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물갈이’ 한동훈 당 장악 플랜

친윤에 부는 숙청 피바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작부터 난관에 처했다. 박힌 돌이 아주 단단하게 박혀있어 뽑는 게 쉽지 않다. 취임 10일 만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친하다며 서로 웃고 있지만 등 뒤에는 한 손에 칼을 들고 서 있는 형국이다. 당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리더십을 챙기면서 당내 결합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이러다 다 공멸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의 대립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란이 심하다고 할 수 없지만 조만간 양쪽이 상당한 갈등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와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갈등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주도권 쥐고
“알아서 나가”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공약으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내세운 바 있다. 한 대표의 1호 영입인재였던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한 대표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언젠가는 추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상당한 반발 심리가 일었다. 일부 지도부에서는 원내대표 의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일단 친한계는 한발 물러섰다. 한 대표 측은 당장 제3자 특검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윤계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친한계는 당내 장악력을 키우려고 한다. 아직까진 인선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바꾸겠다는 강한 노선은 뚜렷하다.

최근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 임명직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새로 왔기 때문에 새 변화를 위해 임명권과 면직권을 가진 당직자는 일괄 사퇴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여기에 동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을 가진 뒤 임명직 일괄 사퇴를 바로 띄웠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두 인물은 그동안 별다른 회동을 하지 않았다. 불화설이 처음 불거지던 이후 100일 넘게 따로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 4·10 총선 패배 이후에 윤 대통령이 초청했으나 한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류가 흘렀다. 지난달 31일 있었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당 대표의 뜻대로 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또다시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해서다. 

이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교체되면서 대통령실서 국정 방향의 키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책위의장은 당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의 정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 정책에 관한 협의와 조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과반 넘게 된 친한 지도부 세력
앞으로 사안마다 부딪힐 가능성 

앞서 지난 1일, 정 정책위의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지나친 당 분열을 우려하는 기류가 흘러서다. 이날 정 전 정책위의장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상의를 많이 했다”며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선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사무총장의 사퇴 촉구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했지만 추후 친윤계의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이번 정책위의장의 교체로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잘려 나가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물론 당내서 상당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두고 굳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직을 교체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도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지지 기반을 다지며 민생 정책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당초 정책위의장은 이른 시간 내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근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퇴를 종용했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의 자진 사퇴를 기다렸다.

친한계 입장서도 마냥 교체가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다. 더욱이 정 전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여러 조언을 구해왔고, 친윤과 친한 사이서 가교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었던 탓이다. 정 전 정책위의장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던 바 있다.

사무총장을 맡았던 성일종 의원도 자연스레 물러났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임기 1년을 근거로 자진 사퇴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친한계는 새 지도부가 탄생한 만큼 물러나는 게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친윤과 친한의 교착 상태서 찐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유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실의 유임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는 비공개 회담이 있던 날 저녁에 정 비서실장이 한 대표와 다시 만나 전달됐다.

시작부터
충돌 양상

다만 대통령실은 “정 실장의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정 전 정책위의장의 버티기는 지도부 구성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지도부와 당직자들 중 친한계는 서 사무총장을 비롯해 진종오·장동혁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친윤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치권서 떠돌던 ‘김옥균 프로젝트’는 한 대표의 측근 몇몇이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막아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에,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를 궐위 상태로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기류다. 

갑신정변 당시 김옥균은 삼일천하에 그쳤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동훈 지도부 체제를 조기 종결시켜 붕괴해버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직까지는 김민전·인요한·김재원 최고위원과 당연직인 추 원내대표와 정 전 정책위의장을 합칠 경우 친한계가 수 싸움서 밀린다. 

국민의힘 최고위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인,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관건은 친한계의 과반 확보다.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한계로 채워야 한동훈계가 과반을 넘게 되는데, 이 경우 의결권서 유리해진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키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제는 새로운 정책위의장 임명도 쉽지 않다는 점인데,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서 임명해야 한다. 게다가 ‘의원총회 추인’이라는 산을 넘어야만 한다.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갖고 있더라도 정책위의장은 당헌에 따라 선출된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자진 사퇴했지만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과 함운경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에 실패하면서 한동훈호는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한동훈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재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략기획부총장을 비롯해, 조직부총장, 대변인단의 인선도 해야 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내정됐다. 이 밖에 임명직을 두고서는 김예지·유용원·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구자룡, 박은식 전 비대위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계속되는
알력 다툼

다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최고위원마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결정하는 부분에 동의한다”며 “최고위원이라 월권하지 않겠다.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에 소속된 인원으로서 동의한다. 하겠다, 하지 않겠다 같은 의견을 내는 게 최고위원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정리를 잘해야 한다. 당 대표가 새로 뽑혔으면 물러나는 게 좋은 그림”이라며 “대표의 사람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마찬가지로 친한계 역시 주도권을 내줄 의지가 전혀 없다. 당의 그립을 강력히 잡아야 한 대표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게 자명해서다. 간신히 화해 액션을 취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치열한 물밑싸움은 앞으로도 전개될 전망이다. 주도권을 내주는 순간 어느 한쪽은 와르르 무너진다. 


게다가 한 대표가 63%의 지지율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많이 갈라져 있다.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으로만 나뉘었던 계파는 어느덧 친한계까지 추가됐다. 더 이상의 분열은 당의 몰락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당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승리도 위태로워진다. 한 대표의 리더십 테스트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당원 및 당내 반발은 별개 사안으로 한 대표 입장에선 당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인 그가 당을 결합시키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 반열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이미 많은 공격을 받는 상황서 리더십과 지도력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한 대표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해 왔지만, 자신의 사람들로만 채워간다면 당내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갈등 자제하면서도 물밑경쟁
리더십 보여줘야 대권주자로

버텨왔던 정 전 정책위의장은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문제는 사임을 했더라도, 정책위의장직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협의를 거쳐 추인해야 한다. 오히려 친윤계 입장에서는 의장직을 공석으로 만든 뒤 추인을 하지 않는 게 더욱 대응하기 쉽지만 한동훈 지도부는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주요 인선을 발표해 버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4선 중진 의원으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통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계 역시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의견을 구했고, 추 원내대표와도 협의된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해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당내 정책통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 대표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이 남아 있다. 친윤계가 여전히 당내 주류로 불리는 만큼 사사건건 친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당내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주요 사안마다 부딪히며 당내 화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대표를 뽑아준 63%는 변화 의지를 인사로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교체가 필요하다”며 “정 전 정책위의장이 버티면서 친윤계가 몽니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친한계가 친윤이 아닌 나머지 세력을 흡수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 세력을 규합하지 못할 경우, 소수의 친한계가 당의 완전 장악이 불가하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자연스레 나온다. 지금까지 당과 대통령실 관계는 수직적이라는 비판에 받아왔다.

대권행
지름길

하지만, 한 대표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서 갈등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은 양측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만큼 당분간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읽힌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겉으로 자제하면서 당분간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 충돌할 때마다 불리한 쪽은 친윤일 텐데, 이번에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한 대표의 조율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직서 리더십을 입증해야 대선주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당 대표 만남은 언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아직까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를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의 강력한 대치 상황이지만 한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것.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위 높은 공격을 하면서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이 경선 중이기는 하나 다른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며 민생 문제를 먼저 던져야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에 기약이 없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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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