정국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불어닥칠 수많은 바람을 모두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서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이들이 일으킬 맞바람의 방향은 정해진 것 같다. 대여 투쟁을 위한 빅텐트와 과감한 인적 청산, 국민의힘은 무엇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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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