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동행’ 청소년에 담배 판 편의점 적발? 함정수사 논란

“무혐의 나올 것”이라던 파출소 “행정 처분 예정”
일각에선 실적 올리기 꼼수 VS 법대로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여경과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온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한 업주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갑론을박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편의점 9년차 황당한 미성년자 담배 판매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9년차 편의점 업주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이날 오전 2시 정각에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이었는데, 밖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경찰이 출동했다”며 “(미성년자)여성 두 명과 여경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셋이 나란히 서서 여성 한 명이 담배를 달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은 여경과 미성년 여성이 이야기를 하면서 편의점으로 들어왔던 데다 ‘어떤 미성년자가 경찰과 같이 와서 담배를 사겠어’ 라는 생각에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미성년 여성 중의 한 명인 B에게 담배를 판매했다.

CCTV 영상을 확인하던 A씨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담배를 받아든 B가 편의점 밖으로 나간 뒤 경찰과 함께 흡연을 하며 여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글에 “밖에 나가서 경찰이 보는 앞에서 담배를 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기술했다.

그는 “그로부터 10분 후 같이 있던 여경이 들어와 (아르바이트생에게)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마치 본인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물어봐서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진술서를 받아야 한다며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관할 파출소로부터 연락을 받고 ‘어느 파출소인지’ ‘여경의 관등성명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으나 알려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수소문 끝에 여경이 근무하고 있는 해당 파출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A씨는 “해당 파출소에 당사자(여경)는 없었지만 근무 중인 경찰분들 말로는 ‘상황이 애매하고 신원 조회를 늦게 해서 벌어진 일로, 이미 진술서가 접수돼있는 상태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충분히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는 안내를 받아 화를 가라앉히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며칠 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졌으며, 담당 수사관도 호의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얘기를 들었다.

며칠 후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업주는)제3자라서 점주는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구청 위생과에 행정처분으로 넘길 예정이다. 이의신청은 위생과에 하라’면서 생년월일을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이때부터 피해가 올 것이라는 판단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아르바이트생에게 기소유예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A씨가)감경을 받을 수 있으며 어쨌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누가 CCTV를 봐도 경찰이 같이 있는데 미성년자가 담배를 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같이 이야기하면서 들어왔다고 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울러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비슷한 사건을 겪었던 분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린다”면서도 “물론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의 책임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업주의 잘못’ VS ‘함정수사’라는 두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편의점 업주를 두둔하는 회원들은 “여경과 이야기하다가 들어와서 사간 거라면 누가 미성년자인 줄 알겠냐?” “이건 함정수사다. 말 그대로 제대로 낚인 것 같다. 건수 하나 올린 것” “편의점 CCTV 돌려서 그 여경이 함께 있었다는 거 확인시켜주면 될 것” “여경은 미성년자 담배 구매 방조죄인데 미성년자인 거 알면서도 구매하는 거 지켜만 본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업주 측의 잘못이라는 회원들의 의견도 다수 있었다.

회원 ‘쫄O’는 “억울하겠지만 일단 경찰이 있건 없건 신분증 검사는 하는 게 맞다. 경찰은 판매자의 범죄 여부를 따지는 사람들”이라며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찰도 잘못이 있어 보이지만 그대로 판매자가 확인하지 않은 게 제일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회원 ‘태어나OOOO’는 “신분증을 얼굴 보고 하느냐? 경찰이든 누구든 무슨 상관이냐? 자기 할 일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자조했다.

회원 ‘낭만X’은 “여경도 문제지만 파는 사람이 잘못 아닌가? 사는 사람이 잘못인가? 아니면 누가 더 잘못인가?”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A씨가 억울해하는 부분은 ▲경찰복을 입은 여경이 신원 조회도 하지 않고 미성년자 담배 구매에 동행한 점 ▲여경의 관등성명을 밝히지 않아 파출소를 찾아다녀야 했던 점 ▲경찰 본인도 미성년자인 줄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함께 동행해 아르바이트생을 헷갈리도록 한 점 ▲경찰 앞에서 담배까지 피는 미성년자를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점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여경이 미성년자의 담배 구매에 동행한 점은 의견이 충분히 갈릴 수 있다. 핵심은 B와 여경의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리 중요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여경과 B는 담배 구매 이전에 밖에서 대화가 오갔는데, 결국 지인 여부와는 관계 없이 이미 어느 정도 말을 맞췄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여경의 관등성명 미고지 부분으로, 통상 민원인들은 경찰 포함 공무원들에게 관등성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의 관등성명 고지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이나 임의동행 요구 시엔 신분을 증명할 증표를 보이고 관등성명을 밝혀야 하지만 이 경우를 제외하면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 번째, 미성년자와 함께 동행해 아르바이트생을 헷갈리게끔 만든 부분은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핵심은 ‘왜 함께 들어왔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이 여경이 함께 들어온 여성이 담배를 살까?’하는 생각에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부분일 수 있다. 법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선 무조건 신분증을 검사하도록 법에 명시돼있는 탓이다. 


여경의 미성년자 담배 판매 방조 책임 부분도 논란의 여지는 존재한다. 사회적 통념상 미성년자가 담배를 구매하는 상황을 그냥 보고 있었던 여경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근무수칙 등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미성년자 흡연을 제제하지 않은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담배와 술은 유해물질로 규정돼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미성년자들이 담배나 술을 구매(실제로는 판매 업주만 처벌)하는 게 법적 규정이 없는 데다 이들의 흡연이나 음주 자체 역시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해당 여경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사회적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 등의 판매, 대여 등의 금지)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 대여, 배포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또 청소년에게 담배나 주류를 판매할 경우 청소년보호법 제54조 및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별표Ⅱ에 따라 ‘판매자는 위반 횟수마다 100만원의 과징금에 처해진다’고 명시돼있다.

담배 판매의 경우는 담배사업법 제17조 제2항 제7호 등 위반으로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

함정수사란 수사기관(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및 특정 사안의 특별사법경찰관리) 또는 그 하수인이 특정인으로 하여감 범죄를 저지르게 하거나 교사하거나 범죄를 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후 범죄의 실행을 기다렸다가 검거하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다만 이처럼 정상적인 형태가 아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검사 기소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현직 편의점 업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미성년자와 경찰이 따로 들어오고, 미성년자가 먼저 계산하고 경찰이 그걸 뒤에서만(미성년자 인상착의는 모르는 상태) 보다가 밖에서 미성년자인 걸 확인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같이 얘기하면서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면 미심쩍거나 옳지 못한 일은 미리 방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일 벌어지는 거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다가 일 벌어지고 나서 처벌하려는 게 진짜 경찰이 할 일 맞느냐”고 답답해했다.

<일요시사>는 이날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으며 해당 글은 14일 오후 삭제 처리됐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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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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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