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머니 속에' 유서 품고 다닌 순천 중학생 이야기

친구들이 때리고 어른들이 짓밟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열세 살 아이는 유서를 품고 다녔다. 엄마는 열다섯 살 아이의 빈 의자를 보며 마음을 쓸어내린다. 가정이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 단란하고 화목했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됐다. 학교폭력이 한 가족의 삶을 할퀴어 버렸다.  

전남 순천의 ○○중학교 3학년인 민준이(가명)는 요즘 학교에 가지 않는다. 휴대폰만 보면서 밥도 먹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 일 나간 엄마, 아빠에게 하루에도 20~30통씩 전화를 건다. 휴대폰이 없을 땐 끊임없이 먹거나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다. 중학교에 들어간 지 1년6개월 만에 민준이는 180도 달라졌다. 

달라진 아이
악몽의 시간

경찰을 꿈꿨던 민준이는 이제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는 민준이가 평범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모든 일은 지난해 7월 민준이의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보낸 한 통의 문자에서 시작됐다. 1년6개월 동안 유서를 쓰고 버리기를 반복했던 민준이의 지난날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새 친구를 사귄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민준이의 중학교 생활은 2019년 입학 초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인 민준이는 이유도 모른 채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미술실, 화장실, 학교 뒤편 등에서 폭행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친밀감의 표시로 생각했던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기만 했다. 

폭행은 집단으로 이뤄졌다. 민준이는 가해자들에게 붙잡힌 채 머리·배·명치 등을 얻어맞았다. 명치를 맞으면 죽을 듯이 아프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술래잡기라며 도망치게 한 후 붙잡아 두들겨 패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8초를 셌다. 민준이는 사냥 당하는 초식동물 마냥 숨을 곳을 찾아 헤맸다.

딱 한 번 도서관에 숨은 날에만 무사할 수 있었다. 

가해자들은 민준이의 성기를 만졌다. 옷을 입은 채 민준이의 엉덩이에 자신의 성기를 비비기도 했다. 화장실은 악몽의 장소였다. 민준이가 일을 보고 있으면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화장실 바닥에 얼굴을 처박기도 했다.

화장실 바닥을 핥게 한 적도 있었다. 이후로 민준이는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민준이 엄마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말이 오갔다. 외투나 필기구를 던진 후 주워오게 하는 건 일상이었다. 미술실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는 민준이의 지정석이 됐다. 가해자들은 민준이를 그 자리로 몰아넣고 린치를 가했다. 미술실의 출입문은 하나 뿐. 그 자리로 몰리면 민준이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폭행의 흔적이 몸을 뒤덮었다. 주먹으로 때리거나 꼬집는 등 다양한 방식의 폭행은 민준이의 몸에 멍과 상처를 남겼다. 폭행은 매일 같이 이어졌다. 어쩌다 하루 맞지 않을 때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저항도 하고 도망쳐도 봤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점 체념했다.

술래잡기를 해도 처음과 달리 그냥 잡히는 쪽을 택했다.

부모님이 걱정하고 속상할까 집에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목욕을 하던 중 온몸에 남은 멍을 보고 묻는 아빠에게 철봉을 하다 다쳤다고 둘러댔다. 힘든 일이 없느냐는 삼촌의 물음에도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신 민준이가 매달린 건 1학년 담임선생님이었다.

민준이는 가해자들의 폭행이 도를 지나친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수차례 담임선생님을 찾았다. 

“애들이 때리고 놀린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몇 번이나 말했어요. 그럴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서로 ‘미안해’ 말하게 하고 끝냈어요. 맞은 건 난데 서로 사과하게 하고, 나도 똑같이 잘못했다고 말해서 속상했어요.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달라는 말도 했지만 담임선생님은 들어주지 않았어요.”

“도와주세요”
교사도 외면

민준이는 자살을 생각했다. 혼자 방안에 앉아 유서를 썼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 ○○○, ○○○, ○○○’(가해자들의 이름), ‘아이들의 괴롭힘이 힘들어서 죽습니다.’ 주머니에 유서를 넣고 다니다가 버리고, 다시 유서를 쓰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민준이는 그렇게 1년6개월을 철저한 고립 상태로 보냈다. 

가족들은 민준이의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학원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민준이의 집중력이 부족한 탓으로 생각했다. 배가 아프다며 2~3일에 한 번씩 조퇴하는 민준이를 보고 ‘왜 그렇게 배가 자주 아프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가족 모두를 불러놓고 ‘책상 밑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했던 민준이의 말을 흘려들었다. 

