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을 결심? “‘킥보드 흠집’에 4000만원 수리비 요구”

“포르셰 정차 중…병원비까지 청구해 억울”
“보배드림 인피니티 시즌2냐?” 성토 봇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저 정도 흠집에 3000~4000만원이 말이 되는 건가요?” 6일, 한 누리꾼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전동킥보드가 균형을 잃고 쓰러져 포르셰 차량으로 쓰러져 흠집이 나자 4000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차 중인 차량에 킥보드가 중심을 잃고 툭 쓰러졌는데 다칠 수가 있나? 병원비도 정말 말이 안 된다”며 “그냥 서 있던 킥보드가 넘어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글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가게 앞에 고정돼있던 전동킥보드에 올랐는데 갑자기 균형을 잃고 쓰러져 옆에 정차돼있던 포르셰 박스터 차량의 앞휀더에 흠집을 냈다.

A씨는 호소글에 박스터 차량의 흠집 사진과 해당 차종의 상세정보, 포르셰 차량 차주와의 문자메시지 내역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사고 직후)당연히 바로 사과드렸고 차주 분이 ‘이거 앞범퍼를 다 갈아야 되는 거 아시죠?’라고 하셨다. 일단 흠집 난 부분이 범퍼도 아니었고 당시에도 이건 교체할 정도는 아니고 도장 정도로 생각됐다”며 “차주분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분들이 오셔서 진술했는데 차주분은 ‘킥보드를 타고 와서 차에 갖다 던졌다’고 허위 진술했다.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전동킥보드 어플도 없다고 진술해 (경찰분들도)확인했다”며 ”경찰분들이 진술이 다르다고 했으나 차주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출동 경찰은 해당 사고는 고의성이 없고 운행한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이 아닌 합의나 민사사건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후 A씨는 포르셰 차주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과하고 어느 정도의 합의금을 원하는지 문의했다.

포르셰 차주는 문자 답변을 통해 “수리 센터에 입고 대기 중”이라며 “수리 다 하면 견적서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차 팔려고 내놓은 거라 (차량)감가도 생각하셔야 된다. 재물손괴 변재 합의 못하시면 변호사와 법원에 가야 한다. 3000~4000(만원) 나올지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병원비도 제가 결제하고 구상권 청구할 예정이다. 동승자는 120만원까지 한도고, 병원비는 얼마 나올지 모른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 같은 답변을 받고 “그냥 서 있던 킥보드가 넘어진 것이다. 당연히 제가 피해 입힌 부분은 보상해야 하지만 이건 상식 밖의 합의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자문을 구했다.

아울러 “만약 차주분이 합의도 없이 도장이 아닌 휀더를 교체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도장 수리일 경우는 어느 정도 나오겠느냐? 견적서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두렵다”고 호소했다.

해당 글에는 “병원비 답변을 보고 한탕 ‘해먹을 결심’을 느꼈다” “포르셰 휀더는 4만불짜리 휀더” “박스터로 팔자 고치려고 하는 듯. 일하면서 돈 벌어야지” “포르셰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난다” 등 포르셰 차주를 성토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또 “‘디올 가방 사건’이 가니 포르셰가 오는구나” “인피니티 시즌2인가?” “웬만하면 중립 박으려고 했는데 문자 내용 보니 대충 사이즈 나온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일각에선 차주가 문자를 통해 언급했던 ‘3000천, 4000천’의 액수가 3000만원, 4000만원이 아닌 300만원, 400만원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과다 비용이라는 주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300~400만원이라면 인정한다” “3000천, 4000천은 3000원, 4000원의 오타라고 생각된다”며 오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은 “현직 판금도장공이다. 일단 저 정도로 보험사에서 교환 판정이 나지 않는다”며 “정식 센터 가격이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판금도장하면 포르셰 매뉴얼 도료 쓰고 정식으로 작업해도 100만원이면 떡을 세 번 뽑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수선 받아 현금 챙기고 그 돈으로 대충 광택 내든 싼 곳으로 가서 20~30만원 주고 판금을 하든 정식센터 가서 고치든 그건 차주 마음이겠지만 대인 부분에서 뿜었다. 몸이 쿠크다스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몇 몇 회원은 “사고 당일 가입 후 첫 글”이라며 “중립(가해자나 피해자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 박고 지켜봐야 한다” “당일 가입은 무조건 양쪽 말 들어봐야 한다” “형님들, 당일 가입은 도와주지 맙시다. 한두 번이냐?” 등 신중한 댓글도 달렸다.

