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③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사건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16:48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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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를 죽일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부천데이트폭력 생존자는 사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심리상담은 그런 생존자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이자, 사건의 원인을 밝혀줄 ‘열쇠’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 서울 ‘상담센터 사이’에서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생존자와의 상담에 <일요시사>는 관찰자로 참석했다. 본 상담의 내용은 생존자와 상담자 양쪽의 동의를 얻어 공개함을 밝힌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은 지난 2018년 10월초 생존자 김가은(가명)이 가해자 강정준(가명)으로부터 자신의 집에 한 달 동안 감금된 채 폭언·협박·폭행·성폭행 등을 당한 사건이다. 김가은은 세 차례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했고, 검거된 강정준(이하 가해자)은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월, 강간 혐의로 징역 1년6월 등 총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적반하장 
민사소송

사건이 있은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가은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① 지옥에서의 30일,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63).

김가은(이하 생존자)에 대한 심리상담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일정보다 약 1시간30여분 먼저 시작됐다. 생존자는 속마음을 털어낸 듯 눈물을 훔치며 취재진이 배석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생존자에 대한 상담은 재판 부분에서 이어졌다. 눈물을 닦아낸 생존자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는 취재진이 배석한 이후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1시간 동안 총 8번 언급됐다. 약 8분당 1번꼴이다. 8번 모두 재판과 관련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② 끝나지 않은 악몽,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71). 생존자는 지난달 11일 변론기일에 직접 참관했다. 그리고 가해자의 진술을 들었다.

생존자는 이 과정에서 손이 떨리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혹시나 자신의 뒷모습이라도 보일까 봐 재판이 끝나는 순간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생존자는 그때 가장 극심한 불안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상담을 주재한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프리즈 리스폰스(freeze response, 어떤 대상을 목격하거나 떠올릴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얼어붙는 현상)’라고 진단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다음은 상담 후 심 교수가 밝힌 생존자의 현재 상태다.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침습적 사고도 강렬하고요. 성격변화도 보입니다. 꿈으로 사건을 재경험하는 일도 겪고 있습니다. 프리즈 리스폰스라고 해서 가해자를 생각할 때 얼어붙어서 말이 안 나오는, 데이트폭력에 의한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병리적 구타’ 소견…동물학대도
사이코패스와 달라, 차이점은?

‘침습적 사고’는 원치 않는 기억이 계속 떠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겪는 증상 중 하나다. 침습적 사고는 사고 주체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존자는 상담 중간에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건 이전과 달리 행동을 해야할 때 주저하게 된다는 고민이었다. 생존자는 그런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추가 고소를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다양한 증상들을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위축돼있어요. 화조차도 못 내죠.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 극심한 분노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자괴감이 들거든요. 그 다음 단계는 굉장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는 알코올 중독과 자살시도로까지 이어집니다.”

생존자는 데이트어플로 가해자를 알게 됐다. 유튜브 방송을 보던 중 호기심에 데이트어플을 시작했다. 가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생존자는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첫인상이 조금 강해 보이긴 했지만, 평범한 20대 남성의 모습이었다. 심 교수는 이 사건에서 데이트어플이 ‘판타지’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생존자는 우연에 의해서라도 이성과 뭔가 다른 친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생존자는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좋은 남성에게서 보호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욕구는 생존자의 아주 깊은 결핍에 기인합니다.”

생존자는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 생존자에게 외삼촌은 실질적인 아버지였다. 외삼촌은 어린 생존자에게 “친아빠처럼 생각하라”고 말했다. 고학력자인 외삼촌은 생존자에게 아버지이자 롤모델이었다. 생존자는 스스로 자기계발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논문을 찾아볼 정도로 학구적 성향을 보인다. 

“생존자는 외삼촌의 영향으로 남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학용품을 사주고 같이 장난도 치는 외삼촌을 보면서 자란 생존자가 남성을 경계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가해자와의 만남은 생존자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가해자가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생존자의 집에 눌러 살기 시작한 바로 그날부터였다. 그때부터 생존자는 탈출하기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최소 14회 이상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다.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맥주 잔, 청소기 봉대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됐다. 심 교수는 가해자가 ‘병리적 구타’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해자는 ‘패솔로지컬 배터러(pathological batterer, 병리적 구타자)’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욱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분노조절이 전혀 안 돼요. 분노조절이 안 되면 계속 구타를 해야 하고요. 구타를 하는 행위 안에서 자신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기이한 경험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시험에 합격한다거나, 유능한 일을 할 때 자존감을 회복하잖아요? 그런데 병리적 구타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구타라는 행위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침습적 사고
계속 떠올라

가해자의 폭력적 성향은 비단 생존자만을 향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의 집에 눌러앉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그 강아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가해자는 강아지들을 귀여워하다가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으르렁거리면 미친 듯이 때렸다고 한다. 강아지들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다. 그 오줌을 치우는 일은 생존자의 몫이었다. 

