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5자 대결 구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서 발표된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위의 중징계 결정은 후보들의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2일 진행될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유력 후보였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5자 구도로 정리되고 있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출마했고, 찬탄(탄핵 찬성) 진영에선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중립지대에선 주진우 의원이 출마했다. 이 외에도 장성민 안산시 갑 당협위원장과 양향자 전 반도체특위 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선두권
<뉴시스>는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조 의원이 23.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김 전 장관(16.8%) ▲안 의원(10.7%) ▲장 의원(9.1%) ▲주 의원(4.2%) ▲장 위원장(2.0%) ▲양 전 위원장(1.6%) 순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김 전 장관이 3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장 의원(19.8%) ▲조 의원(11.0%) ▲주 의원(8.8%) ▲안 의원(8.0%) ▲양 전 위원장(2.8%) ▲장 위원장(1.7%) 순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엔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각각 80%와 20% 비중으로 합산 반영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이후 조 의원의 지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김 전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조 의원·안 의원·장 의원·주 의원 순으로 추격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사태를 주도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지난달 25일 결정했다. 당무감사위가 밝힌 징계 이유는 “경선으로 선출된 대선후보를 절차 없이 강제로 교체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란 것이었다.
이 징계는 윤리위서 다시 심의한다. 윤리위가 징계를 유지하더라도, 재심을 거쳐 취소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가 맡는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은 차기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없다.
밀어닥친 광풍에 어떤 맞바람 선택?
후보 교체 시도 중징계…인적 청산?
당무감사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 징계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은 “다른 비대위원과 달리 특별히 책임질 만한 행위를 한 일은 없다고 논의됐다”고 밝혔다. 반면 권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의적이고 편향된 결정”이라며, “나도 함께 징계에 회부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위원장의 ‘내가 봐준다’ 식 자의적 면죄부 뒤에 숨지 않겠다”며 “표적 징계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도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반발은 유 위원장이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명 중 2명만 징계하려는 당무감사위의 의도를 놓고, 일각에선 “지역구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권 전 비대위원장과 무게감이 미약한 이 전 사무총장을 정리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5선 의원이지만, 지역구 서울 용산서 총선을 2회 치렀고, 각각 890표와 6110표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역구(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기반이 탄탄한 3선 의원이지만, 지명도가 낮다. 따라서 권 전 원내대표에 대해선 “징계 대상에선 제외하되, 조용히 고사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윤리위가 징계를 확정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권 전 위원장이 재임 중 임명했고,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다시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다만 당 대표 경선을 앞둔 현 상황에선 당권 주자들이 각자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갈등 암시
당무감사위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약속해놓고, 대선후보 확정 후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태도를 바꿔서 다수가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고, 비난받을 여지도 다분하다”면서도 “단일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헌·당규상 처벌 규정이 없어서 넘어가기로 했다”는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 투표서 부결돼 성립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김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피해자 입지를 굳힌다.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상대를 피할 수 있게 돼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김 전 장관이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여파를 확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지위를 지키는 과정엔 친한계 의원·당원들이 결집해 당원 투표에 참여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고,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부담을 던 김 전 장관으로선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독재 저지’를 당 대표 출마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성해 대정부투쟁을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입장에서 굳이 양 계파가 소모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일당 독재를 막고, 당이 어려울 때 하나로 단합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총통 독재’를 저지하는 게 제1의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무감사위의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나는 승자였고, 사건 당사자들도 자기반성을 하면서 개선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꼭 칼질할 필요도 없고, 당원의 민주적 역량을 통해 이미 해결된 일”이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전씨가 나름대로 역할을 잘 해준다면 당에도 좋은 일”이라면서, 자신에게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진 않는 일이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 밖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복절 1천만 집회’를 목표로 ‘자유마을 대회’ 전국 집회에 나서고 있다.
