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사기? ‘중고차값 뺨치는’ 덤터기 설치 피해담

2대에 394만원…회원제로 6년간 매달 2만원씩 챙겨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차량 블랙박스 설치비용에 390여만원이 결제돼 덤터기 논란이 일고 있다. 수술 후 부작용으로 인한 치매 증상이 있다는 부친의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너무 많이 나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폭리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른바 ‘김포 블랙박스 덤터기’ 사연은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공론화됐다.

자신을 피해 당사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회원 A(39)씨는 이날 ‘제2탄 부평 블랙박스 394만원 저렴한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어제 어머니한테 연락이 와서 (부친의)카드금액이 너무 많이 나와 확인 좀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회하던 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부친께서)어머니 카드로 결제하셨는데 지난해 1월5일에 142만5600원, 10월17일에 252만원으로 총 394만5600원을 30개월 할부로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1월분 결제는 30개월 중 13개월째 납부 중이며 10월분 결제는 30개월 중 3회째 납부 중이다.


그는 “소비자센터에 민원을 넣었지만 중재 역할만 해줬다”며 “업체 측에선 6년간 관리 부분은 금액에서 빼주지는 못하고 30만원은 빼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A씨의 부친은 현재 급성심근경색으로 수술 후 자택서 요양 중인 상황인 데다 수술 부작용 후유증으로 인한 치매도 앓고 있다.

A씨는 “기존에 납부한 할부금과 차량 블랙박스 4채널 다 지급할 테니 남아있는 할부라도 취소해달라고 애원했으나 본사에 물어봐야 한다는 둥 연락이 없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나이 드신 어르신을 이렇게 호객행위하고 기만해도 되는 것이냐. 부친께서 사인하셨다고 하는데 필체도 친필과 다른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차가 오래되고 낡아서 폐차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저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론화해달라”고 덧붙였다.

26일 <일요시사> 취재에 응한 A씨에 따르면 1월분의 142만5600원 결제는 3채널 블랙박스 설치비로, 9개월 후인 10월에 4채널 블랙박스로 새로 설치했다. 첨부된 ‘고객카드’ 사진 하단 왼쪽에는 ‘서명날인 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명시돼있다.

오른쪽에는 ‘반납하신 보상품은 반환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돼있는데 이는 A씨의 부친이 이전에 사용했던 모델을 반납한 후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교체 설치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A씨는 실제 결제는 같은 매장서 이뤄졌는데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찍힌 업체명이 다른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에 장착했다는 첨부된 사진 속 블랙박스 모델은 지넷시스템사의 ‘QUBE GQ850’로 현재 온라인에선 단 두 업체서 12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3개월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10월 중순에 2배에 가까운 252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모델은 1년 전에 100만원대에 출시돼 큐브OOOOO을 통해 현재까지 같은 가격대로 전국의 블랙박스 설치 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모델의 온라인 구매처가 두 곳 뿐인 이유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전용 모델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월에 설치했던 3채널 블랙박스 제품도 142만원이라는 설치비용 역시 ‘덤터기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금액대다. 현재 시판 중인 3채널 제품의 최고가는 아이나비 제품으로 52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으며 같은 지넷사의 최고가 모델은 29만5000원으로 채 30만원이 되지 않는 탓이다.

A씨는 “6년 관리 목적으로 비싸게 파니 나이 드신 부모님께서 혹하신 것 같다”면서도 “누굴 탓하겠느냐. 일은 벌어졌고 다음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해당 업체 소비자센터 측으로부터 환불 금액을 기존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더 빼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같은 수법은 신종 블랙박스 사기로 고화질 4채널 블랙박스와 덤프트럭에 들어가는 보조 배터리를 장착하고 그 비용을 받는 수법이다. 보통 구매자가 보는 앞에서 CCTV로 녹화해 동의 받고 미개봉 제품을 판매 및 장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실제로 현재 시판 중인 60만원대 이상의 해당 회사의 블랙박스들은 일반 승용차량용이 아닌 트럭 등 화물차에 사용되는 블랙박스로 확인됐다.

회원으로 가입 시 관리해준다고 했다가 부당이득 등의 문제로 환불 사례가 생기자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진화된 수법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회원 서비스 신규계약서(케어 프로그램)에 따르면 ▲안심회원 가입 시 3~6개월마다 정기점검 ▲SD 메모리카드 무상교환 6년 ▲OS 프로그램 복구 및 단말기 시스템 펌웨어 무상지원 ▲A/S 수리 시 발생하는 금액에 대한 수리비 무상지원 6년 ▲신제품 구매 시 구형 단말기 반납하면 단말기 금액 30% 지원 ▲내비 업그레이드(유상 지도 제외) 무상 ▲이전 설치 2회 무상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관리비 명목으로 6년 동안 매월 1만9800원씩 총 142만5600원을 결제해야 하는 셈이다. 해당 혜택대로라면 지난해 10월에 설치 받았던 GQ850 모델은 30%(75만원 상당)의 금액을 할인받은 금액으로 미할인 적용 시 무려 320만원의 거금이 들어갈 뻔했다.

문제는 악덕 업체들이 차알못(차량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 고객들에게 2~3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면서 판매하는 행위가 수년째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년층이나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회원제 계약’을 유도한 뒤 매월마다 꼬박꼬박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비용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보통 적게는 2~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일요시사>는 취재를 위해 1월 매출전표에 찍힌 경기도 김포 소재의 업체에 전화했지만 ‘없는 번호’였고, 수소문 끝에 지난 8월 초 사업장을 옮겨 다른 곳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글은 베스트글에 올라간 후 삭제됐다가 같은 날 오후 8시경, A씨는 후기글을 통해 “업체 사장님의 요청으로 글을 내리게 됐다”며 “2차 결제분 252만원을 계좌로 입금 받았다. 4채널 블랙박스 제품은 중고로 팔거나 나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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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