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있다” 업주 ‘울산 대게 환불거부’ 손님과 진실공방

업주 당일 카드 결제영수증 공개
예약 시각 및 룸 발생 여부 배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오후 7시15분에 돌아간 CCTV 영상이 있어 향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며 게는 삶아서 나올 때까지 30분 걸려서 미리 삶아도 오후 7시쯤 먹게 된다.”

지난해 12월31일, 장모 칠순잔치로 예약 후 찾아갔던 울산 정자항 소재의 한 대게집 환불거부 논란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가열되고 있다. 이른바 ‘울산 대게 환불거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손님과 업주 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 누리꾼은 예약 시각보다 일찍 해당 음식점에 도착했으나 선결제 후 2, 3층에 자리가 없었던 데다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싶어 환불을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이 지난 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소개되면서 대게집 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업주로 추정되는 회원의 반박 댓글이 게재되면서 균형의 추가 업주 측으로 다소 기우는 모양새다.

보배 회원 A씨는 이튿날인 지난 5일, ‘울산 대게 75만원 환불사건의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글에 “7시 이전에 자리가 나왔지만 이미 기분 탓하면서 환불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지금도 장난전화와 노쇼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다 체증해놓고 있다. 섣불리 한쪽 편에 서지 마시고 법적으로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2023년 12월31일, 오후 7시30분 예약 손님이 오후 6시21분에 방문해 ‘아직 방이 나지 않아 대기해야 한다’고 부탁드렸는데도 막무가내로 환불을 요청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언론에 흘려 현재 매장에 심각한 영업방해 및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울산경찰서에 명예훼손과 일부 고의적 노쇼, 고의적 업무방해 등의 내용으로 오늘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사이버상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상황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들어갔음을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말 가장 바쁜 날 오후 7시30분에 예약해놓고 오후 6시40분에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으니 환불해달라는 게 오로지 업주의 책임이냐?”며 “일부 고객 응대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이 과실이 전부 저희에게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부디 한쪽 의견만 듣고 죄 없는 자영업자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마무리했다.

100% 업주 책임이 아닌 만큼 전액 환불은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A씨는 댓글에 첨부 파일로 당일 결제 영수증으로 예상되는 카드사 신용매출전표 사진도 공개했다. 실제로 매출 전표상 거래일시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6시21분40초로, 합계금액은 75만원으로 기재돼있다.

A씨는 “왜 선결제인가요?” “예약 시각보다 1시간10분이나 일찍 와서 ‘룸 내놔라’고 진상짓 하는데 ‘네’ 하고 계산하고 삶았다는 거냐?” 등 보배 회원들의 댓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해당 업주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서 “방을 잡아두긴 했는데 앞서 이용하던 손님이 오랜 시간 이용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홀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포장도 권유했지만 손님이 막무가내로 환불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A씨가 결제했던 대게는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에 서너번 해당 음식점을 방문했다는 한 보배 회원은 지난 6일 ‘울산 대게집 75만원 환불 요구건에 대해 업주에게 들었다’는 제목으로 “제 글이 사장님을 옹호하는 글일 수도 있겠지만, 들은 말 그대로를 옮긴 것이니 감안해달라”며 글을 게재했다.

전날 가입했던 그는 “12월31일 오후 7시30분에 예약한 손님 아홉 분이 오후 6시20분경에 도착해 1층 대게직판장서 대게를 골라 카드 결제 후 2층 초장집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약된)해당 룸엔 손님이 식사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는데 직원이 ‘대게가 쪄지는 약 20분 동안 홀 좌석서 기다려달라’고 안내했으나 거부하고 1층으로 내려가 환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손님이 선택한 대게들은 찜솥에서 찌고 있는 터라 환불은 곤란하고 잠시 기다리면 룸으로 안내하고 2층서 발생하는 1인 5000원의 초장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손님은 재차 환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손님 일행은 ‘포장해드릴 테니 타 초장집서 드셔라’고 권했으나 거부하고 환불을 요구했으며 실랑이하는 동안 음식점을 찾았던 손님들을 놓쳐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환불을 거부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B씨는 지난 4일 보냈던 <일요시사> 취재 요청 내용을 5일에 확인했지만,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원글에 추가 형식으로 “내용증명 보내고 민·형사 소송을 하기로 했다. 현재 관공서 민원 접수 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방송사에 제보해 동서 형님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어느 댓글에 예약 취소하고 삼각김밥을 먹었다는 온라인 리뷰가 있다고 하는데 저 아니다. 그날 나와서 바로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다”고 반박했다.