전씨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도 전 목사와 따로 광복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으로선 경쟁 관계인 두 세력을 양손에 쥐고, ‘보수 빅텐트’의 수장으로 등극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당내 혁신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단 맹점이 있다. 김 전 장관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의 구상은 국민의힘 내 강경보수 성향 당원들에겐 환영받을지 몰라도, 지방선거 등 선거서 국민의힘의 혁신 여부를 지켜보는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으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조경태 의원은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인적 청산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당시 대통령 체포 시도 때 서울 한남동 관저 근처에 모여 체포 저지를 시도한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인적 청산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얽히고설킨
5자 구도
조 의원은 지난달 22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대구를 방문해 강력한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 ▲전 목사 추종 세력 ▲윤 어게인 추진 세력 등과의 절연을 주장했다. 아울러 “의원 45명도 청산의 기본”이라며, “우리 당서 먼저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조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실제로 인적 청산을 시도하면, 분당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차기 총선은 오는 2028년 진행된다. 국민의힘 대표 임기는 2년이어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차기 대표가 인적 청산을 시도할 경우, 그 도구는 제명·출당이다. 조 의원도 “체포 저지를 시도한 의원 45명은 제명하거나 나가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45명을 제명·출당시키면, 이들은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제명 효력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45명 중 15명은 대구·경북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11명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들 중엔 지역구 기반이 매우 탄탄해서 일명 ‘언더 찐윤’으로 분류될 만한 의원들도 많다. 이들을 제명·출당하면,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전신 한나라당 시절 공천권을 매개로 한 인적 청산을 시도했으나,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창당한 민주국민당·친박연대 등과 경쟁하는 홍역을 치렀다.
또한 조 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3대 특검(내란·채 상병·김건희)에 대해서도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필요한 특검은 진행해야 국민적 의혹이 해소된다”라며 “내란에 동조했거나 관여했던 세력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인적 청산 시도의 명분을 다지고 있다.
빅텐트냐 인적 청산이냐
두 가지 선택지⋯어디로?
조 의원은 지난달 27일엔 안철수 의원을 상대로 “당의 혁신에 뜻을 같이하는 혁신 후보끼리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서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는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안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도 조 의원과 비슷하게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인적 청산은 조 의원의 주장보다 폭이 좁다. 일단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 사퇴 당시부터 인적 청산 범위를 ‘쌍권(권영세·권성동)’으로 좁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서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후보 바꿔치기 미수에 대한 조치는 쇄신의 시작이자 최소한”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관심은 당 대표 당선 이후 진행할 혁신 작업과 지방선거 승리에 집중돼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서 “내 얼굴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며 “내가 가진 중도 확장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우리가 총선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원 명칭을 부대표로 바꾸고, 최고위원회의를 대표단 회의로 바꾸는 등 당 대표가 되면 추진할 혁신안을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주장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의원은 김 전 장관보다 더 강경한 보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당 차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이유로 ‘선거 패배’를 잡았다. 장 의원은 “선거 패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한번 한 후, 하나로 뭉쳐서 제대로 대여 투쟁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당으로 거듭나는 게 진정한 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에 대해서도 “탄핵 국면 당시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의 발언 중 당의 입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해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이유는 김 전 장관과 비슷하게 ‘빅 텐트 구성’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1일엔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특검법에 찬성한 조 의원과 안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갑작스럽다”는 평이 돌아다닌다. 주 의원은 김민석 총리가 후보자였을 당시 김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민의힘서 홀로 검증 공세를 주도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선 강득구 의원을 필두로 주 의원의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주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일각에선 주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주 의원이 특검 수사를 피해 도피성 출마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재직 당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 상병 순직 사건 경찰 이첩은 보류됐다. 이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위원?
부대표?
한 전 대표 불출마 이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구도는 갑자기 재편됐다. 후보 5명 모두 각자의 의견에 따라 정국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불어닥칠 수많은 바람을 모두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서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이들이 일으킬 맞바람의 방향은 정해진 것 같다. 대여 투쟁을 위한 빅텐트와 과감한 인적 청산, 국민의힘은 무엇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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