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서예지 스캔들

몰락 재촉한 어두운 과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예계에 유일무이한 스캔들이 발생했다. 남녀 배우 간 연인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모자라 두 사람 사이에 ‘가스라이팅’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대중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떠한 해명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번 스캔들의 주인공인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의 이미지 추락은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것처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은 현재 연예계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로 불리는 가스라이팅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거짓말

가해자는 서예지, 피해자는 김정현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비난의 대상이다. 특히 서예지의 피해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둘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스태프 갑질 논란을 비롯해 학교폭력 의혹, 스페인 유학 허언증까지 자극적인 루머가 계속 돌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이 워낙 강력한 탓에 다른 연예 이슈는 자연스레 외면받는 상태다. 

시작은 배우 김정현과 서지혜 간의 열애설이었다. 지난 12일 <디스패치> 보도를 통해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 과정에서 김정현이 소속사 이적 건으로 인해 서지혜의 집에서 만났었다는 게 화근이 됐다. 


여기까지는 연예계에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김정현이 현 소속사인 오앤 엔터테인먼트(이하 오앤)와 계약 기간에 타사와 접촉했고, 심지어 오앤과 연락두절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불편한 사안이지만 개인과 소속사 간의 도덕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당일 <디스패치>를 통해 또 하나의 보도가 나왔다. 김정현과 서예지와의 대화 내용이 핵심인데, 김정현이 서예지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흔적이 있었던 것.

내용의 시점은 지난 2018년이다. MBC 드라마 <시간> 촬영 중이었던 김정현은 서예지로부터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받고 있었다. 

대화를 보면 마치 연인이 아닌 종속관계로 여겨질 법한 내용이다. 당시 드라마 상대역이었던 서현은 물론 여성 스태프들과 대화는커녕 인사도 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아무런 경계 없이 서예지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김정현의 행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시간>은 취재진을 초청하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논란이 된 작품이다. 김정현은 행사 당일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으며, 서현과도 거리를 두는 게 포착됐다.

드라마의 홍보를 하는 자리인 만큼 배우가 기분이 좋지 않아도 웃으며 분위기를 밝히는 게 일반적인 데 반해 김정현은 지나치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기분이 좋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작품에 몰입해서 그렇다”는 이상한 해명도 늘어놨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작품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혹평 속에서 종영했다. 당시의 문제가 정상 범주를 벗어난 두 배우의 일탈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서예지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가스라이팅, 학폭, 갑질, 허언증… 
연예계 유일무이…이슈들 집어삼켜

이후 서예지와 관련된 루머가 대량 확산됐다. 특히 온라인 루머의 중심이 된 SBS 장태유 PD는 해당 루머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까지 했다. 

이 외에도 과거 한 차례 불거졌던 학교폭력 의혹이 재점화됐으며, 스태프들을 평소 무시한 행태도 폭로됐다. JTBC <아는 형님>에서 밝힌 스페인 유학설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예지와 관련되 논란이 생겨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강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내일의 기억>이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 지난 13일 오후 2시에 열린 이 행사에 서예지는 불참했다. 불참이 예상됐지만, 그 과정이 또 제멋대로였다는 게 행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논란이 불거진 지난 12일 <내일의 기억> 제작진에 해명 자료를 내겠다고 밝힌 서예지 측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가 오후 8시30분 “참석할 테니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막아달라”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 측에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30여분 뒤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내일의 기억>이 장편 데뷔작인 서유민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온 힘을 다한 제작진에게는 청천벽력이다. 수년 넘게 공들인 탑이 출연 배우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도 서예지는 상대역인 배우 김강우나 스태프들을 무시하는 행보까지 한 것. 서예지는 주위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루머를 몸소 입증했다.

사건의 주범인 김정현에 대한 평가도 최악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자필 편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몇 마디 말로 용서를 구하기엔 그의 잘못이 너무 크다. 

드라마 현장에서 대사와 상황을 마음대로 고쳐 달라며 어깃장을 부린 부분이나,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스태프들을 괴롭게 한 점은 기본적인 프로의식조차 결여된 모습이다. 그런 문제를 일으킨 소속 배우를 끝까지 믿고 tvN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등에 캐스팅되는 데 도움을 준 소속사의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행위는 불편한 사실이다.

아울러 그는 해명 자료에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면 건강한 배우가 되겠다”고 전했다. 최악의 잘못을 저지른 그가 해명에서부터 기회를 달라고 언급하는 것은 여전히 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두 사람의 공통적인 잘못은 사람에 대한 존중의 부재다.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앞세워 주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 전혀 고민이 없는 태도가 이번 스캔들의 발단이다.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은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연예인 생명에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다.


