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서예지 스캔들

몰락 재촉한 어두운 과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예계에 유일무이한 스캔들이 발생했다. 남녀 배우 간 연인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모자라 두 사람 사이에 ‘가스라이팅’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대중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떠한 해명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번 스캔들의 주인공인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의 이미지 추락은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것처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은 현재 연예계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로 불리는 가스라이팅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거짓말

가해자는 서예지, 피해자는 김정현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비난의 대상이다. 특히 서예지의 피해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둘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스태프 갑질 논란을 비롯해 학교폭력 의혹, 스페인 유학 허언증까지 자극적인 루머가 계속 돌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이 워낙 강력한 탓에 다른 연예 이슈는 자연스레 외면받는 상태다. 

시작은 배우 김정현과 서지혜 간의 열애설이었다. 지난 12일 <디스패치> 보도를 통해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 과정에서 김정현이 소속사 이적 건으로 인해 서지혜의 집에서 만났었다는 게 화근이 됐다. 


여기까지는 연예계에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김정현이 현 소속사인 오앤 엔터테인먼트(이하 오앤)와 계약 기간에 타사와 접촉했고, 심지어 오앤과 연락두절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불편한 사안이지만 개인과 소속사 간의 도덕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당일 <디스패치>를 통해 또 하나의 보도가 나왔다. 김정현과 서예지와의 대화 내용이 핵심인데, 김정현이 서예지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흔적이 있었던 것.

내용의 시점은 지난 2018년이다. MBC 드라마 <시간> 촬영 중이었던 김정현은 서예지로부터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받고 있었다. 

대화를 보면 마치 연인이 아닌 종속관계로 여겨질 법한 내용이다. 당시 드라마 상대역이었던 서현은 물론 여성 스태프들과 대화는커녕 인사도 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아무런 경계 없이 서예지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김정현의 행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시간>은 취재진을 초청하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논란이 된 작품이다. 김정현은 행사 당일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으며, 서현과도 거리를 두는 게 포착됐다.

드라마의 홍보를 하는 자리인 만큼 배우가 기분이 좋지 않아도 웃으며 분위기를 밝히는 게 일반적인 데 반해 김정현은 지나치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기분이 좋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작품에 몰입해서 그렇다”는 이상한 해명도 늘어놨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작품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혹평 속에서 종영했다. 당시의 문제가 정상 범주를 벗어난 두 배우의 일탈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서예지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가스라이팅, 학폭, 갑질, 허언증… 
연예계 유일무이…이슈들 집어삼켜

이후 서예지와 관련된 루머가 대량 확산됐다. 특히 온라인 루머의 중심이 된 SBS 장태유 PD는 해당 루머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까지 했다. 

이 외에도 과거 한 차례 불거졌던 학교폭력 의혹이 재점화됐으며, 스태프들을 평소 무시한 행태도 폭로됐다. JTBC <아는 형님>에서 밝힌 스페인 유학설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예지와 관련되 논란이 생겨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강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내일의 기억>이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 지난 13일 오후 2시에 열린 이 행사에 서예지는 불참했다. 불참이 예상됐지만, 그 과정이 또 제멋대로였다는 게 행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논란이 불거진 지난 12일 <내일의 기억> 제작진에 해명 자료를 내겠다고 밝힌 서예지 측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가 오후 8시30분 “참석할 테니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막아달라”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 측에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30여분 뒤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내일의 기억>이 장편 데뷔작인 서유민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온 힘을 다한 제작진에게는 청천벽력이다. 수년 넘게 공들인 탑이 출연 배우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도 서예지는 상대역인 배우 김강우나 스태프들을 무시하는 행보까지 한 것. 서예지는 주위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루머를 몸소 입증했다.

사건의 주범인 김정현에 대한 평가도 최악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자필 편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몇 마디 말로 용서를 구하기엔 그의 잘못이 너무 크다. 

드라마 현장에서 대사와 상황을 마음대로 고쳐 달라며 어깃장을 부린 부분이나,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스태프들을 괴롭게 한 점은 기본적인 프로의식조차 결여된 모습이다. 그런 문제를 일으킨 소속 배우를 끝까지 믿고 tvN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등에 캐스팅되는 데 도움을 준 소속사의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행위는 불편한 사실이다.

아울러 그는 해명 자료에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면 건강한 배우가 되겠다”고 전했다. 최악의 잘못을 저지른 그가 해명에서부터 기회를 달라고 언급하는 것은 여전히 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두 사람의 공통적인 잘못은 사람에 대한 존중의 부재다.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앞세워 주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 전혀 고민이 없는 태도가 이번 스캔들의 발단이다.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은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연예인 생명에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다.


과연 두 사람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주위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누군가가 정의와 사랑 등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 

불편한 사실

무례하고 기만적인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환호를 받는 것은 이제 멈춰져야 한다. 이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이 온전한 사회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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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