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① 지옥에서의 30일

“살았지만 모든 게 망가졌다”

 

“출소하면 어떡하죠?”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생존자에게 가해자와 만난 30일은 낙인처럼 기억에 박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가해자는 상습특수상해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구속됐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빚과 트라우마뿐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구제할 법은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요시사>는 6편의 기사를 통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하려고 한다. 그 목소리에 정답이 있다고 판단했다. <편집자 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부터 2018년까지 284명이 데이트폭력에 희생됐다.(경찰청) 매년 36명, 열흘에 1명꼴로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여성이 살해당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의 끝이 살인이라고 말한다. 살아남은 여성들은 데이트폭력 후유증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피해자와 사망자 사이, 그들을 데이트폭력 생존자라 부르기로 했다.
 

▲ 강정준의 상습폭행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가은의 몸과 마음

28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30일이면 족했다. 2018년 11월7일 부천의 한 경찰서 형사는 데이트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앞서 남자친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경찰서를 찾았던 여성이었다. 2주 만에 다시 본 여성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과 몸에 각기 다른 색의 멍이 가득했다. 상습폭행의 흔적이었다. 

여성들이
죽고 있다

김가은(가명)은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의 생존자다. 2018년 10월 초부터 11월7일까지 한 달간 자신의 집에 감금된 채 가해자 강정준(가명)이 가하는 신체적·심리적 학대에 시달렸다.

강정준은 유사강간·상습특수상해·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폭행 등)·특수협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징역 2년6월, 강간 혐의로 징역 1년6월 등 징역 4년을 받았다. 구속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 30세에는 사회로 돌아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정준은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다’ ‘알루미늄 재질로 된 대걸레 자루로 몸 전체를 때렸다’ ‘머리채를 잡고 안방 침대 옆으로 끌고 가 주먹으로 몸 전체를 때렸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오는 동안 너는 죽도록 맞을 것이고, 네 머리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말하며 유리 맥주잔으로 정수리 왼쪽 부위를 내리쳤다’ 등 총 14회에 걸쳐 김가은에게 폭행을 가했다. 

또 “야, 너 죽여버리고 싶다, 내가 너 못 죽일 것 같냐”며 목에 식칼을 들이댔다. 강제로 옷을 벗게 한 후 유사성교 행위를 강요했고,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폭행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몸에 멍은 지워질 날이 없었고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그럼에도 김가은은 살아남았다. 살고자 했다. 사건 발생 2년 뒤, 김가은은 <일요시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제가 데이트폭력을 당했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일요시사>는 김가은을 만나 2018년 9월 강정준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총 7번, 20시간에 걸쳐 나눈 대화를 김가은의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 내 집에 갇혔다.

강정준과의 만남은 모든 게 평소와 달랐다. 만남의 시작도, 데이트도. 유튜브를 보는데 데이트어플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었을 뿐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날 강정준을 알게 됐다.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영상통화도 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다.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정준을 처음 만날 때도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다. 전 남자친구와의 연애가 무거웠기 때문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다. 몇 번 만나다가 강정준의 사귀자는 말에 그러자고 했다. 각자 회사가 멀다보니 데이트는 자연스럽게 밤에 하게 됐다. 

최소 14회 이상 상습폭행
성폭행하면서 영상도 찍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정준은 ‘회사 일이 잘 안 풀려서 너무 힘들다. 네가 나를 좀 받아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 다음부터 강정준이 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가는 일이 많아졌다. 가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내 말에 화를 벌컥 낼 때도 있었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여겼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그날은 강정준이 처음 집에서 자고 간 날이었다. 아침 10시가 되도록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아침을 차려놓고 일어나라고 말했더니 오만 짜증을 다 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아침에 안 깨우는데, 네가 뭔데 나를 깨우느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더니 숟가락으로 내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처음 든 생각은 ‘얘 뭐지?’였다. 

대꾸할 새도 없이 강정준은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갔다. 그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 TV를 보기 시작했다. 옆에 앉으라는 기색에 다가가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쇼핑몰에서 온 메시지에 강정준은 다른 남자한테서 온 게 아니냐고 길길이 뛰었다.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휴대폰이 무릎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때부터 휴대폰은 무조건 소리로 해놔야 했다.
 

▲ 강정준은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형을 받았다.

다음날부터 강정준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 눌러앉았다.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에도 나를 혼자 보내지 않았다. 당시 다니고 있던 학원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머릿속에서는 ‘이 남자 너무 이상하다’고 경고를 보내는데 강정준은 자꾸만 내가 비정상이라고 했다. 내 집에 갇혀 버렸다.

#. 미친 듯이 때렸다.