과연 두 사람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주위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누군가가 정의와 사랑 등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 

불편한 사실

무례하고 기만적인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환호를 받는 것은 이제 멈춰져야 한다. 이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이 온전한 사회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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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찐윤’ 장동혁의 큰 그림

‘언더 찐윤’ 장동혁의 큰 그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장동혁 신임 대표를 선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정치적 변화가 지나치게 잦다”는 비판과 “언더 찐윤의 지지를 업고 당 대표가 됐다”는 우려가 따라다닌다. 장 대표는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역대 당 대표들은 ‘단일대오’란 절대반지를 탐내다가 몰락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장동혁 의원이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는 지난 2022년 5월 진행된 보령시·서천군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약 3년3개월 만에 당 대표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카멜레온 수장 등극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진행된 본경선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 15만3958표(36.85%)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13만1785표(31.54%) ▲조경태 의원 7만3427표(17.57%) ▲안철수 의원 5만8669표(14.04%) 등 득표율을 보였다. 결선에선 장 대표가 22만301표를, 김 전 장관은 21만7935표를 얻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지원을 입었다. 그는 ‘의원 107명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반이재명 투쟁에 앞장서는 국민의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어 “싸우지 않는 자는 금배지를 떼라”고 주장했고, 찬탄(탄핵 찬성)·친한(친 한동훈)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같은 장 대표의 선명 노선은 당원투표가 80% 반영되는 경선에서 제대로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향후 당 혁신의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자유 우파 시민과의 연대’였다. 그는 “우파 시민과의 연대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찬탄·친한 숙청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단 기존 의견도 바꾸지 않았다. 지난달 7일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불거진 ‘극우’ 논란에 대해 “저는 지금까지 어떤 계파에 줄을 선 적 없고, 소신껏 행동한 소신파”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재명정부와 싸울 강한 야당 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주장과 달리, 그에게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계과의 밀착설이 제기된 지 오래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7월 YTN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언더 찐윤 성향의 여러 재선급 의원들이 장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본다”며 “친윤은 5년 후 대선에 출마하기 어려운 김 전 장관을 지지할 수 없고, 성향도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당 대표는 미래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정치인으로 선출해야 해서 장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찬탄 성향인 조 의원과 안 의원은 언더 찐윤이 절대로 지지할 수 없는 후보들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에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 45명 중 일부를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 사태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가, 선출된 후 뜻을 바꿔 강제로 교체될 뻔했다. 정청래와 초강력 극한의 대결 시작부터…심상치 않은 결합 또 언더 찐윤은 지명도가 높으면서도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외부인을 영입해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윤 전 대통령도 외부에서 영입해 옹립한 대선후보로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 전 총리도 비슷한 형태로 정계에 입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될 뻔했다. 이들의 대권 도전 과정엔 언더 찐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단 것이 다수의 분석이다. 물론 선거 내내 유지했던 강성 발언만이 장 대표 당선의 비결은 아니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이 정치를 하기 위해 처음 찾아간 곳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었다”며 “스스로 개혁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장 대표를 평가했던 옛 영상도 주목받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영상을 통해 “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할 때, 그 초안을 당시 법사위 파견 판사였던 장 의원이 작성했다”며 “장 의원은 안 전 의원을 따라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장 의원이 그 지역구(대전 서구을)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경선에서 이를 언급했고, 김 전 장관 측은 최 전 의원 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장 대표의 정치적 행적도 정리돼 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는 민주당 입당 시도→국민의힘 친한→친김문수→친쌍권(권영세·권성동)→친한덕수→친윤 순으로 계파를 옮겼다. 장 대표는 원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친한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의견 충돌 이후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의 대선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사무총장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로 사무총장직을 고사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한 전 총리 대선캠프를 방문해 후보단일화를 촉구했을 당시 함께 행동했다. “나는 소신파” 잦은 계파 이동 장 대표의 3년여 정치 경력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이 매우 선호할 만한 이력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김 전 장관을 진짜로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한 전 총리를 대선후보로 확정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을 지원해 대선후보로 등극시킨 후 한 전 총리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아울러 장 대표가 ▲반이재명 단일대오 ▲찬탄파 숙청 등 외엔 별다른 혁신 방안을 언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언더 찐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 찬탄파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현역 의원 십수 명이 친한계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숙청하면, 국민의힘이 간신히 유지하는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 조 의원도 지난달 4일 <일요시사>와 만나 “대통령 관저에 모인 강성 친윤(친 윤석열) 의원 45명 중 1/3가량을 청산할 것”이라며 “이들을 내보내도 민주당의 개헌 시도에 찬성할 리는 없으니, 개헌 저지선 붕괴 여부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도 방향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국회 의석 107석을 보유했을 뿐인 소수 야당이란 사실이다. 