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 밖’ 굉음에 “전화번호 내놔” 강남 일식 업주 입길

오토바이 배달 기사에 “영업방해 계약해지 가능”
SNS 타임라인 속 도장면 사진 발견으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강남 소재의 한 일식집 업주로부터 억울한 갑질로 당장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자신을 ‘배달 기사로 근무 중인 30대 청년’이라고 밝힌 회원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강남 악덕 업주 갑질 사건 피해자입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피해 호소글을 게재했다.

A씨는 “최근 업주로부터 생업까지 위협받는 억울한 갑질을 당해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다가 찾아 뵙는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경 배달을 위해 해당 음식점 앞에 오토바이를 정차하는 과정서 사이드 스탠드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리를 들고 밖으로 나온 일식집 업주는 도장면이 벗겨진 벽면을 가리키며 A씨를 향해 “당신이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미 도착 전부터 해당 부분이 파손돼있다는 걸 분명히 봤다”며 도착 전의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본을 함께 첨부했다. 캡처 이미지에는 모서리 부분의 흰색 페인트 도장면이 벗겨진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해당 부분과 제 오토바이가 접촉되지 않았던 것까지 확인했는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첫마디가 ‘이거 부순 거냐?’였다”며 “제가 파손한 것으로 확정짓고 전화번호를 달라고만 계속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계속 전화번호를 요구하는지,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도통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심적으로 했으면 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업주가)언성을 높이고 전화번호를 달라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도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에 A씨도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도저히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제가 파손한 게 아닌데 왜 전화번호를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파손)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나?’는 생각에 억울했다”며 “바로 업주는 경찰에 신고했고 대화를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A씨가 업주에게 파손 부위의 흔적, 도착 당시의 기억 등을 설명하면서 “블랙박스로 확인 후 제가 파손한 게 아니면 사과해달라”고 얘기했지만 업주는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가 오토바이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다시 대화를 요청했지만 업주는 “배달의OO 고객센터에 연락한 후 ‘라이더가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 ‘매장서 소리 친다’ ‘통화 녹음 되고 있는 거냐’ 등 업장과의 분쟁 사유로 계약해지가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업주의 행태로 인해 배달의OO과 계약해지로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데 위협받았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 아직도 억울함에 잠 못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하자 업주는 “A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면서 어중간한 각도의 CCTV를 가리키며 “파손한 게 맞다면 전체를 보상해야 한다, 정보공개 청구해서 민사 재판을 하겠다, 전화번호를 주지 않고 버틴다” 등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A씨는 관련 자료를 찾던 중 한 SNS를 통해 해당 부분이 촬영된 사진을 찾아냈다. 그는 “해당 사진의 블로그 리뷰는 지난 7·8월 사진으로, 자료를 찾은 뒤 ‘일식집 업주가 선량한 사람 하나 잡아 전체 보수하기로 했구나’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억울한 사건은 현재진행형으로 본인 가게 인스타XX 해명글을 통해 제가 고소를 언급했고 자신은 ‘파손했다고 언급한 적조차 없으며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 정신은 더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사장님, 명확한 자료가 있다. 너무나도 억울하다. 보배 회원님들의 간절한 도움을 요청드린다. 공론화되길 원한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A씨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회원 ‘드래곤OO’는 “8월20일에 어느 분 블로그에 찍혀 있는 사진을 보니 벽이 똑같이 파손돼있는데…”라며 링크와 함께 댓글을 달았다. 블로그에는 해당 일식집의 전경 사진이 첨부돼있는데 게시일이 지난달 20일이다. 즉, 해당 위치의 페인트 칠 도장 벗겨짐(박리현상)은 A씨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회원 ‘이노OO’는 “업장이 인터넷에 올라가봐야 정신 차릴 텐데…선택해보라고 하시는 게 해결이 빠를 듯하다. 갑질은 님이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회원 ‘벌깨OO’은 “일본 오염수 방류로 회덮밥이 너무 안 팔려서 수리비가 부족했나?”고 조소했다.

