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5년 됐는데…휴가비 내라” 육군 부사관에 배상 요구 논란

하루 만에 “비용 지불 불필요해” 꼬리
A씨 “후배들 문제 해결 방법 찾을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 한편으로 군 부사관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라는 게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마음가짐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5년 전에 전역했다는 한 누리꾼이 육군 부대로부터 휴가비를 지불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튿날 논란이 되자 글 삭제를 종용하기까지 했다.

지난 20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자신을 지난 2018년 9월30일에 전역한 육군 부사관이라고 밝힌 A씨는 “이미 국민신문고에도 제보한 상태다. 매일 사건이 있으면 눈팅하면서 응원만 했었는데, 파급력이 제일 센 곳이 보배드림이라고 주변서 많이 이야기해서 저에게도 황당한 일이 생겨 글을 쓴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지난 17일, 전역했던 부대의 행정보급관(이하 행보관)으로부터 ‘상급부대서 전역 전 추가로 쓴 휴가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7일 오버한 것 같다. 뭐가 문제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행보관에 따르면, 해당 금액은 60~70만원가량으로 휴가비 배상은 A씨뿐만이 아니라 해당 부대서 2019년, 2020년 전역했던 간부들에게도 해당됐다.

전역한 지 5년 된 상황에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A씨는 육군 재정관리단 민원실에 전화해 행보관으로부 받았던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 문의했다. 당시 민원실은 “담당 실무자가 없어 전화를 당겨 받았다”면서 실무 담당자 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해당 실무 담당자는 “나는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처리를 도와줄 수 없다. 실무자가 옆에 있으니 바로 연결해주겠다”고 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경 다시 연락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

A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민원실로 전화했던 그는 “이미 퇴근했다. 오늘 금요일이고 워라벨 아니냐. 이해해줘라”는 귀를 의심할만한 얘기를 들었다. 민원실의 황당한 답변에 “바로 옆에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자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연락드리겠다”며 A씨 관등성명을 물었다.

이후 지난 20일, A씨는 국군 재정관리단의 한 관계자로부터 “총 19일의 휴가를 나갔는데, 연가가 12일이라 7일을 오버해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당시 포상휴가로 실무자 및 인사과, 지휘관 승인까지 정상적으로 득한 뒤 휴가를 나갔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데이터 상에는 기록이 안 돼있으며 이 문제는 우리가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OO사단 재정관리단으로 전화해봐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자초지종을 말한 뒤 “정확한 설명을 해 달라”는 A씨 요청에 해당 부대 재정관리단은 “당신은 OO사단 소속 간부가 아닌데 왜 이쪽으로 전화했느냐?”고 반문했다. A씨가 OO사단 소속이 아니라서 해당 부대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해당 재정관리단에 따르면 A씨가 근무했던 부대는 이미 해체된 상태였다. 재정관리단은 “상급 부대인 O군단으로 연락해봐라”며 연락처를 전달했다.

A씨가 O군단 재정관리단에 문의하자 “왜 이쪽으로 전화했느냐?”는 알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정관리단 측은 “우리도 (휴가 관련)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없다. 공문을 확인해보니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안한다고 했던 내용”이라며 “최초로 전화 온 행보관 또는 국군 재정관리단으로 전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A씨는 굴하지 않고 국군 재정관리단 측에 전화했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재정관리단은 “OO사단서 처리했는데 아니라고 하느냐?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건 우리가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 최초 연락했던 행보관과 통화해보겠다. 지금 억울함을 풀고 싶어서 계속 연락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억울함 문제’로 치부되자 A씨는 “이게 억울함 문제 같느냐”고 따지자 “그럼 아니냐? 근데 왜 계속 전화하는 것이냐? 일단 행보관과 전화해보겠다. 기다려 달라”고 전화를 끊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휴가 당시 포상휴가(당직근무 기강 우수, 특급전사, 훈련 유공 등)는 정당하게 승인을 받아 나갔다. 심지어 전역 전 마지막 휴가였던 탓에 너무 길어져 인사과에 ‘휴가 가능 여부’까지 확인하고 나갔다고 했다.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7일에 대해 남아 있는 데이터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연히 없을 것”이라며 “사단이 없어졌는데 일개 대대에 남아 있던 데이터나 일개 중대에 남아 있던 데이터를 전부 갖고 있겠느냐”고 어이없어했다.

그러면서 “당시 실무자들이 다 승인해서 나간 휴가를 갖고 5년3개월이 지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느냐? 상식적으로 일개 분대 소속의 부사관이 휴가를 임의로 만들어 나간다는 게 현실적이냐?”고 항변했다.

아울러 “간부 휴가는 주말을 제외하고 계산한다. 화요일부터 수, 목, 금, 토, 일, 월, 화. 연가 7일이면 최소 8박9일인데 그 동안 임의로 부대에 없었다는 건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이 작성된 후 하루 뒤인 21일 아침, A씨는 행보관으로부터 “상급부대서 보배드림을 봤다. 전역한지 5년이 지나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심지어 A씨에게 “글을 삭제해달라”는 전화 요청까지 했다. 그는 “3번째 추가 내용이다. 행보관님 전화로 다른 분이 전화하셔서 (글을)지워달라고 했다”며 “마지막 예의로 이름과 직책은 다 잘랐다. 적당히 하세요, 진짜”라고 분노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이번 휴가비 지불 논란은 포상휴가 문제가 아닌 데이터 상의 문제였다.

그는 “하지만 제 후임 기수 전역자분들 최소 9명은 환급 진행을 하려고 할 것 같다. 왜 본인들의 실수 때문에 전역해서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미 제가 총대를 멘 이상 후임 기수 부사관 후배들까지 해결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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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