반면 “긁었으면 물어줄 생각을 먼저 해야지. 자기 마음대로 도장으로 견적을 왜 내느냐”며 글 작성자를 비난하는 듯한 댓글도 달렸다. 또 “킥보드에 왜 올라타서 일을 만드느냐? 포르셰 차주가 과한 건 맞지만 차주 입장에선 빡칠 일 아니냐? 이런 사고를 내는지…” “킥보드 좀 싹 다 없애라. 도로와 인도에서 모두 민폐 갑”라는 부정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돌아온OOO’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박스터 차주 입장에선 아무 잘못도 없이 사고처리 보험내역을 남겨야 하고 고급 스포츠카는 보험내역에 따라 감가가 심하기 때문에 당연히 억울한 건 맞다”며 “킥보드에 올라가서 쓰러뜨려 흠집을 낸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왜 차주 입장에선 아무 잘못 없이 손해볼 일을 만들겠느냐”고 거들기도 했다.

재경 소재의 한 차량 정비업계 관계자는 “앞휀더 도장은 많이 들어가더라도 탈·부착 공임 및 도색비로 50만원 언저리일 것”이라며 “문제는 이틀이나 사흘 간 렌트가 불가피한데 하루에 30만원짜리 한다고 해도 120만원 선은 호구 잡으려고 막 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사 기준으로 저 정도로는 차량 감가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포르셰 차주가)교통사고 후 수리 이력으로 가치(차량 시세)가 하락하는 격락손해를 주장하는 것 같은데 중대 사고가 아닌 이상, 소송해봐야 인정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재물손괴죄 역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 만큼 이번 해당사항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 변호사도 “과실손괴라고 부르는데 고의가 없었으므로 처벌할 수 없으며 민사 손해만 배상해주면 된다. 상대방의 합의 요청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신고하라고 하시면 된다”고 제언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격락 손해 지급 대상은 출고 5년 이하 차량의 수리비용이 차량 가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1년 이하는 20%, 1년 초과 2년 이하는 15%, 2년 초과 5년 이하는 10%를 지급받는다. 중요한 것은 해당 차량이 5년이 지났거나 차량가에 비해 수리비가 크지 않다면 그마저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글 작성자가 제시한 차량 상세정보에 따르면 해당 차종은 포르셰 718 박스터로 최초 등록일이 7년 전인 2016년 모델이다. 포르셰 차주가 신차를 구매했는지, 중고차를 구매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격락 손해 지급 대상 기한인 출고 후 5년이 지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상은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경, 추가글을 통해 “닷글에서 말씀주신 것처럼 3000천, 4000천이라는 표기가 불분명할 수 있어 차주분께 어떻게 하면 3000~4000만원이 나오는지 자세히 알려달라고 문자 보내놓은 상태인데 아직 답변이 없다”며 “CCTV는 주말에 경찰서 가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차주로부터 답장이 오지 않고 있어 사건에 진전이 없다. 안타깝게도 일상배상책임보험은 가입이 안 된 상태”라며 “차주분과 다시 대화 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조치도 생각 중”이라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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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합특검 ‘국정원 공소장’ 오류? 막전막후

[단독] 종합특검 ‘국정원 공소장’ 오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에 가담한 국정원 고위직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종합특검팀은 이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결론 냈다. 법조계와 정보기관에서는 종합특검팀의 판단에 의문을 던졌다. 일부 사실관계를 오인해 공소장을 적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란 특검팀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가정보원 정무직은 국정원장을 포함해 기획조정실장, 1·2·3차장으로 이뤄진다. 이번에 기소된 인물은 3차장을 제외한 전부다. 가장 주목받았던 인사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다. 그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 중 유일하게 윤석열씨의 지시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와 내란 재판 증언대에 섰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홍 전 차장을 정의로운 인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고 봤다. 