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배달’ 장례식장서 눈물 쏟은 사연? 주작 의혹 일파만파

보배 당일가입 회원의 감사글
친구 빈소 사진 및 내역 공개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시흥시의 모 장례식장으로 배달됐다며 게재된 감동 치킨 사연이 주작 의혹으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이번 주작 논란은 5일, 한 누리꾼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고인의 마지막 치킨의 감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보배 회원 A씨는 “하루아침에 안녕이라고 제일 친한 친구가 고인이 됐다. 평소에 제일 좋아하던 브랜드 치킨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빈소에 친구가 좋아했던 치킨을 올려주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배달시키면서 해당 업체에 ‘이곳 치킨을 너무 좋아했는데 마지막으로 먹는 치킨이 될 것 같으니 작게 튀겨주세요’라는 부탁의 요구사항을 남겼다.

얼마 후 배달된 치킨 종이박스 안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치킨과 함께 업주의 메모가 들어 있었다.

메모에는 “OOO 시흥OO점입니다. 우선 저희 매장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인의 마지막을 저희가 부족하지만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치킨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는 내용이 자필로 추정되는 필체로 적혀 있었다.

A씨는 “개봉 후 가족과 친구들 모두 펑펑 한바탕 울었다.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너무 감사했다. 얼마 전에 아기도 태어난 것으로 아는데 정말 대박 나셨으면 좋겠다”며 “복 받으시고 친구가 잘 먹고 간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감사해했다.


그는 글과 함께 조화로 꾸며진 빈소와 빈소 한가운데에 놓인 치킨 사진과 치킨 브랜드 업주가 쓴 메모, 주문 내역 사진을 공개했다. 주문 내역에는 지난 4일, OOO 시흥OO점서 황금올리브치킨 한 마리가 배달된 것으로 표시돼있다.

보배 회원들은 “치킨집 사장님이신가요?”라며 주작을 의심하는 댓글도 달렸다. 해당 댓글엔 22명이 추천을, 17명이 반대 버튼을 눌렀다(5일 오후 3시 기준).

많은 추천수를 받으면 선정되는 베플에는 “다시 봐도 ‘OOO OOOO점입니다’로 시작되는 편지는 너무 인위적이다. 당일 가입에 너무 티 난다” “솔직히 편지, 사진구도가 좀 인위적이고 게다가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는 ‘당일 가입’”이 올라가 있다.

또 “한 가지 조언 드리자면 악마 같은 가해자와 억울한 피해자 구도가 좋다. 사장님이 피해자거나 피해자를 도와주는 시나리오여야 감동이 밀려오고 돈줄 내려 몰려 든다. 상호는 1~2쿠션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지, 이렇게 대놓고 첫 문장에 나오는 것도 좋지 않다”고 비꼬는 댓글도 달렸다.

이 외에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지만 굳이 상호명을 노출할 필요까지?” “이 정도면 병이다, 진짜…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 장례식장 가서 인증샷?” “펑 예상하니, 박제하실 수 있는 분 박제 부탁드린다” “전에 비슷한 글을 한 번 본 것 같은데?” “무슨 사연도 없고 치킨값 안 받고 조의 표한다는 메모 한 장에 가족들이 펑펑 울기까지? 닭집 사장님 자녀 소식까지 알고 있는 건 또 뭘까?” 등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회원 ‘라OO’은 “저 같으면 가장 친한 친구 마지막 보러 가는 길에 조용히 치킨 하나 사서 올리겠다. 주문할 때부터 ‘제 제일 친한 친구 어쩌구 장례식장이 어쩌구 마지막이 어쩌구’ 하고 주문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그걸 사진 찍어 올리는 것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누구 이해되시는 분 있느냐? 인스타그램 각 잡는 거냐?”고 의심했다.

다른 회원들도 “장례식장 무수히 다녀봤지만 사진 찍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음…” “당일 가입하셔서 첫 글인데 좀…” “뭔가 좀 인위적인 냄새가 풀풀 난다”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의심 가는 대목은 또 있다. 2만3000원에 주문된 치킨은 ‘배달 완료’로 돼있는데 보통 프랜차이즈 치킨을 배달시킬 때는 후결제가 아닌 선결제로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A씨가 공개한 메모엔 “치킨값은 받지 않겠다”며 무료로 제공됐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오히려 ‘고인을 위해’ 업주가 공짜로 치킨을 제공했다면 결제 내역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훈훈한 정이라고 메모하겠다. 다시 읽어도 눈물 난다” “멋진 분이다” “치킨 글 보고 울컥한 건 처음” “가슴 찡한 사연이네요. 사장님 대박 나시길…” “겁나 슬프다” 등 고인의 애도와 함께 업주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날 가입했던 A씨는 오후 12시56분에 최초로 글을 작성한 후 1시간 째 단 한 개의 댓글도 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가장 친했던 친구를 보내고 있는 상중인 만큼 주작 의혹 제기는 성급한 판단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A씨는 지난 6일, <일요시사>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일이 되레 치킨집 사장님께 큰 죄를 짓게 된 것 같아 죄송스럽고 생업에 지장이 생길까 너무 걱정된다”며 “글을 삭제하면 그만이지만 치킨집 사장님께선 저 때문에 큰 피해를 보시게 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OOO 쪽에서 ‘주작 아니냐’ ‘사실 맞느냐’는 확인 전화로 일하는 데 곤란한 상황이라고 한다”며 “해당 지점은 저도, 친구도 종종 이용했다. 다른 지점 치킨도 먹어봤지만 친구와 제 입맛엔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가까워 여러 번 포장해와서 사장님 얼굴을 알고 있었고 자리를 비워 아내분 출산도 알고 있었다. 작게 잘라달라고 한 이유는 크게 튀겨지면 먹기가 불편해서 부탁드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일 가입’ 논란에 대해선 “글을 작성하기 위해 가입한 건 맞다. 그 전까지는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또 “장례식장 주소로 배달 완료된 치킨 사진, 고인의 전광판 사진, 쿠OOO 리뷰 사진, 쿠OOO 현OOO 선졀제 영수증도 모두 갖고 있다. 선결제해서 치킨값이 현금으로 들어 있다”며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사장님 생업에 지장이 될까 너무 걱정이고 저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발 치킨집 사연이 주작이 아니라는 것만 알게 됐으면 좋겠다. 제발 치킨집 사장님께서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6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A씨 지인의 장례는 경기도 시흥시 시화 소재의 OO병원 장례식장 1층 특실서 치러졌으며 발인은 지난 6일 오전 7시에 이뤄졌다. 또 인증 사진으로 올렸던 빈소 제단도 해당 장례식장의 대리석 재질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A씨는 주작 논란이 일자 보배에 ‘고인의 마지막 치킨의 감동 글쓴이’라는 제목으로 해명 글과 함께 결제 주문 영수증, OO병원 장례식장 장례 일정 인증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월28일, 대구서 모친 장례식장을 찾았다는 택배기사의 감동 사연(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1918)이 <일요시사> 및 다수 매체 보도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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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