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몰랐다” ‘기막힌’ 에이즈환자 가사도우미 사연

“중견기업 측 범죄자 취급했다” 주장
비판‧동정‧중립 등 회원들간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2년 넘는 시간 동안 에이즈환자가 거주 중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가사도우미로 일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입길에 올랐다.

글 작성자 A씨는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저는 2년간 에이즈환자 가사도우미였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딸 붙잡고 펑펑 울다가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남기는 글은 100% 사실이고 불과 5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제목 그대로 저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B 에이즈환자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2년 넘도록 에이즈환자가 사는 집에서 근무했었다는 그는 원래 B씨 본가서 파출부로 일해 왔었고 모친의 권유로 B씨 집까지 관리를 맡게 됐다. 당시 그는 남성 두 명이 동거하는 게 의문이긴 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A씨는 “중견기업 집안의 아들이 에이즈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아무 문제없이 잘해왔다”며 “정말 열심히 꽤 부릴 줄 모르고 일하는 스타일이라서 두 집 모두 굉장히 저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에 불거졌다. A씨는 우연한 계기로 B씨는 물론,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이 에이즈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사도우미 업무 특성상 에이즈의 전염 위험성도 있는 만큼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침대에 뒹굴던 콘돔을 치우거나 둘이 쓰던 화장실 변기, 배수구 등을 맨손으로 청소했던 일이 떠올랐고, 일하다가 다쳐서 피가 난 적도 있었다”며 “이 사람들이 피 닦은 휴지 등을 치웠던 게 떠올라서 너무 화가 났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하다 보면 손톱이 갈라져 이 사람들이 쓰던 손톱깎이를 썼던 것도 너무 후회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어떻게 에이즈환자인 걸 숨기고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느냐“며 전화해서 따졌다고 한다. 울며불며 B씨가 ’사람 하나 살려 달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는 사정을 들은 A씨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저도 고3 아들, 딸 키우는 엄마라서 갑자기 B씨와 모친이 짠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당장 가사도우미 일을 그만두면 저도 수입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갑자기 일이 없어지게 됐으니 피해 보상 정도는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너무 놀라서 심장이 아파 잠깐 숨 좀 쉬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얼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을 땐 목소리가 싹 바뀌어 있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씨는 그 동안 본인의 모친에게 전화했으며 A씨에게 “앞으로 볼 일 없을 것 같고 자신의 집도, 모친 집도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에이즈환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보안질병이라 함부로 발설 시 변호사 선임해서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은 에이즈환자가 아니고 룸메이트만 에이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다는 등 횡설수설하더니 더 할 말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전화 통화를 녹취 중이었다는 A씨는 “제가 녹취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다시 전화해서 또 ‘모친이 너무 놀랄 테니 자신이 얘기하고 보상해주겠다.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해서 일도 못 가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든 보상해주겠다는 B씨의 말만 믿었는데 솔직히 저와 B씨 모친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괜히 말했나 후회도 했다. 미안한 마음도 생겼고 머리도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하루, 이틀이 지났지만 B씨로부터의 연락은 오지 않았고 사흘 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 A씨는 B씨와 B씨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 A씨를 차단해놨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A씨는 B씨로부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무조건 최고의 변호사 선임해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피해자는 나인데 2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해온 내가 피해자인데 갑자기 제가 가해자인 듯 대하는 그들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며 “B씨 모친을 꼭 만나 상황 설명도 하고 싶고 짐도 찾아갈 겸 가겠다고 하고 갔는데 경호인들 깔아놓고 무슨 범죄자 취급하듯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나인데 어떻게 사과 한마디 없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나왔어야 했는데 너무 수치스럽고 서러워서 그냥 돌아왔다”며 “이런 수치스러움은 처음이라 오는 내내 펑펑 울었다. 드라마서나 나올 줄 알았던 일이 내게 벌어지니 화를 내기는커녕, 그냥 다 내 잘못이고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래, 이게 대한민국이지. 돈 있으면 에이즈 걸린 거 숨기고 가정부 고용해도 되고 ‘누가 맨손으로 일하래요?’라고 조롱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나름 알아주는 중견기업 가족들이 본인들 입으로 사회지도층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한탄했다.

