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라”더니 기사화되자 “허위신고로 고소하겠다”

협박 문자에 제보자 “이런 적반하장 없을 것”
구청 관계자 “신고 4건에 과태료 부과는 없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전주시 덕진구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주차구역에 2칸, 3칸 주차로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벤츠 차주가 제보자에게 “허위신고로 고소하겠다”며 협박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제보자 A씨는 <일요시사>에 “추가적인 이슈가 생겨서 또 제보한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며 벤츠 차주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A씨가 제보를 통해 공개한 B씨 문자에는 “글 잘 봤다. 무더운 날씨, 힘들게 돈 버는데 수리비 몇 백씩 내시면 일한 보람이 없잖느냐”며 “장애인 주차 맞앗다(신고당했다)고 허위사고(허위신고)로 과태료 10만원씩 내시면 사장님 무더운 날씨 일한 보람 없잖느냐. 허위신고 조심하시라”고 운을 뗐다.

문자 맥락상 B씨는 A씨가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위반을 신고했던 당사자로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실제로 위반 신고했던 사실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B씨는 “차량이 큰 것도 사실이고 정직하게 주차했는데 다른 분 차량 옆에서 내리시다가 문콕 생겼다며 상대방 차량 보험접수 하시면 억울하잖나. 나만 아님 된다는 것보단 내가 그랬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시라”며 “남 가게 피해주셨다가 명예회손(명예훼손)당해서 잘못되지 마셔라. 분명 제 가게 아니라고 했는데 올리셨다. O블럭 입주자지, 상가 운영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A씨가 직접 촬영해 제보한 주차 사진 및 동영상에는 주차구역 2칸에 걸쳐 B씨 차량이 주차돼있다. A씨가 “해당 부분 블러 처리하고 작성했다”고 답변하자 B씨는 “아뇨, 캡쳐해낫다(캡처해놨다). 저 또한 법으로 하겠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기사 일부도 캡처해서 보냈다. 캡처된 기사에는 ‘아파트 상가 앞에 항상 2칸, 3칸을 차지하며 주차하거나 이중주차를 하고 이에 대해 따지자 ’내가 뭘 잘 못했냐, 나도 피해자‘라고 응수한 벤츠 차주 때문에 속 터진다는 사연이 전해졌다’는 내용이 등장한다.(후략)

B씨는 “항상 허위신고다. 법정 처벌 그쪽으로 인해 댓글들, 정신적 피해보상 뭐든 신고하고 내일 경찰서 들어가겠다. 시시티비(CCTV) 재출(제출)하겠다. 항상이란 단어는 있는 말만 하셔야. 차 없는 단지며 모든 허위고 그쪽으로 댓글 모든 사람 사이버수사대 신고 등 시시티비 재출(제출)하겠다. 댓글들이 너무 무섭다. 그쪽 허위사실로”라고 협박했다.

이어 “구청서 이미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과태료는 이제 없다. 글을 보고 차량이 없다? 밖에 나가서 확인하시라. 지하주차장 가보셔라”며 “이중주차, 상가 주차 사진 찍어 올리시면 감사하겠다. 야비하게 옆에서 장애인 주차 막은 것처럼 사진 찍어 신고하는 사람들 정면서 찍어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일 경찰서 사이버 들어갈 것이며 끝까지 해봅시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는 “주차라인 잘 맞춰도 양쪽 주차해서 내리실 때 많이 힘들고, 문콕이 왜 나는지 아버님께 물어보셔라. 있는 말과 있는 사실만 이야기하셔야 하는데 큰일”이라며 “구청저나하셔서(구청에 전화하셔서) 과태료 부과되는지는 확인부탁드린다. 장애 주차방해 없이 구청서 직접 오셔서 주차해보시고 확인하셨다”고 응수했다.

