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한동훈 갈지자 행보

‘와리가리’ 핸들 돌리다 붕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어느 한 노선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어딘가에 섞이고 싶은 것은 분명한데, 받아주는 곳이 없어 보인다. 정확하게 정해야 앞으로의 대권 가도가 순탄해질 수 있는 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현 상황이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애매한 포지션을 가지게 됐다. 오른쪽(보수)을 바라볼 때도 있고, 왼쪽(진보)을 살필 때도 있다. 물론 중도확장이 필요한 입장이지만 일단 어디라고 확실한 방향을 정해 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당내서도 슬슬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강 대 강
다시 충돌?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이 같은 우려는 친윤(친 윤석열)계를 지지하는 세력으로부터 나오곤 했는데 압도적인 투표 차이로 꺾어버렸다. 그 덕에 잠시 동안은 당내를 압도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친 한동훈)계는 공개적인 충돌을 꺼리는 양상이다. 당내 영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 모양새다. 특히 최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광복절 특사 복권을 두고서 용산과 이견을 보인 바 있는데 당시만 해도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이유로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 거론됐다. 


애초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야권의 분열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함께 언급되는 다른 대선주자 간 신경전과 내분의 가속화라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되레 대통령실과 한 대표의 세력이 부딪히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한 대표는 선거제도를 파괴했던 김 전 지사가 복권을 통한 정치 활동 재개의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윤석열정부의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 한 대표는 “복권시키는 데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또다시 여당의 수장과 대통령실이 충돌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서로 이익을 보려는 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이 먼저 물어왔고,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다만 김 전 지사의 복권 사실은 언론 보도 시점 이후에서야 인지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바로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사면 및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강조했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중도층과 진보진영에 소구력을 갖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진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현실화되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말 그대로 폭파 직전이다.

우클릭도, 좌클릭도…왔다 갔다
확실히 노선 정해야 존재감 커져

한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출당을 요구하고 있고,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은 한 대표를 두고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과도하게 우클릭을 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내려졌다. 인선부터 시작해 행보까지 극우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생겼다. 게다가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 후반대와 30% 초반대를 오가는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레임덕에 빠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카드를 이 시기에 썼다. 김 전 지사를 고리로 다른 여권 인사들의 복권 논란은 자연스레 조용히 묻히게 됐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보수 인사인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 박근혜정부 및 이명박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이득을 챙겼다. 

사실상 한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등의 여러 요소를 종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결정된 이후 한 대표는 또다시 입을 닫았다. 

다만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테지만, 이미 결정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반대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이라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먼저 당정관계 악화를 먼저 차단해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일각에선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른쪽을 향한 정치적인 발언과 행보가 강조돼 친윤계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고, 또다시 당정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로 거론되는 데 부담이 따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 압도적 지지율 속에서 그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첫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김 전 지사가 언급되자 사면했던 당사자였다. 당시엔 사면 대상서 제외됐으나 같은 해 90%의 인물을 정치·선거사범으로 채웠다.

정확한 
노선은?

대선에 나서기 전부터 차별화 전략이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실수나 행보에 반대로 하면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대통령의 존재감을 줄어들게 만든다면 앞으로도 당내서 거친 반발이 생길 수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원내대표와도 가까워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 대표와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노선이 다른 탓이다. 실제로 추경호 원내대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을 두고서도 이견을 보였다. 두 인물이 등을 돌린다면 당론으로 정해야 할 사안도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들이 중도 노선을 탈지, 진보로 향할지도 눈여겨볼 거리다.

