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사과해야” VS “법대로” 무인텔 강화유리 사고 논란

사과 원하는 투숙객과 재물손괴죄 주장하는 업주
업계 종사자들 “자파현상 흔히 발생” ‘중립’ 의견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9일, A씨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한 무인텔서 갑작스레 화장실 샤워 부스 문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로 인해 그는 제대로 투숙도 못한 데다, 팔과 다리 등에 뜻하지 않게 유리에 베이는 상처까지 입었다.

A씨는 이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무인텔 강화유리 터짐 조언 좀’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29일 밤 12시30분에 무인텔에 입실했다. 여긴 화장실 샤워실 문이 강화유리로 된 옆으로 미는 문 하나로 돼있다. 씻기 위해 옆으로 강화유리 문을 미는 것과 동시에 사진처럼 터졌다”며 사진 3장을 게재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이날 샤워를 하기 위해 강화유리 문을 옆으로 밀었는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다른 부분에 특별히 세게 힘을 가한 것도 아니었다.

현직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은 “요즘 강화유리 불량이 많다. 가만히 있다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보통 강화유리는 앞면 쪽은 말 그대로 강화돼있어 튼튼하지만 옆면 쪽은 조금의 충격만 가해져도 사진처럼 산산조각 난다”고 거들었다.

유리공장을 운영 중이라는 한 회원은 “슬라이딩 도어 타입의 제품으로 요즘은 국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 유리를 많이 쓴다. 유리에 불순물이 많이 들어간 유리를 강화할 경우 자연파괴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1~2달 지나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깨진 상태로 봐선 열 때 아랫부분에 뭔가 걸려서 충격으로 위에서 아래로 쏟아진 경우”라고 분석했다.


갑작스런 강화유리 터짐 사고로 인해 손과 다리에 상처까지 생긴 A씨는 급한 마음으로 무인텔 업주에게 전화했는데 귀를 의심할만한 말을 들었다.

A씨 설명을 들은 업주 B씨는 “강화유리는 망치로 쳐야 깨진다. 밀어서는 깨지지 않는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 법대로 해라”고 강조하며 A씨의 잘못으로 깨진 게 아니냐는 식으로 의심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 후에 현장을 보시고 무인텔 업주도 오셔서 처리해야지, 전화로는 안 된다고 했다가 오겠다고 하고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6통이나 전화했는데 오지 않았고 문자 보내도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다려봤지만 업주는 나타나지 않았고 출동했던 경찰도 되돌아갔다.

그는 “이후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조언 좀 해달라. 정말 당혹스럽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무인텔 업주 B씨가 ‘술 먹은 뒤에 파손한 거 아니냐’고 그를 의심했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음주 상태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그는 “사과만 하면 끝날 일인데 B씨가 재물손괴죄 얘기하면서 경찰에 고발하신다고 하길래 할 거 다 하시라고 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합의금 받을 생각도 없고 사과 후 본인들이 수리한다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글에는 무인텔 이용자였던 A씨와 B씨에 대한 성토 댓글들이 달렸다. 다수의 보배 회원들은 강화유리라고 해서 안 깨지는 게 아니라 충격이 가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깨진다는 이른바 ‘자파현상’이 종종 목격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숙박시설 욕실에는 특성상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가피(가해자와 피해자) 여부를 쉽게 구분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업주 측 입장에선 무작정 투숙객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관리부실로 인정될 경우, 유리문 재설치 비용에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투숙객 입장에선 갑작스런 파손 사고로 인해 제대로 쉬지도 못한 데다 몸에 뜻하지 않은 상처까지 생겨 보상도 받아야 한다. 

서로 피해 보상의 관점서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으로 법적 분쟁의 소지마저 다분해 보인다.

한 회원은 “강화유리는 자연파괴현상이 있으며 유리값 변상 의무는 없다. 저도 이X아서 장식장 샀는데 사용하다가 유리장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외출하고 오니 깨져 있었다. 전화했더니 자연파괴현상이라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업주 측의 재물손괴 주장에 대해 한 회원은 “재물손괴죄는 고의로 파손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니 고발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글 작성자가 상해를 입은 부분이 손해배상 받을 문제로 보인다. 병원 치료 받고 진단서 등 치료기록 남기시고 시설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준비하시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강화유리 자파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엄연한 모텔의 관리부실이다. 자료 첨부해서 소보원에 신고하고 병원 가서 진단서 발급받으신 후 1차 내용증명 발송하고, 합의 의사 없을 시 2차 소장 작성하면 된다” “어차피 (업주 측에서)일상배상책임보험 들어있을 텐데 왜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다” “고의 입증 못하면 업주가 배상책임보험으로 손해 배상해드려야 할 것”이라는 등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회원은 “무인텔 업주 입장이라면 워낙 진상 이용객들이 많아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질 않을 것”이라면서 “저 같아도 직접 보지 못했으니 그랬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이 다쳤는데 예의는 지켜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회원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깨진 게 아니라 열다가 깨진 거라면 글쓴이 과실도 있는 거 아니냐?”고 업주 측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회원은 “진짜 운이 나빴을 수도 있지만 이용객이 자기집 아니라고 막 취급하다가 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립이라고 밝혔다. 다른 회원도 “당일 가입은 중립 박는 게 국룰”이라며 동조했다. 현직 숙박업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도 “별 사람들 다 있는데 못 믿겠다. 숙박업 하시는 분들은 공감할 것 같다. 사장 억울할 듯”이라며 “유리값 변상하시길”이라고 업주를 옹호했다.

A씨는 30일에 ‘무인텔 강화유리 터짐 2’라는 제목으로 추가 글을 게재했다. 추가 글에는 강화유리가 터지면서 손과 장단지에 발생한 상처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그는 “다친 사진 첨부한다. 전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이고 일은 그쪽서 키우고 계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1일, 한 회원이 “진심어린 사과 받으면 끝낸다고 하시는데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 진짜 너무 궁금하다”는 댓글에 A씨는 “아직도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 못 받았다. 경찰분들 오셨을 때도 오신다고 하고 다섯 시간 이상을 아무 연락도 없었다”며 “초기 대응이 잘못돼 여기에 글을 올린 것으로 제가 편들어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른 회원이 “모텔 업주가 사과와 치료비 보상 약속하면서 글 올린 거 지워달라고 하면 지울 거냐?”는 댓글에는 “치료비는 필요 없다. 업주분과 2~3회, 업주 오빠라는 분과 통화 2회가 끝으로 통화하면서 ‘괜찮느냐? 미안하다’는 말은 못 들었다”며 “마지막으로 업주 오빠라는 분이 재물손괴죄로 고소하겠다고 해서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몰라 조언을 얻기 위해 여기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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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