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있다” 업주 ‘울산 대게 환불거부’ 손님과 진실공방

업주 당일 카드 결제영수증 공개
예약 시각 및 룸 발생 여부 배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오후 7시15분에 돌아간 CCTV 영상이 있어 향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며 게는 삶아서 나올 때까지 30분 걸려서 미리 삶아도 오후 7시쯤 먹게 된다.”

지난해 12월31일, 장모 칠순잔치로 예약 후 찾아갔던 울산 정자항 소재의 한 대게집 환불거부 논란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가열되고 있다. 이른바 ‘울산 대게 환불거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손님과 업주 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 누리꾼은 예약 시각보다 일찍 해당 음식점에 도착했으나 선결제 후 2, 3층에 자리가 없었던 데다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싶어 환불을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이 지난 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소개되면서 대게집 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업주로 추정되는 회원의 반박 댓글이 게재되면서 균형의 추가 업주 측으로 다소 기우는 모양새다.

보배 회원 A씨는 이튿날인 지난 5일, ‘울산 대게 75만원 환불사건의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글에 “7시 이전에 자리가 나왔지만 이미 기분 탓하면서 환불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지금도 장난전화와 노쇼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다 체증해놓고 있다. 섣불리 한쪽 편에 서지 마시고 법적으로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2023년 12월31일, 오후 7시30분 예약 손님이 오후 6시21분에 방문해 ‘아직 방이 나지 않아 대기해야 한다’고 부탁드렸는데도 막무가내로 환불을 요청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언론에 흘려 현재 매장에 심각한 영업방해 및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울산경찰서에 명예훼손과 일부 고의적 노쇼, 고의적 업무방해 등의 내용으로 오늘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사이버상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상황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들어갔음을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말 가장 바쁜 날 오후 7시30분에 예약해놓고 오후 6시40분에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으니 환불해달라는 게 오로지 업주의 책임이냐?”며 “일부 고객 응대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이 과실이 전부 저희에게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부디 한쪽 의견만 듣고 죄 없는 자영업자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마무리했다.

100% 업주 책임이 아닌 만큼 전액 환불은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A씨는 댓글에 첨부 파일로 당일 결제 영수증으로 예상되는 카드사 신용매출전표 사진도 공개했다. 실제로 매출 전표상 거래일시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6시21분40초로, 합계금액은 75만원으로 기재돼있다.

A씨는 “왜 선결제인가요?” “예약 시각보다 1시간10분이나 일찍 와서 ‘룸 내놔라’고 진상짓 하는데 ‘네’ 하고 계산하고 삶았다는 거냐?” 등 보배 회원들의 댓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해당 업주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서 “방을 잡아두긴 했는데 앞서 이용하던 손님이 오랜 시간 이용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홀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포장도 권유했지만 손님이 막무가내로 환불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A씨가 결제했던 대게는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에 서너번 해당 음식점을 방문했다는 한 보배 회원은 지난 6일 ‘울산 대게집 75만원 환불 요구건에 대해 업주에게 들었다’는 제목으로 “제 글이 사장님을 옹호하는 글일 수도 있겠지만, 들은 말 그대로를 옮긴 것이니 감안해달라”며 글을 게재했다.

전날 가입했던 그는 “12월31일 오후 7시30분에 예약한 손님 아홉 분이 오후 6시20분경에 도착해 1층 대게직판장서 대게를 골라 카드 결제 후 2층 초장집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약된)해당 룸엔 손님이 식사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는데 직원이 ‘대게가 쪄지는 약 20분 동안 홀 좌석서 기다려달라’고 안내했으나 거부하고 1층으로 내려가 환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손님이 선택한 대게들은 찜솥에서 찌고 있는 터라 환불은 곤란하고 잠시 기다리면 룸으로 안내하고 2층서 발생하는 1인 5000원의 초장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손님은 재차 환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손님 일행은 ‘포장해드릴 테니 타 초장집서 드셔라’고 권했으나 거부하고 환불을 요구했으며 실랑이하는 동안 음식점을 찾았던 손님들을 놓쳐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환불을 거부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B씨는 지난 4일 보냈던 <일요시사> 취재 요청 내용을 5일에 확인했지만,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원글에 추가 형식으로 “내용증명 보내고 민·형사 소송을 하기로 했다. 현재 관공서 민원 접수 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방송사에 제보해 동서 형님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어느 댓글에 예약 취소하고 삼각김밥을 먹었다는 온라인 리뷰가 있다고 하는데 저 아니다. 그날 나와서 바로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다”고 반박했다.

