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막냇동생 마취 사망? 끊이지 않는 기레기 논란, 왜?

지난 4일, 연예 매체서 SNS 인용 보도
과거 여러 차례 한자 표기 오류도 입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언론인들을 비하하는 표현 중 가장 흔히 쓰이는 말 중에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통상 ‘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흔히 수준 이하의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통칭하는 신조어다. 단순히 수준이 떨어지는 기사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발제를 낚시성으로 뽑거나 원래 단어와 다른 한자어를 사용하는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펌)가수 박서진 막내동생 마취사고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얼핏 제목만 봐서는 대중가수 박서진의 막냇동생이 병원서 마취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해당 기사는 해당 가수의 막냇동생 사망 기사가 아니었다.

온라인 연예 매체 <텐OOO>는 지난 4일, ‘박서진 막내 동생, 마취 사고로 사망…“똑똑하고 애교많은 아이였는데”[TEN이슈]’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매체는 ‘가수 박서진이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박서진은 3일 인스타그램에 “‘백설기’(반려견 이름), 하늘나라로 소풍갔다”며 “똑똑하고 애교많은 아이를 보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도 많이 미안해 하고 사과해줬다. 정말로 착하신 분이구나 설기에게 정말로 미안해하시고 계시구나, 설기를 보며 진심으로 우시길래”며 “더 이상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된다. 괜찮다. 아무 것도 안해주셔도 된다. 좋게 마무리 지었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서진은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슬개골 탈출 수술 중 병원의 마취 실수로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며 “병원에서는 보상을 해주시겠다고 하지만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를 돌릴 수 없고 어떻게 보상한다는 말이냐”고 토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말미엔 ‘한편 박서진은 2013년 싱글 앨범 ’꿈‘으로 데뷔했다. 또한 그는 KBS 1TV ’아침마당’, ‘전국노래자랑’, TV조선 ‘미스터트롯2’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지난 3월에는 새 앨범 ‘춘몽’을 발매했다’고 소개했다.

보배 회원들은 “요즘 기자라는 사람들 수준이 딱 이 정도니 쓰레기라는 말을 듣는다. 텐OOO? 뭐하는 아시아인데? 여기도 언론 축에 들어가는 거냐?” “욕 나오네, 정말” “이런 건 박서진이 들고 일어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양반이 개요? 선은 지킵시다” 등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원 ‘reOO’는 “박서진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개 죽은 걸 동생이라고 하는 기레기는 도대체 뭐냐? 개 전용 신문이냐?”고 비판했다. 회원 ‘MrOOO’은 “박서진이 개라는 거니? 개가 사람이라는 거니? ‘이러니까 기레기란 소리를 듣지’란 댓글 먹어가며 클릭 장사 겁나 하시나 보다”라고 질타했다.

다른 회원들도 “참 가지가지한다. 기자가 낚시 하냐?” “미쳤네. 이딴 게 제목이라니…” “저 정도면 고소감 아닌가? 동생이 개도 아니고” “동생이라니…기자가 미쳤나?” “제목만 보면 사람인 줄 알겠네” “이제 개까지 기사에 나오냐? 죽던 말던 무슨 상관인데…막말로 진짜 막냇동생이라도 이게 기사감이냐고?” 등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기사 댓글에도 ‘어이없다’는 분위기의 비판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SNS를 통해 로긴한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에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기자라고 하지 않는 게…다른 기자님들 욕먹어요. 탈고하면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게 큰 문제인데 문제를 문제로 인식조차 못하니 대책이 없는 것”이라며 “그냥 어그로 끌려고 쓴 제목인가요?”라고 탄식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진짜 역겹네요. 제목” “류XX 류XX 류XX 류XX” “적당히 해라” 등의 어이없다는 댓글을 적었다(6일 오후 2시 기준).

6일, 사진 커뮤니티인 ‘SLR클럽’에도 ‘현직 욕먹는 기레기 상황이라네유’라는 제목으로 캡처 사진 한 장과 함께 동일 기사에 대한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6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추천인기글에 올랐다.

해당 게시글에도 “커피 마시면서 내리다가 뿜었네요. 아오” “반전에 반전이네요” “그냥 참담합니다” “기레기들, 저런 기사 쓰고 돈 받나?” “저런 건 경고하고 몇 번 쌓이면 쫓아내야 한다” “어처구니없네” 등 참담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해당 기사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점은 낚시성 제목과 맞춤법으로 요약된다.