엄마는 민준이를 굳게 믿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줄 것이라고, 심지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어도 엄마한테는 숨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순하고 다정했던 아들이 조금씩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짜증이 늘었지만 그마저도 중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달라진 환경에 어리광을 피우는 것이라고.

모든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가족들이 죄책감에 몸부림친 건 이 때문이었다. 말로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끊임없이 구조 신호를 보내던 민준이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가족들을 덮쳤다. 특히 엄마는 민준이의 담임선생님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터라 충격이 더욱 컸다. 

“민준이가 다른 애들이 놀린다고 몇 번 지나가듯 말하긴 했어요. 학교만 가려하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말해서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고요. 그때마다 담임선생님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학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어요. 다른 애들의 놀림에 대해서도 담임선생님은 ‘민준이가 좀 예민한 거 같다’고 해서 오히려 아들을 탓했죠.” 

엄마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믿고 민준이에게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다독였다. 민준이와 이야기한 날에는 둘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민준이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1학년 때 얼굴과 어깨 등에 나타났던 틱장애도 2학년 때는 사라졌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날이 줄어 그랬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챘다.

부모님의 믿음은 지난해 7월 폭행을 당한 민준이를 걱정하는 2학년 담임선생님의 문자로 산산조각 났다. 문자를 발견한 가족들은 민준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제야 민준이는 떠듬떠듬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아들이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1년 넘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민준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 당시 민준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들을 위로했어야 했는데 너무 큰 충격에 당일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자책했다. 아빠는 민준이 몸에 생긴 멍, 떨어지던 성적의 이유를 그제야 알아챘다.

가족들은 참담한 기분에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그날부터 민준이의 전쟁은 가족들의 전쟁이 됐다. 민준이의 진술과 학생부 사진을 대조해 찾아낸 가해자들은 12명에 달했다. 가해자들과 그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청, 경찰서 등 가족들이 대응해야 할 대상은 너무나 많았다.

가족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고 다툼이 잦아졌다. 

가족들 멘붕
참담한 심정

지난해 8월13일 순천교육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가해자 12명이 2019년과 지난해 민준이를 상대로 교내외에서 신체폭력과 언어폭력 등을 가한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다. 가해자들 가운데 2명은 전학 조치됐고, 나머지는 ▲학급 교체 ▲특별교육 이수 ▲사회봉사 ▲학교에서 봉사 등의 처분을 받았다. 

또 순천경찰서를 통해 고소한 건에 대해 2명은 검찰 송치, 나머지 10명은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 광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민준이와 가족들이 가해자 12명 가운데 9명을 추가 고소한 건은 경찰에서 전원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검찰이 재수사 지휘를 내리면서 순천경찰서는 현재 이들에 대해 다시 수사 중이다.

학폭위 결과와 고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준이와 가족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가해자들과 그 부모들의 진정한 사과, 치료비 용도의 합의금 등을 요구했던 가족들은 학교, 교육청, 경찰의 대응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준이의 분노도 때린 가해자들보다 후속 대응을 하는 어른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민준이랑 같이 교장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언론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교육청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다 끊긴다면서. 그 자리에서는 제대로 대꾸도 못했어요. 민준이가 ‘나 학교폭력 피해자 맞아? 왜 교장선생님은 지금 지원금 얘기를 해?’ 라고 말해 정말 미안해서 혼났어요.”

가해자들을 고소하는 과정에서도 경찰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민준이의 엉덩이에 성기를 비빈 가해자들을 성추행으로 고소하려는 것에 대해, 순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성추행은 (행위)하는 사람이 희열을 느껴야 하는데 (가해자들은)그런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처음 경찰에 갔을 때부터 이 건은 안 된다, 저 건도 안 된다 하셔서 가자마자 제가 울었어요. 민준이도 조사받는 내내 울었고요.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도 한참 뒤에야 진행하시더라고요. 그것도 저희가 한 차례 항의를 하고 난 뒤였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한 가해자 아버지가 순천경찰서에서 근무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가해자들 가운데 1명은 민준이를 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어 버린 것. 해당 가해자의 부모는 민준이가 자신의 아들에게 ▲돌을 던지고 ▲어깨로 부딪쳤다며 두 차례에 걸쳐 고소했다.

여러 차례 민준이의 집까지 찾아와 사과 의사를 밝혔던 부모였다. 

