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현금 절도요?” 오리발 내민 차량정비사, 결국…

차주 “차 키 줬는데 1분 만에…”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음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렇게 끝내는 게 맞을까요? 여태까지 저만 피해를 봤을까요? 앞으로 이런 (차량정비사의)도벽이 고쳐질 수 있을까요?”

경기도 용인 소재의 한 차량정비소 직원이 손님 차량 안에 있던 현금 50만원에 손을 댔다가 덜미가 잡혔으나 발뺌을 했다는 사연이 공개돼 뭇매를 맞고 있다. 내부 블랙박스가 아니었다면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서 고스란히 50만원을 도난당할 뻔했던 것이다.

5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차량정비사가 제 현금에 손을 댔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가입이 10년도 넘은 회원 A씨는 “답답해서 처음으로 글을 작성한다. 리콜 통지를 받은 차량이라 용인 지역의 오토O로 정비를 하러 갔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지난 4일 아침까지 차 안의 콘솔박스 안에는 50만원 상당의 현금이 든 돈봉투가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오후 정비소를 찾은 그는 ‘바로 옆에 차량을 주차하겠다’는 한 정비사의 말에 차 키를 넘기고 접수센터로 향했다.

‘수리까지 2시간가량이 걸린다’는 접수센터의 안내를 받은 A씨는 현금을 찾으러 갔으나 콘솔박스 안에는 현금도, 봉투도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차량으로 가던 중 주차 후 나오는 정비사와 마주치는 모습은 차량 내 블랙박스에도 고스란히 녹화됐다.

A씨는 “차를 전부 다 뒤졌는데도 나오지 않아 바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뽑았다. 다짜고짜 그 분을 의심할 수 없었기에 바로 택시를 잡아 귀가해 녹화된 영상을 확인해보니 정비사는 차량 주차 후 바로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블랙박스엔 정비사가 콘솔박스를 열고 닫는 소리는 물론 봉투 소리 및 차를 뒤지는 소리, 심지어 숨소리까지 생생히 녹화돼있었다.

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깜짝 놀랐다. 정확히 하기 위해 여러 개를 다 확인한 후 정비소로 가서 책임자를 불러 다 같이 블랙박스를 확인했다”며 “정비사에게 ‘왜 콘솔박스를 뒤졌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아니다’라고 했다가 ‘열어보긴 했지만 돈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해서 결국 경찰을 불렀고 사장님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상황을 파악한 사장이 ‘도난당한 50만원을 입금할 테니 좋게 끝내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으나 A씨는 정비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었다.

그는 “돈은 받아야 하니 계좌번호를 불러 드렸고 정비사분을 불러서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장님도 ‘자기와 7년 일한 친구인데 좀 봐달라’는 식으로 말하길래 화나서 경찰에게 입건해달라”고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이 ‘한 번 입건되면 돌이킬 수 없으니 더 생각해보라’고 권유하자 그제서야 정비사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할 말이 없다’며 절도를 인정했다.

‘현금은 어디 있냐? 가져와라’고 요구한 A씨는 정비사가 가져 온 현금을 보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세탁기에 잘못 넣어서 쭈글해진 (5만원권)지폐 2장이 보였다. 심지어 말만 50만원이라고 했지, 거기엔 만원짜리도 몇 장 들어 있었는데, 정확히 오만원권 10장만 가져왔다”고 탄식했다.


“만원짜리들은 다 어디 갔느냐”는 추궁에 정비사는 ‘봉투는 버렸고. 금액은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비소 사장에게 받은 50만원은 그대로 입금시켰다는 A씨는 “화가 났지만 저도 일을 해야 하니 급하게 나왔다. 왕복 택시비 3만원을 입금 받고 일하고 퇴근했는데 이게 맞다 싶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렇게 끝내는 게 맞을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콜솔박스엔 잔돈이나 지폐 등 많은 잡동사니들을 넣어둔다. 주자하는 단 1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리콜 서비스는 받지도 못했고 블랙박스는 모두 백업해놨다”고 마무리했다.

게시글에는 정비소 사장과 나눴던 문자메시지도 첨부됐다.

문자에는 “제가 돌려드린 오만원권 중에 쭈글한 거 두 장 있을 것이다. 그건 제가 세탁기 돌려서 그런 것이다. 다른 분들도 저처럼 피해 안 당하게 조치해달라”는 A씨 요구에 사장은 “죄송하다. 그런 일 없도록 교육시키겠다”고 사과한 내용이 담겼다.

보배 회원들은 “도벽과 도박은 고칠 수가 없다. 일종의 병이다” “정비소에 손버릇 나쁜 사람들이 있다. 남의 차 안에 잔돈 가져가고 CD도 훔쳐갔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는 게 몇 번 해본 듯하더군요” “소탐대실, 안타깝다. 겨우 현금 50만원에 자기 밥줄을 걸다니…” “경찰서 고고씽” 등의 안타깝다는 반응의 댓글이 달렸다.

또 “합의금까지 받아야 한다” “그 사이에 그렇게 빠르게 뒤지고 가져간 거라면 이번이 한 번은 아닐 것 같다” “합의 봐도 정비사는 벌금 나온다. 봐주는 건 안 된다” “웬만하면 사장이 저렇게 넘기지 않으려고 할 텐데…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된다” “평소에도 저렇게 했을 거다. 봐주지 마시라” 등의 응원 댓글이 주를 이뤘다.

반면 “돈도 받고 사과도 받았는데 마무리하시죠” “직원이 순간의 찰나에 큰 잘못을 했지만 새해도 밝았는데 봐주시는 아량을 베풀어보시는 건 어떠시냐. 다시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달렸다.

이날, <일요시사>는 사실관계 및 취재를 위해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원글은 삭제 처리됐다. 

일부 회원들의 ‘왜 굳이 현금을 갖고 정비소를 찾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정비가 길어질 것이라는 것을 전화를 통해 미리 알았고 차량 맡긴 후 돈을 입금하기 위해서였다”며 “주차 발렛 맡기고 1분 뒤 찾으러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 소재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업계서 차량 내 분실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수리를 위해 차량정비소를 찾을 때는 차 안에 귀중품이나 현금 등은 아예 두지 않는 게 좋다. 경우에 따라 계기판의 누적 주행거리를 촬영해놓으면, 나중에 중요한 증거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 관계자는 “견물생심(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속담)이라는 말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관련업 종사자들의 도덕적 양심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