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우습나? 건드리지 마” 여행사 협박 논란

3달 전 계약·당일 다른 호실 확인 후 항의
환불배상 요구에 돌연 “가족들까지 끝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여행사를 통해 숙박 예약 후 찾아간 방이 계약조건과 너무 달라 항의와 함께 환불 및 배상을 요구하자 되레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피해 호소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조폭 같은 여행사 직원에게 협박을 받았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1월에 친구 둘과 울릉도 여행 계획을 잡고 숙박예약을 의뢰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여자들은 잠자리를 중요시하기에 최근에 생겼다는 호텔에 트윈+싱글베드룸으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는데 방이 몇 개 없어서 빨리 잡아야 한다길래 1월19일에 계약금 50%인 74만7500원을 회사계좌로 송금했다”며 “호텔 측으로부터 예약이 확정됐다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일, 나머지 잔금을 보냈는데 12일 담당자(B)가 ‘호텔 측 실수로 예약 파일이 지워져 다른 사람들 예약을 받느라 예약했던 방이 없어졌다’고 했다”며 “다른 방은 모두 예약돼서 2층 침대가 있는 방이 더 큰 다른 호실로 잡았다며 차액은 환불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일행 중 2층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힘든 데다 2층에서는 못 자겠다고 해서 한 명은 이불을 깔고 바닥에서 자기로 하고 이불 준비를 요청한 후 울릉도로 향했다.


A씨 일행은 지난 14일, 울릉도 해당 호텔에 도착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된 호실로 가보니 B씨의 말과는 다르게 게스트룸이었고 방도 좁아 이불을 깔면 짐을 놓을 공간은커녕 앉을 자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A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호텔 측에선 예약 파일이 지워진 적도 없고 예약 자체가 없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A씨는 “아마 B씨가 깜빡 잊고 예약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책임을 호텔에 떠넘기며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전화로 항의와 함께 환불 및 배상을 요구했다”며 “그때부터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은 후 받지 않길래 회사로 전화하니 횡설수설하면서 ‘짜증나지? 나도 그래’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식 대응에 황당함을 느꼈던 그는 이튿날(15일) “그동안 통화내용이 녹음돼있는 파일과 문자메시지가 다 있으니 합당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겠다”고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여행 일정 마지막날이었던 16일 오전 11시28분, B씨로부터 “숙소는 더 비싸다. 숙소에 물어봐도 된다. 법 얘기해서 겁먹지도 않고 법대로 살아왔다”며 “내가 우습게 보이나? 내가 그냥 여행사 직원으로만 보이지? 니 연락처, 전화번호 하나로 니 기족들까지 끝나. 날 건드리지 마”라는 협박성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아마도 50대 아줌마들이 협박과 공포를 주면 그만둘 줄 알았나 보다. 친구들과 저는 그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공포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며 “가족까지 들먹이며 협박하고 언어폭행에 개인 신상 비밀침해 등 전국구 여행사 직원이 고객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형사소송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B씨로 예상되는 한 보배드림 회원은 해당 글에 “2주 전쯤, 숙박업소 직원이 엑셀파일이 삭제돼 제가 예약했던 게 사라져 다른 고객을 받았다고 다른 숙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며 “비슷한 수준의 방으로 부탁해도 마감돼있어 계속 기다리며 대기를 요청했으나 해결되지 않아 결국 누락시킨 숙소(호텔)서 2층 침대 2개가 된다고 해서 예약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는 “트윈베드보다 2층 침대 2개가 더 저렴하다고 생각해 배상해주겠다. 고객에게는 호텔 직원 실수니 사장님이 1박에 2만원 정도 할인해주겠다고 얘기했는데 호텔에선 당연히 (고객이)고함지르고 힘들게 하니까 자기들 실수가 아니라고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제게 반말하고 욕한 건 (글에)적지 않았는데 그래서 저도 욕을 했다. 고객이 욕해도 여행사 직원의 잘못이면 무조건 욕을 먹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며 “저는 녹취가 돼있지 않아 소명 못하겠지만 글 쓴 사람은 있다고 하니 통화시간 만큼 편집 없이 녹취록을 올리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먼저 욕한 부분인 앞부분을 자르면 제가 통화시간을 캡처해 답글 남기겠다”고 덧붙였다.

21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여행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실수를 인정하고 합당한 조치만 취해줬어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고 횡설수설 제대로 답도 못하고 따져 물으니 짜증내고 전화를 끊었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여행사 직원이 예약을 뒤늦게 했는지 대구서 포항 여객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인원초과로 택시(무료)로 이동했고, 포항서 울릉도 들어가는 배는 우등석이었던 반면 올 때는 일반석이었다”며 “1월에 예약했는데, 아마 늦게 예약이 들어가 일반석 자리가 없어 우등석으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일로 저와 동행자 2명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여행을 망치고 사기와 협박 등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해당 호텔 측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수로 예약 파일이 지워진 것 같다”는 B씨 주장에 대해 “예약 당일 오버부킹(초과예약)이 있어 해당 내용을 여행사 측에 통보했다”면서도 “여행사에서도 예약했던 고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더 이상은 답변드릴 게 없다”고도 했다.