보배 회원들의 댓글에선 “역시 양쪽 당사자 말을 들어봐야 한다. 너무 한쪽 말만 듣고서 급발진은 위험하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장님은 인민 재판 당하신 것과 다름없다” 등 B씨가 하소연 글을 올렸을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알겠는데 아직 식사 전인데도 웬 환불? 그럼 먹지도 않았는데 미리 선불 받았고 그걸 안 준다고?” “그럼 1시간 넘게 찌는 것도 아닐 텐데 1시간이나 더 일찍 와서 방도 없는데 대게는 왜 잡았느냐?” “반박 댓글이 핑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1시간 전, 자리도 없는데 대게를 죽이고 찐다는데 너무 많이 찌면 수율이 빠지고 작게 찌면 비려서 맛이 없는데 그런데도 죽였다고? 1시간 동안 찌다가 줄 건가? 자리 없다고 포장해가라고?” 등 여전히 B씨를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형혼OO’은 “본질을 흐리지 마시라. 2번이나 방 예약을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없고 기다려도 자리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는데 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저 곳은 일반적인 초장집이 아니다. 애초 예약제를 무시하는 곳이었으면 예약이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 사람이 7시에 예약했다면 여러분은 시간 약속을 정각 7시에 맞춰 움직이느냐?”며 “40분 일찍 도착했는데 예약한 방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회원 ‘콩OO’도 “CCTV를 통해 확인 중에 있다? 왠지 가게의 잘못으로 쏠려간다. 어떤 식으로 난동을 부렸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인지 모를 대상을 차는 것도 아니니 10분이면 확인하고도 남을 텐데 확인 중이라고? 녹화된 영상의 시간 캡처 하나만 올려도 되는데 그건 안 하고?”라며 업주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약돼있는 룸의 사용 여부도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손님에게 선결제를 요구한 부분은 대게집 업주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게다가 예약돼있던 방이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는 상황서 대뜸 대게 손질부터 시작했다는 해명은 납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업주의 반박 중 노쇼에 대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노쇼란 예약 후 손님들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하지만 이번 논란의 경우, 예약 손님이 음식점을 방문했기 때문에 노쇼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은 뒤로 하고,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회원 ‘로또1등OOO’는 “이건 업주가 미리 돈 받아먹고 ‘배 째라’고 한 거 아니냐? 예약을 받지 말던가, 자리를 비워 두던가 했어야 했다”며 “그것도 아니라면 결제 취소해주고 사과했어야 한다. 노쇼, 업무방해로 신고하셨다? 자폭하시네”라고 힐난했다.

회원 ‘다이어OOOO’는 “예약 시각으로 물타기 해서 손님 탓으로 돌리지 마시고 1층서 룸도 안 나왔는데 결제하고 올라가라고 한 여사장이 제일 잘못 아니냐?”며 “예약 때도 전화로 ‘찌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 그 전에 와서 1층서 결제하면 된다’고 예약할 때 설명 안 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찍 와서 ‘룸 내놔라’ 진상짓을 했다는 게 본질이 아니라 1층서 예약했다고 말하고 결제하고 올라가라고 했으면 당연히 예약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 아니냐”면서 “올라가니 룸은 없고 직원들은 예약자 명단 확인도 안 하는 것 같고 주변에 식당 많은데 굳이 불친절한 곳에서 식사하고 싶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회원 ‘새벽OOO’도 “아니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환불해달라는데 안 해주고는 뭔 X소리야? 그렇게 장사가 잘돼서 자리가 없으면 환불해주고 다른 손님 받으면 되는 것이고, 예약 취소로 손해나기 싫으면 예약금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 억울할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선결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원 ‘징계OOO’는 “먹지도 않은 거 결제한 것부터가 상식 이하다. 원래 그 동네는 선불이냐?”고 반문했다.

또 “예약 시각보다 일찍 왔다면 ‘지금은 자리가 없어 시간에 맞춰 자리를 마련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하면 될 것을 미리 선결제 요구하는 것도, 예약자도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먹고 싶어 선결제하고 자리 빼달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저는 식당 측과 예약자 둘 다 50 대 50으로 본다” 등 중립 댓글도 눈에 띈다.

이렇듯 이번 논란의 최대 쟁점은 ▲B씨 일행의 음식점 도착 및 예약 시각 ▲룸 발생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씨는 도착 시각이 오후 7시라고, 업주는 오후 7시30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업주 측이 공개한 결제영수증의 결제 시각이 오후 6시21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 1시간이라는 ‘기다림과 이해’를 요구받았던 B씨 일행은 그런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주 입장에선 예약 시각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데다 이전 손님의 오버타임으로 예약돼있는 룸을 내주지 못했고, B씨 입장에선 예약한 룸을 이용할 수 없게 돼 환불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룸 발생에 대해 업주 측은 “오후 7시 이전에 자리(룸)가 나왔지만 이미 기분 탓하면서 환불만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이날 오후 6시50분경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과 함께 7시20분경 해당 음식점을 나왔다. 이 같은 업주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룸이 생겼는데도 B씨 일행이 들어가지 않고 굳이 경찰을 부른 이유가 설명되지 못한다.

즉, ‘7시 이전에 자리가 났다’는 업추 측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8일 JTBC <사건반장>서 공개한 영상서 B씨가 “방도 없는데 예약은 왜 받았느냐?”고 언성을 높이자 업주는 “(위층 직원이)방이 없다잖아요, 방이…”라고 대꾸했다.

이어 “아니 그럼 대게 삶기 전에 먼저 (예약 룸을)취소했어야지. 결제 먼저 덜렁 해놓고 방도 없고…”라고 따지자 업주는 “방으로 예약이 4개 있는데 안 나오는 걸 끄집어낼 수도 없는 거 아니냐. 3시간 전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데…”라고 항변했다.

“그럼 결제를 하지 말았어야지. 방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결제하던가…”라고 추궁하자 “그거(죽은 대게)는 어떻게 하라고요? 자리가 방이 아니더라도 9명 마련해놓고 왔는데 조금씩 이해를 해야지, 어떻게 하느냐? 초장 값 안 받는다고 했지 않느냐. 75만원 대게 죽였는데 이 생물은 어떻게 하나?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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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