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끈적’ 국힘-신천지 20년 인연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04 13:20:31
  • 호수 1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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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 비열한 커넥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통일교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신천지에 대해선 “20년 넘게 유착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본 정계를 뒤흔들었던 통일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유착 의혹이 있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그의 별장서 만났다”며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 10만여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도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원 투표
압승 비결?

이어 “검찰총장 재임 당시 코로나 사태 관련 신천지 압수수색을 2번이나 막아준 은혜를 갚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도왔다고 들었다”며 “지금도 신천지 신도 상당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엔 “그 땐 일시적으로 1개월 당비 납부자에게도 투표권을 줬다”며 “신천지 교인들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입당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은 통일교도 언급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대선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당원 투표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통일교 등서 가입한 수십만 집단 책임당원 가입이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윤석열 정권은 태어나선 안 될 정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원서엔 자신의 종교를 적는 항목이 없다”며 “당원 명부서 특정 종교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고, 홍 시장이 제기한 의혹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신천지의 관계는 약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국민의힘의 전신 중 하나인 새누리당의 당명에 담긴 의미는 신천지와 똑같다. 이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지 오래다.

‘산 옮기기’ 이골 난 신천지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 폭로

시작은 신천지 전국청년회장을 맡았던 차한선씨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내 ‘이회창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소속 청년위원회 직능단장과 2030 위원회·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사실이 알려진 시점이었다.

기독교 전문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신천지 전 교육장이었던 신현욱씨는 “이만희씨가 이 후보의 당선을 꿈으로 계시받았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신천지 신도들은 이 후보 유세에 박수 부대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차씨의 한나라당 내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신천지 내부에선 지난 2003년 4월7일 ‘서청원 대표 최고위원 경선 시 지원사항 및 향후 계획’이란 문건이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신천지는 신도 2500여명을 동원해 50만 유권자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하고, 인터넷 카페 ‘청원사랑’을 개설해 2주 안에 회원 1만명을 가입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구당 227개에 각각 30명씩 당원으로 가입해 관련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차씨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신천지 안드레 지파 신도 400명을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한나라당 서청원 전 의원을 당 대표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당 대표 경선에선 고 최병렬 전 대표가 당선됐다.


서 전 의원과 차씨는 계속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9월24일엔 ‘신천지 20주년 수장절 기념 예배’가 경기 과천시 관문체육관서 진행됐고, 그 직후엔 차씨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주례는 서 전 의원이 맡았고, 최 전 대표와 당시 한나라당 인천시지부 이경재 위원장 등의 화환이 식장 앞에 장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훗날 한나라당 안상수 전 대표의 비서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엔 한나라당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는 지방선거서도 한나라당을 도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신천지는 지난 2006년 1월24일 한나라당 맹형규 당시 의원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요셉·시몬·성북 야고보 지파서 각각 200명 이상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인터넷 여론조사서 맹 의원에게 투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난 2006년 12월부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본격 등장한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가 개최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관련 행사에 참석해, 황 전 비서·이씨와 같이 앉아 대화했다. 이어 다음 해에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엔 신천지도 본격 참여해서 12개 지파서 총 1만여명의 신도를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 의미
따졌다 낙천

당시 신천지에선 신도들을 한나라당에 대거 입당시켰고, 경선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가 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이유는 “신천지가 이방 바벨론의 교단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고, 복음 전파·전도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2년엔 당명을 한나라당서 새누리당으로 바꾼다. 이 당명은 곧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의미상 신천지와 똑같기 때문이다. 신천지서 12년 동안 활동하면서 섭외부장을 지냈다가 탈퇴한 김종철씨는 지난 2017년 2월17일 CBS 팟캐스트 방송 ‘싸이판’에 출연해 “이씨가 설교 중 ‘그 당명은 내가 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며 “모든 교인이 흥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경북 청도 출신이라서 한나라당의 골수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신천지를 합법적인 종교 단체로 만들려고 했다”며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과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과천시장을 신천지 교인으로 선출하려고 했다가 과천 땅값이 비싸서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란 당명에 대해선 당 내부서도 반발이 있었다. 새누리당 정미경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새누리는 신천지가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따졌다가 국회의원 공천서 떨어졌다”며 “당 내부서 유승민 전 의원만 내 의견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당명서 종교적 냄새가 난다”고 반대했고, “누가 무슨 뜻으로 지은 당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서도 “우리와 새누리당 당명은 무관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신천지는 “신천지는 성경의 ‘새 하늘 새 땅’이란 의미”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새누리당과 연계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반박이 무색하게 새누리당 기독교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경재 전 의원이 지난 2004년 9월18일 ‘제4회 신천지 전국체전’서 축사를 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008년엔 박 전 대통령이 이만희씨에게 연하장을 보낸 것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불거진 국민의힘과 신천지 관련 의혹은 주로 ‘인력 동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반사회적 종교집단은 정치권과 결탁해 표심과 인력을 동원해주고, 정치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천지는 ‘산 옮기기 작전’ 혹은 ‘가나안 정복 작전’을 통해 기성 교회를 잠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천지는 기성 교회에 ‘추수꾼’으로 알려진 전도자들을 잠입시킨다. 추수꾼들은 기성 교회에 신도로 가장해 들어가 정탐한 후 목사와 신도들을 이간시켜 신도들을 포섭한다.