‘박서진 막내 동생’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많은 독자들은 ‘박서진이라는 사람의 막냇동생이 마취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사에선 그의 실제 동생이 아닌 반려견을 떠나보냈다고 보도했다. 정상적인 발제라면 ‘박서진 애완견’ ‘박서진 애완견 백설기’라고 발제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맞춤법(띄어쓰기)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맞춤법상 매체가 뽑은 제목 중 ‘막내 동생’은 막냇동생으로 표기하는 게 맞고 ‘애교많은’도 ‘애교 많은’으로 써야 하며, ‘미안해 하고’는 띄어쓰기 맞춤법 상 ‘미안해하고’로 쓰는 게 맞다.

비판 댓글과 함께 해당 기사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해당 매체는 기사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날 다른 매체들은 ‘박서진, 의료사고로 사망한 반려견 추억 “우리집 막내딸”’(<매일경제>), 박서진 ‘박서진 “반려견, 병원 실수로 무지개다리 건너”’(<머니투데이>), ‘박서진 “병원 마취 실수로 반려견 떠나…좋게 마무리”’(JTBC), ‘박서진 “병원 마취 실수로 반려견 무지개다리 건넜다…의사 울며 사과”’(<뉴스1>), ‘박서진, 반려견 의료사고 마무리…“수의사 눈물로 사과”’(<스포츠경향>) 등으로 보도했다.

한자어를 다른 한자어로 표기해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앞서 <OO일보>는 지난달 13일,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사를 ‘‘LG의 우승 韓 풀어준 명장’ 염경엽 감독 “우승 압박,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다”[승장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문맥상 한자어는 ‘韓’이 아닌 ‘恨’이 들어가야 했다.

당시 해당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고 기자야, 모르면 그냥 한글로 써라”라며 “아니며 기자의 심오한 뜻이 담겼나?” “수준 보소” “데스크 감수 안하고 노냐?” “기자는 잘 빨기만 하면 됨” 등 해당 매체와 기자를 싸잡아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매체는 한자를 恨으로 수정 조치했다.


지난달 15일에는 국영 통신 매체 <OO뉴스>서 광화문 새 현판 공개 소식을 보도하면서 ‘흰 바탕에 검은 ‘文化光’은 역사 속으로…새 현판 15일 공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서울 종로구 소재의 광화문(光化門)을 전혀 다른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기존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의 ‘광화문’(한글)로 돼있었으나 새 현판은 검은 바탕에 금빛 글씨(한자)로 변경됐다. 통상 한글 현판은 좌측서 우측으로 쓰고 읽지만, 한자로 된 현판은 반대로 우측서 좌측으로 쓰고 읽는 게 관례다.

심지어 해당 기사는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등 문을 뜻하는 問이 아닌 글을 뜻하는 文으로 표기해 더 입길에 올랐다.

폭염, 위생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등 사회 여론에 대해 정반대의 기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지난 8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던 세계잼버리대회를 두고 한 매체는 ‘“텐트 생활했던 새만금 그리워”서울 곳곳 즐기는 잼버리 참가자들[현장 르포]라는 기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기사엔 “새만금 폭염으로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경복궁을 둘러보고 뮤지컬 관람까지 했다” “인천대학교 숙소가 크고 아름다웠다”는 이탈리아 대원의 소감과 함께 “텐트 생활했던 새만금이 그립다. 캠핑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보도했다.


간척지를 메워 빗물이 빠지지 않았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400여명이 발생하는가 하면, 조직위서 제공한 달걀서 곰팡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일부 남녀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 문제와 함께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여성 샤워장에 들어갔다가 성범죄 논란도 불거졌다.

또 운영 과정서 전북도(도지사 김관영) 및 여성가족부(김현숙 장관), 행정안전부(이상민 장관) 등 수장들의 부적절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언론사 간부 출신 인사는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데 기사 클릭 수가 많아질수록 광고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유혹을 떨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가끔 눈살이 찌푸려지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매체 유입환경이 오프라인서 온라인, 온라인서 모바일로 급격히 변하면서 소비성 기사들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라며 “한국기자협회 등 각 매체사마다 가입돼있는 협회 강령 등을 제대로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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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