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소 잃은 시장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3.12.11 09:07:39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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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다 떨어졌는데 뒷북 수습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소 잃은 시장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결국 ‘정량표기제’를 도입한다. 서울시는 광장시장의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종로구,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먹거리노점 상우회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1만5000원?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한 전집이 턱없이 적은 양의 모듬전 한 접시를 15000원에 판매하면서 공론화됐다.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은 최근 ‘한국 광장시장의 바가지에 충격 받은 베트남 미녀상인’이란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채널 운영자인 유튜버 윤희철씨가 지인과 함께 광장시장을 방문, 모듬전을 시켰다가 당황하는 표정이 담겼다. 모듬전엔 애호박전 1개, 맛살 1개, 꼬지 1조각, 두부 한조각 등 1만5000원어치라고 보기엔 다소 빈약한 모습이었다.

이를 본 베트남 지인은 “1500원이 아니라 1만5000원이냐?”면서 “1500원인줄 알았다. 너무 비싸다”고 당황했다.

광장시장은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길거리 음식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비롯해 MZ(밀레니얼+Z세대)의 명소로 떠올랐다. 그런데 돌연 이 영상으로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해당 가게는 시장 상인회로부터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들끓은 여론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시가 급히 내놓은 수습책은 정량표시제. 예를 들어 육회 가격을 A 점포는 1만9000원(200g), B점포는 2만8000원(300g) 등으로 표시하게 된다. 빈대떡 등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모형을 배치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정량표시제와 모형 배치 방안은 상인들과의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품목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광장시장, 모듬전 바가지 논란 발칵
부랴부랴 ‘정량표기제’ 도입했지만…

가격 조정이 필요한 경우 신설되는 ‘사전가격협의체’를 거치도록 했다.

기존에는 노점상 간 합의로 가격을 결정했지만, 상인회 주도로 시와 자치구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통해 인상 시기와 금액 등을 결정한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관이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되, 인근 시장 가격 동향 등을 지원해 물가안정을 요청한다. 

또 미스터리쇼퍼가 상시적으로 시장을 방문해 가격과 정량 표시가 잘 지켜지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우거나 강매·불친절한 행위를 한 점포는 상인회에 전달해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시와 상인회의 자정 노력에도 부정적인 인식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너무 늦었다’ ‘그래도 안 간다’ 등의 글이 줄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나라 망신시키는 상혼
‘부글부글’ 여론 뭇매

‘5000원이 적당해 보이네’<groo****> ‘시장하면 저렴하고 푸짐해야 되는데…’<llsh****> ‘유튜브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질 좋은 음식을 내어주지는 못 할망정∼’<bo******> ‘사는 사람이 있으니 저 가격에도 팔리는 거다’<pari****> ‘사기나 다름없다’<melo****> ‘실속 없는 시장은 거품 빠지는 거 시간문제다. 나라 욕 먹이기 전에 전국 단속이 시급하다’<jyle****>

‘관광객 모인다 싶으면 어떻게든 바가지 씌워 폭리 취할 궁리만 하는 못된 상인들’<ib******> ‘광장시장 비싸고 사람 많고 위생도 안 좋다. 카드 내밀면 정색한다. 외국인 가면 덤탱이 씌운다. 바뀌지 않으면 평생 똑같다’<kimd****> ‘눈 앞 이익에만 눈멀어 나중에 돌아올 복을 스스로 차버리는 구나’<chlw****> ‘그러면서 서민타령’<dudd****>

‘상인들의 자업자득이다’<chie****> ‘안 가야 정신 차린다’<nano****> ‘최근 갔다 왔는데 사람을 돈으로 보고 매우 불친절. 조만간 뭔 일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pack****> ‘근본이 안 바뀌는데 환경 개선한다고 누가 가나?’<no3m****> ‘저렇게 장사하고 손님 끊기면 대기업탓 나라탓’<fuck****> ‘안 팔아주면 죽는 소리하고, 팔아주면 바가지 못 씌워 안달’<rkki****>

등 돌렸다

‘광장시장 맛집에 줄서서 먹었다가 깜놀. 이해불가! 시장이 저렴하고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또 가고 싶지∼’<ycel****> ‘정량 표시제? 또 저울질할 때 꼼수 쓰겠지’<heom****> ‘자정? 되겠냐?’<laft****> ‘소 잃고 외양간 잘 고쳐라’<cpar****> ‘제발 새로 거듭나길 바란다’<true****> ‘바가지가 사라지고 상인들이 모두 착해지길 바래요’<1636****>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석화 2만원에 7개

종로구는 광장시장과 함께 포장마차 바가지 논란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종로 포장마차 실태’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2만원짜리 석화 안주를 시켰는데 7개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안주 2개 이상 주문 필수 ▲카드결제 불가 ▲비위생적 영업 등도 지적했다.

이 게시물 직후 종로 일대 포장마차들은 휴식기에 들어갔다. 서울 종로노점상연합회에 따르면 종로구 포장마차 60여곳은 장사를 멈추고 재정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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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