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딸을 지키려던 모친이 공유 전동 킥보드에 치여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가 잇따르면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되는 등 제도 보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PM은 최고속도 25km 미만, 중량 30kg 미만의 전동 이동수단으로 전동 킥보드, 세그웨이(전동이륜평행차) 등을 말한다.
2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공유 킥보드 규제에 관한 청원’의 동의 수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2948명으로 집계됐다. 청원 동의 규모는 아직 작지만, 현장의 무면허 운행·다인승·무질서 주차 등 쟁점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원인 배모씨는 “최근 공유 킥보드 사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대여 앱의 허점과 이용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간단한 인증만으로 이용 가능한 현행 구조를 개선하는 등 규제 강화를 요청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사고가 무면허인 학생들 위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앱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또한 이는 이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증 절차를 간소화 또는 생략한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로도 젊은 연령대 비중이 높은 경향이 확인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PM 사고는 총 2232건 발생했으며, 가해 운전자의 44.6%가 만 19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0·30대가 각각 22.9%, 11.7%를 차지했다. 다만 무면허 여부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배씨는 “길을 걷다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 2~3인이 킥보드 한 대에 탑승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2인 이상 탑승하면 킥보드의 제동력과 운전자의 제어 능력이 감소돼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주차 문제에 대해선 “지정된 주차 구역이 아닌 인도나 도로 등에 공유 킥보드가 세워진 것도 자주 본다”며 “이는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돌발 상황 발생 시 주차된 킥보드로 인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무 곳에나 주차되는 것은 전적으로 업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행 공유 킥보드 앱의 시스템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정한 구역 이외에서도 반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 청원 내용은 법규를 지키며 이용하는 운전자가 아닌, 여러 허점을 이용해 위법하게 운행하는 ‘공유 킥보드 업체’에 관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도로가 더 깨끗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내달 26일까지 진행되며, 5만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부로 회부된다.
국정감사에서도 PM 대여업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근 무면허 전동 킥보드 사건은 PM 업체와 무관하지 않다”며 “혁신의 탈을 쓴 업체 ‘더스윙’의 문제를 고발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더스윙이 ‘협력업체’ 계약으로 법망을 회피했으나 사실상 가맹사업을 이어가 소상공인을 착취했고, ‘면허 미인증’을 무기로 청소년들을 끌어들여 사고가 증가하게 됐다”면서 “안전 규제를 외면한 기업임에도 지난 정부 때 예비 유니콘기업 인증까지 받으면서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 무너지고, 공정 경쟁이 저하되는 ‘안전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원동기 이상 면허 소지자만 전동 킥보드를 몰 수 있도록 했으나, 정작 대여업체의 ‘면허 확인 의무’는 규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심지어 일부 앱은 운전면허 인증 없이 QR 코드만으로 대여가 가능하도록 설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이용자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는 일명 ‘PM 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해외 스타트업 박람회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국했다.
야당에서도 규제 강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면허 확인 등을 소홀히 한 PM 대여업자에겐 ‘미성년자에 주류를 판매한 수준’으로 강화된 책임을 실제로 물어야 한다. 그러면 바뀐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표로서 전동 킥보드 면허 확인 의무 강화와 규제 입법을 주장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실행되지 못했다”며 “더 이상 불행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외국에선 전동 킥보드 자체를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프랑스 파리, 호주 멜버른, 스페인 마드리드는 대여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등 도시에서 퇴출시키기로 했고, 노르웨이 오슬로는 도시 내 운영 대수를 8000대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는 앞서 지난 2018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뒤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동시에 제도적 허점, 주차 인프라 부족, 이용자 인식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에 등록된 공유 킥보드는 약 4만3000대다. 같은 기간 불법 주차 등으로 견인된 건수는 3만1694건에 달했다.
물론 그간 PM에 대한 입법 보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은 지난해 PM 임대 시 운전 자격 확인 시스템 구축 의무화와 전용 면허 신설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소위도 열리지 못한 채 잠만 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야 공동으로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일명 PM 기본법을 공동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무면허자 운행 금지 ▲안전모 착용 및 보험 가입 의무화 ▲대여사업자 등록제 강화 및 운전자격 확인시스템 구축 의무화 ▲주차·충전·수리 등 안전 인프라 확충 ▲대중교통 연계 거치대 설치 등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날 복 의원은 “안전은 강화하되 산업 발전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법안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PM 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킬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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