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 밖’ 굉음에 “전화번호 내놔” 강남 일식 업주 입길

오토바이 배달 기사에 “영업방해 계약해지 가능”
SNS 타임라인 속 도장면 사진 발견으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강남 소재의 한 일식집 업주로부터 억울한 갑질로 당장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자신을 ‘배달 기사로 근무 중인 30대 청년’이라고 밝힌 회원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강남 악덕 업주 갑질 사건 피해자입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피해 호소글을 게재했다.

A씨는 “최근 업주로부터 생업까지 위협받는 억울한 갑질을 당해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다가 찾아 뵙는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경 배달을 위해 해당 음식점 앞에 오토바이를 정차하는 과정서 사이드 스탠드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리를 들고 밖으로 나온 일식집 업주는 도장면이 벗겨진 벽면을 가리키며 A씨를 향해 “당신이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미 도착 전부터 해당 부분이 파손돼있다는 걸 분명히 봤다”며 도착 전의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본을 함께 첨부했다. 캡처 이미지에는 모서리 부분의 흰색 페인트 도장면이 벗겨진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해당 부분과 제 오토바이가 접촉되지 않았던 것까지 확인했는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첫마디가 ‘이거 부순 거냐?’였다”며 “제가 파손한 것으로 확정짓고 전화번호를 달라고만 계속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계속 전화번호를 요구하는지,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도통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심적으로 했으면 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업주가)언성을 높이고 전화번호를 달라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도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에 A씨도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도저히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제가 파손한 게 아닌데 왜 전화번호를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파손)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나?’는 생각에 억울했다”며 “바로 업주는 경찰에 신고했고 대화를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A씨가 업주에게 파손 부위의 흔적, 도착 당시의 기억 등을 설명하면서 “블랙박스로 확인 후 제가 파손한 게 아니면 사과해달라”고 얘기했지만 업주는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가 오토바이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다시 대화를 요청했지만 업주는 “배달의OO 고객센터에 연락한 후 ‘라이더가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 ‘매장서 소리 친다’ ‘통화 녹음 되고 있는 거냐’ 등 업장과의 분쟁 사유로 계약해지가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업주의 행태로 인해 배달의OO과 계약해지로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데 위협받았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 아직도 억울함에 잠 못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하자 업주는 “A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면서 어중간한 각도의 CCTV를 가리키며 “파손한 게 맞다면 전체를 보상해야 한다, 정보공개 청구해서 민사 재판을 하겠다, 전화번호를 주지 않고 버틴다” 등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A씨는 관련 자료를 찾던 중 한 SNS를 통해 해당 부분이 촬영된 사진을 찾아냈다. 그는 “해당 사진의 블로그 리뷰는 지난 7·8월 사진으로, 자료를 찾은 뒤 ‘일식집 업주가 선량한 사람 하나 잡아 전체 보수하기로 했구나’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억울한 사건은 현재진행형으로 본인 가게 인스타XX 해명글을 통해 제가 고소를 언급했고 자신은 ‘파손했다고 언급한 적조차 없으며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 정신은 더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사장님, 명확한 자료가 있다. 너무나도 억울하다. 보배 회원님들의 간절한 도움을 요청드린다. 공론화되길 원한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A씨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회원 ‘드래곤OO’는 “8월20일에 어느 분 블로그에 찍혀 있는 사진을 보니 벽이 똑같이 파손돼있는데…”라며 링크와 함께 댓글을 달았다. 블로그에는 해당 일식집의 전경 사진이 첨부돼있는데 게시일이 지난달 20일이다. 즉, 해당 위치의 페인트 칠 도장 벗겨짐(박리현상)은 A씨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회원 ‘이노OO’는 “업장이 인터넷에 올라가봐야 정신 차릴 텐데…선택해보라고 하시는 게 해결이 빠를 듯하다. 갑질은 님이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회원 ‘벌깨OO’은 “일본 오염수 방류로 회덮밥이 너무 안 팔려서 수리비가 부족했나?”고 조소했다.