너무도 분통하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던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법률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착수금만 수백만원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A씨는 “아, 그 사람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서 알았다. 이혼 후 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고, 제게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것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즈라는 병 자체를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다만 에이즈에 노출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숨기고 2년 넘게 저를 고용한 그들이 진정 잘못이 없는 건지, 반대로 본인들은 정상인이고 내가 에이즈환자였어도 고용했을 건지 묻고 싶다”며 “언젠가는 그 당당하고 뻔뻔한 B씨와 그의 가족들이 나중에라도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넘기고 편하게 살지 말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고, 당신들이 소중한 존재이듯 나도 누군가에겐 너무나 소중한 엄마이자 딸이라는 사실을 꼭 알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B씨의 행태를 지적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는 반면, A씨에 대한 부정적 댓글도, 중립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고지 없이 일 시킨 거라면 사기 아닌가?” “검사 먼저 받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그 후)사과를 받던 신고를 하던 하셔라. 4kg이나 빠질 정도면 스트레스 많았겠는데 언론에 공개하고 고소도 하시라” “아무리 그래도 고지해야지. 집안에서 온갖 걸 다 청소하는 사람인데…있는 사람들이 돈에 더 집착한다고 하더니…” 등 비판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 회원은 “2년 일하셨으면 퇴직금 나오지 않느냐? 아니면 더 많은 걸 원하는 건가요? 퇴직금도 못 받으신 건가요? 별 문제 없이 몸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일용직 파출부라서 4대보험 안 되고 그날 그날 일당으로 받은 거라서 퇴직금도 없다”고 대댓글을 달았다.

회원 ‘조OO’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에이즈 안 거르셨다면 보상을 바라는 건 이해가 안 간다. 그쪽 대처야 당연히 잘못했지만 보상을 바라는 님 또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원 ‘커피는OOOOOO’는 “이상한 카더라식 댓글들이 많다. 에이즈는 성 접촉, 혈액 노출, 출산 전후의 수직감염으로 전파될 수 있다”며 “감염은 정액, 질 분비액, 모유, 혈액 등의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와야 한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신체접촉이나 식사를 같이 한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댓글이 달리자 A씨는 추가글을 통해 “회사를 끼고 일했었는데 다이렉트로 입급해줄테니 직거래하자고 해서 날마다 일당으로 입금받았고 4대보험이나 퇴직금도 없다. 그래서 더 비참한 것”이라며 “진심도 없을 사과는 필요 없고 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B씨가 에이즈환자인 걸 인지했던 건 재활용 플라스틱을 버리는 곳에 깨끗한 약병을 발견하고 난 후였다. 지병이 있다는 A씨가 약통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당 병을 가져가 약병으로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에이즈환자들이 복용하는 에이즈 치료 약병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인터넷에 검색해본 결과 해당 약은 대학병원서만 처방이 가능한 약이었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다가 대학병원 약 비닐봉투를 검색해보니 에이즈 치료 약 처방전이었다.

그는 “변호사 선임할 돈도 없거니와 소송에만 매달릴 수가 없는 고3 아이를 둔 엄마이자 가장인 게 가장 속상하다. 고민 끝에 보배에 하소연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쓴 글”이라며 “돈 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물으시는 분들 많은데 맞다. 하루 4만원 받다가 올해 들어 10만원씩 받은 내 일당이 너무 아쉬웠다.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마무리했다.

댓글을 통해서는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몰랐으니 2년 넘게 일했고 그래서 더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며 “에이즈 검사는 간이로 해서 음성으로 나왔고 항원항체검사해보라고 해서 내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즈환자들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권리는 있지만, 제게 말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에이즈환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그들로 인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에이즈면 보상받고 아니면 말라’는 이런 경우가 맞는 거냐?”며 “어제 받은 수모만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글 쓸 용기도 못 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회원은 “에이즈는 남에게 알려야 하는 병이 아니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 할 수 있는 병”이라며 “감염이 쉽지도 않아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을 듯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였던 주인공 톰행크스가 에이즈에 걸려 직장서 해고돼 소송을 통해 승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에이즈 문제를 최초로 다뤘던 1993년도 할리우드 영화 <필라델피아>를 예로 들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인권문제에 큰 울림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회원 ‘청담OOO’는 “보니까 처음 올리신 글로 일단 사실확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는 일단 중립”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A씨가 에이즈 감염이 되지 않았을 경우 금전적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데다 법적으로도 에이즈 감염 여부를 근로자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의무화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14조상 근로자의 기준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사용자를 감독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2조1항1호에 따르면, 종사하는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정신·육체·사무 노동자, 상용·일용·임시직 노동자를 모두 포함한다. 또 사업 및 사업장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적으로 고용돼있는 취업자만이 근로자에 해당하며, 실업자나 해고자 등 미취업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임금은 명목과 상관없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을 모두 포함하며, 예외적으로 현재 임금을 받고 있지 않더라도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무급의 노조 전임자·무급으로 휴직중인 자 등)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다만, 판례에 의해 사용종속관계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보험 모집인, 골프장 캐디 등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고용주)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만큼 그런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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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