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떨어진 경찰 속사정

시위 막다 날 샐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은 탄핵 정국에 인력 대부분을 투입했다. 특히 집회나 시위에 평균 38개의 기동대를 차출하면서 강력 대응했다. 이 과정서 경찰은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한 것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지만 탄핵 정국 이후 경찰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까지 경찰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인력을 대거 투입해 왔다. 그 여파로 경찰 기동대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경찰은 올해 예산 대부분을 사용했다.

32만명 차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국내 여비 17억7480만원 가운데 지난 3월23일(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13억6573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체 여비 예산의 약77%로, 올해 1분기 만에 전체 여비 예산의 3/2를 사용한 셈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이유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탄핵 찬성·반대 집회 때문이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2월2일까지 서울경찰청에 신고된 집회·시위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을 포함한 서울 전역서 총 389건의 대통령 찬반 관련 집회 및 시위가 신고됐다.


개최 일수로 따져봐도 총 58일 동안 집회와 시위가 있었는데, 2달간 매일 같이 집회·시위가 개최된 셈이다.

경찰은 탄핵 관련 집회 및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기동대를 차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평일 기준 20~30개, 주말 기준 40~50개 기동개가 상경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 동안 집회·경비 업무에 경찰 기동대 총 5462개(누적) 부대를 투입했다. 1개 부대가 6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동안 누적 32만7000만명이 집회에 동원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같은 업무에 1677개 부대가 투입됐는데, 비상계엄이 있던 12월에는 전달보다 19.5% 증가한 2005개 부대가 투입됐다. 이후 1월 1727개, 2월 1730개 부대가 동원됐다. 올해 2월의 경우 지난해 2월(1158개 부대)과 비교하면 49.3% 증가한 수치다.

탄핵 정국에 벌써 예산 과다 지출
전체 77% 사용…1분기 여비 14억원

서울 도심 집회 관리에 차출되는 지방 기동대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로 차출된 지방 기동대는 398개 부대(2만3880명)에서 올해 1월 514개 부대(3만840명)로 29.9% 증가했다. 경찰청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상경한 대원들을 위해 숙박비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여비 예산의 76.9%를 사용하면서 경찰은 ‘경력 배치 효율화’에 나섰다. 2시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기동대는 출퇴근하고, 이보다 먼 거리에 있는 기동대는 숙소를 제공하는 식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다만 탄핵 선고 전날엔 ‘을호비상(경찰력 50% 동원)’, 선고 당일엔 ‘갑호비상(100% 동원)’을 발령할 계획은 유지된다. 경찰은 헌재 100m 이내를 기동대 버스로 둘러싸 진공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여명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1만4000명을 서울에 배치했다.

경찰 기동대의 근무시간이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 지출 규모도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났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비 지난 1월, 전국 시도경찰청 기동대에 지급된 초과근무 수당이 84억여원에서 167억여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국 시도경찰청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도 지난해 1월 54시간에서 지난 1월 107시간으로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탄핵 찬반 집회 시위가 집중된 서울경찰청의 경우만 보더라도,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지난 1월 기준 113.7시간으로 나타났다.

당초 경찰의 최대 초과근무시간은 143시간이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경찰청은 최근 현장 인력들의 피로도를 조금이라도 보상한다며 상한을 폐지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지난달 24일 정례 기자간담회서 “현재 초과근무수당 한도가 143시간인데 경찰청과 협의해 지난 1월과 지난달 상한을 한시적으로 폐지했다”며 “이번 달도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직무대리는 “상황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상황서 경력 운영 효율화를 위해 1~2시간이라도 경찰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상황이 종료되면 대대적인 포상 휴가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지출이 늘어난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초과근무 예산의 지출 확대는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 현실적인 대응을 하는 과정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탄핵 심판 선고라는 국가의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질서 유지 책임을 맡은 경찰이 최일선서 수고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예산 지출이 많다고 경찰을 비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초과근무 수당도 2배 증가
성과급 등 다른 보상 줄어

경찰의 초과근무수당은 늘었지만 성과급은 줄어들었다. 현장 경찰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지급되는 경찰 공무원 성과급의 조정률은 88.3%로 사상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짐과 동시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찰의 성과급 조정률은 90%였지만 이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 경찰뿐만 아니라 해양경찰청의 상황도 비슷하다.


해경의 성과급조정률은 2년 전 95.4%, 지난해 93%로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올해는 이와 비슷하거나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조정률은 한 조직의 현재 인원이 정원보다 많을 경우 초과된 인원만큼 성과급이 깎이는 개념이다. 원래 받아야 할 성과급이 100만원이고 성과급조정률이 90%라면 9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공무원 보수 등에 관한 업무 지침’의 성과상여금업무 처리기준은 “총 지급액이 배정된 예산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소속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해 총 지급액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돼있다.

성과급 예산의 경우 인건비 예산과 따로 배정되기 때문에 부족한 만큼 다른 명목으로 받은 예산을 활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책은?

한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은 “최근 기동대원들은 보통 주간·주간·비번·철야 식으로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며 “쉴 시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 초과근무수당 외 대체휴가나 성과급 등 다른 보상이 전혀 없어 현장 경찰관들이 더욱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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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