평생 그렇게 맞아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강정준은 시도 때도 없이 때렸다. 때리기 시작하면 최소 1~2시간 동안 이어졌다. 처음에는 대걸레 밀대로 때리더니 그게 휘어지자 청소기 봉대를 뽑아 때렸다. 때리는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한 번은 졸린다고 했더니 바로 손이 날아왔다. 강정준은 자기보다 먼저 자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무조건 내가 늦게 잠들어야 했다. 무슨 말을 하면 1초 안에 답하라고 했다. 대답이 늦어지면 어김없이 뭐라도 날아왔다. 눈을 안 마주치면 주먹질을 해댔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배가 아파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엄살을 피운다면서 더 때렸다. 

삼시세끼 밥을 차렸다. 청소, 빨래, 심지어 강정준이 데려온 강아지 2마리를 돌보는 일도 내 몫이었다. 강아지가 낑낑거려도 맞았고, 강아지가 똥오줌을 못 가려도 맞았다. 자는 동안 강아지가 소리라도 낼까 계속 긴장상태였다. 강정준은 강아지들이 소리를 낼 때마다 조용히 시키라고 발로 나를 밀어댔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매한가지구나 생각한 순간 도망치려 문 쪽으로 달렸다. 도어락 풀리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띠링’ 소리와 함께 머리채가 잡혔다. 문을 열고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머리채가 잡힌 채 질질 끌려 들어가 다시 미친 듯이 맞았다. 

입가가 찢어져 피가 바닥에 흥건한 데도 ‘피 흘리면 내가 덜 때릴 줄 아느냐’면서 엄살을 피운다고 계속 때렸다. 벽에 손을 짚으라고 했다. 청소기 봉대로 엉덩이를 세게 후려쳤다. 허리에 맞았는지, 골반에 맞았는지 몸이 저절로 꺾여 주저앉았다. ‘빠따’를 5~6대 맞고 나니 죽어야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강정준은 분이 풀릴 때까지 매질을 멈추지 않았다. 

헤어지자고 말한 날은 손가락이 잘릴 뻔했다. 주먹으로 온몸을 때리더니 청테이프로 입을 막고 몸과 손목을 묶었다. 그리고 전정가위(가지치기용 가위)로 손가락을 자르려 들었다. 강정준은 ‘억울해서 못 헤어지겠다. 너 어디 하나 ○○ 만들고 헤어져야지 안 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화장실에서 그 난리를 피웠다. 손가락을 자르자마자 접합도 못하게 변기에 넣고 내려버린다고.

웃으면서 장애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입으로는 계속 빌었다. 안 그러겠다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표정, 말투…
통제하려 해

#. 꼭두각시

바깥에 나갈 때마다 화장을 진하게 하라고 강요했다. 멍자국이 보이면 컨실러를 더 바르라고 내밀었다. 머리는 항상 풀고 다녀야 했다. 강정준은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내 머리를 정돈해주는 척 매만졌다. 사실은 머리로 멍자국을 가리려고 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아마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면 바깥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두고 타박이 이어졌다. 점원에게 왜 그렇게 말했냐고, 왜 눈을 보지 않느냐고, 왜 대답을 늦게 하느냐고. 이유는 무궁무진했다. 일단 강정준이 매를 들면 입에서는 자동으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잘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냥 되는 대로 빌었다. 
 

▲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강정준의 법원 판결문

뭘 하든 내 탓이라고 했다. 내가 맞는 것도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자기가 나를 때리는 것도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눈을 부라리며 ‘대답 안 해? 어?’ 하고 몰아붙일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바짝 얼어붙은 채 눈물만 뚝뚝 흘리는 나를 보면서 강정준은 운다고 또 때렸다. 나중에야 그게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인 걸 알았다.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화장실 문을 닫지 말라는 말에 용변을 볼 때도 열고 있어야 했다. 인간 이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말끝에 ‘했다’ ‘했나’를 붙여 말하면 사투리 흉내내는 거냐고 때렸다. 말투까지 뭐라 하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하면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눈앞에 별이 보인다는 게 진짜였다. 

모든 전화는 스피커폰으로 받도록 했다.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내가 뭐라고 하나 듣고 있었다. 가족의 안부 전화에도 늘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준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지시했다. ‘밥 차려와’ ‘강아지 똥·오줌 치워’ ‘이리 와서 여기 뽀뽀해줘’ ‘옷 벗어’ ‘다리 벌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늘 웃고 있는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 평범하게 대답해도 말투가 그게 뭐냐고 닦달을 해대니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는 부드럽게, 얼굴은 미소 지으면서, 호칭은 자기나 여보, 말에 토 달지 말고 재빨리 대답할 것. 부탁을 할 때는 최대한 공손하게. 강정준은 나에게 모든 것을 시켰지만 나는 밥 먹으라는 말조차 빌듯이 해야 했다. 

