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난리통에…’ 자리 비운 배구협회장 막전막후

뒤집어진 배구판…수장은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가 막을 내렸다. 이제 배구팬들의 관심은 국제대회로 향하고 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도쿄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이 코앞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지원을 맡고 있는 대한배구협회 회장이 3월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배구계는 이번 ‘2020-2021 V리그’ 기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리그 시작 전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11년 만에 국내 복귀를 결정하면서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만큼 프로배구도 외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높아진 인기
충격의 학폭

이번 시즌 여자배구는 겨울스포츠 왕좌를 노릴 만큼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무관중(포스트시즌은 10% 관중 입장)으로 열린 V리그는 올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자부는 닐슨코리아 기준 평균 시청률이 경기당 1.23%로 지난 시즌 대비 0.18% 올랐다.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이다.

하지만 리그 중반 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이다영의 SNS로 이미 배구계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터진 학폭 의혹은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다. V리그 간판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비난이 쇄도했다. 

다른 선수들의 학폭 의혹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고 과거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추측이 난무했고, SNS를 통한 폭로전이 이어졌다. V리그의 인기는 학폭 의혹으로 찬물을 맞았다.

한동안 경기 내용보다 외적인 요소로 언급되던 V리그는 순위 결정전이 치열해지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리그 시작 전에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리그 후반에 이르러서는 그 말이 무색할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과 정규리그 우승을 두고 물고 물리는 경기가 이어졌다. 

또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시즌 아웃, 센터 김세영(현재 은퇴)의 부상 등 주전 선수 3명이 빠진 흥국생명의 경기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V리그를 떠난 이후 전패가 예상됐던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고군분투로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이면서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 

이후 V리그는 배구팬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막을 내렸다. GS칼텍스는 V리그 여자부 사상 최초로 트래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고, 흥국생명도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남자부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석권하면서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국내리그가 마무리되면서 최근에는 국제대회를 위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5월 ‘2021 FIVB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손발을 맞춘 뒤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양적 성장 이뤘지만 
내부 문제도 터졌다

남자배구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김연경(레프트), 김희진(라이트), 양효진(센터), 안혜진(세터), 오지영(리베로) 등 선수 18명과 코칭스태프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다음달 21일 VNL 개최지인 이탈리아 리미니로 향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서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12명이 정해진다. 

문제는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이하 배협) 회장이 현재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오한남 배협 회장은 지난 3월부터 한국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하고 불과 한 달 반 만에 자리를 비운 셈이다. 

VNL, 올림픽을 앞두고 배협 수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 대해 배구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영·이다영 사건으로 오 회장이 고발을 당하는 등 학폭 의혹의 불씨도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이달 초 자필 사과문을 삭제하고 학폭 폭로자를 고소하겠다는 뜻을 비치면서 학폭 의혹은 또 다시 재점화 된 상황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오 회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 학폭 의혹의 진실 여부에 대한 국민들과 배구팬들의 의혹을 신속히 해소시키려 노력하기보다 일부 언론보도만을 근거로 자체 진상조사도 없이 국가대표 박탈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회장과 배협이)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보다 회피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오 회장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명예훼손, 권리행사 방해 등을 이유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국가대항전
코앞인데…

배구계에는 배협, 한국배구연맹, 한국실업배구연맹 등의 단체가 있다. 배협은 아마추어 선수들과 국가대표팀을 지원한다. 한국배구연맹은 한국프로배구를 총괄하며 V리그와 KOVO컵 프로배구대회를 주관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재를 맡고 있다. 김금규 회장의 한국실업배구연맹은 실업배구팀을 관장한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구단(흥국생명)·한국배구연맹·배협의 징계 및 입장이 각각 따로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한국배구연맹은 학폭 연루자를 프로무대에 들이지 않겠다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해 배구팬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배협은 ‘국가대표 선발 무기한 제외’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한남 회장은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한 배협의 입장을 결정하고 난 후 출국했다. 행선지는 바레인. 오 회장은 바레인 국가대표팀 감독, 바레인 한인회 회장 등을 지냈을 정도로 바레인과 인연이 깊다.

바레인에서 한식당과 호텔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이번 출국도 개인 사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협 사무처 관계자는 “회장님이 한국에 없는 것은 맞다. 사업 때문에 바레인에 가셨다”면서도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공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메신저나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매일 업무 보고를 드리고 있다”며 “지금도 회장님께 드릴 보고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백신 2차 접종 문제로 5월 중순쯤 (한국에)들어오실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배협 회장은 ‘명예직’일 뿐이라는 항변도 나왔다. 배협 정관 24조 ‘임원의 직무’ 조항에 따르면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하며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으로 한다’고 돼있다. 어떤 부분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오 회장의 부재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 때문?
백신 때문?

또 다른 배구계 관계자는 “여느 때였다면 오 회장의 부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VNL, 올림픽 같은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팀 코로나19 백신접종, 불투명한 올림픽 개최 여부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자리를 지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발판으로 현재 인기에 다다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 4위,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 얻은 결과였다.

김연경은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MVP로 선정돼 세계적인 선수임을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협의 역할은 없었다. 배협은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조력자가 아니라 방해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리우올림픽에서 배협의 지원 부족으로 국가대표팀이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 8강이라는 빛나는 성적 뒤에 이 같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배구팬들은 물론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감독, 코치, 전력분석관 그리고 선수 12명까지 16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선수단에 배정된 AD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역조차 없어 중계방송을 위해 현장답사를 왔던 모 아나운서가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명의 트레이너가 12명의 선수를 모두 책임져야 했고, 전력분석관은 AD카드가 없어 동행하지 못했다.

리우올림픽 8강 뒤에
배협은 흑역사 쌓아

리우올림픽 일정을 마친 이후 귀국길에서도 사달이 났다. 국가대표팀은 한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전세기를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8강에서 탈락하면서 일찍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그런데 표가 없다는 이유로 16명이 4차례로 나눠 귀국하게 된 것. 

또 당시 배협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르고 있었다. 2016년 8월9일 국가대표팀이 러시아에 3대 1로 패하던 날, 배협은 회장 선거를 실시해 서병문 전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하필 그 시기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했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회식이 김치찌개 집에서 이뤄진 사실까지 드러났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20년 만에 중국을 꺾고 우승을 일궈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홀대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배협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분노한 누리꾼에 의해 배협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배협은 입장문을 내고 “AD카드 전체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추가 확보가 어려운 여건이었다” “통역은 조직위로부터 지원받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전세기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없던 대표팀이 조기 귀국을 원했다” “정부의 경기단체 통합방침과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일정에 따라 협회 회장 선거를 마쳐야 했다” 등의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올림픽 지원 문제와 함께 배협 내부의 잡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서병문 회장은 결국 2016년 12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배협 역사상 최초로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2017년 4월 서 회장이 제기한 대표자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해임이 확정됐다. 

탄핵 회장
후임이면서…

이후 2017년 6월30일 열린 배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이 바로 오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1월18일 연임에 성공해 2024년 1월까지 배협을 이끌게 됐다. 당시 그는 “코로나19로 배구를 비롯한 스포츠 전체가 위중한 상황이다.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한국배구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자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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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