한 대표는 전기요금 지원과 관련해 추 원내대표가 여름휴가를 간 사이 에너지 취약계층에 한해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추 원내대표와 한 대표와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앞서 한동훈 지도부는 전기요금 감면에 초점을 맞췄다가 재정 지원 카드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재원 마련 등의 이유로 추 원내대표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는 한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굵직한 사안이나 길목마다 의견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당내서 원내대표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표에게 힘이 실릴 리도 만무하다. 문제는 친한계 등 몇몇 소수 세력을 제외하고선 한 대표의 세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강하면 
부러진다

그의 우클릭은 또 있다. 바로 금융투자세(금투세) 문제다. 금투세는 최근 정치권서 뜨겁게 떠오른 현안으로, 주식과 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포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2년 유예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 대표는 금투세로 민주당으로부터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한때 대통령실과 호흡을 함께하기도 해 한 대표와 대통령실의 관계가 완만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아직 멀다. 우클릭한다고 해도 한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40%의 세력에게는 아직 그를 배신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에 막 임명됐을 무렵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당시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해답을 찾겠다고 공언했다. 일단 해당 발언 그대로 정치 행보를 하고는 있는 셈이다. 문제는 힘인데, 동력이 생기기 어려워질 수 있는 사안이다. 여전히 오른편에는 윤 대통령이 건재해 쉽게 한 대표에게 공간을 내어줄 리 없다.

이런 탓에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좌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중도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3자 특검법을 띄웠다. 당내에선 상당한 파장이 일었고, 본격적인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졌다. 당시 국민의힘은 당원투표를 포함해 20%의 민심(국민 여론조사)을 얻어야 당선이 가능했다. 

한 대표는 이 지점을 노렸다. 전략은 그대로 통했고, 중도 민심의 지지 속에 당선에 성공했다. 그가 꺼내든 제3자 특검법을 두고 야권에선 환호했다. 현재 민주당은 한 대표에게 특검법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라며 압박하고 있는데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무조건 좌클릭을 하기에는 우클릭을 통해 쌓아온 자산을 잃을 수 있는 탓이다.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한 대표는 야당으로부터 지속적인 제3자 특검법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젠가는 답해야 할 문제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두고서도 대통령실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건건이 의견 차 발생?
레임덕 방지 당분간 용산 눈치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하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으나, 한 대표는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내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법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맞다는 취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대표의 인식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자신들이 손보며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 연장선상으로 지속적으로 좌클릭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추 원내대표가 공수처 수사가 종결된 이후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한 대표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문제는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면 대표로서의 영향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친윤계의 당내 장악이다. 

현재 친윤 세력이 다수의 인선을 장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당내 장악력은 한껏 약해진 상황이다. 누구든지 ‘친윤’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다면 반감을 사 전면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주류임에도 설 곳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중도 민심층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은 물론 외연확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늘려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통령실과의 당연한 수직관계를 유지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아온 인물이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압도하려는 기류마저 흐른다.

문제는 앞선 22대 총선서 한 대표가 중도 민심을 공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원톱 한계론이 불거졌다. 이런 탓에 총선 당시도, 현재도 중도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아직까지는 먹혀들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김 전 지사를 고리로 겉으로는 중도층을 확보하고, 안으로는 보수 출신의 인물들을 통한 보수 결집으로 동력을 마련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한 대표에게 보수의 핵심 지지층을 빼앗긴다면 위태롭기 때문이다.

거리 두며
대안 제시

정가에 밝다는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이 윤 대통령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이를 위해 누군가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인데, 한 대표 당선이 얼마 안 돼 지금 시점이 적합했다고 본 듯하다. 이로써 한 대표는 용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재영입위 활성화 당외도 한동훈 사람으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자기 사람 채우기가 가속화 중이다.

최근 한 대표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을 잡기 위해 인재영입위원회를 띄웠다.

인재영입위원회는 선거 국면서 활동한 인물을 모집하는 일로 그동안 선거에 임박해 영입했던 것과 달리 상시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한 대표의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영외 역시 물갈이 신호탄을 쐈다고 본다.

친한계 인사를 영입해 당 안팎을 친한계로 채우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곳곳에 빈자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친윤계를 물갈이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도 기존 당협위원장과도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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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