#. 최악의 날

10월초 강정준의 감시가 느슨할 무렵 탈출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신고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냥 다니던 학원에 가지 못하게 됐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 몸 상태를 본 학원 선생님들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 길로 경찰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날 밤엔 경찰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잤다.

강정준의 전화와 문자로 휴대폰이 터져나갈 듯했지만 무시했다. 잠을 자고 있는데 경찰서가 아니라 한 파출소에서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왔다. 하도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내가 가출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있다고 했다. 같이 사는 남자친구가 가출신고, 실종신고를 했다면서 난리를 피웠다고 했다. 내가 납치된 것 같다고. 

그때 왜 다시 돌아갔을까. 미안하다는 말에? 내가 납치된 줄 알았다며 걱정하는 말에? 다시는 안 그런다는 말에? 강정준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한 형사님이 다가와 저런 놈은 꼭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면서 번호를 알려줬다.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그 말을 흘려듣지 말았어야 했다. 머리로는 번호를 외우면서도 발걸음은 집으로 향했다.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
가해자 징역4년·30세면 사회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날아든 손에 바로 후회했다. 감시는 더 심해졌다.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는 족족 체크했고, 어디 가기라도 할까 봐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댔다. 숨이 막힌다는 게 뭔지 알았다. 

강정준은 걸핏하면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운운했다. 그날도 그랬다. ‘다시 경찰에 신고하면 내가 너 결혼도 못 하고 연애도 못 하고 평생 다른 남자 못 만나게 해줄게’라면서 옷을 벗으라고 강요했다. 못 벗겠다고 했더니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주먹질을 해댔다. 

겉옷을 벗으니 속옷도 벗으라 난리였다. 속옷까지 벗고 나니 알몸. 강정준은 휴대폰 카메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찍었다. 다리를 벌려라, 손을 들어라, 몸을 돌려라. 싫다고 하면 맨몸에 청소기 봉대가 날아들었다. 광대뼈가 부어오를 정도로 얼굴을 맞고 나니 이제 모든 걸 체념하게 됐다.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모습은 고스란히 휴대폰 영상에 남았다. 

강정준은 그 영상을 제 친구에게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억지로 보게 했다. 울면서 성폭행당하는 내 모습이 큰 모니터 화면으로 보였다. 강정준은 ‘야 이거 봐라? 이거 너다? 웃긴다’ 이러면서 실실 웃었다. 비참하고 수치스러웠다. 끝도 없는 바닥까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 탈출
전날 새벽에 맞은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강아지들이 밤새 싸놓은 똥오줌을 치우고 아침을 차렸다. 일어나는 기색이 보여 상을 차려 들고 들어갔다. 아침에는 강정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 조심해야 한다. 밥도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담배를 피러 베란다로 나간다. 그 사이 또 강아지들이 싸놓은 똥오줌을 치웠다. 

면접에 가기 전 머리를 한다고 했다. 같이 나가는 줄 알았는데 혼자 가려는 기색이다. 배웅을 위해 주차장으로 나갔다.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조른다. 억지로 입을 맞춰주고 웃어주느라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다. 금방이라도 ‘같이 가자’며 차에 타라고 할까 봐 온몸이 떨려왔다. 강정준이 탄 차가 멀리 사라졌다. 

제 번호를 잊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형사님이 떠오른다. 손이 떨려 번호가 잘 눌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계속 카톡이 날아왔다. ‘어디야?’ ‘뭐해?’ ‘뭐하느라 답이 없어?’ ‘너 죽을래?’ ‘어디야?’ 전화도 온다. 간신히 형사님과 전화가 연결됐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는 말에 경찰을 보낸다는 답이 돌아왔다. 1분이 1시간처럼 흘렀다. 

계속 걸려오던 전화를 받았더니 대뜸 쌍욕이 넘어온다.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따지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또 도망치려는 거 아니지?’ 그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아니지’ 최대한 목소리를 가볍게 내려고 노력하면서 달랬다. 경찰이 왔다. 내 집에서 탈출했다. 2018년 11월7일, 감금된 지 30일 만이었다.

도망쳤지만
망가진 삶

3번의 시도 끝에 탈출한 김가은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복통을 호소하다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을 땐, 이미 복강에는 염증이 가득했고 장기가 파열돼 출혈이 심했다. 결국 2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폭행 후유증으로 시력이 떨어졌고 골반염은 걸핏하면 재발했다. 불안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김가은을 덮쳤다.

피해의 낙인은 김가은의 몸과 마음에 남았지만 가해의 흔적은 옅어지고 있다. 자신의 집에 갇혀 30일간 지옥을 경험한 김가은에게 주어진 건 4년의 시한부 자유뿐. 강정준은 출소하면 김가은을 죽이겠다고 수차례 협박했다. 김가은은 매일 밤 ‘밤길 조심해라’ ‘내가 네 머리에 칼 꽂을 거다’라는 말을 환청처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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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