회원 ‘카리스마D’도 “업주님, 그냥 지금이라도 사과하시고 마무리하시라. 원래부터 부서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도 “저걸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벗겨진 거라고 하는 게 대단하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벗겨진 거라고 해도 각도상 훨씬 위쪽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열심히들 산다” 등 업주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닉값하려고 로그인했다’는 회원 ‘OO페인트’는 “페인트만 15년 넘게 단종 운영 중인데 외부 도장이 저렇게 일어날 정도면 분명 재도장일 것”이라며 “재도장 시 바인더를 바른 후 재도장해서 저런 (들뜸)현상이 나타났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마)수성외부 2급을 사용했을 것 같다”며 “절대 사람 손이나 도구로 저렇게 파손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아무리 봐도 박리현상인데…”라며 의심했다.

박리현상이란 기온의 변화 및 풍화 작용 등으로 도장면이 양파껍질처럼 한 겹씩 벗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업주 B씨는 “최초 오토바이 세우고 들어오시는 중에 굉음이 울려 식사하시던 분을 비롯해 한 곳을 응시했다”며 “기사님도 오토바이 확인을 위해 나가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마 기사님도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장면을 못 보셨을 것이고 저도 못 봤다”면서도 “이미 오토바이는 세워져 있고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르니 외부 방범 CCTV 확인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께 첨부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B씨는 가게 문을 나오자마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이드미러를 맞추고 있는 A씨에게 “이거 부수신 거에요?”라고 묻고 있다. A씨가 먼저 나갔고 B씨가 뒤따라 나오자마자 파손을 의심한 셈이다. 

이어 “왜 갑자기 (A씨가)‘아, 너무하시네요’ 하시면서 언성을 높이셨는지 모르겠지만 후로 계속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을 거부했고 오토바이 뒤쪽의 배달박스에 스크래치가 보여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사님이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땅바닥에 텀블러가 같이 떨어져 큰 소리가 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한 어딘가는 파사드 간판을 말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번째 해명글에선 “(A씨가)처음엔 바닥에 쓰러진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가시기 전엔 도장이 떨어져나간 부분을 가리키셨는데 이미 굉음이 오토바이와 파사드 간판에 의한 거라고 인지하고 계셨던 것 아니냐?”고 상반된 해명을 내놨다.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던 첫 번째 글과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B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이 소리가 크게 났다”며 텀블러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B씨는 “그러기엔 파사드(외부 간판) 울리는 철판 소리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B씨가 올린 인스타XX 해명글은 ‘파사드 간판은 물적 재산인데 파손했으면 A씨가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로 요약된다. 파사드 간판이란 입구 기둥과 전면을 아연도금 소재의 철판으로 감싸는 형태의 구조를 말한다.

그는 “파사드 간판 중간의 하얀 점 두 개도 예전에 다른 기사님이 오토바이를 넘어뜨려 생긴 상처였다”며 “바로 나가서 확인하니 오토바이가 간판에 닿아 있었고 ‘죄송하다’는 기사님의 사과를 받으면서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요구한 후 아무 후속조치 없이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B씨가 언짢았던 부분은 A씨가 “바닥에 오토바이가 쓰러졌다. 내 오토바이가 망가져 속상하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는 “제게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위기만 모면해보자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화가 나서 ‘저 사람 데리고 가세요. 민사로 보자’고 격하게 발언했던 건 인정한다”고 수긍했다.

해당 인스타XX 해명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댓글에는 “아니,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고 해도 어떤 근거로 사장님 재산인 파사드 간판에 손상을 입혔다고 확신하는 거냐? 저 당시는 CCTV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 아니냐? 본인 뇌피셜인데 왜 그 상황에 기사님께 사과를 바라시는 거냐?” “네이X 타임라인 보면 이전부터 녹슬어 있었는데 이번이 기회로 보고 덤터기 씌우려고 한 건가요?” “이거 부순 거에요?라고 왜 물어봄? 원래 저 상태라는 거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 등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 댓글이 달리고 있다.

물론, B씨 주장처럼 A씨가 악의적으로 영상을 왜곡, 편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잘못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영상편집을 ‘굳이, 왜?’ 하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반면 “억울한 건 알겠는데 당일 가입에 도와달라고 공론화되길 원한다는 말이 살짝 역겹다. 보배가 무슨 언론공작소도 아니고…” “신호위반 밥 먹듯이 하고 이슈를 위해서는 뭐든 하는 유튜버라서…큰 사건도 아닌데 공론화까지…” “여기는 딸배 사이트 아니다. 딸배들 하는 거 보면 그냥 중립이다. 다 뿌린 대로 걷는 법” 등의 부정적 댓글들도 달렸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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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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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