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접 없었다” 쿠팡 일산 물류센터 일용직의 토로

“작업반장, 반말 하대에 언성 높이며 폭언”
화장실 가는 사람에게 “어디 가냐?” 큰소리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많은 분들이 보시고 앞으로 물류센터서 일용직으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경기도 일산 소재의 쿠팡 물류센터 근무 중이라는 일용직 A씨가 지난 16일, 새로 부임한 작업반장 B씨의 갑질 업무지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쿠팡 로지스틱스 일산 2캠서 오후 6시30분부터 새벽 1시30분까지 소분 알바를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주 전에 새로 온 작업반장의 폭언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잠깐 쉬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분들에게 악을 지르면서 ‘거기 일 안 하고 뭐하는 거야’ 등 반말로 하대하면서 폭언 및 고성을 일삼았다”며 “자기성격을 이기지 못해 ‘똑바로 못하면 다른 업무로 다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악을 지른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나이를 불문하고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반말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다른 조장들에게는 ‘일용직들을 갈구라’는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어제는 ‘C가 잘 못 갈구니 D가 가서 일용직들을 갈궈라’고 지시하는 걸 직접 들었다. 하차 알바하는 분들에게 매일매일 ‘빨리 안 하고 뭐하는 거냐’고 마이크로 언성 높이면서 반말로 폭언했다”며 “화장실 가는 사람에게 모든 물류센터 내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어디 가는 거에요?’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일 언성을 높이면서 반말로 자기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일용직 분들을 노예처럼 부린다. 하루에도 수십번 폭언과 고성을 일삼고 있다”며 “심지어 몇몇 분들은 현재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녹취를 하고 있고 어제는 B씨의 폭언을 참지 못한 남성 두 분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B씨의 폭언으로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사람이 없는 상태서 업무량은 정해져 있다 보니 2~3명이서 해야 할 업무를 1명이서 하는 등 노동자분들이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계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다들 경제적인 상황이 힘들어 투잡하러 오시는 분들이 다수다. 이런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대접받으면서 일하는 게 너무 서럽다. 공론화시켜서 더 이상 선량한 노동자분들이 피해를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한 회원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쥐꼬리만한 감투라도 씌워주면 뭐라도 되는 양 날뛰는 부류인 듯”이라고 옹호했다.

다른 회원도 “어쩌다 사회 찌질이 같은 사람이 간만에 완장 찼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그냥 집단으로 움직여야 답 나온다. 녹취한 것으로 집단으로 윗선에 대처해야 답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만약 ‘알겠다, 주의시키겠다’고 할 것이라면서 그대로 남겨놓으면 색출할 거 뻔하니 그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쿠팡 물류센터서 일 해본 경험이 있다는 회원도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화장실 가는 것까지 눈치보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물류센터 작업반장이 무슨 대단한 직책이라고…가소롭다” “물류센터 일 힘들다는 거 전 국민들이 다 아는데, 왜 그렇게 갈구는지 모르겠다” “괜히 쿠팡에서 사람 죽어나가는 거 아니다” 등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처럼 글 작성자를 옹호하는 댓글과 함께 부정적인 댓글도 상당수 달렸다. ‘약자’와 ‘불의’ 앞에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뛰어드는 보배 회원들이 이번 갑질 피해 호소글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당일 가입자라는 점 ▲녹취 등 증거자료가 없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회원은 “근무자들끼리 단합해서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발 벗고 나서기는 싫고 인터넷에 글 써서 제3자가 나서주길 바라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녹음된 내용 중 하나라도 오픈해야지, 여기 분들은 중립기어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거들었고 또 다른 회원도 “얼추 공감은 가는데 당일 가입은 패쓰” “당일 가입, 증거 없음, 거르는 게 정답”이라고 공감했다.

다른 회원은 “대부분의 물류센터가 저런 상황이다. 쿠팡만 저런 게 아니다. 롯X 쪽도 만만치 않다”며 “정규직도 아니고 일용직이면 쌍욕 박고 그만두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회원 SXX도 “양쪽 말 들어봐야 해서 중립기어 박고 시작한다. 보배가 언제부터 일방의 말만 듣고 흥신소 인민재판소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노가다 일용직들 예전 하루에 할 거 이틀 걸리고 한 명이면 되는 일을 한 명 더 하게 만들고, 성실하지 않고 적당히 시간 때우다가 가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봤다. 정말 악질이면 회사에 보고하고 노동부에 신고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회원들은 작업 현장에는 휴대폰을 갖고 들어갈 수가 없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회원은 “쿠팡은 캡틴이라는 분 명령 하에 말 그대로 개미지옥 일터다.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받고 간다”며 “현장 들어가기 전 모든 일용직은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는 회원 커피타OOOOO에 따르면 일용직들은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전자기기 및 쇠붙이들을 사물함에 넣고 들어가도록 돼있다.

해당 회원은 “센터 두 곳을 갔었는데 모두 (물류센터 작업반장들이)친절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용직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월 초에 물량 폭주할 땐 작업속도를 올려달라고 하거나 자리배치를 변경해서 속도를 올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분한다는 거 보니 hub 같은데 대부분은 인원부족이라 험하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만두는 것 아니더라도 센터 내 이동하실 있을 텐데 그냥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무엇보다 아무런 증거없이 공론화라는 말에 중립”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일부 회원들의 증거자료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녹취록을 갖고 있는 몇몇 분들이 자료를 보내준다고 하셨다”며 “해당 자료로 고용노동부와 언론에 제보해서 반드시 B씨의 행동에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쿠팡 윤리위에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B씨가 쿠팡 소속이 아닌 쿠팡 로지스틱스 소속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들어가보면 전화번호도, 윤리제보 게시판조차 없다”고 항변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검색되는 해당 캠프의 소분 알바 후기 블로그 글들도 A씨가 겪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회, 3회 계속 알바를 이어갔다는 후기도 눈에 띄긴 했지만 다수의 블로거들은 “두 번 다시는 하지 않겠다”며 고통스러웠던 업무에 대해 토로했다.

단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작업반장의 업무 지시 태도에 대한 언급 대신 일이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다면서도 다그치는 현장 관리자가 없었고 대체적으로 무난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형법 제311조(모욕)에 따르면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또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의 경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욕설이나 명예훼손을 할 경우는 1:1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처벌은 쉽지 않겠지만 공공의 장소서 욕설을 하거나 모욕을 느끼게 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공연성’, 타인의 인격을 경멸해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가치판단의 ‘모욕행위’, 특정성, 증거자료를 모두 충족할 경우 상대를 고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 제76조 6항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피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앞서 쿠팡은 2021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지적받았던 바 있다. 2020년 2월에도 쿠팡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823건이었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2022년에는 7814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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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