보배 회원들의 댓글에선 “역시 양쪽 당사자 말을 들어봐야 한다. 너무 한쪽 말만 듣고서 급발진은 위험하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장님은 인민 재판 당하신 것과 다름없다” 등 B씨가 하소연 글을 올렸을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알겠는데 아직 식사 전인데도 웬 환불? 그럼 먹지도 않았는데 미리 선불 받았고 그걸 안 준다고?” “그럼 1시간 넘게 찌는 것도 아닐 텐데 1시간이나 더 일찍 와서 방도 없는데 대게는 왜 잡았느냐?” “반박 댓글이 핑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1시간 전, 자리도 없는데 대게를 죽이고 찐다는데 너무 많이 찌면 수율이 빠지고 작게 찌면 비려서 맛이 없는데 그런데도 죽였다고? 1시간 동안 찌다가 줄 건가? 자리 없다고 포장해가라고?” 등 여전히 B씨를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형혼OO’은 “본질을 흐리지 마시라. 2번이나 방 예약을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없고 기다려도 자리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는데 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저 곳은 일반적인 초장집이 아니다. 애초 예약제를 무시하는 곳이었으면 예약이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 사람이 7시에 예약했다면 여러분은 시간 약속을 정각 7시에 맞춰 움직이느냐?”며 “40분 일찍 도착했는데 예약한 방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회원 ‘콩OO’도 “CCTV를 통해 확인 중에 있다? 왠지 가게의 잘못으로 쏠려간다. 어떤 식으로 난동을 부렸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인지 모를 대상을 차는 것도 아니니 10분이면 확인하고도 남을 텐데 확인 중이라고? 녹화된 영상의 시간 캡처 하나만 올려도 되는데 그건 안 하고?”라며 업주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약돼있는 룸의 사용 여부도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손님에게 선결제를 요구한 부분은 대게집 업주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게다가 예약돼있던 방이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는 상황서 대뜸 대게 손질부터 시작했다는 해명은 납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업주의 반박 중 노쇼에 대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노쇼란 예약 후 손님들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하지만 이번 논란의 경우, 예약 손님이 음식점을 방문했기 때문에 노쇼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은 뒤로 하고,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회원 ‘로또1등OOO’는 “이건 업주가 미리 돈 받아먹고 ‘배 째라’고 한 거 아니냐? 예약을 받지 말던가, 자리를 비워 두던가 했어야 했다”며 “그것도 아니라면 결제 취소해주고 사과했어야 한다. 노쇼, 업무방해로 신고하셨다? 자폭하시네”라고 힐난했다.

회원 ‘다이어OOOO’는 “예약 시각으로 물타기 해서 손님 탓으로 돌리지 마시고 1층서 룸도 안 나왔는데 결제하고 올라가라고 한 여사장이 제일 잘못 아니냐?”며 “예약 때도 전화로 ‘찌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 그 전에 와서 1층서 결제하면 된다’고 예약할 때 설명 안 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찍 와서 ‘룸 내놔라’ 진상짓을 했다는 게 본질이 아니라 1층서 예약했다고 말하고 결제하고 올라가라고 했으면 당연히 예약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 아니냐”면서 “올라가니 룸은 없고 직원들은 예약자 명단 확인도 안 하는 것 같고 주변에 식당 많은데 굳이 불친절한 곳에서 식사하고 싶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회원 ‘새벽OOO’도 “아니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환불해달라는데 안 해주고는 뭔 X소리야? 그렇게 장사가 잘돼서 자리가 없으면 환불해주고 다른 손님 받으면 되는 것이고, 예약 취소로 손해나기 싫으면 예약금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 억울할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선결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원 ‘징계OOO’는 “먹지도 않은 거 결제한 것부터가 상식 이하다. 원래 그 동네는 선불이냐?”고 반문했다.

또 “예약 시각보다 일찍 왔다면 ‘지금은 자리가 없어 시간에 맞춰 자리를 마련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하면 될 것을 미리 선결제 요구하는 것도, 예약자도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먹고 싶어 선결제하고 자리 빼달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저는 식당 측과 예약자 둘 다 50 대 50으로 본다” 등 중립 댓글도 눈에 띈다.

이렇듯 이번 논란의 최대 쟁점은 ▲B씨 일행의 음식점 도착 및 예약 시각 ▲룸 발생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씨는 도착 시각이 오후 7시라고, 업주는 오후 7시30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업주 측이 공개한 결제영수증의 결제 시각이 오후 6시21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 1시간이라는 ‘기다림과 이해’를 요구받았던 B씨 일행은 그런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주 입장에선 예약 시각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데다 이전 손님의 오버타임으로 예약돼있는 룸을 내주지 못했고, B씨 입장에선 예약한 룸을 이용할 수 없게 돼 환불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룸 발생에 대해 업주 측은 “오후 7시 이전에 자리(룸)가 나왔지만 이미 기분 탓하면서 환불만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이날 오후 6시50분경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과 함께 7시20분경 해당 음식점을 나왔다. 이 같은 업주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룸이 생겼는데도 B씨 일행이 들어가지 않고 굳이 경찰을 부른 이유가 설명되지 못한다.

즉, ‘7시 이전에 자리가 났다’는 업추 측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8일 JTBC <사건반장>서 공개한 영상서 B씨가 “방도 없는데 예약은 왜 받았느냐?”고 언성을 높이자 업주는 “(위층 직원이)방이 없다잖아요, 방이…”라고 대꾸했다.

이어 “아니 그럼 대게 삶기 전에 먼저 (예약 룸을)취소했어야지. 결제 먼저 덜렁 해놓고 방도 없고…”라고 따지자 업주는 “방으로 예약이 4개 있는데 안 나오는 걸 끄집어낼 수도 없는 거 아니냐. 3시간 전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데…”라고 항변했다.

“그럼 결제를 하지 말았어야지. 방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결제하던가…”라고 추궁하자 “그거(죽은 대게)는 어떻게 하라고요? 자리가 방이 아니더라도 9명 마련해놓고 왔는데 조금씩 이해를 해야지, 어떻게 하느냐? 초장 값 안 받는다고 했지 않느냐. 75만원 대게 죽였는데 이 생물은 어떻게 하나?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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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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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