민준이를 가해자로 지목해 열린 첫 번째 학폭위에서 위원들은 ‘유보’ 조치를 내렸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경찰은 당시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던 민준이를 광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지만, 법원은 심리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두 번째 학폭위는 피해자와 가해자(민준이) 사이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치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아빠는 학폭위 개최에 크게 분노했다. 학폭위 위원들이 민준이가 피해자인 사건에 대한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위원회를 열었다는 주장이다. 

“제가 순천교육청에 찾아가서 빌었습니다. 아들이 커터칼로 자해를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학폭위에 (가해자로) 참석하면 정말 확 그어버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발 아들의 피해 사실을 고려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폭위는 열렸고, 그날 위원장님이 ‘이전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딱 자르시더라고요.”

학폭위에 참석한 민준이는 그 이후 수차례 자해했다. 아빠는 위원들의 질문에 엉엉 울면서 답변하는 민준이의 모습이 학대받은 고양이 같았다고 표현했다. 실제 만나본 민준이는 상처로 너덜너덜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민준이는 현재 가장 미운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말했다. 

“1학년 때 선생님이 가장 미워요. 그때 잘 해결됐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성적이 완전 파탄 나서 꼴등 수준이에요. 그때 잘만 해결했으면 지금 그냥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 선생님이 가장 밉습니다.”  

민준이와 가족들은 1학년 담임선생님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담임선생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을 처분했다. 교장선생님에 따르면 해당 선생님은 ‘학교장 주의’ 징계를 받았으며, 6개월 휴직 후 인사 전보됐다. 

민준이의 상담을 맡았던 전남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위원은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 있어서 학교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나 가해자들이 보상을 하고 사과하는 회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 오히려 민준이를 가해자로 만드는 모습 등이 모두 2차 가해죠. 여기서 오는 좌절감이 민준이와 가족을 망가뜨렸다고 볼 수 있죠.”

학교폭력 피해자의 방어막이 돼야 할 교육기관과 수사기관의 ‘방관자’적 대처는 피해자의 인생을 더욱 나락으로 끌어 내렸다. 민준이는 심리 상담 초기 환청이 들리고 환시가 보이는 조현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는 사회공포증, 대인기피증, 후유장해 등을 앓고 있다.

끊임없이 뭔가를 사야 하는 충동도 여전하다. 

엄마의 상태도 좋지 않다. 민준이보다도 자살 위험 수치가 더욱 높았다. 상담위원에 따르면 엄마가 민준이에게 쏟아 붓던 애정이 좌절감으로 변했다. 민준이에게 나타난 정신병적 증세가 영원히 지속될까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들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죄책감도 엄마를 옥죄고 있다. 10㎏ 넘게 살이 빠졌고 12가지가 넘는 정신과 약을 먹는 중이다. 

상담위원은 “그래도 일이 일어나기 전 가족 간의 유대가 상당했기 때문에 당시에 ‘저금’해둔 애정으로 지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애정은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 부부 사이에 이혼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왔고, 한 살 터울의 민준이 누나는 학교와 독서실을 오가며 집에 있지 않으려 한다. 집안 곳곳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 무색하게 민준이네 집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웠다. 

이혼·불화
파탄난 가정

민준이도 가족들도 가해자들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는 말을 연이어 했다. 일부 가해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민준이와 가족들에게 그 어떤 사과의 말도 없었다고 한다. 학교나 경찰, 담임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만 매일 민준이에게 사과할 뿐이었다. “엄마가 먼저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교·경찰·담임 입장은?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학교 교장선생님 =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합의금 액수 차이가 커서 합의가 잘 안된 걸로 알고 있다. 민준이 측에서 주장하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학교를 굉장히 열심히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알려지면 학교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뿐이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순천경찰서 = 1차 고소 건에 대해 가해자들의 비행사실을 인정해서 넘겼고, 2차 고소 건은 재수사 중이다. 피해자 측에서 주장하는 수사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당사자 확인 결과 없었다고 한다. 또 가해자 가운데 1명의 아버지가 순천경찰서에서 근무한다는 내용은 담당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뿐더러 확인도 안 된다.