장 대표는 ‘반이재명 단일대오’ 외엔 ▲범여권의 검찰 해체 시도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 ▲특검 수사 대응 등 산적한 구체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의원들이 뭉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채 상병 특검팀은 지난 7월11일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송언석 당시 비대위원장은 의원 107명에게 소집 공지를 했지만, 의원실 앞에 모인 의원은 불과 20여명이었다. 국민의힘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특검은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이다. 각자 살길을 찾기에도 바쁜 수사 내역이 될 가능성이 커서, 장 대표가 말하는 ‘단일대오’가 어떤 강도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임 의원 압수수색 당시 상황은 설령 친한계 의원들을 모두 국민의힘에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단일대오 조성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전초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장 대표는 ‘우파 시민과의 연대’라는 표현을 활용하면서 전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던 기존 약속에 대해서도 “지킬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면 지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단일대오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재집권하는 방법은 정당 지지가 유동적인 합리적 보수·중도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씨·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만 인기 있는 극우 인사와의 절연 ▲자체 내부 혁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었다. 이런 상황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교만에 빠져 자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차기 집권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장 대표는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반이재명 단일대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단일대오는 외부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내부 혁신 움직임을 ‘내부 총질’로 규정해 탄압할 때 주로 이용하는 정치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내부 혁신? 내부 총질? 하지만 단일대오는 허상이다.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 107명을 한목소리로 유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대중 정치인이 등장하거나, 의견을 잘 조율할 수 있는 밀실 합의 구조라도 갖추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자유한국당 이후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제외한 역대 당 대표는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당 대표가 돼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에선 친박(친 박근혜)과 친홍(친 홍준표)의 계파 갈등이 이어졌다. 이 상황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당내 갈등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자, 홍 전 대표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급락했다. 지난 2018년 진행된 지방선거 후보들은 홍 전 대표의 유세 지원을 피하느라 바빴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지방선거서 대패했고, 홍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도 “문재인정부 앞에서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와 중도를 포함하는 범보수가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황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시절엔 삭발·단식 등 고전적인 투쟁을 이어갔다. 미래통합당으로 탈바꿈한 이후엔 전 목사 등 강경 보수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03석만을 건지는 대참패를 당했다.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황 전 대표의 현실적인 정치 생명은 그 시점에서 사실상 끝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권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도 ‘단일대오’를 외쳤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 당선 후 취임할 때도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와 공동운명체”라면서 재차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김 전 대표로선 대표 당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친윤이 모두 지원하는 등 막강한 배경을 과시했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강조할 만했다. 누가 뭐래도 오직 마이웨이 멈추지 않는 단일대오 집착 그러다가 국민의힘 인요한 당시 위원장이 주도했던 혁신위원회가 “영남 출신 중진이 서울서 출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남 스타 서울 출마론’을 제시했다. 이어 그 대표주자로 김 전 대표가 거론되면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전 대표에게 “당 대표는 유지하되, 차기 총선엔 불출마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사퇴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출마를 강행했다. 김 전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였다. 결국 모두의 지원을 업고 화려하게 당 대표가 됐던 김 전 대표는 취임 후 9개월여 만에 초라하게 사퇴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한 한 전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대오를 언급했다. 물론 당시 국민의힘에선 단일대오가 불가능했다. 한 전 대표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크게 갈등하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었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한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매우 컸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 전 대표를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고, 이에 반대하면서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친한계 의원이 바로 장 대표였다. 향후 국민의힘에선 자신 있게 대선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전국 주자를 배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불출마에 이어 조 의원·안 의원 중 특별한 후보를 지원하지 않다가, 결선에 이르러 “차악을 선택하자”면서 김 전 장관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한 전 대표와 험악하게 결별한 장 대표가 당선됐기 때문에,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훼손됐다. 조 의원과 안 의원은 모두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조 의원은 안 의원에게 계속 단일화를 요청했지만, 안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안 의원으로선 단일화를 받아들여 양보한 사례가 많았고, 윤 전 대통령은 안 의원이 단일화에 호응한 결과 중 최악으로 기록될 만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선 선뜻 단일화에 응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는 차가웠다. 조 의원과 안 의원의 본 경선 득표를 합치면, 장 대표·김 전 장관에 대적할 수 있었다. 결선 진출자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고, 최종 결선에서도 누가 당선될지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 전 대표도 두 후보를 선뜻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회의적 시선들 언더 찐윤과 국민의힘 당원들은 장동혁이란 ‘카멜레온’을 선택했다. 언더 찐윤이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언더 찐윤이 힘이 떨어진 수장으로부터 가차 없이 돌아선단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강조했던 ‘단일대오’는 이전 당 대표들을 모두 수렁으로 몰아넣은 절대반지였다. 아울러 장 대표 당선 자체가 합리적 보수·중도 유권자에겐 국민의힘의 회생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통하기 시작했다. 과연 장 대표의 정치적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장 대표의 정치적 장기 생존 가능성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