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덕분에…” 산본 프랜차이즈 국밥집 사장의 토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1000만원 벌금
“5명 가장 생계 잃어…어른 되면 잘못 기억하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너희 덕분에 5명의 가장이 생계를 잃었다. 지금은 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진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지난 6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느 가게에 붙은 안내문’이라는 게시글이 작성됐다. 글 작성자 A씨는 “거짓말로 속인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영업정지(됐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고 한탄했다.

A씨는 짧은 한탄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출입문 옆에 붙은 업주가 붙인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바탕의 안내문이 등장한다. 업주는 안내문을 통해 “갓 제대한 군인이라는 미성년자의 거짓말을 믿은 잘못으로 당분간 영업을 정지하게 됐다.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늙어 보이는 얼굴을 믿지 않고 신분증 검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해당 음식점을 찾은 미성년자들은 ‘군대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술을 요구했다. 당시 업주는 신분증을 검사해야 했지만 이들의 얼굴이 미성년자 같지도 않았던 데다 군대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7일 <일요시사>는 해당 음식점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음식점은 몇 달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에는 “미성년자라서 처벌 못한다면 그 부모가 책임지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 “신분증 검사 못한 업주도 처벌받고 자식 잘못 키운 부모들은 업주에게 손해 배상해야 한다” “우리 동네도 저런 비슷한 경우로 업주가 마음 상해서 폐업한 곳이 있다. 몹쓸 것들”이라며 “미성년자라도 해도 저건 범죄인데 우리나라 법은 항상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려야 하다니…” “속은 사람만 불쌍하다” “대한민국 법은 너무 잘 만들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됨” 등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회원도 “13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영업 잘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학생 알바생이 성인 직장인 여성인 줄 알고 술을 내줬는데 술 마시고 근방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순찰 경찰에게 미성년자로 밝혀져 벌금과 영업정지 받고 행정소송 중”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영업정지는 40~60일, 벌금은 1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나이를 속이고 술 마신 3명의 여고생과 그 부모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없고 우리 가게만 피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이 댓글에는 “법이 이상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영업해본 적도 없고 그런 힘든 일 한 적도 없어서 서민들의 억울함은 모른다”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도 “20대 때부터 다니던 24시간 영업하던 곳이 미성년자가 술 먹고 자폭해서 하루아침에 문 닫았다. 6개월 영업정지는 사실상 장사 그만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댓글들의 핵심은 업주가 미성년자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업주를 속이고 주류를 주문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관련 법에는 업주에 대한 처벌만 적시돼있을 뿐, 업주를 속인 미성년자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음식점 업주도 일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기에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거짓말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업주에게 잘못이 있다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나야OOO’는 “청소년보호법의 목적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그렇다.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을 제공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원도 “신분증 검사를 했으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속이더라도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게 법의 취지”라며 “아이들을 욕할 순 있겠지만 음식점 쉴드는 어렵다”고 동조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상 주류는 유해약물로 지정돼있으며,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 또 제59조 제6호에 따르면 위반 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람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제28조 제4항에는 ‘주류를 판매하려는 자는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해당 댓글에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법, 현실은 무시한 법, 목적 하나만 생각하고 만든 어이없는 법”이라는 반박 대댓글이 달렸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44조 2항 제4호 및 제75조 제1항 제13호에 따르면 식품접객 영업자는 청소년보호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고 위반 시 관할 행정청은 영업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단, 위반사항이 고의성이 없거나 국민 보건상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없다고 검사로부터 기소유예(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 처분이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 판결을 받은 경우 정지처분 기간의 1/2 이하 범위서 처분을 경감할 수 있다.

한 재경 변호사는 “청소년들이야 재미로 한두 번 업주를 속이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구매하겠지만 업주 입장에선 영업정지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무서운 처분”이라며 “물론 음주나 흡연하려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선도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겠지만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형평에 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이 많지 않으나 유독 청소년보호법 위반에 대해선 상당수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지는 이유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지난 6일엔 음식점 업주가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식점 판매 업주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해당 업주는 지난해 4월, 15~16세의 미성년자 4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주는 이들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으며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제시했던 신분증은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법원은 업주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해당 소송서 재판부는 “청소년 주류 판매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청소년들에게 기망당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는 관련 형사 절차서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소재 음식점 업주는 “일부긴 하겠지만 주변 경쟁 업체서 미성년자들을 시켜서 잘되는 가게 문 닫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런 경우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타일 수도 있는데 제도적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고 하소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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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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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