회원 ‘카리스마D’도 “업주님, 그냥 지금이라도 사과하시고 마무리하시라. 원래부터 부서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도 “저걸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벗겨진 거라고 하는 게 대단하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벗겨진 거라고 해도 각도상 훨씬 위쪽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열심히들 산다” 등 업주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닉값하려고 로그인했다’는 회원 ‘OO페인트’는 “페인트만 15년 넘게 단종 운영 중인데 외부 도장이 저렇게 일어날 정도면 분명 재도장일 것”이라며 “재도장 시 바인더를 바른 후 재도장해서 저런 (들뜸)현상이 나타났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마)수성외부 2급을 사용했을 것 같다”며 “절대 사람 손이나 도구로 저렇게 파손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아무리 봐도 박리현상인데…”라며 의심했다.


박리현상이란 기온의 변화 및 풍화 작용 등으로 도장면이 양파껍질처럼 한 겹씩 벗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업주 B씨는 “최초 오토바이 세우고 들어오시는 중에 굉음이 울려 식사하시던 분을 비롯해 한 곳을 응시했다”며 “기사님도 오토바이 확인을 위해 나가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마 기사님도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장면을 못 보셨을 것이고 저도 못 봤다”면서도 “이미 오토바이는 세워져 있고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르니 외부 방범 CCTV 확인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께 첨부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B씨는 가게 문을 나오자마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이드미러를 맞추고 있는 A씨에게 “이거 부수신 거에요?”라고 묻고 있다. A씨가 먼저 나갔고 B씨가 뒤따라 나오자마자 파손을 의심한 셈이다. 

이어 “왜 갑자기 (A씨가)‘아, 너무하시네요’ 하시면서 언성을 높이셨는지 모르겠지만 후로 계속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을 거부했고 오토바이 뒤쪽의 배달박스에 스크래치가 보여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사님이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땅바닥에 텀블러가 같이 떨어져 큰 소리가 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한 어딘가는 파사드 간판을 말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번째 해명글에선 “(A씨가)처음엔 바닥에 쓰러진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가시기 전엔 도장이 떨어져나간 부분을 가리키셨는데 이미 굉음이 오토바이와 파사드 간판에 의한 거라고 인지하고 계셨던 것 아니냐?”고 상반된 해명을 내놨다.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던 첫 번째 글과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B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이 소리가 크게 났다”며 텀블러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B씨는 “그러기엔 파사드(외부 간판) 울리는 철판 소리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B씨가 올린 인스타XX 해명글은 ‘파사드 간판은 물적 재산인데 파손했으면 A씨가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로 요약된다. 파사드 간판이란 입구 기둥과 전면을 아연도금 소재의 철판으로 감싸는 형태의 구조를 말한다.

그는 “파사드 간판 중간의 하얀 점 두 개도 예전에 다른 기사님이 오토바이를 넘어뜨려 생긴 상처였다”며 “바로 나가서 확인하니 오토바이가 간판에 닿아 있었고 ‘죄송하다’는 기사님의 사과를 받으면서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요구한 후 아무 후속조치 없이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B씨가 언짢았던 부분은 A씨가 “바닥에 오토바이가 쓰러졌다. 내 오토바이가 망가져 속상하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는 “제게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위기만 모면해보자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화가 나서 ‘저 사람 데리고 가세요. 민사로 보자’고 격하게 발언했던 건 인정한다”고 수긍했다.

해당 인스타XX 해명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댓글에는 “아니,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고 해도 어떤 근거로 사장님 재산인 파사드 간판에 손상을 입혔다고 확신하는 거냐? 저 당시는 CCTV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 아니냐? 본인 뇌피셜인데 왜 그 상황에 기사님께 사과를 바라시는 거냐?” “네이X 타임라인 보면 이전부터 녹슬어 있었는데 이번이 기회로 보고 덤터기 씌우려고 한 건가요?” “이거 부순 거에요?라고 왜 물어봄? 원래 저 상태라는 거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 등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 댓글이 달리고 있다.

물론, B씨 주장처럼 A씨가 악의적으로 영상을 왜곡, 편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잘못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영상편집을 ‘굳이, 왜?’ 하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반면 “억울한 건 알겠는데 당일 가입에 도와달라고 공론화되길 원한다는 말이 살짝 역겹다. 보배가 무슨 언론공작소도 아니고…” “신호위반 밥 먹듯이 하고 이슈를 위해서는 뭐든 하는 유튜버라서…큰 사건도 아닌데 공론화까지…” “여기는 딸배 사이트 아니다. 딸배들 하는 거 보면 그냥 중립이다. 다 뿌린 대로 걷는 법” 등의 부정적 댓글들도 달렸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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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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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