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신차 출고 후’ 트렁크에 수리 흔적이?

2년간 무사고 운행
업체 “맘대로 해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신차로 인수해 운행하던 BMW 차량에서 출고 전 수리 흔적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수리된 차를 신차로 속여 판매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살면서 이렇게 억울하고 황당한 일이 있을까 싶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 2023년 1월 한 딜러사를 통해 BMW 520i 신차를 인수해 지금까지 무사고로 운행해 왔는데, 최근 중고 판매를 위해 검수받는 과정에서 트렁크에 사고 흔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검수하시는 분이 ‘트렁크 리드(덮개) 볼트에 풀린 자국이 있고, 내판 색상도 다르다’는 지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말을 듣고, 지인을 통해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약식 점검을 받았는데, ‘100% 교환이 맞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점검 때 직접 확인했을 때도 교환된 트렁크 내부 색상엔 펄이 없어 색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딜러사는 독일 본사 측에 확인 메일을 보내기로 했으며, 보상 기준은 중고차 시세의 3%로 제시했다. 당시 딜러사 팀장은 “회신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며 “수입차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독일에선 트렁크 교환을 단순 교환으로 본다. 우리나라와 기준이 다르다”고 안내했다.

또 해당 팀장은 직접 찾아와 “독일 본사에서 교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상이 지급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공론화를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도 했다.


A씨는 “딜러사 측의 대처가 미흡해 안타깝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다”며 “고객이 ‘봉’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게시글을 보니 유사 사례가 적지 않은 듯하다”며 “신차 구매 예정이신 분들은 꼭 검수를 거친 뒤 인수 사인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수입사인 BMW 코리아에도 문의했지만 “딜러사 전시장과 소통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딜러사 전시장 지점장 역시 “나는 권한이 없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딜러사 본사 보상팀과 협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사연을 접한 대다수의 회원들은 “문제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파는 게 말이 되나?” “안 들키면 그냥 넘어가고, 들키면 돈 내겠다는 심보인가?” “저도 BMW 딜러사에서 구입한 차량이 트렁크 교체 차랑이었고, 매각할 때 알았다. 다행히 감가는 없었지만 괘씸하다는 기분이 들더라” 등 딜러사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 회원은 “수입 차량은 출고 전 점검을 거치며, 큰 수리가 있는 경우 사유를 고지하고 일정 금액 할인이 들어가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수리 이력이 있는 차량을 원치 않아 교환이나 취소를 요구하게 되고, 이 경우 해당 차량은 딜러사가 장기 재고로 떠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딜러사들이 이를 드러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차는 PDI(Pre Delivery Inspection, 출고 전 점검)를 거쳐 ‘무사고·무하자’를 전제로 판매되는 상품을 말한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선 이번 사례가 사고 차임을 모른 채 구입한 것이나 다름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다만 A씨의 차량을 사고 차로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선 통상 프레임이 아닌 트렁크 리드와 같은 외판 부품 손상에 대해 ‘단순 교환’으로 취급해 사고 차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실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PDI가 완벽하지 않거나 딜러사의 관리 소홀로 하자가 남을 우려가 있어 일부는 별도의 전문 검수를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판매자의 설명을 듣고 계약·인수하면 될 뿐, 숨겨진 하자까지 직접 찾아내야 할 의무는 없다.

법조계에선 하자 책임은 원칙적으로 판매자 측에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출고 전 수리 이력은 중고차 거래에서 감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차량의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매 후 2년 이상 지난 지금도 A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민법 제582조에 따르면 소비자가 차량의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담보 책임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도 자동차가 수리됐다고 하더라도 교환 가치가 떨어졌다면 그 손해를 배상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고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또 판매자가 이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된다면, 민법 제110조에 따라 기망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7월, 이탈리아의 한 슈퍼카 수입 업체에 대해 차주가 수리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구입했던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중고차 성능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휀더 판금과 재도색 흔적이 확인돼 ‘사고 차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입업체 측은 “수리 흔적은 통상적인 생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조정 작업에 따른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차주는 이를 받아들이지지 않고 4억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앞서 지난해 2월엔 외제차의 한 국내 딜러사가 긁힘이나 찍힌 자국이 있는 하자 차량을 신차처럼 속여 판매한 사실이 SBS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딜러 10여명은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하자 차량 할인’ 혜택을 가로챘고,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SBS 취재기자는 “고객을 속인 딜러 개인의 잘못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판을 제공한 것은 회사”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차를 제공하는 판매사라면 반복되는 사고에 책임 있는 행동과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BMW의 이 같은 판매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8월28일, <한국경제TV>는 ‘수리차가 신차로 둔갑?…BMW 또 다시 도마 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연이은 화재 사고로 곤욕을 치렀던 BMW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수리된 차를 신차로 속여 판매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박모씨는 신차를 구매하려다가 낭패를 당했다. 한 달 전에 계약했던 BMW 차량을 인수하러 갔다가 수리된 정황을 발견했다. 박씨는 인터뷰를 통해 “검수하러 차를 보러 갔는데 (검수자가) 보닛이 교체된 차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동차 검수자도 “볼트 4개 페인트가 다 벗겨져 있었고, 나사산에 붙어있는 페인트들이 다 없어졌다. 그 말은 볼트를 풀었다가 다시 조였고, 보닛을 한번 탈착했다가 부착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BMW 측은 검수자의 지적에 대해 해당 차량의 부품이 교체된 것을 인정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자동차 제작, 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공장 출고일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MW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도장에서 색 온도 차이나 엔진룸 안쪽의 까짐 현상만으로는 보닛이 교환된 차로 단정지을 수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결국 박씨는 차량 구매를 취소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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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