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진실게임 송하윤

어쩌다 100억 소송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송하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1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 위기에 놓였다. 피해를 주장하는 고교 동창 A씨가 정신적 피해와 무고에 따른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최근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논란은 지난해 4월 JTBC <사건반장>에 송하윤의 학폭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방송을 통해 “2004년 여름, 반포고등학교 2학년이던 내가 3학년 선배 송하윤에게 불려가 90분간 뺨을 맞았다”고 폭로했다.

90분간
뺨 때려

그는 “점심시간에 학교 뒤 놀이터로 끌려가 이유도 모르는 채 뺨을 맞았다”며 “당시 송하윤은 나보다 한 학년 위였고, 남자친구가 학교 일진이었기 때문에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 직후 송하윤이 또 다른 폭행 사건에 연루돼 강제 전학을 갔다고 덧붙였다.

방송 직후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송하윤의 과거 졸업 사진과 학창 시절 얘기가 빠르게 퍼졌다.

일부 동창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송하윤이 친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때려서 (친구가) 전학 갔다”고 추가 폭로성 글을 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동창은 “송하윤이 가담하지 않았다고는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부천 대장 김미선’이라는 과거 별칭과 학창 시절 일화까지 재조명되며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논란이 커지자 송하윤의 소속사 킹콩 by 스타쉽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의혹을 일축했다. 소속사는 “배우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A씨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모든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포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전학 사유가 학폭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소속사 측은 “송하윤이 학폭에 휘말린 적은 있지만 가해자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보충 설명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강제전학이냐, 자발적 전학이냐’는 해석이 갈리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송하윤의 고교 전학 사유다. A씨는 2004년 당시 반포고에 다니던 송하윤이 동급생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돼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제8호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포고와 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정청은 “학생징계위원회 회의록은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A씨는 “만약 징계 사실이 없다면 ‘문서 없음’으로 통보했을 것”이라며, 이는 곧 징계 기록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하윤 측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송하윤 소속사는 “강제전학은 허위 주장”이라며 “학군 문제 등 개인적 사유에 따른 전학이었다”고 맞섰다.

A씨는 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내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유 모른 채 뺨 맞아”
동창 추가 폭로 이어져


그는 입장문에서 “고교 졸업 6개월 뒤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20년이 지난 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송하윤이 활동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때 일이 눈앞에 선명하게 지나가는 느낌으로 식은땀이 났다. 안 보이면 그나마 잊고 살아가려 노력할 수 있겠지만, 눈앞에서 TV에 나와서 과거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보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공론화시킬 생각은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처음에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자 송하윤 측에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속사에 당사자한테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와 폭행의 이유를 들으면 입 닫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하겠다고 기한까지 주며 전달했지만, 당사자랑 연락이 안 된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했다”며 “계속 연락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공론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송하윤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송하윤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음은 “송하윤은 과거 학폭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며 A씨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히면서 재조명됐다. 지음 측은 “다수 증거를 수집했고, A씨의 허위 주장에 단호히 대응 중”이라며 “A씨가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라 경찰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을 이유로 A씨에 대한 지명통보 처분을 내렸고, 수배자 명단에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게재해 송하윤과 그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음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다.

그는 “송하윤 측이 12개월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지난 3월 형사 고소했고, 5월에는 수사기관이 ‘수사 중지’와 ‘피의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7월 들어 돌연 저를 ‘수배자’ ‘피의자’로 규정하며 무고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고 법적 대응 사유를 밝혔다.

경찰이 A씨에게 내린 ‘지명통보 처분’은 2개월 이상 해외 체류로 조사가 곤란할 때 수사를 일시 중단하고, 입국 시 즉시 통보받는 행정 절차로 이는 강제 수배와는 다른 조치다.

A씨는 경찰과 나눈 대화 캡처를 공개하며 “지명통보는 수배자와 다르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수배자 명단에 등재됐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명통보와 지명수배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소속사가 왜곡해 ‘수배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서면 진술과 자료를 제출했고, 화상·서면 방식으로도 수사에 협조했다”는 그는 “피해자인 내가 수백만원의 항공료와 체류비를 부담하며 한국에 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2차 가해”라며 반발했고, 송하윤 및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과 함께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적 피해, 무고로 인한 명예 실추, 반론권 박탈, 국제 체류 비용 등을 세부 항목으로 제시하며 구체적 금액까지 나열했다.


강제 아니고
자발적 전학?

이에 대해 송하윤 측은 A씨의 귀국을 전제로 “항공료, 호텔비, 교통비 등 경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도 “경비 전액 지원이라는 표현은 과장됐고, 실제로는 일부 정산에 불과하다”며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다.

학폭 논란이 이어지자,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송하윤의 과거로 옮겨갔다. 송하윤(본명 김미선)은 1986년 12월2일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남동생이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은 다소 특별한 환경 속에서 보냈다.

