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 볼펜에 진심이었던 어느 보배인의 최후

쓰다가 남은 볼펜심으로 다수 실험 및 후기
“실험정신에 경의” “스카웃해가야” 등 화제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필기구 제조 전문업체 모나미의 장수 볼펜인 모나미 153 볼펜에 대한 한 누리꾼의 실험 후기가 누리꾼들 사이서 화제를 흩뿌리고 있다. 2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모나미 153 볼펜에 대한 집착’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직접 해당 실험을 했다고 밝힌 A씨는 이날 “모나미 153 볼펜심을 갈고 1/4 정도 썼는데 또 안 나오길래 초록창 지식인에 나와 있는 방법으로 집착을 해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에 1/5을 쓰고 놔둔 심과 이번에 나오지 않는 1/4 사용 심으로 초록창 카더라 실험에 돌입한다”며 10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에는 새 것, 1/4 및 1/5 사용한 볼펜심, 디지털 초시계 및 디지털 체온계와 볼펜심, 테스트 결과지, 싱글광택기까지 등장한다.

A씨는 “날이 추워 잉크가 굳어 안 나오는 것이니 따뜻하게 하면 나온다고 하길래 체온계 맥시멈 범위인 45도를 넘겨 H가 뜨도록 핫팩을 데워 10분간 열찜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1/4, 1/5 사용한 볼펜심을 종이에 연속적으로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1/5 사용한 볼펜심은 끝까지 잘 써졌지만 1/4 사용 볼펜심은 세 번째 줄 중간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흐려졌다.

그는 “열찜질 10분 후의 결과는 1/5은 그럭저럭 나오는데 1/4은 어느 정도 나오다가 다시 흐려진다. 1/5 남은 것도 좀 더 쓰니 나오지 않아 다음 실험으로 넘어간다”며 라이터와 볼펜심 사진을 첨부했다.


이어 “라이터로 볼펜 끝을 태워주면 잘 나온다고 해 라이터를 이용해 볼펜 끝을 지져본다”며 테스트 결과지를 공개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테스트해본 결과 라이터로 볼펜 끝을 태우는 방식도 별 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다.

A씨는 “핫팩에 10분 찜질한 것보다는 좀 더 오래 나오기는 하는데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흐려지면서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라이터로 볼펜 끝을 지지는) 방법은 심을 잘 보시면 플라스틱 튜브가 조금 녹아 있다. 열을 가하는 방법과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효과가 그닥 좋지 않다”고 싱글광택기 상단에 볼펜심을 붙인 사진을 공개했다.

빠른 회전을 이용한 원심력으로 볼펜 잉크를 최대한 볼펜 끝으로 모을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음 방법으로 입으로 뒤쪽을 불어 잉크를 밀어주거나 흔들어 잉크가 앞쪽으로 쏠리도록 하면 된다고 해서 좀 더 편하고 과학적으로 더 강한 힘을 주기 위해 싱글광택기라는 도구를 이용해 본다”고 소개했다.

A씨는 볼펜심을 떨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부착한 뒤 2분 동안 싱글광택기를 작동시킨 후 동심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써 지는지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 단순히 라이터로 열을 가하는 것보다 약 2배가량 지속적으로 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얼마 가지 않아 흐려졌고 결국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A씨가 첨부한 싱글광택기 테스트 종이 사진으로 라이터로 지진 후 테스트엔 1/4, 1/5 볼펜심의 2개가 두 줄 형식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반면, 광택기 테스트지엔 한 줄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A씨는 “2분을 돌려준 결과 가장 오래 잘나오지만 이 또한 얼마 가지 못하고 흐려져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왜, 볼펜심은 2개였는데 1개는 어디 갔느냐? 그 이유는…원심분리 도중 아까 녹았던 펜의 끄트머리 부위가 날아가서 산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잠시 찾지 마시라. 바닥과 벽 쪽이 난장판이 돼 알콜 들고 닦으러 간다. 벽은 새로 도배해야겠다”고 우울해했다.

아울러 “나오지 않는 400원짜리 모나미 153 볼펜의 집착에 대한 결론은 실험하는 데 총 4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고, 제 월급을 시급으로 계산해 효율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뻘짓이었다”며 “153 볼펜 쓰다가 안 나오면 100원 비싸도 끝까지 잘나오는 153 시리즈의 153 COOO이나 153 SOOOO, 1000원 비싼 FXOOO 쓰시길 추천드린다”고 마무리했다.

A씨의 투철한 실험정신에 보배 회원들은 “심심하신가 봐요. 정성스러운 실험이라 추천드려요”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웃었다” “웃으면 안 되는데…웃으면 안 되는데 ㅋㅋㅋ” “고생하셨다. 얻어진 결과가 너무 조촐해서 안습이네요” 등 놀라우면서도 재밌다는 반응이다.

이 외에도 “대단하시다. 좋은 정보 감사하다” “부자들의 실험정신과 집착이란…” “실험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와, 이런 분들이 역사를 만드시는 것 같다. 모나미는 이런 분을 스카웃해서 하루 종일 볼펜 테스트시킵시다” 등 재치 만점의 댓글들이 달렸다.

“세상 할 일 없네요”라는 댓글에 A씨는 “초록창의 카더라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결과가 슬프다”고 호소했다. 다른 회원이 “(글 보고)병원서 미친 듯이 웃고 있다”는 댓글에는 “제 자리 벽과 책상은 어쩌죠”라고 대꾸했다.

투철한 실험정신이 엿보이는 해당 후기글은 게시 2시간 만에 2만50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조회했으며 100개의 댓글과 611명 회원들의 추천을 받았다(21일 오후 1시30분 기준).

한 보배 회원은 “팁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저렇게 쓰다가 안 나오거나 오래 방치했다가 쓰려면 종이컵에 5분가량 따뜻한 물 담아서 쓰면 요즘 애들 말로 엄청 잘 나온다”며 팁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모나미 측은 “문구류의 경우 소모품으로 영구적인 사용이 어렵다. 시일이 지나면서 잉크의 건조와 분리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잉크를 담고 있는 파이프나 필터의 잉크가 굳어버리게 되면 재사용은 힘들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뜨거운 물을 사용하거나 볼을 불에 달굴 경우 제품 손상 및 잉크 유출 위험이 있다”며 “잉크 재사용에 대해선 별도의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9일에도 ‘모나미 153 볼펜’이라는 제목으로 “필사할 때 153 볼펜을 쓰는데 2년 전 즈음부터 오리지널 153은 0.7mm건 1.0mm건 심하면 1/5, 보통은 1/4 정도 쓰면 안 나오는 고질병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글을 올렸던 바 있다.


그는 “솔직히 끝까지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이소서 파는 손소독용 에탄올을 주사기나 분무기에 담아 뒤에 1cm 정도 넣어주고 일주일 정도 눕혀두면 1/3 지점 정도까지 쓸 수 있다”며 “이 또한 볼펜이 흐려져 다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153은 끝까지 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통 공부할 땐 저렴하게 쓰기 위해서 영심이라는 리필심을 사서 쓰는데 12개들이를 사도 한 학기를 못 버텨서 요즘은 2다스 사서 한 학기 버티고 있다”고 소개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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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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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