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고생 성희롱’ 경찰관 봐주기 수사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29 10:42:16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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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당했는데 ‘증거불충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편의점서 일하는 여고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남성이 현직 경찰관으로 드러났다. 경찰관 신모씨는 급기야 여고생 A양에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CCTV에 찍힌 ‘손하트’를 본 편의점주는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신고를 거부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신씨는 2022년 말부터 1년 가까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양에게 수차례 접근을 시도했다. 편의점주 유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자신을 믿고 일한 A양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씨는 A양에게 노골적으로 애정 표현을 구사했다. 그때마다 A양은 무시하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신씨가 편의점에 찾아가서 한 행동은 A양 등 일부 아르바이트생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편의점서…

신씨는 A양에게 “술은 대형마트서 구매하는 것이 싸다”며 대형마트서 구매한 주류의 공병을 돈으로 교환하러 왔다. 이후 주문을 마친 신씨는 A양에게 대뜸  “클럽은 가봤냐” “나랑 술을 같이 마시러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신씨는 2022년 11월경 A양을 처음 마주했다. 당시 신씨는 담배를 구매하면서 A양에게 “머리는 왜 그렇게 짧게 자르는 것이냐? 사회에 대한 반항이냐?” 등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 신씨는 A양에게 자신의 은행계좌 잔고를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편의점주 유씨는 신씨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인근 지구대서 근무하는 경찰관으로 주민들에게 익숙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경찰 신분이 알려졌음에도 미성년자인 A양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았다.

유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신씨가 손님이고 경찰관이기 때문에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다”며 “1년을 참다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진상규명에 나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양을 비롯한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이 힘들다’며 조용히 떠날 때까지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실하게 근무해오던 A양이 그만두겠다고 하자 유씨는 가게 내의 방범카메라(CCTV) 녹화물을 돌려봤다. 지난해 2월8일경 녹화된 영상에는 신씨가 A양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A양은 이어폰을 낀 채 무시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딴청을 피우지만 신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손하트’를 보내기까지 한 것이다. 그제서야 분노에 찬 유씨는 대구중부경찰서로 달려갔다. 유씨는 “신씨를 스토킹 혐의로 진정하오니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2023년 2월17일 제출했다. 이후 경찰 공무원의 행동은 사건의 불씨를 키웠다. 

유씨는 이날 오후 5시경 여성청소년수사팀(이하 여청팀)에 방문해 해당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를 접수한 경찰 공무원은 진정서의 내용을 보고 난 뒤 “신씨가 영업장서 벌인 행동은 업무방해에 해당되니 형사과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다. 

“술 마시자”던 중년 잡고 보니···경찰?
‘손가락 하트’ 날리며 애정표현

유씨는 “신씨가 위력을 행사한 적은 없기 때문에 업무방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한 여성 경찰관이 유씨에게 다가와 “혹시 녹음하고 있는 것인가요?”라고 물으며 스마트폰 확인을 요구했다.


유씨가 녹음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자 여성 경찰관은 “진정서에 적혀진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해당 행위는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사건 접수부터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 걸로 수사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윽고 상관으로 보이는 남성 경찰관은 유씨에게 “지나가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고 신고하면, 되겠냐?”며 “신씨가 근무하는 지구대에 전화해서 ‘앞으로 그러지 말라’ 정도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며 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유씨를 무시하는 행위는 계속됐다. 유씨는 재차 “진정서를 작성하겠다고 중부경찰서까지 찾아왔는데 너무 불쾌하다”며 “진성서를 반려하는 해당 행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앞서 진정서 접수를 거부한 여성 경찰관이 “알겠다. 진정서와 임시접수증 다시 달라”며 “이게 꼭 필요하냐”고 또 물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유한 경찰관에 대한 진정서를 경찰이 거부한 행위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씨가 “지금 접수를 거부하는 거 맞죠?”라고 묻자 여성 경찰관은 “거부가 아니고 안내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임시접수증과 진정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접수 과정서도 유씨를 향한 회유는 계속됐다. 앞서 신고 접수가 어렵다고 한 남성 경찰관은 유씨에게 “그럼 피진정인(신씨) 출석 조사 없이 그냥 사건 진행시켜도 되죠?”라고 물었다. 유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선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진정서 제출을 마치고 나온 유씨는 곧바로 청문감사실에 방문해 청문감사관에게 여청팀 소속 경찰관의 소극행정 행위를 고발했다. 청문감사실 담당자는 “조사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다. 유씨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도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소극행정 행위’를 신고했다.

노골적으로 치근덕···스토킹 혐의 인정
“꼭 해야 되냐” 비꼬더니 결국 무혐의

이후에 경찰의 태도는 더욱 공분을 샀다. 유씨가 제기한 ‘경찰의 진정서 접수 거부 행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중부서 여청팀이 “신씨가 스토킹이라는 범죄에 이르기에는 범죄사실이 좀 미약하지 않겠냐”고 말한 사실은 있지만, 사건접수를 거부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경찰청 청문감사인권관은 “신씨가 A양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 사건이 정식으로 접수됐기에 여청팀이 유씨의 진정서 신청을 거부한 것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청문감사인권관은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소극행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유씨는 권익위에 경찰 공무원 소극행정에 대해 재신고를 했다. 그러자 권익위는 경찰청으로 해당 민원을 이송했다. 이후 청문감사관의 동일한 답변만 되풀이됐다. 현재 유씨와 A양 등은 경찰로부터 받은 갑질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 중이다. 특히, 유씨의 어머니는 신씨에게 편의점 출입을 삼가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수사 과정서 신씨는 자신이 A양에게 한 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은 신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해 4월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신씨에 대해서는 민원사건을 야기하고 경찰관의 품위를 손상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돼 ‘경찰서장 서면경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부경찰서 소극행정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관이 피진정인이 된 사건과 관련해 경미하게 처리된 부분이 없었는지 확인했다”며 “차후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통상 재판부는 직무의 성격상 준법성과 공정성,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관의 성범죄에 대해 엄중히 다루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한 C씨는 2021년 2월 언론사 수습기자 2명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총 15회에 걸쳐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만약에 취재원이 모텔 가자고 하면 어떻게 대답할 거냐, 일단 알았다고 가자고 해야지” “네가 여자고 얼굴 반반하니까 받아주는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울경찰청 측은 C씨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4월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로 끝?

또 서울고법 행정11부는 “직무의 성격상 고도의 준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 직위에 있었음에도, 업무상 알게 된 수습기자를 성희롱하고 사건 관계인과 사적 접촉행위를 한 것은 경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행위는 경찰 조직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불신을 초래하고 경찰공무원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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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