부모가 생업에 매달리면서 유년 시절 상당 부분을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송하윤은 신도초등학교, 부명중학교를 거쳐 여러 차례 전학을 경험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다가, 중원고등학교와 반포고등학교를 거쳐 구정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쳤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예상치 못한 계기로 연예계에 인연을 맺게 됐다.

송하윤의 남동생 친구가 우연히 그의 사진을 미니홈피(당시 2000년대 초반 SNS 성격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를 본 방송 관계자가 직접 학교로 찾아오면서 데뷔 제의가 이뤄졌다. 특별한 준비 과정 없이,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그는 잡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무렵 본명 대신 ‘김별’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2004년부터 패션지와 잡지를 중심으로 모델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에는 아직 ‘김별’이라는 이름이 주로 알려졌고, 통통 튀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송하윤은 이후 인터뷰에서 “김별이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는 너무 아기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송하윤은 9년 동안 ‘김별’이라는 이름을 쓰며 활동했지만,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자리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주목할 만한 연기 활동이 있었음에도, 대중에게는 예명 자체가 가볍게 들린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송하윤은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이름 변경을 권유했지만, 오랫동안 써온 이름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송하윤은 배우로서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결국 개명을 결심한다.

2012년 SBS 드라마 <유령> 출연을 계기로 송하윤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여름 햇빛’이라는 뜻을 담은 이 이름은 이전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예명 변경이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배우로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담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명을 바꾸었다고 해서 연기자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개명 전후 시점, 송하윤은 소속사 문제와 맞물려 연기 활동을 중단할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부천 대장
‘김미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소속사 문제로 한때 연기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받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해 깊이 흔들리던 시기였지만, 현장에서 연기를 이어가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송하윤은 JYP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며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대형 기획사에서 차근차근 배우로서 기반을 다질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JYP 시절은 향후 본격적인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송하윤은 인터뷰에서 화려한 스타덤이나 빠른 성공보다는, 꾸준히 연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자신의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우연한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그 이후 연기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기에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송하윤은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이름을 김별에서 송하윤으로 바꾼 뒤에도 주목받는 데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꾸준히 조연·단역부터 차근차근 연기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으로 정식 데뷔했지만, 이후 몇 년 동안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주로 단역이나 짧은 비중의 조연으로 활동했다. 영화 <러브하우스> <아기와 나> <다세포 소녀> 등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비쳤고, 드라마 <유령>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다작 출연에도 무명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하윤은 연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2015년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송하윤이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극 중 주오월역을 맡은 송하윤은 원래 중간에 하차할 예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의 호응과 극적 전개상 필요성으로 인해 마지막 회까지 출연하게 됐다. 송하윤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캐릭터 해석 덕분이었다. 방송 후에도 그는 “원래는 길게 가지 않을 캐릭터였는데, 끝까지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게 작품은 2017년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다. 극 중 송하윤은 또 다른 변신을 보여줬다. 백설희역으로 출연해 안재홍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현실 커플’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애교 많고 헌신적인 연인의 모습부터 연애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눈물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했다.

학폭 ‘8호 처분’ 강제 전학 주장
진실 공방 1년…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사랑받으면서 송하윤도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해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세라 박역으로 특별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오월과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캐릭터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작품으로 송하윤은 지금까지 연기와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2018년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이서진과 부부로 출연하며 스크린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완벽한 타인>은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드라마에서의 친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다만 <완벽한 타인> 이후 한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송하윤은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결국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될 운명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202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송하윤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남편과 절친의 배신으로 살해당한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해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송하윤은 극 중 강지원(박민영)의 절친이자, 동시에 남편 박민환(이이경)을 빼앗는 정수민 역을 맡았다.

정수민은 표면적으로는 다정하고 착한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내면은 집착과 열등감으로 가득 찬 캐릭터였다. 친구의 삶을 무너뜨리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에 차 있었으나, 결국 자신이 선택한 남편에게 파멸당하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안고 있다.

송하윤은 이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게 됐다.

시청자들은 “송하윤이 이렇게까지 악역에 잘 어울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주로 사랑받던 이미지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작품이 방영되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수민을 너무 미워하게 됐다” “송하윤의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송하윤은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연기에 권태기가 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며 “악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정수민이란 캐릭터가 주어져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에서의 몰입은 신체적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분노 연기를 하다 보면 실제로 혈압이 오르고,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도 아픔보다 화가 더 크게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또 첫 촬영 당시 병원 신을 찍으며 극도의 긴장과 몰입 탓에 두드러기까지 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하윤은 드라마 종영 후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 출연 방송 말미에 “여기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성기 맞고
곧바로 추락

울먹이며 “연기자의 꿈은 그저 연기하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해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됐다. 비록 전성기를 맞은 뒤 곧바로 학폭 논란에 휘말리며 추락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연기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으로 보인다” “연기력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학교폭력은 결코 가벼운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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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