▲1학년 담임선생님 = 민준이가 학교폭력 사실을 (나에게) 호소했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잘못됐다. 그 잘못된 주장으로 학교와 교육청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더 할 말은 없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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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온 3조원대 불법도박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국내로 송환됐다. 이번에 국내로 송환된 조직원 중 한 명은 지난 7월 <일요시사>가 단독 보도를 통해 언급한 인터폴 적색수배자 최이동씨로 확인됐다. 최씨는 개그맨 조세호씨와의 친분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해외 불법도박 조직의 부총책이며, 함께 적색수배된 도박 사이트 조직 총책 김현규씨와 친동생 김찬규씨는 국내 송환 대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송환이 이뤄진 인물은 1982년생 최이동씨와 조직원 A씨, 개발자 B씨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최씨는 3조1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및 범죄수익 세탁 혐의를 받는 조직의 부총책이다. A씨는 조직 관련자로 파악됐다. 개발자 B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호 친구 최이동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UAE 당국과 공조해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 김현규씨와 부총책 최이동씨를 현지에서 검거하고, 최씨부터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거 작전은 한국과 UAE 수사 당국의 국제공조를 통해 진행됐다. 양국은 아랍어로 파멸 또는 멸망을 뜻하는 ‘HALAK’을 작전명으로 정하고 피의자들의 거주지와 이동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UAE 당국은 현지 검거 작전을 벌여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이 공개한 전체 도박 사이트 운영 규모는 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김씨와 최씨가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직의 운영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5000억원 규모의 불법도박 사이트는 별도 조직에서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 개발자는 검거되는 과정에서 중학생 등 청소년까지 불법도박 영업에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2016년 해외로 도주한 뒤 제3국 여권을 사용해 신분을 감추고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기며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또 국내 유명 인사들을 현지로 불러들이거나, 고급 식당과 유흥업소를 이용하고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이동·김현규·김찬규 인터폴 적색수배 단독 보도 수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세탁 추적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해외 축구팀 유니폼과 경기장에 광고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대포통장으로 세탁했다. 정부는 TF를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둔 사이버 도박 조직을 추적해 검거하고, 자금 세탁망과 해외 은닉 재산 추적을 통해 범죄수익 환수도 추진할 방침이다. 도박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김씨는 UAE 현지에서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의 친동생 김찬규씨 역시 국내 송환 대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요시사>가 보도한 ‘조세호 82 멤버 조폭 최이동 정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7069) 단독기사에서 실명과 함께 범죄 혐의 및 해외 도피 행적을 추적했던 조직이다. 당시 <일요시사>는 최이동·김현규·김찬규 등 3명이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과 범죄수익 세탁 등의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세 사람의 구체적인 관계는 물론 국내 유명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자금 세탁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국내 사업체까지 추적했다. 최씨의 국내 송환으로 과거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촬영된 단체 사진을 토대로 최씨와 김찬규씨가 김 전 시장과 함께 여행 일정을 소화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김포시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경찰 출신 이상훈 변호사도 등장했다. 김포시장 지인? 당시 김 전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23년경 이 변호사의 권유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이 변호사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해 금요일에 출국한 뒤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해외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은 최씨에 대해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당시 최씨와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김 전 시장은 “몰랐다. 수배자라면 당연히 검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김포FC 홈경기장 VIP석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김포FC는 김포시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으로, 당시 구단주는 김 전 시장이었다. 이에 김포FC 측은 “구단이 최씨를 직접 초청한 사실은 없으며 다른 멤버십 회원이나 후원사를 통해 티켓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전 시장 역시 취재진에 “VIP석은 스폰서에게 배정되는 자리로, 구체적인 출입 경위는 구단에 문의하라”고 반박했다. 조세호와 친분 과시하던 조직 부총책 최이동의 두 얼굴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 말련 동행…김포FC VIP석도 등장 특히 최씨와 김 전 시장을 연결한 이 변호사는 경찰 출신으로 김포시 자문변호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다른 사건에서도 수사를 받던 차가원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현직 경찰관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이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건물에 최씨 명의의 대부업체가 법인 본점 주소지로 등록돼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부동산 등기부와 법인 등기사항을 대조한 결과, 이 변호사는 한남동 S 빌딩의 소유자였으며 최씨 명의 H 대부업체는 해당 건물을 사업장 소재지로 사용하고 있다. 최씨 등이 국내에서 수익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사업자금으로 전환했다면 범죄수익 추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수사 관련 자료와 복수의 제보를 종합하면 김씨는 해외 도박 조직의 전반적인 운영과 자금 흐름을 관리하고, 김찬규씨는 현지 실무와 도박 사이트 관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규씨는 올해 4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하면서 처음 신원이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권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17일 겐팅하이랜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던 김찬규씨를 납치해 감금한 뒤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은 수배자는? 현지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김찬규씨를 구조하고 납치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현지 법원에서 그는 불법체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사건에서는 피해자였지만, 한국에서는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셈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