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도촬에 조롱까지 당했는데…” 20대 여대생의 한숨

현장 출동 경찰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지하철서 도촬에 조롱까지 당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여대생의 하소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글 작성자 A씨는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하철서 도촬당하고 조롱당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너무 억울해서 글을 쓴다. 투잡 중이라 과제할 시간이 많지 않고, 오늘은 학교 행사가 늦게 끝나 집에서 밤샘 과제를 할 생각으로 지하철서 자료를 읽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하철 좌석에 앉아 아이패드로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 중 여성 B씨가 옆자리의 승객이 하차하면서 앉았다”며 “앉자마자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핸드폰으로 촬영했고 앞에 서 있는 남성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웃었다”고 주장했다.

몰카(불법 촬영)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B씨에게 다가가 ‘촬영했느냐?’고 묻자 ‘친구와 카톡했다’며 발뺌을 했다. A씨는 추궁 과정서 B씨 휴대폰의 사용 앱 목록 중 SNS 업로드용 카메라를 발견했고 도촬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에 따르면, 휴대폰에 촬영된 동영상에는 A씨의 옆모습이 담겼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 카메라의 우스꽝스러운 필터가 적용돼있었다. 그는 즉시 커플에게 하차를 요구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촬영물 삭제가 염려됐던 A씨가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B씨의 휴대폰을 소지하려 하자 이들은 “핸드폰을 주지 않으면 점유물이탈죄로 신고하겠다”고 오히려 A씨를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이들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패드를 촬영했다’며 거짓말을 했다. 왜 아이패드를 촬영했냐고 물으니 ‘장난으로 촬영했다’ ‘조롱하려고 촬영했다’고 했다”며 “제가 녹음기를 켜고 다시 한번 말하라고 했더니 이번엔 ‘조롱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 피곤하니 일을 키우지 마라’ ‘경찰서 가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기서 그만하자’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었고 경찰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현장 도착한 4~6명의 경찰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촬영된 동영상까지 보여줬지만 A씨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 부위의 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영상을 지우고, 그들이 나눴던 ‘저 헤드셋 낀 X, 왜 안 일어나냐’ ‘개X끼’ ‘저 X끼 소설 본다 ㅋㅋㅋ’ ‘이렇게 촬영해도 되냐’ ‘괜찮다, 어차피 저 X은 모른다’ 등 모욕적인 말로 조롱하는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남성은 카톡 내용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히려 ‘우리끼리 한 얘기니 네가 알바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낄낄거리며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며 “여성은 계속 ‘죄송한데~’ 라며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상황을 끝낼 생각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처벌은 어려우니 민사소송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제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부모님도 X 밟았다고 생각하고 저보고 참으라고 했다”며 “그저 지하철 타고 가면서 조용히 과제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촬당하고 온갖 모욕까지 듣고도 정신적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저”라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도대체 왜 피해자가 참아야 하고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걸까요? 정말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성적 수치심은 내가 느끼는 거지, 경찰이 판단하는 게 아니잖아요? 발가락만 찍혀 있어도 성적 수치심 느낀다고 얘기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그냥 아무 일 없이 묻히면)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지…법적으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정식으로 고소하면 경찰도 어쩔 수 없이 수사 진행해야 한다. 죄가 없다면 그냥 끝날 것이고 있다면 처벌받을 것” 등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특정성, 공연성이 성립되는 상황서 욕설했으니 충분히 모욕죄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 가능할 것 같다. 당시 카톡방서 글쓴이의 얼굴이 나오는 영상 및 사진이 올라간 이후 그런 대화가 나왔다면 더더욱 가능하다”는 댓글이 베스트 1위에 올랐다.

해당 조언에 대해 A씨는 “영상은 업로드 전에 발견해서 업로드 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 자리서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면서도 “왜 제가 사과해야 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카톡 내용까지 확인한 경찰에게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민사소송하면 유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지난 9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이번 도촬 사건으로 심한 충격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두통에 시달리고 있고,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그 사건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일상에 집중하지 못한다. 사건 발생 다음 날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내내 울기만 했다”고 호소했다.

어이없는 부분은 상대방도 A씨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날 A씨는 평범하게 긴팔 상의에 바지 차림이었다고 했다.

A씨가 억울한 부분은 또 있다. 상대방이 조롱하고 욕했던 대화 내용을 촬영하려고 했으나 출동했던 경찰이 제지하는 바람에 촬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경찰은 증거를 수집하려는 저를 막았고 그 때문에 아무런 증거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촬 영상을 확인한 뒤 제 핸드폰으로 저를 촬영한 영상을 녹화했는데, 경찰은 사건을 대충 마무리 지으려고 가해자 여성에게 ‘영상을 삭제하고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촬당하고 온갖 조롱과 험담을 당했는데 이보다 가해자를 감싸주는 경찰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아 나라에 버림받은 기분”이라며 “대한민국 사람을 도촬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모든 일은 피해자가 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원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가 켜져 있던 인스타그램 앱을 종료시키면서 촬영된 동영상은 바로 삭제됐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카메라는 저장이나 업로드를 하지 않을 경우는 저장되지 않고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과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했을 경우’에만 처벌됐으나 지난 2018년 12월18일 개정된 현행법에 따르면 촬영 대상에 ’사람의 신체‘로만 돼있어 본인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면 죄가 성립된다”고 제언했다.

다른 변호사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이라는 부분은 유발 정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관의 해석에 맡겨져 왔던 게 사실”이라며 “판례상 판단 기준을 ‘피해자’가 아닌 객관적 시선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보니 재판 결과가 들쭉날쭉하게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폭법 제14조1항에 따르면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항에는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대상자 의사에 반해 반포 등을 한 자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즉, 유무죄의 기준은 촬영 시 당사자의 허락 여부이며, 반포는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불법 촬영죄는 친고죄나 반의사 불벌죄가 성립하지 않아 도촬 피해자나 제3자가 고발하거나 현행범 체포로 입건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본인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했을 경우 ‘초상권 침해’ 위반의 소지도 존재한다. 통상 초상권이란 타인에 의해 자신의 외모를 포함한 얼굴 부분이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는 등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법적으로 타인의 촬영에 찍히는 것은 물론, 유포까지도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NS의 발달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흔해졌고 개인방송이 늘어나는 만큼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포함하므로 모자이크 처리가 됐더라도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할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 또 공익적인 목적이나 보도 활동을 위한 예외적인 경우 외엔 타인을 함부로 촬영해선 안 된다.

위반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명예훼손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A씨는 “성폭법이나 명예훼손 성립이 가능하다면 고소를 고려하겠으나, 그 시간 동안 제가 겪는 정신적 고통과 비용을 쏟아부으며 그들을 개과천선하게 하고 싶지 않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고소 과정서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싶지 않다”며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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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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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