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덕분에…” 산본 프랜차이즈 국밥집 사장의 토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1000만원 벌금
“5명 가장 생계 잃어…어른 되면 잘못 기억하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너희 덕분에 5명의 가장이 생계를 잃었다. 지금은 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진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지난 6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느 가게에 붙은 안내문’이라는 게시글이 작성됐다. 글 작성자 A씨는 “거짓말로 속인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영업정지(됐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고 한탄했다.

A씨는 짧은 한탄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출입문 옆에 붙은 업주가 붙인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바탕의 안내문이 등장한다. 업주는 안내문을 통해 “갓 제대한 군인이라는 미성년자의 거짓말을 믿은 잘못으로 당분간 영업을 정지하게 됐다.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늙어 보이는 얼굴을 믿지 않고 신분증 검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해당 음식점을 찾은 미성년자들은 ‘군대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술을 요구했다. 당시 업주는 신분증을 검사해야 했지만 이들의 얼굴이 미성년자 같지도 않았던 데다 군대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7일 <일요시사>는 해당 음식점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음식점은 몇 달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에는 “미성년자라서 처벌 못한다면 그 부모가 책임지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 “신분증 검사 못한 업주도 처벌받고 자식 잘못 키운 부모들은 업주에게 손해 배상해야 한다” “우리 동네도 저런 비슷한 경우로 업주가 마음 상해서 폐업한 곳이 있다. 몹쓸 것들”이라며 “미성년자라도 해도 저건 범죄인데 우리나라 법은 항상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려야 하다니…” “속은 사람만 불쌍하다” “대한민국 법은 너무 잘 만들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됨” 등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회원도 “13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영업 잘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학생 알바생이 성인 직장인 여성인 줄 알고 술을 내줬는데 술 마시고 근방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순찰 경찰에게 미성년자로 밝혀져 벌금과 영업정지 받고 행정소송 중”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영업정지는 40~60일, 벌금은 1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나이를 속이고 술 마신 3명의 여고생과 그 부모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없고 우리 가게만 피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이 댓글에는 “법이 이상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영업해본 적도 없고 그런 힘든 일 한 적도 없어서 서민들의 억울함은 모른다”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도 “20대 때부터 다니던 24시간 영업하던 곳이 미성년자가 술 먹고 자폭해서 하루아침에 문 닫았다. 6개월 영업정지는 사실상 장사 그만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댓글들의 핵심은 업주가 미성년자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업주를 속이고 주류를 주문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관련 법에는 업주에 대한 처벌만 적시돼있을 뿐, 업주를 속인 미성년자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음식점 업주도 일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기에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거짓말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업주에게 잘못이 있다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나야OOO’는 “청소년보호법의 목적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그렇다.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을 제공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원도 “신분증 검사를 했으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속이더라도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게 법의 취지”라며 “아이들을 욕할 순 있겠지만 음식점 쉴드는 어렵다”고 동조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상 주류는 유해약물로 지정돼있으며,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 또 제59조 제6호에 따르면 위반 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람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제28조 제4항에는 ‘주류를 판매하려는 자는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해당 댓글에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법, 현실은 무시한 법, 목적 하나만 생각하고 만든 어이없는 법”이라는 반박 대댓글이 달렸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44조 2항 제4호 및 제75조 제1항 제13호에 따르면 식품접객 영업자는 청소년보호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고 위반 시 관할 행정청은 영업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단, 위반사항이 고의성이 없거나 국민 보건상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없다고 검사로부터 기소유예(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 처분이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 판결을 받은 경우 정지처분 기간의 1/2 이하 범위서 처분을 경감할 수 있다.

한 재경 변호사는 “청소년들이야 재미로 한두 번 업주를 속이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구매하겠지만 업주 입장에선 영업정지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무서운 처분”이라며 “물론 음주나 흡연하려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선도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겠지만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형평에 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이 많지 않으나 유독 청소년보호법 위반에 대해선 상당수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지는 이유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지난 6일엔 음식점 업주가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식점 판매 업주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해당 업주는 지난해 4월, 15~16세의 미성년자 4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주는 이들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으며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제시했던 신분증은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법원은 업주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해당 소송서 재판부는 “청소년 주류 판매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청소년들에게 기망당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는 관련 형사 절차서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소재 음식점 업주는 “일부긴 하겠지만 주변 경쟁 업체서 미성년자들을 시켜서 잘되는 가게 문 닫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런 경우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타일 수도 있는데 제도적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고 하소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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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