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금강벨트’ 충남 천안시

그야말로 일진일퇴 공방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충청남도 천안시는 여야의 대혈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금강벨트’에 속한 천안시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지난 21대 총선을 비롯해 3번의 총선서 충청남도 천안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모두 승리를 거둬온 지역이다. 충청도는 굵직한 선거 때마다 표심을 예측하기 힘든 지역이었다. 탄핵의 바람이 불었을 때는 민주당이 천안시의 모든 지역을 차지하며 세를 과시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서는 민주당에 악재가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충청도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그 결과 충청남도 동남구 지역에서는 윤 대통령이 앞섰다. 

각축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1석 앞서 간신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천안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박상돈 시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총선 시즌이 시작되면서 민생 현장과 사업 현장을 찾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천안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1일 박 시장과 만난 자리서 ‘원팀’을 강조하며 세를 결집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천안시에 쌓인 문제들을 풀어나가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천안시는 현재 여러 사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GTX-C 노선 천안 연장 ▲미래모빌리티 국가산단 조기 착공을 위한 종축장 조기 이전 ▲도시정비 ▲주거환경 ▲교통 등과 같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며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천안시병의 경우 본래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됐었다. 보수 계열이 지난 총선서 패배하자 국민의힘은 복수전을 꿈꾸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일찌감치 천안시갑 후보를 확정했다. 주인공은 신범철 국방부 전 차관이다. 신 전 차관은 “과거보다 나은 4년을 약속한다”며 본선에 오르게 된 소감을 밝혔다. 

문제는 신 전 차관에게 한가지 리스크가 있다는 것인데, 바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신 전 차관은 문자를 보내거나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선거 때 민주당서 신 전 차관을 공격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문진석 의원이 도전을 이어간다. 신 전 차관의 대항마로 문 의원을 나름의 필승카드로 본 모양새다. 두 인물은 지난 총선서도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문 의원이 49.34%를 득표해 신 전 차관을 약 1.5%p 박빙의 차이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천안갑 리턴매치 성사
천안을 사실상 무주공산

앞서 문 의원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피해자 명단과 사진 공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는 모습이 포착돼 입길에 올랐던 바 있다. 논란이 되자 명단 공개 거부의 뜻을 밝혔으나, 여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지역은 천안시을이다. 천안을은 무소속 박완주 의원 보좌관의 성추행 혐의가 불거져 지역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서만 5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었다.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다.


그러나 민주당서 전략공천설이 나오자, 양 지사는 최근 마음을 바꿔 다른 지역구에 출마해 단수공천자로 지정됐다. 현재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재관 전 천안시장이다. 민주당 영입 인사로 발탁된 탓에 이 전 시장은 함께 경쟁하던 예비후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당 소속 의원이 제명됐으나, 지역구를 다져온 박 의원에게도, 국민의힘에게도 내줄 수 없다는 미명하에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정부 출신 인사인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전 장관과 직전까지 천안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이정만 전 천안을 당협위원장이 경쟁 중이다. 일단 정 전 장관은 윤정부 출신임에도 험지로의 출마를 택했다. 

앞서 인재 영입식과 전략공천설로 설전을 벌였던 바 있는 두 인사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인재 영입식 당시 천안 지역에서는 정 전 장관이 전략공천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을 의식한 듯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천안병 여야 모두 경선
탈락한 후보 반발 확산

여전히 두 인물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경선 승복 서약식을 두고서도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앞으로도 두 인물의 신경전은 경선이 끝나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병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경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천안병 지역은 최근 3040세대의 유입으로 비교적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또 양 전 충남지사가 의원직을 지내던 지역이며, 민주당 현역 의원인 이정문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선 3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두 인물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대통령실 출신인 신진영 전 행정관은 “천안 관련 대통령 3대 공약을 실천하고 차질 없이 국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국민의힘 이창수 중앙당 인권위원장은 천안시병의 시·도 의원이 지지선언을 하며 힘을 받는 모양새다.

다만 이 인권위원장은 동일 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에 해당돼 득표율서 30% 감산 페널티를 받게 된다. 함께 경쟁했던 유제민 예비후보는 재심사 요청안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에서는 4명의 예비후보가 이름을 올렸는데, 2인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상은 현역인 이정문 의원과 김연 단국대 의과대 연구교수다. 문제는 선거구획정 전에 경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이라 김 교수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변수


이번 총선서 여야는 스윙보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선거구획정 문제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경선 결과까지 발표된 시점서 천안시의 선거구 변경이 불가피하다. 여야 모두 파열음이 지나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어느 쪽이 원활하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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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