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구역 없을까 봐…” 인천 소재 빌라 차주의 호소

“차 빼 달라고 하면 10분 뒤 내려와 욕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토요일(1일) 이후로 주차자리 없을까 봐 차 끌고 나가기가 싫습니다.”

최근 인천 부평구 소재의 한 빌라로 이사 온 후로 같은 빌라 세대원의 주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하소연 글이 게재됐다.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인천 빌라 주차 ㅠㅠ’라는 제목과 함께 빌라 주차장 사진이 첨부됐다. 첨부된 사진에는 2개의 주차 구획을 BMW 차량이 물고 있으며 다른 사진에는 주차구역 출구 쪽에 BMW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글 작성자 A씨는 사진 속의 BMW 차량을 가리키며 “저 BMW 차량 때문에 미치겠다. 이틀 연속으로 제 차 앞에 주차해놨는데, 전화해서 차 빼달라고 하면 10분 뒤에 내려온다”고 호소했다.

그는 “1층으로 내려오면 공동현관 앞에서 ‘아, XX’ 욕하면서 차를 빼준다”며 “빌라 관리하시는 분께도 말씀드렸는데 본인도 저 BMW 차주와는 말 섞기 싫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자문을 구했다.

해당 빌라에 거주 중이라는 한 회원도 “이 건물 거주자다. 매일 저렇게 주차돼있다”고 거들었다.


해당 글에은 “그냥 앞유리에 ‘제자리에 주차하지 않을 시 ’보배드림‘에 공론화하겠다’고 써 붙이면 고쳐질 듯싶다” “똑같이 해줘야 한다” 등의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지난주 목요일에 이사를 와서 해당 BMW 차량이 언제부터 저런 식으로 주차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며 “지난 금요일(6월30일)과 토요일(7월1일) 연속으로 차를 빼 달라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화할 때마다 BMW 차주를 기다려야 했으며 차주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으로 해당 빌라에 거주 중인 세대원으로 확인됐다.

A씨는 “BMW 차량 때문에 지난 1일에 볼일 보고 돌아온 뒤로 차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파트에 비해 구조적으로 주차장 주차구역이 적을 수밖에 없는 빌라의 주차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세대 간 주차 문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차로 시비가 붙으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사례까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세대 수에 맞는 주차구역이 확보됐다고 하더라도 1 가구 2 차량 세대가 점차 늘면서 수도권 거주 시민들은 퇴근할 때마다 주차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게 현실이다.

비단 주차 문제는 빌라뿐만 아니라 일부 연식이 있는 구축 아파트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 사이서도 입주민들이 주차난을 호소하기도 한다. 


앞서 지난 4월6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차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사람이 차량의 진입을 방해하거나 물건을 쌓아놔 통행을 막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주차장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노상주차장 및 노외주차장의 주차구획에 물건을 쌓거나 사람의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의 주차 방해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주차장의 효율적 이용과 원활한 통행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주차 방법 변경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주차장 이용을 방해하는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없는 근거가 전무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1월, 강원도 원주서 미성년자가 부모의 편의를 위해 주차구역을 선점하는 과정서 다른 차량의 운전자와 갈등 끝에 충돌로 민‧형사소송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송 의원은 “최근 주차구역 선점 문제가 대두되면서 제보 채널의 단골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주차장 내 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13일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택 불법주차 해소 3법(‘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주차장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법 등이 포함되며 ‘공동주택 주차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신설됐다. 

또 입주자의 주차 질서 준수 의무와 관리주체의 권고에 대한 협조 의무를 규정하고,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주차장법’에 따른 관련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 공동주택 내 주차장 등은 도로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주차나 이중주차를 해도 견인 조치를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가 없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유지 불법주차 민원 건수는 2010년 162건서 2020년 2만4817건으로 무려 153배 급증했다.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접수된 민원 건수도 7만6528건에 달했다. 이 같은 통계수치도 피해자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미신고 건수를 감안한다면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아파트나 빌라 내 외부 차량의 불법주차로 공동주택 주차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개정안이 사유지 내 주차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같은 해 9월20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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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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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