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OO초교 사건’ 입 연 OO헤어 “잘못 바로잡고 비난받겠다”

보배드림 통해 해명 글 작성 “틱 장애 증상”
회원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아?” 냉소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대전 OO초등학교 40대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인근 미용실 ‘OO헤어’ 업주 A씨가 “세상에 퍼진 루머들이 진정성이 아닌 악성 루머들로 비화됐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먼저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지금도 이 상황서 글을 올려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하는 건 아닌가 많은 고민이 든다”면서도 “잘못된 내용들은 바로잡고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겸허히 비난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학년 입학 후 아이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학기 초부터 이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적응하는 과정이겠지’ 하는 생각에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2학기가 끝날 무렵 다니던 학원으로부터 아이에게 틱 장애 증상이 보이는 데다 작은 소리에도 귀를 막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니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친구 뺨을 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A씨는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고 기술).

이 일에 대해 해당 교사는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겁을 먹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결국 교장실로 보내졌다.

A씨는 “고인, 교감, 교장과의 면담 자리서 아이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면서 훈육 과정서 학급회의 시간에 안건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인민재판식의 처벌 방식은 8세 아이에게 받아들이기 힘드니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집에서 아이에게 ‘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라고 일찍 등교시키겠다’고 지도하고 선생님께서도 아이들 없을 때 ‘한 번만 안아주면서 미안했어’라고 한 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이날 면담 자리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종료됐는데, 고인은 면담을 가졌던 다음날부터 학기가 끝날 동안 병가로 학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고작 8세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에 화가 났고 선생님이 아이와 약속한 부분도 이행되지 않아 저희는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아이의 틱 장애가 점점 더 심해졌고 대학병원의 정밀검사와 주기적 심리상담 치료를 받는 한편, 학폭 담당 교사 연계로 상담도 진행했다.

그해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서 A씨는 학교에 ▲차후 아이가 학년에 올라가면 해당 교사의 담임 배제 ▲아이 심리 상태를 고려해 해당 교사과 다른 층에 배정 2가지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학폭위는 A씨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종료됐다.

A씨는 “학폭위 이후 고인에게 개인적인 연락은 물론, 만난 적도, 학교를 찾아간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며 “2020년, 2021년까지 요구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었는데 2022년에 바로 옆 교실에 선생님이 배정되면서 교육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 차례 추가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9년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건은 경찰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면서 사건은 그대로 종결 처리됐다.


그는 “일부 언론서 아이가 학폭위 1호 처분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며, 저희는 선생님께 반말을 하거나 퇴근길에 기다렸다가 험담하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도,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신상 정보 유출했다고 찾아가서 난동을 피운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커뮤니티서 4인방의 주동자로 지목됐는데, 김밥집과는 같은 학급의 학부모 관계일 뿐”이라며 “민원을 같이 제기했다는 나머지 2인은 누구인지도 모를뿐더러 주동자로 몰아세워진 상태”라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난과 손가락질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향후 고인이 되신 선생님과 관련한 민형사상의 문제가 있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A씨의 이 같은 주장은 확인되거나 정확히 증명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한쪽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쓰여진 해명글인 만큼 이를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A씨의 해명글에 앞서 갑질 가해 학부모 이웃이라는 누리꾼의 폭로가 터져 나왔다.

해당 학교의 학부모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제가 누구 아빠인지도 알 수 있지만 감수하고 글 쓴다. 미용실 엄마와 같은 단지 살고 있고 이 일이 있은 이후에 학교 가서 신상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난리치고, 지역 맘카페 글 스크랩해서 고소할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4년 전, 오픈 카톡방을 만들어 주도한 사람, 미용실 엄마가 대장이 맞고 나머지 둘은 저 사람에게 동조한 죄 정도고, 무혐의 이후엔 추가 괴롭힘은 없었다”며 “혹자는 아이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데 미용실 아니는 애들 괴롭히는 망나니로 유명했다. 솔직히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때 짜증나서 찾아가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아,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말이야 방구야. ‘친구 뺨을 손으로 때렸다’ 이게 정상적인 표현입니다. 이 부분 보고 밑줄 싹 다 패스”라는 댓글이 추천수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로 올라와 있다.

대댓글에는 “기가 찬다.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뺨이 아이 손에 맞았다는 신박한 X소리 잘 듣고 그 이하는 안 읽었습니다” “뺨 때렸을 때 그냥 학폭 보내버렸으면 선생님 마음고생 안 하셨을 텐데…진짜 저거 짧게 써 있지만 선생님이 얼마나 경위서 쓰고 불려 다니고 고생하셨을지…”라는 의견이 달렸다.

현재 1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다는 회원 ‘불OO’은 “뺨이 손을 때리기도 하는군요. 문제 행동이 있는 학생들로 인해 수많은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힘들어한다”며 “10년 넘게 이 일을 해보니 콩콩 팥팥(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은 과학임이 증명되긴 하더라. 물론 반박 시 당신 말이 맞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회원들도 “살다 살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는 표현은 처음 본다. 글만 보고 뺨 맞은 친구가 가해 학생 손을 얼굴로 때렸다는 줄…그 뒤로 안 읽었네요” “애가 다른 애 귀싸대기를 후려친 거지. 손에 뺨이 맞았대. 정신 차리세요”라고 성토했다.

현재 교육계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은 “글을 읽어보니 자녀분이 반 친구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있었지만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느냐”며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말씀과 반 아이들의 대답, 교실 상황이 글에 참 자세히 묘사돼있는 게 참 신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일에 대해 부모로서 아이가 다수의 학생들 앞에서 느낀 수치심과 무안함이라는 감정을 느낀 부분이 속상하신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훈육에는 늘 수치심, 무안함, 죄책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해선 안 되는 행동을 배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직 학폭 및 아동학대 담당교사라는 회원도 “3번째 항목(학폭위 직후 병가 처리)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공직이든, 회사든, 병가를 민원 다음날 조치하는 곳은 없다”며 “실제로 후배 교사가 아동학대 민원 건으로 병가조치 후 휴직했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원은 “병가를 그렇게 쉽게 허락하는 학교는 어느 세상에도 없다. 어떤 공기관이 병가 신청한 후 다음날 결재가 되느냐”며 “해당 학부모의 아동학대 민원으로 병가 처리됐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손이 뺨으로 갔다는 말이 참 웃기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이어 “어떤 상황이든 친구에게 신체적 폭력이 발생했고 해당 학생이 불편함이 있었다면 학폭 처리되는데 고인이 된 선생님께서 아직 어린 학생이고 훈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돼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처리된 부분으로 보인다”며 “그런 분을 민원으로 그렇게 힘들게 고통을 줘야 했나? 말은 쉽게 뱉을 수 있지만 주워 담기는 어려운 법”이라고 직언했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재 일선 학교서 아동학대로 교사가 신고당할 경우 즉시 분리 조치로 인해 보직해임 처분이 내려져 근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병가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회원 ‘swkiOOOOO’은 “정말 치욕스럽고 부끄럽고 끔찍하다.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평생 반성하고 죗값 달게 받으시길 부탁드린다”고 질타했다.


반면 “아직 물증도 없고 유서도 나온 게 없는데 중립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가족 증언도 따로 나온 게 없고…빨리 조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댓글도 눈에 띈다.

한 전문가는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는 문장은 명백히 의도된 문장으로 보이며 아이에겐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A씨가 글을 통해서도 아이가 잘못했다는 것도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자의든 타의든)때릴 수는 있는데 그 후 어른들의 해결 방식 과정의 진실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5일, 고인은 대전 유성구 자택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지난 7일 오후 6시쯤 숨을 거뒀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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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