전시·사변 훈련이 왜 국정원 고위 관계자 중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달 19일 직무유기, 국정원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위증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이 조 전 원장에게 정치인 체포 관련 내용을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고, 조 전 원장이 이를 윤씨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계정을 삭제해 통화기록 등 전자정보를 없앤 증거인멸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은 비화폰 계정 삭제로 통화기록 등이 삭제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안전 가옥(이하 안가) 회동에서 윤씨가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진술, 계엄 선포문을 보거나 전달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한 진술 등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안가 회동을 포함해 일부 내용은 종합특검팀이 수사한 내용과 겹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정원 정무직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가에서 윤씨,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김용현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윤씨가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의 발언 사실을 알았다. 같은 해 8월19일부터 22일까지 실시된 을지연습 때는 2024년 1월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해 계엄 상황 발생 시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조 전 원장은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과 다수의 국정원 직원을 합수본에 파견하는 도상연습(2024년 8월19일 을지명령 제2호)을 실시하고 같은 해 9월3일 을지연습 강평에서 계엄 시 국정원 직원을 합수본에 파견이 가능하도록 국방부가 계엄사령부직제(대통령령)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계엄 선포 시 합수본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미리 검토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후 2024년부터 합수본 파견 불가능해져 국방부, 국정원 합수본 파견 가능케 계엄사 직제 개정 작업 진행 조 전 원장은 12·3 내란 당일 오후 9시10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접견실로 나오면서 윤씨로부터 교부받은 문건을 접어서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종합특검팀은 이 문건이 비상계엄 수행 관련 조치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은 국정원 청사로 복귀해 같은 날 오후 11시30분 홍 전 차장과 황원진 전 2차장, 윤오준 전 3차장, 김남우 전 기조실장 등을 불러 정무직 대책회의를 개회하고 “우리가 그간 을지연습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며 “을지연습 때 했던 대로, 고민했던 대로 그에 준해 부서에 맞게 준비하자”고 했다. 조 전 원장이 정무직 회의에서 ‘을지훈련’을 말한 건 다른 의미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국정원은 계엄 매뉴얼이 없다. 계엄 하에 국정원이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태용 전 원장의 질문에 대해 기조실장이 확인해 보겠다고 한 후 을지훈련이 비슷하지 않겠냐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장 직할의 감찰 담당 부서는 을지훈련 때 했던 충무사태별 조치 사항을 참고했다. 담당 책임관들은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 내부 안정과 결속력 강화가 필수적이고 국정원 주둔 계엄군 대상 보안조치 강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계엄 수행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계엄 상황 下 감찰부서 수행업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55분에 내부 이메일을 통해 소속 부서 간부 4명에게 전송했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정무직 대책회의 참석을 마치고 김모 전 해외정보국장 등 1차장 산하의 부서장들을 불러 산하 부서장 회의를 개최해 조 전 원장의 계엄 수행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각 부서별로 계엄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순차적으로 지시했다고 결론 냈다.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국제범죄조직이 준동할 수 있음 ▲보안시설 내 사보타주, 무기 탈취 등이 우려됨에 따라 사전 안전·예방 활동을 철저히 시행해야 함 ▲경찰청과 안전부 부서장이 직접 컨택 채널을 구축해야 함 ▲경찰청, 지방청과 협조해 안전부 부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현안 ▲경찰청 상황실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예방 중요 ▲앞으로 다가올 대전에서 안전단 중심으로 시위 관련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함 ▲지역담당 지부에도 똑같이 전파해 본부와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함 등이다. 대테러 부서장은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42분 부서 간부 회의를 열고 “합조팀 즉시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본부뿐 아니라 지부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계엄 매뉴얼 따로 없다 대테러 부서장 직속 국가보안 담당 사무실은 같은 날 오전 1시19분 국가보안시설 담당자의 계엄사 참여·정보수집 활동 수행, 국가보안시설 무기고 통제 및 무기 불출 준비 등 내용의 ‘계엄 시 국가보안담당 사무실 업무’ 문건을, 상황실은 오전 1시48분 계엄사에 국정원 직원 파견 등 내용의 ‘대테러상황실 긴급 상황 처리 방안’ 문건 등을 각각 작성·배포했다.