동물학대 행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심 교수는 병리적 구타자와 사이코패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 모두 성격장애이긴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유희처럼 즐깁니다. 자신이 신처럼 누군가의 생사를 앗아가는 것에 흥분을 느낍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은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의심과 집착 증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상대적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 들죠. 이춘재와 같은 사이코패스 계열이 살인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반면, 가해자와 같은 병리적 구타 계열은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신체적 약자를 길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심 교수는 의심과 집착을 데이트폭력의 전조증상으로 꼽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올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등의 집착을 보였다. 전화가 오면 자신의 옆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라고 강요했다. 가해자는 혹시나 생존자에게 다른 남자로부터 연락이 오는지 지속적으로 의심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엄청 관심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랑에 의한 관심과는 다릅니다. 현실을 왜곡해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비합리적 행위가 전조증세입니다. 이때 빨리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해자는 의심과 집착 외에도 여성 혐오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강아지들을 구타한 후 “이래서 옛말에 여편네랑 개XX는 하루에 한 번씩 매질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생존자를 구타하면서도 가해자는 “이 시간에도 자기 남편한테 맞아서 죽어가는 X들이 많을 거다. 내가 한국 남자의 진짜 무서움을 보여줄게”라고 위협했다.

이는 평소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김치녀’ ‘한녀’가 문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두 표현 모두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신조어다. 

관심과 집착
구분부터 해야

가해자는 생존자가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면 구타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가해자는 평소 자신이 프랑스 유학파라는 점을 생존자에게 유독 강조했다고 한다. 심 교수는 이를 합리화의 전형이라고 봤다. 

“생존자를 때릴 때 ‘김치녀’ ‘한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가해자가 문화적인 투사, 합리화를 하는 것뿐입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때릴 이유를 찾는 것뿐입니다. 합리화죠. 때릴 때 눈을 마주치게 하는 점은 단지 상대가 너무 쉽게 풀이 죽거나 위축되면 재미가 없어서예요.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대등한 사람을 제압했다고 생각할 때 더욱 큰 희열을 느낍니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를 때 저항도 해봤다고 토로했다. 막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더욱 심한 폭력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소리 지르고 반항하면 안 때릴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거예요. 그러나 때리는 이유를 찾는 사람에게 저항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가해자는 계속 합리화하며 ‘가스라이팅’을 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해자는 생존자를 만나기 이전에도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생존자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가해자의 이전 여자친구 편지에는 “이제는 때리지 않아줘서, 점점 노력해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노예화’라고 칭한다.

“인지적으로 노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그래서 넌 맞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때려야 한다’입니다. 때리고 맞는 것에 관한 합리화를 세뇌 수준으로 반복하죠. 그 밑바닥에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너만 없었으면 내가 성공했을 텐데, 너와 결혼해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전조 증상은 의심·집착
‘여성 혐오’ 성향도 보여

가해자는 폭력을 사용하는 와중에도 생존자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했다. ‘여보’ ‘자기’ 같은 호칭은 물론이고, 구타 후에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졸랐다. 이는 가해자가 상습특수상해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계속됐다. 가해자는 수감 중에도 생존자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연애편지를 방불케 한다.

“가해자가 마치 생존자와 결혼한 듯이 행동한 일은 폭력에 덧씌워진 ‘당의정(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하여 표면에 당분을 입힌 정제)’이라고 보면 됩니다. 폭력은 굉장히 쓰잖아요. 그 쓴 맛을 못 느끼게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로 코팅을 하는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 그 당의정이 가해자의 진심이라거나 나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해자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생존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합의서를 써주고, 가해자 측으로부터 소정의 합의금을 받았다. 합의서는 ‘형사상 합의했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다. 반대로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생존자가 당시 합의서를 써주는 과정에 가스라이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해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합리화해 생존자에게 ‘구원자 콤플렉스(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를 자극합니다. ‘절대 안 때리겠다. 나는 개과선천했다’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하고, 그 말을 믿고 싶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마음을 누그러뜨려 합의서를 써주게 됩니다.”

가해자는 유사강간 등에 대한 재판이 끝난 후 돌변했다. 생존자와의 접견 과정에서 가해자는 “밖에 나가면 너를 죽여버리겠다”며 살인예고를 한 상태다. 생존자는 합의서를 써준 일을 후회하고 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실제로 살인을 할 확률이 꽤 있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전과자가 됐다고, 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 가해자 역시 2차 가해를 하거나 생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사법부와 경찰 쪽에서요.”

생존자는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해자가 생존자의 명의로 약 2000만원을 대출받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는 일도 겪었다. 생존자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생존자는 가해자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상담 과정에서 막막한 현실 속에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생존자는 스스로에게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피해의식
도 넘어

“생존자의 자아정체성 중에서 ‘커리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생존자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커리어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위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리어가 좌절됐다는 느낌이 생존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근원으로 보입니다.”

