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사건’ 말바꾼 피의자들

이랬다 저랬다 엇갈린 말말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망사건 관계인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누가 지시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 경북경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는 점차 핵심 피의자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들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과 말은 엇갈리고 있다. 경북경찰청서 수사 중인 채 상병 사망사건 당시 책임자들도 상반된 진술을 계속 내놓으며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폭탄 돌리기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공수처는 당시 지난해 8월2일 국방부가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이유를 중점적으로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관리관이 사건 기록 회수를 누구에게 지시받았는지 여부는 현재 수사외압 사건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국회서 유 관리관이 사건 기록 회수는 “국방부 검찰단서 지시한 사항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를 지시해 증거 서류로 사건 기록을 가져왔다”며 자신이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앞선 국방부 검찰단 등에 대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건 회수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 쪽에 전화해 사건 회수를 미리 조율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행정관 A씨의 상관이 이 비서관이 유 관리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공수처는 유 관리관을 불러 지난해 8월2일 이 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물었다. 유 관리관은 이 비서관과 통화한 적은 있다면서도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병대 사건 관련 내용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 사람한테 물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고 사건 기록 회수했다는 의혹이 커진 상황서 “수사기관에 협조하겠다”는 말과 달리 사실 확인과 책임을 이 비서관에게로 미룬 셈이다.

공수처는 지난 26일, 14시간의 조사를 진행했지만 유 관리관이 답변을 회피하고 있으며 수사기록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지난 29일 사흘 만에 다시 불러 12시간 동안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기록 회수 지시가 국방부서 나왔는지 아니면 대통령실로부터 나왔는지 여부는 수사외압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유 관리관과 이 비서관이 어떤 통화를 했는지에 따라 수사 범위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관리관의 진술은 지난해 군 검찰단 조사에서도 다른 피의자와 진술과 달랐다. 

국방부와 대통령실 책임 회피
“수사에서 제일 중요한 국면”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지난해 7월31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적은 메모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됨’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정 부사령관은 지난해 8월4일 군검찰에 출석해 “장관님이 크게 4가지를 말씀하셨다”면서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지난해 9월8일 스스로 군검찰에 출석해 진술을 뒤집었다. ‘누구누구 수사 언급’이라는 말은 유 관리관이 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유 관리관은 정 부사령관과 정반대로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8월29일 군검찰에 출석해 “정 부사령관이 장관에게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는데 관련 조언을 한 적 있냐”는 질의에 “지시하거나 법적 조언한 게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발언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윗선을 가리는 데 있어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박 전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재판 중인 군사법원도 이달 17일 열릴 4차 공판기일에 유 관리관과 정 부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오는 4차 공판서 정 부사령관을 상대로 지난해 7월31일에 있었던 회의 내용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유 법무관리관을 상대로는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 및 혐의 내용을 제외하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과정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등을 물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유 관리관의 진술이 다른 핵심 피의자들과 계속해서 엇갈리게 될 경우, 공수처가 유 관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그간 공수처는 피의자가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해 왔다”며 “특히나 채 상병 사건은 연루된 관계자들이 많아 적은 인력으로 수사를 원활하게 하려면 구속 수사가 필요해 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직 구속영장 청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면 그렇게 예상할 수 있지만 현 시점서 영장을 검토하거나 하는 건 없다”며 “사건 관계인이 많고 다 연결돼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와 본인의 진술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중 수색 지시 여부도 엇갈려
임성근 자필 서명 문건도 나와

채 상병 사건의 책임자로 꼽히는 피의자들도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나 포병7대대장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서로 ‘폭탄’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임 전 사단장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자신은 권한도 없었고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채 상병이 실종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7월17일 오전 10시에 실종자 수색 작전통제권은 육군 2작전사령부로 넘어갔다.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이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다. 

하지만 최근 경찰 수사 과정서 임 전 사단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22일 해병대 제1사단 7포병 대대장인 이모 중령을 소환 조사했다. 이 중령은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 발생 하루 전날인 지난해 7월18일 오후 3시께 7여단장(작전 과장)에게 전화 통화로 “호우로 인한 수색 종료”를 건의했다.

하지만 그는 변호인을 통해 “마침 예천 현장에 방문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수행 중이던 7여단장이 대화로 임 사단장에게 종료 명령을 건의했으나 임 사단장이 ‘오늘은 그냥 지속해야 한다’고 지속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중령은 작전통제 전환에도 7여단장이 육군 50사단장이 아닌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 지속 명령’을 묻거나 호우 상황을 알리며 보고체계를 유지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서 7여단장은 이 중령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며 “정식으로 ‘철수 지시’는 좀 상황이 애매하다.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를 드렸는데…첫날부터 알잖아”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의 자필 서명이 담긴 문건도 나왔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문건이 예하 부대에 배포된 시각은 같은 달 17일 오후 9시55분으로 작전통제권이 2작전 사령부로 넘어간 지 약 12시간 뒤였다고 한다. 즉, 임 전 사단장은 수색작전을 지시할 권한이 없는 상황임에도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의 실종자 수색을 명령했고, 채 상병이 소속된 포병여단에는 복구 작전 시행을 명령한 것이다.

누굴 위해?


법조계에서는 핵심 피의자들의 엇갈리는 진술은 이들에게 ‘자충수’라고 보고 있다. 결국 사건의 수중 작전을 지시한 책임자는 누구며 누굴 보호하기 위해 수사외압을 행사하려 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채 상병 사건은 누가 수중 수색을 지시했는지, 누가 수사 기록 변경 지시를 했는지에 달려 있다”며 “지시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위법적인 일이 만행된 것인 만큼 후폭풍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사건 관계인들의 말이 다른 것은 해당 진술 사이사이 거짓말이 껴있기 때문”이라며 “해당 거짓말이 자신을 옥죄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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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