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해외 분석 ▲해외 수집 ▲경제 안보 담당 부서장들에게 “해외 분석 담당 부서는 계엄 배경을 작성해 해외 수집 부서에 전달하도록 하고, 해외 수집 담당 부서는 이를 주한 거점들에게 전달해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 “경제 안보 담당 부서는 해외 반응, 향후 경제 반응을 일보 체계로 작성, 안정화될 수 있는 방향을 잡을 것” 등이라고 지시하면서 비상계엄을 수행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의심이다. 공소장에는 김 전 국장이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부서 간부 회의에서 산하 직원들에게 위의 내용을 전파하고 외교부 전문 방송망을 통해 해외 거점 파견 직원들에게 비상계엄에 관한 미국 등 각국의 반응을 수집해 일일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다. 해외 수집 부서 정보협력 책임관은 CIA(미 중앙정보국) 측과 통화 후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시그널로 다른 CIA 관계자와 연락하면서 “계엄이 해제됐으니 양 기관 협력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같은 날 비화폰으로 홍 전 차장에게 “회의 때 지시한 바와 같이 CIA 관계자에게 ‘한미 간 정보협력 채널은 이상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조치 결과를 보고했다. 오전 6시50분에는 관련 내용을 최종적으로 보고받고 국정원장 비서실 산하 정보 부부서와 홍 전 차장의 보좌관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 실제 홍 전 차장이 지시한 내용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존재한다. “계엄 상황에서 매뉴얼이 없는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다음 날 보고하라”고 했던 조 전 원장의 유일한 지시에 대해 부서장들이 홍 전 차장이 일부 언급한 내용을 다이어리에 섞으면서 포함된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종합특검팀은 국정원이 여론조작에도 나서려 했다고 판단했다. 홍 전 차장은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계엄 관련 왜곡·과장된 사실의 SNS 전파 여부 및 국내 언론과 댓글, SNS 등의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을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일부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반발이 있었음에도 홍 전 차장이 독촉했다고 적시돼있다. 인지전 대응 부서는 적국 또는 외국이 국내에 여론 조성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걸 임무로 하는 부서다. 통상 영향력 행사를 가짜 뉴스, 영상 유포, 선전 선동 등을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사이버상에 유포되고 있어 이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게 인지전 대응 부서의 통상 업무다. 잘못된 해석 두 부서는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같은 날 오전 7시30분 그 결과를 ‘비상계엄 관련 가짜 뉴스 유포·허위 선동 동향’ 제하 보고서로 작성해 내부 이메일을 통해 비서실 산하 정보 담당 부부서 및 홍 전 차장의 보좌관에게 전송했다.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인지전 담당은 1차장이 아닌 3차장 산하라고 지적한다. 즉, 공소장에 적힌 홍 전 차장이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지시한 것은 단순 ‘동향 모니터링’일 뿐 사이버 여론 조작 및 공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실제 사이버 여론조작이나 공작을 준비해 비상계엄에 도움이 되려 했다면 3차장 산하 직원들도 있어야 했다. 3차장은 기소되지도 않았고 산하 직원들도 마찬가지”라며 “종합특검팀의 말대로 인지전 대응 담당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을 지시한 부분은 정보기관으로서의 통상 업무라고 볼 수 있다. 계엄 사무와는 관련이 없다. 직원들이 반발한 부분은 상황이 민감한 상황이기에 그렇게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김모 전 방첩 담당 부서장에게 “지금 경방·방산은 큰 의미가 없고 계엄 상황에 집중해야 할 것” “방첩사와 컨택 포인트 구축” 등의 지시를 하고 이 부서장은 “종북 좌파 등의 특이 동향도 밀착 감시하겠음”이라고 보고했다. 김 부서장은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첩 담당 부서 책임관과 방첩공유센터 책임관을 불러 홍 전 차장의 지시를 전달했다. 이후 방첩담당 부서 산하 각 부부서는 같은 날 오전 1시45분 ‘비상계엄 下 방첩업무 추진방안’ 문건과 ‘비상상황 下 부부서 주요업무 추진 방향’ 문건을 작성하고 1시간 뒤에는 ‘국가 비상상황 下 부부서 업무 추진계획’ 보고서를 각 부부서와 전략 담당 사무실에 배포했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실무관 다이어리에 ‘정무직들도 갑자기 닥친 일이라 생각이 많지 않음’ ‘원장님은 그간 을지연습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심’ ‘지금 당장 뭘 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답도 없음’ 등 다들 정신이 없었다는 내용이 언론에서 즐비하게 보도되지 않았냐”며 “정말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부분은 공소장에서 제외된 거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각 정무직 산하 각 산하 부서장들이 실무 회의에서 지시를 별도로 혹은 독립적으로 내리고 생성된 문서들은 집행력이 없거나 혹은 집행을 예정하고 있는 보고서들이 아니다. 