이 과정을 거쳐 목사를 축출하고 교회를 장악하면, 이들은 “수확한다”고 한다. 이들은 심지어 천주교·불교를 상대로도 신도들을 포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신천지의 포교 방식은 각종 선거·경선서 조직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정치인이 목말라 하는 표심·인력 및 조직 동원 모두 ‘전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

아울러 홍 시장이 통일교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통일교는 이미 일본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교는 과거에 정치 문제에 깊숙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미국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재미 교포 사업가 박동선씨 등 로비스트들을 내세워 미국 의회에 불법 로비를 한 일명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불쾌하게 여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비스트들을 앞세웠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976년 10월 “박 대통령이 박씨와 중앙정보부 등을 앞세워 미국 공직자들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서 로비 의혹 연루 여부를 의심했던 미국의 상·하원 의원은 100명이 넘었다. 미국 내 수사 기관들이 총동원돼 수사에 착수했고, 하원에선 프레이저 위원회가 구성돼 청문회가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도 이 청문회에 출석했다.

미국 의회가 정리한 청문 보고서에 따르면, 로비에 동원된 실무진 중 상당수는 통일교 신자들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가 통일교를 일컬어 “중앙정보부가 가진 또 하나의 팔”이라고 판단했을 정도였다.


보고서엔 ▲통일교 소유 기업들을 통한 한국 정부의 비자금 조성 의혹 ▲통일교와 일본 우익단체의 유착 의혹 ▲5·16 쿠데타 일부 주역과 통일교의 각별한 관계 ▲통일교와 박 전 대통령의 유착 의혹 ▲통일교를 통한 미국 정치 영향력 행사 시도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중 ‘통일교와 일본 우익단체 유착 의혹’은 훗날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는 통일교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자녀들을 버리고, 통일교에 헌금하기 위해 외조부가 물려준 재산과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마가미는 수사기관서 “우리 집안을 망친 단체를 일본에 불러들인 사람이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란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 손자인 아베 전 총리를 노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코리아 게이트
미국 뒤흔들어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통일교 행사서 축사했다. 그러자 통일교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아베 전 총리에게 “통일교를 지원하는 듯한 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유착설은 간간이 제기됐지만,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아베 전 총리 사후 아베 전 총리와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손녀사위 오츠카 히로타카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당사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큰 파문으로 연결됐다.

아베 전 총리 일가와 통일교의 관계는 외조부 기시 전 총리 때부터 시작됐다. 리처드 새뮤얼스 MIT 국제학연구소장이 지난 2001년 일본정책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기시 전 총리는 지난 1968년 문 전 총재를 소개받았고, 문 전 총재가 설립한 국제승공연합을 높이 평가했다. 통일교 일본 본부는 기시 전 총리가 보유한 도쿄 소재 토지에 설립됐다.

이후 통일교는 자민당이 치르는 각종 선거에 동원됐고, 그 대가로 일본 내 포교를 용인받았다. 통일교의 평화 사절단 리틀엔젤스의 1971년 도쿄 공연 당시엔 기시 전 총리가 미치코 당시 황태자비를 초청해 단원들을 소개해줬다. 아울러 문 전 총재가 지난 1984년 탈세 혐의로 미국서 수감됐을 당시엔 기시 전 총리가 미국에 직접 탄원서를 제출했다.

문 전 총재도 자신이 지닌 일본 정계서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지난 1993년 발간된 ‘문선명 어록’에 따르면, 문 전 총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와 가깝게 지냈고, 정치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자민당 의원 약 180명이 우리와 관계가 있다”며 “이들은 모두 공산당과 싸우고 있고, 그 많은 패거리를 내가 만들어놨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
일본 정계 뒤흔든 통일교 국내서도?

실제로 일본 내 통일교 조직 국제승공연합은 1970년대 후반 자민당의 스파이방지법 제정 등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여론 형성을 도왔다. 이어 지난 1986년 진행된 중·참의원 선거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은 130명이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카케 마사시의 논문 <일본국제승공연합운동의 역사적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통일교의 교리를 학습하고 통일교를 지지하는 조건을 수용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1991년엔 통일교 신자 70명이 국회의원들의 비서로 파견돼 선거를 도왔단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자민당이 지난 2012년 마련한 개헌안 초안은 국제승공연합이 마련한 초안 내용과 일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통일교 신자들이 특정 후보 지원을 위해 신분을 속인 채 자민당 후보 당선을 위해 부정 투표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심지어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제2차 내각 각료 등 약 30명이 통일교 관련 단체에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는 국내에선 직접 정치활동에 뛰어들어 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해 제18대 총선에 후보자 258명을 출마시켰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선자는 1명도 배출하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이후에 정치활동에 직접 참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있었던 홍 전 시장의 주장 이후 신천지와 똑같이 통일교가 국민의힘을 매개로 배후서 정치활동에 참여했단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홍 전 시장의 주장에 따르면, 신천지의 활동은 통일교가 일본서 자민당을 매개로 전개했던 정치활동과 비슷하다.

국민의힘에선 이미 이단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개입 의혹이 크게 드러났다. 전 목사는 이미 대선후보서 교체될 뻔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도운 적이 있다. 손 목사와 깊이 연결된 전한길씨는 이미 국민의힘에 입당해 오는 22일 진행될 전당대회에 개입할 의사를 밝혔다.

이단 시비
유착 의심

지금까지 국민의힘엔 이단 시비가 불거진 종교와 유착했단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홍 전 시장의 폭로가 이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단계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두 목사와 전씨의 활동으로 인해 극우 성향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서 신천지·통일교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것은 국민의힘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느덧 ‘정치 개입 프로’ 단계에 진입한 두 종교가 정말로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했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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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