아울러 “남의 차량 파손시키고 뺑소니 치고 도망가는 건 무슨 경우인가 싶다. 당사자만 느끼고 아는 것이지 남 일이니 쉽게들 이야기하지 마시라”며 “내일 신고하겠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요시사> 취재 결과 B씨 주장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덕진구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앞서 해당 아파트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방해 신고를 몇 번 받았던 적이 있다”며 “벤츠 차주는 물론 다른 입주자들 사이서도 신고가 들어와 한 달쯤 전에 중간에 주차 방지봉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용 주차구역과 주차했던 차량들은 차 한 대 정도의 공간이 있어 확실하게 주차방해를 했다고 보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조회 결과 벤츠 차주에 대한 신고는 네 건으로 확인됐으나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는 주차방해 위반이 아닐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즉, 2·3면 주차는 사실이지만 장애인 전용 구역 주차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납부 주장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앞서 B씨는 A씨에게 “다른 각도서 사진 찍어 신고합니다. 한 달에 100만원 넘게 과태료 내고 있으니 제 마음은 모르실 것”이라고 호소했던 바 있다.

A씨는 지난 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빼째라는 주차 빌런 2탄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던 바 있다. 그는 “우선 여기서 처음으로 공론화됐기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기사도 나오고 각종 커뮤니티에도 제 글이 올라오니 확실히 그 차는 안 보였다”며 “아마도 보는 눈이 많아지니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로부터 받았던 문자 내역을 공개했다.

A씨는 “문자를 받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첫째는 왜 문콕 피해를 입주민을 대상으로 푸는 것인지 궁금하고 둘째는 그동안 장애인 주차방해로 벌금 낸 것이 허위라면 구청에 왜 연락을 안 해본 건지…참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자”라고 의아해했다.

그는 “상대 차주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러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일이 너무 커지는 건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B씨와 상가 가게 전화번호가 일치해 “C를 운영 중이신 걸로 안다”고 물었고 “C는 정리했다”는 답변을 받은 후 해당 가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당 상호명을 검은색으로 블러 처리해서 글을 작성했다.

아울러 “이럴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는지도 궁금하다. 야심한 시간에 사이다 후기를 들고 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괜한 겁박이다” “명예훼손은 아무것이나 적용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협박했으니 협박죄로 고소하면 된다” “신고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남 가게일 텐데 저 사람은 무엇으로 명예훼손 고소한다는 거죠?”라고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또 “보낸 문자를 읽자니 짜증이 난다. 명예훼손 문제는 공익성 제보인 데다 가릴 거 다 가리고 쓰셨으니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한글 맞춤법도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의 글 내용을 보면 약간 비정상적인 사람 같은데 X은 그냥 피하면 된다” “벤츠 차주가 대단한 줄 아나보다. 한글 맞춤법 공부나 더 하는 게 맞을 듯싶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후로도 B씨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는 A씨는 “아직까지는 본인 가게인 상태며 양도양수 전이라고 한다. 상호는 공개한 적 없고 상가 가게라고만 언급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B씨 주장처럼 A씨는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을까? 법조계에선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변호사는 “보통 명예훼손은 사실 적시 및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성립된다”면서도 “사이버명예훼손죄로 분류되겠지만 자동차 번호판이나 상호, 가게 전화번호 등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노출되지 않은 만큼 성립 요건에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특정된 사실을 드러내 상대방의 명예가 훼손됐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공연성과 특정성을 충족해야 하는데 해당 사안의 경우는 온라인 커뮤니티 및 기사 등 공연성은 충족될 것으로 보이나 특정성은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통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 특정성이 성립하지 않고 불특정 제3자가 성명, 얼굴, 신상정보 등으로 특정 상대를 지목할 수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1일, A씨는 3면 주차된 B씨 차량을 목격하고 그 동안의 주차 문제를 언급하며 “아침 3자리에 한 대 주차하신 걸 보고 연락드린다. 몇 달째 기존 차량부터 현재 벤츠까지 입주민을 도저히 배려하지 않는 주차에 참 속상하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해 보배드림 및 인터넷 뉴스에 제보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B씨는 “비매너로 차량 손상하고 도망가셔서 화가 나서 그런 것이다. 기존 차량 등 관리사무소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화 나시면 하실 거 다 하셔라. 저 또한 스트레스가 말도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관리소서 차량이 크니 자리 하나 해줬는데 장애인 주차을 맞앗다고(주차 구역에 댔다고) 다른 각도서 사진을 찍어 신고했다. 한 달에 100만원 넘게 과태료 내고 있는데 제 마음은 그 누구도 모르실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B씨에게 주차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관리사무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벤츠 차주의 ‘차량이 커서 자리 하나 내줬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중간자 입장인 관리사무소장으로써 특정 주민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1일, 해당 차주에게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도록 안내했고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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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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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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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