▲지난 1월19일 비용 입금 후 이미 여행사로부터 A씨에게 예약 완료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점 ▲호텔 측에서도 초과예약으로 인해 예약이 불가해 이를 여행사에 통보했다고 밝힌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결국 여행사 측에서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행사 직원 B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클레임을 제기하길래 더 이상 전화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 짜증을 냈다”면서도 “A씨도 통화 중에 욕설을 했다. 어제 A씨가 올린 녹취 파일을 확인해봤는데 불리한 본인의 욕설 부분은 편집해서 올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전에 OOO호텔에 전화했던 언론사 맞느냐? 우리도 A씨를 상대로 영업방해로 고발을 준비 중에 있다. 더 이상은 답변이 곤란하다”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일요시사>는 A씨로부터 입수한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의 통화 음성 녹취 파일 10건을 확인했다. 녹취 파일 중 논란이 될만한 14일 파일에는 호텔 호실 도착 후, 16일엔 협박성 문자메시지 수신 후의 A씨와 B씨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아래는 14일, A씨가 숙소 도착 후의 통화 녹취 전문이다.

A씨 : “방에 들어왔는데 게스트하우스네요? 룸이 게스트룸이라구요?”

B씨 :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호실)게 더 비싼데…”

A씨 : “뭐가 비싼데요? 우리가 더블+싱글 좋은 방으로 예약했잖아요. 근데 여긴 게스트룸인데 그렇게 말씀 안 하셨잖아요.”

B씨 : “2층 침대 맞잖아요.”

A씨 : “게스트룸이 더 비싼 거에요? 우리가 예약한 방이 더 비싼 거에요?”


B씨 : “제가 말씀드렸잖아요…”(잠시 침묵)

A씨 : “무슨 말을 하셨는데요?”

B씨 : “제가 할 말이 없는데…금액이 차이가 난다고 말씀드렸구요. 그 방이 더 비쌉니다. 직원이 실수했기 때문에 제가 할 말이 없는데…”

A씨 : “그럼 뒤에 예약하신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을 바꿔줘야지, 먼저 예약한 사람의 방을 바꾸면 어떻게 해요. 이 방 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몇 달 전에 예약한 거 아니에요?”

B씨 : “제가 잘못했고 그쪽에서 잘못한 건데 제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는데…그러면 고객님이…어… 어…2층 침대는 당연히 없고…중간에…2층 빼고…”(잠시 침묵)

A씨 :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에요? 지금 전화받으시는 분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제가 뭐라고 부르면 돼요?”

B씨 : “죄송한데요. 제가 잘못한 건 없고요. 따지시려고, 진짜 짜증나 죽겠네!”

A씨 : “지금 뭐라고 했어요?”

3분6초 가량의 통화는 여기서 종료됐다.

아래는 지난 16일, A씨가 B씨에게 항의 과정에서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은 후의 통화 녹취 전문이다.

B씨 : “문자 봤어요?”

A씨 : “봤어요.”

B씨 : “봤어요. 고소하면 되고, 고소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지 모르겠는데…”

A씨 : “우습게 보이든 안 우습게 보이든…우리가 지금.”

B씨 : “그 방은 더 비싸고.”

A씨 : “비싸다니까.. 또 거짓... 여보세요? 우리가 무슨 바봅니까?”

B씨 : “욕 나올 수 있으니까.”

A씨 : “욕해, 욕해.”

B씨 : “욕하라고?”

A씨 : “응, 욕해요.”

B씨 : “아이고…”

A씨 :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진짜.”

B씨 : “야, 그래 있어.”

A씨 : “야? 그래 미친 X아!”

B씨 : “미X OO. 니가 미X지. 왜 미X다고 지X하고 있어. 니 그렇게 살아. 씨X. 니 지인 전화번호 갖고 내가 못 찾아갈 것 같아?”

A씨 : “찾아와.”

B씨 : “아이고, 됐다 그래. 씨XX아!”

A씨 : “찾아오고. 너거는 앞으로 장사 못하게 SNS 다 올릴 테니까.”

B씨 : “아이고, 다 올려, 지X하지 마. 그거 해.”

A씨 : “지금 통화하는 거, 욕하는 거 다 올릴 테니까.”

B씨 : “내가 니 위치 못 찾아갈 것 같애? 이 씨XX아, 니 마음대로 해. 개XX야!”

A씨 : “야이, 개XX 씨XX아, 나는 욕 못하는 줄 알아?”

A씨는 <일요시사>에 “이후 B씨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이후론 다른 문자도 없었다”며 “오전에 통화 녹취 파일과 문자메시지 캡처 등을 증거자료로 정리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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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