생존자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감기나 바이러스처럼 금세 낫지 않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기억을 불로 지진 듯이 사건을 각인해 기억해두는 것입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각인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우울증처럼 뇌의 생화학적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 아니라 때론 구조적 변화까지도 동반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생존자의 자아 강도가 높아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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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온 3조원대 불법도박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국내로 송환됐다. 이번에 국내로 송환된 조직원 중 한 명은 지난 7월 <일요시사>가 단독 보도를 통해 언급한 인터폴 적색수배자 최이동씨로 확인됐다. 최씨는 개그맨 조세호씨와의 친분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해외 불법도박 조직의 부총책이며, 함께 적색수배된 도박 사이트 조직 총책 김현규씨와 친동생 김찬규씨는 국내 송환 대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송환이 이뤄진 인물은 1982년생 최이동씨와 조직원 A씨, 개발자 B씨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최씨는 3조1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및 범죄수익 세탁 혐의를 받는 조직의 부총책이다. A씨는 조직 관련자로 파악됐다. 개발자 B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호 친구 최이동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UAE 당국과 공조해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 김현규씨와 부총책 최이동씨를 현지에서 검거하고, 최씨부터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거 작전은 한국과 UAE 수사 당국의 국제공조를 통해 진행됐다. 양국은 아랍어로 파멸 또는 멸망을 뜻하는 ‘HALAK’을 작전명으로 정하고 피의자들의 거주지와 이동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UAE 당국은 현지 검거 작전을 벌여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이 공개한 전체 도박 사이트 운영 규모는 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김씨와 최씨가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직의 운영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5000억원 규모의 불법도박 사이트는 별도 조직에서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 개발자는 검거되는 과정에서 중학생 등 청소년까지 불법도박 영업에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2016년 해외로 도주한 뒤 제3국 여권을 사용해 신분을 감추고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기며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또 국내 유명 인사들을 현지로 불러들이거나, 고급 식당과 유흥업소를 이용하고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이동·김현규·김찬규 인터폴 적색수배 단독 보도 수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세탁 추적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해외 축구팀 유니폼과 경기장에 광고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대포통장으로 세탁했다. 정부는 TF를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둔 사이버 도박 조직을 추적해 검거하고, 자금 세탁망과 해외 은닉 재산 추적을 통해 범죄수익 환수도 추진할 방침이다. 도박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김씨는 UAE 현지에서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의 친동생 김찬규씨 역시 국내 송환 대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요시사>가 보도한 ‘조세호 82 멤버 조폭 최이동 정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7069) 단독기사에서 실명과 함께 범죄 혐의 및 해외 도피 행적을 추적했던 조직이다. 당시 <일요시사>는 최이동·김현규·김찬규 등 3명이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과 범죄수익 세탁 등의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세 사람의 구체적인 관계는 물론 국내 유명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자금 세탁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국내 사업체까지 추적했다. 최씨의 국내 송환으로 과거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촬영된 단체 사진을 토대로 최씨와 김찬규씨가 김 전 시장과 함께 여행 일정을 소화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김포시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경찰 출신 이상훈 변호사도 등장했다. 김포시장 지인? 당시 김 전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23년경 이 변호사의 권유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이 변호사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해 금요일에 출국한 뒤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해외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은 최씨에 대해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당시 최씨와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김 전 시장은 “몰랐다. 수배자라면 당연히 검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김포FC 홈경기장 VIP석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김포FC는 김포시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으로, 당시 구단주는 김 전 시장이었다. 이에 김포FC 측은 “구단이 최씨를 직접 초청한 사실은 없으며 다른 멤버십 회원이나 후원사를 통해 티켓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전 시장 역시 취재진에 “VIP석은 스폰서에게 배정되는 자리로, 구체적인 출입 경위는 구단에 문의하라”고 반박했다. 조세호와 친분 과시하던 조직 부총책 최이동의 두 얼굴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 말련 동행…김포FC VIP석도 등장 특히 최씨와 김 전 시장을 연결한 이 변호사는 경찰 출신으로 김포시 자문변호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다른 사건에서도 수사를 받던 차가원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현직 경찰관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이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건물에 최씨 명의의 대부업체가 법인 본점 주소지로 등록돼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부동산 등기부와 법인 등기사항을 대조한 결과, 이 변호사는 한남동 S 빌딩의 소유자였으며 최씨 명의 H 대부업체는 해당 건물을 사업장 소재지로 사용하고 있다. 최씨 등이 국내에서 수익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사업자금으로 전환했다면 범죄수익 추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수사 관련 자료와 복수의 제보를 종합하면 김씨는 해외 도박 조직의 전반적인 운영과 자금 흐름을 관리하고, 김찬규씨는 현지 실무와 도박 사이트 관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규씨는 올해 4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하면서 처음 신원이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권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17일 겐팅하이랜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던 김찬규씨를 납치해 감금한 뒤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은 수배자는? 현지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김찬규씨를 구조하고 납치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현지 법원에서 그는 불법체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사건에서는 피해자였지만, 한국에서는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셈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