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대통령실 직접 개입 의혹

안보·공직기강실 은폐 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오혁진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 특검 목소리까지 커졌다. 해병대 간부들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국회서 허위 증언을 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들의 은폐 행위를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해병대 측과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대통령실이 연락한 정황도 언급된다. 사실상 용산서 ‘은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그 실체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관한 혐의 적시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판단 뒤집기가 핵심이다. 해병대 수사단(전 단장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건 지난해 7월이다.

군검찰이 국방부 지시로 사건기록을 회수해 간 건 약 한 달 후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해병대는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국방비서관), 김형래 대령(해병대서 파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채 상병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 대사에 보고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은 사망 사건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즉각 타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만큼 판단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보실과 해병대 간 연락이 오가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임 총장과 김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단이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당시 김 대령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물었으나 박 대령은 “우리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같은 달 30일 수사 결과 및 이첩 계획에 관한 장관 결재를 받았다. 언론 브리핑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안보실은 박 대령의 보고서가 결재되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장성급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있었다. 김 대령과 해병대 정책실장은 ‘안보실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한다’고 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 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해당 자료를 안보실에 전달했다. 김 대령은 해병대 유모 대령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를 전달받으면서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 채상병 사건 자료 확보 안간힘
윗선 의지대로 사건 축소…군검찰은 봐주기

안보실에 자료가 넘어간 후 예정됐던 브리핑은 취소됐다. 취소 직전에는 임 총장과 김 사령관 간 통화가 오갔다. 해당 통화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명확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사는 결재했던 박 대령의 보고서를 번복했다. 수사단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면서 외압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령은 이 대사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난해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12시50분과 3시56분, 4시13분 김 사령관과 통화했다. 같은 날 박 대령에 관한 보직해임 조치, 군검찰의 항명죄 입건, 이첩 자료 회수 절차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경찰에 개입하기도 했다. 경찰서 파견된 경정급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모 행정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모 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박 행정관은 이 과장에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관리관은 노모 전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채 상병 사건기록 이관과 관련해 협의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개입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한 총경급 인사는 “전화한 이유와 의도, 성격 등을 알아야 하지만 자칫 직권남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채 상병 사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들여다보면 안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박 행정관이 비서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뒤집기

결국 수사단이 이첩했던 사건은 이 대사 지시로 회수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조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재연, 안전관리 규정에 의한 시스템 작동 여부 등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부족했고, 사건기록만으로 혐의 특정이 어렵다고 봤다.

국방부는 이 대사가 수사 결과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건 사단장 비호가 아니라 초급 간부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약 90명의 관계인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 987쪽 분량을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은 ‘국방부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뒤 임 전 사단장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진술 등 140쪽 분량의 자료를 보강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로부터 직접 임의제출 받은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첩 보류 지시 직전인 오전 11시45분 무렵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았다.

박 대령 측은 이 같은 사전 접촉 정황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현 육군 제56보병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에 관해 ‘상급제대 의견에 대한 관련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1일 박 대령 항명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문자에서 언급한 상급제대가 무엇을 뜻하느냐’는 박 대령 측 물음에 “국방부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에게 ‘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기록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 강행하고,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도로 회수해간 8월2일에도 임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임 전 차장과 김 사령관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 파견 김 대령이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그걸 제가 말할 이유가 없다”고 함구하면서도 “(채 상병 사건에)국민적으로 관심 없었던 곳이 있느냐”고 말했다.

압수물 분석
마치지 못해

이 대사는 현재 귀국한 상태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달 안에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작다. 다음 달부터 김 사령관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줄소환한 이후에야 이 대사에 관한 조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공수처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관계인 (이 대사)조사 과정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법무부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재차 “공수처는 조사 기일이 정해지면 (일정을)통보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사실상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금지만 연장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후에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추가 소환 일정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급자인 김 사령관과 정종범 전 부사령관, 임 전 사단장 및 국방부 유 관리관과 박 전 보좌관 등 소환조사도 이뤄진 바 없다.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절차상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사 귀국 전에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 유 관리관 등에 관한 대면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진희, 수사단 판단에 입김…이종섭 의지?
“공수처 인력난에 강도 높은 수사 불가능”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내달 초까지 이들에 관한 소환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서 실무진의 수도 부족한 공수처가 수사 속도를 높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이 대사를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핵심 인물 대부분은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피의자 신분이지만 오히려 꽃길만 걷고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박 대령의 상관인 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일부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음에도 신 전 차관을 충남 천안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임 전 차장도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 임 전 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김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국방비서관이던 임 총장은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 전 보좌관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임 전 사단장만 한직에 가까운 ‘정책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본인에 의사에 따른 인사 조처였다.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일부 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 대사를 옹호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연락을 취한 바 있다. 이 연락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 이전에 이뤄졌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8월22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장관에게 보고되는 문서는 사전에 군사보좌관실로 보고돼 결재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통상의 절차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사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결재받은 전례가 없고 결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장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식구 감싸는
수사 대상들

그는 “정당한 지시를 위법, 부당하다고 하는 (수사단의)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졸속수사와 미흡한 법리판단으로 범죄혐의자를 과도하게 판단한 것을 숨기려 했다. 수사단장의 성급한 판단으로 오랜 기간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의 지시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을 옹호하고 보강수사까지 벌인 수사단의 행보를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요시사>는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인 핵심 인물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cj512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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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