계엄 하에서 국정원이 해야 할 수도 있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들을 무작위로 실무 라인에서 생성해 보고용으로 작성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을지훈련 관련성 2차장 산하 안보조사국 담당 “타 부서 알 수가 없다” 공소장 일부 내용 와전? “인지전 3차장 관할…동향 모니터링과 달라” 황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정모 전 안보조사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공수사권 폐지로 합수본에 직원을 파견하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2024년 을지연습’을 통해 인지했음에도 “합수본에 직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황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에게 정무직 대책 회의에서 “합수본이 만들어지면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 전 국장에게 “현 계엄법 하에서 안보조사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검토해 봐라”라고 지시했다. 정 전 국장은 부서 간부 회의에서 “충무계획을 참고하고, 계엄사 요청이 있을 시 계엄사 합수본에 연락관이나 조사관 파견 인원 선발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황 전 차장은 구내전화로 다른 간부에게 “대공수사권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 봐라. 대공수사권이 생기면 곧바로 수사해야 할 텐데, 누구를 수사해야 할지도 포함해서 정 전 국장과 상의해라”고 언급했다. 이 간부는 판단○○처 간부들을 불러 “충무계획 상 부서의 임무를 구체화해 국정원 지휘부와 용산(대통령실) 보고용 보고서 작성 및 계엄사나 용산이 자료를 요청하면 수사권 부여를 상정한 수사 대상자 선정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보○○처 책임관은 “계엄사에 연락관 파견은 가능하지만 합수본에 파견은 불가하며 국정원 충무계획에 따라 활동한다”는 ‘계엄상황 下 안보조사 담당부서 활동 근거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49분 정 전 국장에게 보고했고 정 전 국장은 5분 후 황 전 차장의 보좌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신원조사 담당 부서도 황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신원조사 접수·회보 절차 이행’ ‘비상 운영체제 전환’ 등 비상 업무체제 운영 계획 보고서를 작성해 윗선에 보고했다. 김 전 실장은 행정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비상계엄이 발생하면 연락관을 파견해야 하는 것으로 돼있다. 수사 분야와 북한 분야에서 각각 보내야 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보고받고 합동참모본부에서 “계엄상황실 연락관 파견 요청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사 담당 부서장은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황 전 차장의 선임보좌관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 부서장은 안보조사국과 대북 담당 부서에서 각각 2명씩 총 4명의 파견 대상 후보 인원을 통보받은 후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 같은 결론은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보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종합특검팀은 ‘능력’이다. 결과적으로 종합특검팀은 과거 3대 특검팀(김건희·내란·채 해병)에 비해 수사 성과와 압수수색·구속영장 발부율 모두 처참했다.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하면서 수사만큼 재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법원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내란 사건들에서 몇몇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 점도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무죄·공소기각 가능성도 국헌 문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계엄에 가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쉽게 말해 계엄 선포 이후 절차를 검토해 매뉴얼대로 움직였다는 것만으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대법원도 상부 지시나 매뉴얼에 따른 단순 가담은 내란죄로 보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5·17 내란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뇌부를 내란죄로 처벌했지만, 광주에서 시위를 진압한 계엄군에 대해선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명령에 따른 계엄군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