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③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사건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16:48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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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를 죽일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부천데이트폭력 생존자는 사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심리상담은 그런 생존자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이자, 사건의 원인을 밝혀줄 ‘열쇠’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 서울 ‘상담센터 사이’에서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생존자와의 상담에 <일요시사>는 관찰자로 참석했다. 본 상담의 내용은 생존자와 상담자 양쪽의 동의를 얻어 공개함을 밝힌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은 지난 2018년 10월초 생존자 김가은(가명)이 가해자 강정준(가명)으로부터 자신의 집에 한 달 동안 감금된 채 폭언·협박·폭행·성폭행 등을 당한 사건이다. 김가은은 세 차례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했고, 검거된 강정준(이하 가해자)은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월, 강간 혐의로 징역 1년6월 등 총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적반하장 
민사소송

사건이 있은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가은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① 지옥에서의 30일,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63).

김가은(이하 생존자)에 대한 심리상담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일정보다 약 1시간30여분 먼저 시작됐다. 생존자는 속마음을 털어낸 듯 눈물을 훔치며 취재진이 배석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생존자에 대한 상담은 재판 부분에서 이어졌다. 눈물을 닦아낸 생존자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는 취재진이 배석한 이후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1시간 동안 총 8번 언급됐다. 약 8분당 1번꼴이다. 8번 모두 재판과 관련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② 끝나지 않은 악몽,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71). 생존자는 지난달 11일 변론기일에 직접 참관했다. 그리고 가해자의 진술을 들었다.

생존자는 이 과정에서 손이 떨리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혹시나 자신의 뒷모습이라도 보일까 봐 재판이 끝나는 순간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생존자는 그때 가장 극심한 불안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상담을 주재한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프리즈 리스폰스(freeze response, 어떤 대상을 목격하거나 떠올릴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얼어붙는 현상)’라고 진단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다음은 상담 후 심 교수가 밝힌 생존자의 현재 상태다.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침습적 사고도 강렬하고요. 성격변화도 보입니다. 꿈으로 사건을 재경험하는 일도 겪고 있습니다. 프리즈 리스폰스라고 해서 가해자를 생각할 때 얼어붙어서 말이 안 나오는, 데이트폭력에 의한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병리적 구타’ 소견…동물학대도
사이코패스와 달라, 차이점은?

‘침습적 사고’는 원치 않는 기억이 계속 떠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겪는 증상 중 하나다. 침습적 사고는 사고 주체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존자는 상담 중간에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건 이전과 달리 행동을 해야할 때 주저하게 된다는 고민이었다. 생존자는 그런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추가 고소를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다양한 증상들을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위축돼있어요. 화조차도 못 내죠.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 극심한 분노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자괴감이 들거든요. 그 다음 단계는 굉장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는 알코올 중독과 자살시도로까지 이어집니다.”


생존자는 데이트어플로 가해자를 알게 됐다. 유튜브 방송을 보던 중 호기심에 데이트어플을 시작했다. 가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생존자는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첫인상이 조금 강해 보이긴 했지만, 평범한 20대 남성의 모습이었다. 심 교수는 이 사건에서 데이트어플이 ‘판타지’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생존자는 우연에 의해서라도 이성과 뭔가 다른 친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생존자는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좋은 남성에게서 보호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욕구는 생존자의 아주 깊은 결핍에 기인합니다.”

생존자는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 생존자에게 외삼촌은 실질적인 아버지였다. 외삼촌은 어린 생존자에게 “친아빠처럼 생각하라”고 말했다. 고학력자인 외삼촌은 생존자에게 아버지이자 롤모델이었다. 생존자는 스스로 자기계발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논문을 찾아볼 정도로 학구적 성향을 보인다. 

“생존자는 외삼촌의 영향으로 남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학용품을 사주고 같이 장난도 치는 외삼촌을 보면서 자란 생존자가 남성을 경계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가해자와의 만남은 생존자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가해자가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생존자의 집에 눌러 살기 시작한 바로 그날부터였다. 그때부터 생존자는 탈출하기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최소 14회 이상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다.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맥주 잔, 청소기 봉대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됐다. 심 교수는 가해자가 ‘병리적 구타’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해자는 ‘패솔로지컬 배터러(pathological batterer, 병리적 구타자)’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욱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분노조절이 전혀 안 돼요. 분노조절이 안 되면 계속 구타를 해야 하고요. 구타를 하는 행위 안에서 자신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기이한 경험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시험에 합격한다거나, 유능한 일을 할 때 자존감을 회복하잖아요? 그런데 병리적 구타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구타라는 행위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침습적 사고
계속 떠올라

가해자의 폭력적 성향은 비단 생존자만을 향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의 집에 눌러앉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그 강아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가해자는 강아지들을 귀여워하다가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으르렁거리면 미친 듯이 때렸다고 한다. 강아지들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다. 그 오줌을 치우는 일은 생존자의 몫이었다. 

