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물갈이’ 한동훈 당 장악 플랜

친윤에 부는 숙청 피바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작부터 난관에 처했다. 박힌 돌이 아주 단단하게 박혀있어 뽑는 게 쉽지 않다. 취임 10일 만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친하다며 서로 웃고 있지만 등 뒤에는 한 손에 칼을 들고 서 있는 형국이다. 당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리더십을 챙기면서 당내 결합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이러다 다 공멸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의 대립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란이 심하다고 할 수 없지만 조만간 양쪽이 상당한 갈등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와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갈등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주도권 쥐고
“알아서 나가”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공약으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내세운 바 있다. 한 대표의 1호 영입인재였던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한 대표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언젠가는 추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상당한 반발 심리가 일었다. 일부 지도부에서는 원내대표 의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일단 친한계는 한발 물러섰다. 한 대표 측은 당장 제3자 특검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윤계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친한계는 당내 장악력을 키우려고 한다. 아직까진 인선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바꾸겠다는 강한 노선은 뚜렷하다.

최근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 임명직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새로 왔기 때문에 새 변화를 위해 임명권과 면직권을 가진 당직자는 일괄 사퇴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여기에 동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을 가진 뒤 임명직 일괄 사퇴를 바로 띄웠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두 인물은 그동안 별다른 회동을 하지 않았다. 불화설이 처음 불거지던 이후 100일 넘게 따로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 4·10 총선 패배 이후에 윤 대통령이 초청했으나 한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류가 흘렀다. 지난달 31일 있었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당 대표의 뜻대로 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또다시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해서다. 

이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교체되면서 대통령실서 국정 방향의 키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책위의장은 당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의 정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 정책에 관한 협의와 조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과반 넘게 된 친한 지도부 세력
앞으로 사안마다 부딪힐 가능성 

앞서 지난 1일, 정 정책위의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지나친 당 분열을 우려하는 기류가 흘러서다. 이날 정 전 정책위의장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상의를 많이 했다”며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선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사무총장의 사퇴 촉구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했지만 추후 친윤계의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이번 정책위의장의 교체로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잘려 나가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물론 당내서 상당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두고 굳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직을 교체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도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지지 기반을 다지며 민생 정책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당초 정책위의장은 이른 시간 내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근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퇴를 종용했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의 자진 사퇴를 기다렸다.

친한계 입장서도 마냥 교체가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다. 더욱이 정 전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여러 조언을 구해왔고, 친윤과 친한 사이서 가교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었던 탓이다. 정 전 정책위의장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던 바 있다.

사무총장을 맡았던 성일종 의원도 자연스레 물러났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임기 1년을 근거로 자진 사퇴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친한계는 새 지도부가 탄생한 만큼 물러나는 게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친윤과 친한의 교착 상태서 찐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유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실의 유임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는 비공개 회담이 있던 날 저녁에 정 비서실장이 한 대표와 다시 만나 전달됐다.

시작부터
충돌 양상

다만 대통령실은 “정 실장의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정 전 정책위의장의 버티기는 지도부 구성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지도부와 당직자들 중 친한계는 서 사무총장을 비롯해 진종오·장동혁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친윤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치권서 떠돌던 ‘김옥균 프로젝트’는 한 대표의 측근 몇몇이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막아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에,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를 궐위 상태로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기류다. 

갑신정변 당시 김옥균은 삼일천하에 그쳤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동훈 지도부 체제를 조기 종결시켜 붕괴해버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직까지는 김민전·인요한·김재원 최고위원과 당연직인 추 원내대표와 정 전 정책위의장을 합칠 경우 친한계가 수 싸움서 밀린다. 

국민의힘 최고위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인,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관건은 친한계의 과반 확보다.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한계로 채워야 한동훈계가 과반을 넘게 되는데, 이 경우 의결권서 유리해진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키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제는 새로운 정책위의장 임명도 쉽지 않다는 점인데,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서 임명해야 한다. 게다가 ‘의원총회 추인’이라는 산을 넘어야만 한다.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갖고 있더라도 정책위의장은 당헌에 따라 선출된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자진 사퇴했지만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과 함운경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에 실패하면서 한동훈호는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한동훈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재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략기획부총장을 비롯해, 조직부총장, 대변인단의 인선도 해야 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내정됐다. 이 밖에 임명직을 두고서는 김예지·유용원·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구자룡, 박은식 전 비대위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계속되는
알력 다툼

다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최고위원마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결정하는 부분에 동의한다”며 “최고위원이라 월권하지 않겠다.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에 소속된 인원으로서 동의한다. 하겠다, 하지 않겠다 같은 의견을 내는 게 최고위원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정리를 잘해야 한다. 당 대표가 새로 뽑혔으면 물러나는 게 좋은 그림”이라며 “대표의 사람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마찬가지로 친한계 역시 주도권을 내줄 의지가 전혀 없다. 당의 그립을 강력히 잡아야 한 대표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게 자명해서다. 간신히 화해 액션을 취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치열한 물밑싸움은 앞으로도 전개될 전망이다. 주도권을 내주는 순간 어느 한쪽은 와르르 무너진다. 


게다가 한 대표가 63%의 지지율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많이 갈라져 있다.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으로만 나뉘었던 계파는 어느덧 친한계까지 추가됐다. 더 이상의 분열은 당의 몰락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당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승리도 위태로워진다. 한 대표의 리더십 테스트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당원 및 당내 반발은 별개 사안으로 한 대표 입장에선 당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인 그가 당을 결합시키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 반열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이미 많은 공격을 받는 상황서 리더십과 지도력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한 대표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해 왔지만, 자신의 사람들로만 채워간다면 당내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갈등 자제하면서도 물밑경쟁
리더십 보여줘야 대권주자로

버텨왔던 정 전 정책위의장은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문제는 사임을 했더라도, 정책위의장직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협의를 거쳐 추인해야 한다. 오히려 친윤계 입장에서는 의장직을 공석으로 만든 뒤 추인을 하지 않는 게 더욱 대응하기 쉽지만 한동훈 지도부는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주요 인선을 발표해 버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4선 중진 의원으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통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계 역시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의견을 구했고, 추 원내대표와도 협의된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해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당내 정책통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 대표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이 남아 있다. 친윤계가 여전히 당내 주류로 불리는 만큼 사사건건 친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당내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주요 사안마다 부딪히며 당내 화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대표를 뽑아준 63%는 변화 의지를 인사로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교체가 필요하다”며 “정 전 정책위의장이 버티면서 친윤계가 몽니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친한계가 친윤이 아닌 나머지 세력을 흡수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 세력을 규합하지 못할 경우, 소수의 친한계가 당의 완전 장악이 불가하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자연스레 나온다. 지금까지 당과 대통령실 관계는 수직적이라는 비판에 받아왔다.

대권행
지름길

하지만, 한 대표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서 갈등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은 양측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만큼 당분간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읽힌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겉으로 자제하면서 당분간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 충돌할 때마다 불리한 쪽은 친윤일 텐데, 이번에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한 대표의 조율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직서 리더십을 입증해야 대선주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당 대표 만남은 언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아직까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를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의 강력한 대치 상황이지만 한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것.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위 높은 공격을 하면서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이 경선 중이기는 하나 다른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며 민생 문제를 먼저 던져야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에 기약이 없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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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