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대통령실 직접 개입 의혹

안보·공직기강실 은폐 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오혁진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 특검 목소리까지 커졌다. 해병대 간부들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국회서 허위 증언을 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들의 은폐 행위를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해병대 측과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대통령실이 연락한 정황도 언급된다. 사실상 용산서 ‘은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그 실체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관한 혐의 적시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판단 뒤집기가 핵심이다. 해병대 수사단(전 단장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건 지난해 7월이다.

군검찰이 국방부 지시로 사건기록을 회수해 간 건 약 한 달 후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해병대는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국방비서관), 김형래 대령(해병대서 파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채 상병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 대사에 보고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은 사망 사건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즉각 타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만큼 판단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보실과 해병대 간 연락이 오가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임 총장과 김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단이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당시 김 대령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물었으나 박 대령은 “우리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같은 달 30일 수사 결과 및 이첩 계획에 관한 장관 결재를 받았다. 언론 브리핑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안보실은 박 대령의 보고서가 결재되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장성급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있었다. 김 대령과 해병대 정책실장은 ‘안보실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한다’고 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 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해당 자료를 안보실에 전달했다. 김 대령은 해병대 유모 대령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를 전달받으면서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 채상병 사건 자료 확보 안간힘
윗선 의지대로 사건 축소…군검찰은 봐주기


안보실에 자료가 넘어간 후 예정됐던 브리핑은 취소됐다. 취소 직전에는 임 총장과 김 사령관 간 통화가 오갔다. 해당 통화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명확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사는 결재했던 박 대령의 보고서를 번복했다. 수사단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면서 외압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령은 이 대사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난해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12시50분과 3시56분, 4시13분 김 사령관과 통화했다. 같은 날 박 대령에 관한 보직해임 조치, 군검찰의 항명죄 입건, 이첩 자료 회수 절차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경찰에 개입하기도 했다. 경찰서 파견된 경정급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모 행정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모 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박 행정관은 이 과장에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관리관은 노모 전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채 상병 사건기록 이관과 관련해 협의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개입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한 총경급 인사는 “전화한 이유와 의도, 성격 등을 알아야 하지만 자칫 직권남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채 상병 사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들여다보면 안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박 행정관이 비서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뒤집기

결국 수사단이 이첩했던 사건은 이 대사 지시로 회수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조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재연, 안전관리 규정에 의한 시스템 작동 여부 등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부족했고, 사건기록만으로 혐의 특정이 어렵다고 봤다.

국방부는 이 대사가 수사 결과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건 사단장 비호가 아니라 초급 간부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약 90명의 관계인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 987쪽 분량을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은 ‘국방부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뒤 임 전 사단장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진술 등 140쪽 분량의 자료를 보강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로부터 직접 임의제출 받은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첩 보류 지시 직전인 오전 11시45분 무렵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았다.


박 대령 측은 이 같은 사전 접촉 정황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현 육군 제56보병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에 관해 ‘상급제대 의견에 대한 관련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1일 박 대령 항명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문자에서 언급한 상급제대가 무엇을 뜻하느냐’는 박 대령 측 물음에 “국방부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에게 ‘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기록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 강행하고,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도로 회수해간 8월2일에도 임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임 전 차장과 김 사령관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 파견 김 대령이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그걸 제가 말할 이유가 없다”고 함구하면서도 “(채 상병 사건에)국민적으로 관심 없었던 곳이 있느냐”고 말했다.

압수물 분석
마치지 못해

이 대사는 현재 귀국한 상태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달 안에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작다. 다음 달부터 김 사령관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줄소환한 이후에야 이 대사에 관한 조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공수처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관계인 (이 대사)조사 과정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법무부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재차 “공수처는 조사 기일이 정해지면 (일정을)통보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사실상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금지만 연장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후에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추가 소환 일정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급자인 김 사령관과 정종범 전 부사령관, 임 전 사단장 및 국방부 유 관리관과 박 전 보좌관 등 소환조사도 이뤄진 바 없다.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절차상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사 귀국 전에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 유 관리관 등에 관한 대면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진희, 수사단 판단에 입김…이종섭 의지?
“공수처 인력난에 강도 높은 수사 불가능”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내달 초까지 이들에 관한 소환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서 실무진의 수도 부족한 공수처가 수사 속도를 높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이 대사를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핵심 인물 대부분은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피의자 신분이지만 오히려 꽃길만 걷고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박 대령의 상관인 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일부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음에도 신 전 차관을 충남 천안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임 전 차장도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 임 전 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김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국방비서관이던 임 총장은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 전 보좌관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임 전 사단장만 한직에 가까운 ‘정책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본인에 의사에 따른 인사 조처였다.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일부 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 대사를 옹호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연락을 취한 바 있다. 이 연락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 이전에 이뤄졌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8월22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장관에게 보고되는 문서는 사전에 군사보좌관실로 보고돼 결재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통상의 절차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사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결재받은 전례가 없고 결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장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식구 감싸는
수사 대상들

그는 “정당한 지시를 위법, 부당하다고 하는 (수사단의)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졸속수사와 미흡한 법리판단으로 범죄혐의자를 과도하게 판단한 것을 숨기려 했다. 수사단장의 성급한 판단으로 오랜 기간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의 지시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을 옹호하고 보강수사까지 벌인 수사단의 행보를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요시사>는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인 핵심 인물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cj512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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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