동물학대 행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심 교수는 병리적 구타자와 사이코패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 모두 성격장애이긴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유희처럼 즐깁니다. 자신이 신처럼 누군가의 생사를 앗아가는 것에 흥분을 느낍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은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의심과 집착 증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상대적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 들죠. 이춘재와 같은 사이코패스 계열이 살인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반면, 가해자와 같은 병리적 구타 계열은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신체적 약자를 길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심 교수는 의심과 집착을 데이트폭력의 전조증상으로 꼽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올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등의 집착을 보였다. 전화가 오면 자신의 옆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라고 강요했다. 가해자는 혹시나 생존자에게 다른 남자로부터 연락이 오는지 지속적으로 의심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엄청 관심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랑에 의한 관심과는 다릅니다. 현실을 왜곡해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비합리적 행위가 전조증세입니다. 이때 빨리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해자는 의심과 집착 외에도 여성 혐오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강아지들을 구타한 후 “이래서 옛말에 여편네랑 개XX는 하루에 한 번씩 매질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생존자를 구타하면서도 가해자는 “이 시간에도 자기 남편한테 맞아서 죽어가는 X들이 많을 거다. 내가 한국 남자의 진짜 무서움을 보여줄게”라고 위협했다.

이는 평소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김치녀’ ‘한녀’가 문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두 표현 모두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신조어다. 

관심과 집착
구분부터 해야

가해자는 생존자가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면 구타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가해자는 평소 자신이 프랑스 유학파라는 점을 생존자에게 유독 강조했다고 한다. 심 교수는 이를 합리화의 전형이라고 봤다. 

“생존자를 때릴 때 ‘김치녀’ ‘한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가해자가 문화적인 투사, 합리화를 하는 것뿐입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때릴 이유를 찾는 것뿐입니다. 합리화죠. 때릴 때 눈을 마주치게 하는 점은 단지 상대가 너무 쉽게 풀이 죽거나 위축되면 재미가 없어서예요.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대등한 사람을 제압했다고 생각할 때 더욱 큰 희열을 느낍니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를 때 저항도 해봤다고 토로했다. 막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더욱 심한 폭력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소리 지르고 반항하면 안 때릴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거예요. 그러나 때리는 이유를 찾는 사람에게 저항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가해자는 계속 합리화하며 ‘가스라이팅’을 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해자는 생존자를 만나기 이전에도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생존자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가해자의 이전 여자친구 편지에는 “이제는 때리지 않아줘서, 점점 노력해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노예화’라고 칭한다.

“인지적으로 노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그래서 넌 맞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때려야 한다’입니다. 때리고 맞는 것에 관한 합리화를 세뇌 수준으로 반복하죠. 그 밑바닥에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너만 없었으면 내가 성공했을 텐데, 너와 결혼해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전조 증상은 의심·집착
‘여성 혐오’ 성향도 보여

가해자는 폭력을 사용하는 와중에도 생존자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했다. ‘여보’ ‘자기’ 같은 호칭은 물론이고, 구타 후에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졸랐다. 이는 가해자가 상습특수상해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계속됐다. 가해자는 수감 중에도 생존자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연애편지를 방불케 한다.

“가해자가 마치 생존자와 결혼한 듯이 행동한 일은 폭력에 덧씌워진 ‘당의정(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하여 표면에 당분을 입힌 정제)’이라고 보면 됩니다. 폭력은 굉장히 쓰잖아요. 그 쓴 맛을 못 느끼게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로 코팅을 하는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 그 당의정이 가해자의 진심이라거나 나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해자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생존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합의서를 써주고, 가해자 측으로부터 소정의 합의금을 받았다. 합의서는 ‘형사상 합의했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다. 반대로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생존자가 당시 합의서를 써주는 과정에 가스라이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해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합리화해 생존자에게 ‘구원자 콤플렉스(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를 자극합니다. ‘절대 안 때리겠다. 나는 개과선천했다’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하고, 그 말을 믿고 싶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마음을 누그러뜨려 합의서를 써주게 됩니다.”

가해자는 유사강간 등에 대한 재판이 끝난 후 돌변했다. 생존자와의 접견 과정에서 가해자는 “밖에 나가면 너를 죽여버리겠다”며 살인예고를 한 상태다. 생존자는 합의서를 써준 일을 후회하고 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실제로 살인을 할 확률이 꽤 있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전과자가 됐다고, 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 가해자 역시 2차 가해를 하거나 생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사법부와 경찰 쪽에서요.”

생존자는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해자가 생존자의 명의로 약 2000만원을 대출받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는 일도 겪었다. 생존자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생존자는 가해자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상담 과정에서 막막한 현실 속에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생존자는 스스로에게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피해의식
도 넘어

“생존자의 자아정체성 중에서 ‘커리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생존자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커리어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위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리어가 좌절됐다는 느낌이 생존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근원으로 보입니다.”

생존자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감기나 바이러스처럼 금세 낫지 않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기억을 불로 지진 듯이 사건을 각인해 기억해두는 것입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각인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우울증처럼 뇌의 생화학적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 아니라 때론 구조적 변화까지도 동반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생존자의 자아 강도가 높아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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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