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안줬다고 폭행당했다” 지방 마트 업주의 하소연

주취 손님에 치아 5개 손상·코뼈 부상
관할지역 경찰서 ‘훈방 조치’ 논란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번 일이 커져서(공론화)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법이라는 게 사람이 지키고 살아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지방서 마트를 운영 중이라는 한 업주가 ‘공짜 봉투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아 5개에 금이 가고 코뼈가 부러지는 폭행을 당했다는 사연이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8일, 자신을 마트 업주라고 밝힌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봉투 공짜로 주지 않는다고 폭행당했다’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 26일 오후 9시쯤, 카운터서 큰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공짜로 봉투를 달라’는 문제로 언쟁이 있었다”며 “아시다시피 마트서 종량제 봉투만 쓸 수 있게 바뀐 지 몇 년 되서 일반 봉투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일반 흰색 봉투를 사용할 경우 200~3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게 돼 이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손님들은 A씨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했다. A씨가 같이 욕을 하자, 이들은 툭툭 밀치면서 폭행을 시작했다. 결국 A씨는 치아 1개가 빠지고 4개가 깨지는 중상을 당해 인근 응급실로 실려 갔다.

A씨는 “당시 손님들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저를 폭행한 사람이 ‘널 죽이고 징역가겠다’며 본인에겐 이런 일이 그저 흔한 일인 듯 웃으면서 여유롭게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며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주변 사람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폭행당한 A씨는 “CCTV 동영상은 가해자 얼굴이 나와서 올려야 될지 모르겠다. 치아 5개가 깨지거나 금이 가고 코뼈가 3조각이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침마다 병원을 가고 있다”며 증거 사진 2장도 함께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피가 묻어 있는 오른손과 A씨의 부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가 봉투 안에 담겨있다.

그는 “가해자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을 하고 있는데 주인이라 맡길 사람도 없다”며 “응급실 갔다가 돌아와 발주 넣는데 비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군대도 몸 때문에 면제라 스무살 때부터 10년 가까이 하면서 버텨왔는데 정말 큰 회의감이 온다”며 “남들 쉴 때도 일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데 지금 너무 괴롭다”고 호소했다.

A씨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폭행 가해자를 훈방 조치했다는 점이다. 그는 “사건은 접수됐고 (경찰이)훈방 조치했다고 해서 훈방이라고 기재했는데 우선 귀가 조치인지 모르겠으나 들은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이틀째라서 그런지 경찰서에선 연락이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조사받는 거 말곤 뭐가 없을까 싶어 글을 올린다”며 자문을 구했다.

회원들은 “저 정도면 살인미수 아니냐?” “90년도에도 치아 부러지고 날라가면 부르는 게 값이고 구속 수사 대상일 텐데 경찰이 훈방 조치한다는 게 이상하다” “항상 가해자가 벌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저렇게 때려도 훈방이라니…” 등 A씨를 옹호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A씨 지인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10년 동안 마트하면서 저 친구가 이렇게 됐다는 소식에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냐? 주먹질 함부로 했다간 큰일 나는 세상인데 봉투 안 준다고 사정없이 사람 얼굴을 가격하느냐”며 “얼마나 못 배웠으면 저렇게 사람을 폭행하느냐? 원래 해당 동네가 술 취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은 “지난 2009년, 경남 함안 군북서 촌동네서 지역주민이라고 훈방하는 경우는 저도 겪어봤다. 알고 보니 수배범이었다”고 털어놨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회원은 “아무리 그래도 욕했다고 욕한 거라면 CCTV를 공개해보라. 욕하는 주취자와 같이 쌍욕했다면 일만 커진다”며 “서로 무슨 욕을 했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중립”이라고 말했다.

반면 “봉투 하나로 한몫 잡아보겠다고 글을 올린 건가?”라며 색안경을 낀 듯한 댓글도 눈에 띈다.

현행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 제45조(경찰 훈방)’에 따르면 ▲경찰관은 죄질이 매우 경미하고 피해회복 및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제1항의 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청장이 정하는 위원회의 조정·심의·의결을 거침 ▲경찰관은 훈방 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하며 반드시 그 이유와 근거를 기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길거리서 시비가 붙어 1:1로 다툼이 발생해 서로 몸을 밀어내는 이상의 신체접촉이 없어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는 폭행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폭행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더 이상 수사할 수가 없으므로 훈방 조치가 가능하다.

재경 소재의 경찰 출신의 행정사는 “이번 사건은 경미한 사건이 아니므로 출동 경찰관들은 관련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입건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1대 1 단순 폭행사건이 아닌 만큼 지구대에 연락해 관련자 전원을 지구대로 데려갔어야 했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역경찰 입장에선 FM대로 관련자들을 임의동행 요구 또는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연행했다면 최상의 조치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지구대서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사건 진술을 청취하고, 주취자는 지인을 수소문해 보호자에게 연락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10월14일에도 보배 자유게시판을 통해 “가게 앞 사유지에 자꾸 주차하는 킥보드로 골치를 썩고 있다”면서 자문을 구했던 바 있다.

그는 “요 몇 달간 킥보드 때문에 화나는 일이 너무 많다. 매번 하나하나씩 치우는 것도 이젠 못 참겠다”며 “킥보드 업체를 상대로 영업방해로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사실관계 확인 및 자료 요청을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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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