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사과해야” VS “법대로” 무인텔 강화유리 사고 논란

사과 원하는 투숙객과 재물손괴죄 주장하는 업주
업계 종사자들 “자파현상 흔히 발생” ‘중립’ 의견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9일, A씨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한 무인텔서 갑작스레 화장실 샤워 부스 문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로 인해 그는 제대로 투숙도 못한 데다, 팔과 다리 등에 뜻하지 않게 유리에 베이는 상처까지 입었다.

A씨는 이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무인텔 강화유리 터짐 조언 좀’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29일 밤 12시30분에 무인텔에 입실했다. 여긴 화장실 샤워실 문이 강화유리로 된 옆으로 미는 문 하나로 돼있다. 씻기 위해 옆으로 강화유리 문을 미는 것과 동시에 사진처럼 터졌다”며 사진 3장을 게재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이날 샤워를 하기 위해 강화유리 문을 옆으로 밀었는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다른 부분에 특별히 세게 힘을 가한 것도 아니었다.

현직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은 “요즘 강화유리 불량이 많다. 가만히 있다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보통 강화유리는 앞면 쪽은 말 그대로 강화돼있어 튼튼하지만 옆면 쪽은 조금의 충격만 가해져도 사진처럼 산산조각 난다”고 거들었다.

유리공장을 운영 중이라는 한 회원은 “슬라이딩 도어 타입의 제품으로 요즘은 국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 유리를 많이 쓴다. 유리에 불순물이 많이 들어간 유리를 강화할 경우 자연파괴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1~2달 지나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깨진 상태로 봐선 열 때 아랫부분에 뭔가 걸려서 충격으로 위에서 아래로 쏟아진 경우”라고 분석했다.


갑작스런 강화유리 터짐 사고로 인해 손과 다리에 상처까지 생긴 A씨는 급한 마음으로 무인텔 업주에게 전화했는데 귀를 의심할만한 말을 들었다.

A씨 설명을 들은 업주 B씨는 “강화유리는 망치로 쳐야 깨진다. 밀어서는 깨지지 않는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 법대로 해라”고 강조하며 A씨의 잘못으로 깨진 게 아니냐는 식으로 의심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 후에 현장을 보시고 무인텔 업주도 오셔서 처리해야지, 전화로는 안 된다고 했다가 오겠다고 하고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6통이나 전화했는데 오지 않았고 문자 보내도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다려봤지만 업주는 나타나지 않았고 출동했던 경찰도 되돌아갔다.

그는 “이후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조언 좀 해달라. 정말 당혹스럽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무인텔 업주 B씨가 ‘술 먹은 뒤에 파손한 거 아니냐’고 그를 의심했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음주 상태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그는 “사과만 하면 끝날 일인데 B씨가 재물손괴죄 얘기하면서 경찰에 고발하신다고 하길래 할 거 다 하시라고 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합의금 받을 생각도 없고 사과 후 본인들이 수리한다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글에는 무인텔 이용자였던 A씨와 B씨에 대한 성토 댓글들이 달렸다. 다수의 보배 회원들은 강화유리라고 해서 안 깨지는 게 아니라 충격이 가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깨진다는 이른바 ‘자파현상’이 종종 목격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숙박시설 욕실에는 특성상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가피(가해자와 피해자) 여부를 쉽게 구분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업주 측 입장에선 무작정 투숙객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관리부실로 인정될 경우, 유리문 재설치 비용에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투숙객 입장에선 갑작스런 파손 사고로 인해 제대로 쉬지도 못한 데다 몸에 뜻하지 않은 상처까지 생겨 보상도 받아야 한다. 

서로 피해 보상의 관점서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으로 법적 분쟁의 소지마저 다분해 보인다.

한 회원은 “강화유리는 자연파괴현상이 있으며 유리값 변상 의무는 없다. 저도 이X아서 장식장 샀는데 사용하다가 유리장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외출하고 오니 깨져 있었다. 전화했더니 자연파괴현상이라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업주 측의 재물손괴 주장에 대해 한 회원은 “재물손괴죄는 고의로 파손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니 고발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글 작성자가 상해를 입은 부분이 손해배상 받을 문제로 보인다. 병원 치료 받고 진단서 등 치료기록 남기시고 시설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준비하시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강화유리 자파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엄연한 모텔의 관리부실이다. 자료 첨부해서 소보원에 신고하고 병원 가서 진단서 발급받으신 후 1차 내용증명 발송하고, 합의 의사 없을 시 2차 소장 작성하면 된다” “어차피 (업주 측에서)일상배상책임보험 들어있을 텐데 왜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다” “고의 입증 못하면 업주가 배상책임보험으로 손해 배상해드려야 할 것”이라는 등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회원은 “무인텔 업주 입장이라면 워낙 진상 이용객들이 많아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질 않을 것”이라면서 “저 같아도 직접 보지 못했으니 그랬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이 다쳤는데 예의는 지켜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회원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깨진 게 아니라 열다가 깨진 거라면 글쓴이 과실도 있는 거 아니냐?”고 업주 측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회원은 “진짜 운이 나빴을 수도 있지만 이용객이 자기집 아니라고 막 취급하다가 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립이라고 밝혔다. 다른 회원도 “당일 가입은 중립 박는 게 국룰”이라며 동조했다. 현직 숙박업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도 “별 사람들 다 있는데 못 믿겠다. 숙박업 하시는 분들은 공감할 것 같다. 사장 억울할 듯”이라며 “유리값 변상하시길”이라고 업주를 옹호했다.

A씨는 30일에 ‘무인텔 강화유리 터짐 2’라는 제목으로 추가 글을 게재했다. 추가 글에는 강화유리가 터지면서 손과 장단지에 발생한 상처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그는 “다친 사진 첨부한다. 전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이고 일은 그쪽서 키우고 계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1일, 한 회원이 “진심어린 사과 받으면 끝낸다고 하시는데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 진짜 너무 궁금하다”는 댓글에 A씨는 “아직도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 못 받았다. 경찰분들 오셨을 때도 오신다고 하고 다섯 시간 이상을 아무 연락도 없었다”며 “초기 대응이 잘못돼 여기에 글을 올린 것으로 제가 편들어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른 회원이 “모텔 업주가 사과와 치료비 보상 약속하면서 글 올린 거 지워달라고 하면 지울 거냐?”는 댓글에는 “치료비는 필요 없다. 업주분과 2~3회, 업주 오빠라는 분과 통화 2회가 끝으로 통화하면서 ‘괜찮느냐? 미안하다’는 말은 못 들었다”며 “마지막으로 업주 오빠라는 분이 재물손괴죄로 고소하겠다고 해서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몰라 조언을 얻기 위해 여기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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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