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떨어지는 박정훈-류삼영 평행이론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0 15:53:51
  • 호수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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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닮은 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국가·민생의 보안을 책임지는 군대와 경찰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작은 경찰부터였다. 류삼영 전 총경이 겪었던 일이고, 이제 사건의 흐름은 군인인 박정훈 전 대령이 이어받았다. 두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다르지만 ‘흐름’은 똑같다. 게다가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까지도 동일하다.

류삼영 전 총경이 입을 열었다. 박정훈 전 대령에 관해서다. 류 전 총경은 지난 8월13일 자신의 SNS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두고 박 전 대령을 옹호했다. 류 전 총경은 “정의를 위해, 피해 장병을 위해,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운을 띄웠다.

2022년
2023년

류 전 총경은 지난해 경찰 내부서 겪었던 일과, 박 전 대령이 현재 겪고 있는 일이 너무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류 전 총경은 “사건의 진행이 경찰국 개설 반대를 논의한 경찰서장 회의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경찰서장 회의 진행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권력집단의 관여라고 단정 짓진 않았다. 그는 “물론 같은 곳이 관여했다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이길 수 없는 권력의 힘이 정의를 눌러버려 바른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장이 경찰서장 회의를 잘 마친 후 식사라도 하면서 내용을 전달하라고 하는 등 경찰서장 회의를 사실상 용인해놓고, 그렇게 진행된 경찰서장 회의를 회의 도중 갑자기 중단하라며 지시 사항 불이행이라고 징계한 것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 후 수고했다고 격려한 후에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으로 수사한 것을 비슷한 점으로 들었다.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겪은 사건은 얼마나 흡사한 것일까? 우선 군인과 경찰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게 기본적인 안보관이 중요하다. 군인의 임수 상대는 적군이고, 경찰은 국민이다. 다만, 박 전 대령의 병과는 해병 군사경찰로, 군대 내 치안을 담당하며, 군 내 사건의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우선 류 전 총경이 겪은 사건은 지난해 7월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에 통과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의 목적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 등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주요 보직서 배제되는 등 문책성 인사도 이뤄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뒤 류 전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모임 자체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을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도 시사했다.

“사건 진행 데자뷰 보는 듯”
두 사례 모두 ‘윗선’ 개입 의혹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과 교구계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윤석열정부서 주요한 수사 부서 중 하나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운영지원과장은 전남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활실 팀장으로 임명됐다. 부산서도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4명 중 3명이 시도청 112 상황 팀장으로 발령 났다.

대기발령 조치가 된 것에 대해 류 전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류 전 총경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자,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이다. 박 전 대령도 상황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7월19일 오전 9시10분 여름 폭우로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 일대서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상황은 물살이 강한 곳에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수색을 시켰다. 현직 소방관인 채 일병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싸냐. 이거 살인 아닌가”하고 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고 채수근 상병에게는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방향
시나리오

해병대 수사단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설명했고, 박 전 대령은 포항과 예천을 오가며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결과를 지난 7월28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결과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7여단장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수사단은 지휘관 각각의 주의의무 소홀로 채 상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또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서 재판하기로 돼있는 만큼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인계한 서류를 모두 회수했다. 이종섭 장관은 이 서류가 ‘항명 증거자료’라고 했다.

즉, 이 장관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해병대 수사단이 불복했다는 주장이다. 이 일로 박 전 대령은 류 전 총경이 보복성 대기발령으로 인사 조치를 당한 것처럼, 해병대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하자 박 전 대령이 항명했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이 ‘지시사항을 불이행했다’고 말한 것과 류 전 총경이 주도한 회의에 참여한 50명에 대해 ‘지시 불이행’을 근거로 감찰에 착수한 것은, 사건이 흡사한 형태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진행된 이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7명의 경찰 간부 출신 의원 중 이만희·윤재옥·김석기·이철규·김용판·서범수 의원은 이상민 장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로 다른 
내부 분위기

이들은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의 지휘나 통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문재인정권의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직접 경찰을 지휘 통제하고 음습한 밀실서 총경급 이상 인사를 행해왔던 비정상적인 지휘체계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과 언론, 그리고 국회가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류 전 총경의 징계에 일선 경찰들은 즉각 반발했다. 울산경찰청 6개 경찰직협, 충남 경찰직협을 포함해 경기남부경찰청 33개소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성명서를 내고 “경찰국 신설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추진한 류 총경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국 설치가 정당한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개최한 것인데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국경찰직협 소속 경찰들은 경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류 전 총경의 중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박숭각 경기남부청 경찰직장협의회연합회 대표는 “공무원의 기본권은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자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경제사회이사회와 시민정치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이라며 “류 전 총경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는 건 기본권 보장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게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령도 비난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박 전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해병대 수사단장이면 상당히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인데, 본인이 처리한 결과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니까 갑자기 군인 신분으로서 언론에 나가 인터뷰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본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이건 전형적으로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모임 해산하라 했는데 강행한 점”
“경찰 이첩 지시 보류했는데 불복”

같은 당 신원식 의원은 “박 전 대령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정적이고 일방적인 표현이다. 그의 여러 가지 수사 내용이 정상적이지 않아 이종섭 장관이 정상적인 수사 지휘로서 다시 조사하라고, 재검토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거부한 채 군복을 입고 1인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스럽다. 삼류 정치인 하듯 정치쇼부터 시작한다는 건 군대 선배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류 전 총경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령 역시 군 내부서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강제 구인된 박 전 대령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해병대 사관 동기‧선후배들은 “30년 가까이 해병대에 몸담은 참군인에게 항명죄를 붙이더니, 강제구인까지 하는 것이 참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자리엔 변호사, 해병대 사관 동기생 등이 동행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인 장현우씨는 “잘 싸우라고 응원하고 보내줬는데, 못 들어가게 하더라.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출입증을 받아서 영내로 들어오란 얘기를 하더니 결국 영장을 발부해 끌고 갔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다른 동기는 “박 전 대령은 수사단장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작 구속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죄 없는 군인이 끌려들어 간 상황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제2, 제3의 채 상병이 나오지 않도록. 제2, 제3의 박정훈이 나올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박 전 대령의 선배라고 밝힌 해병대 A씨는 “30년 가까이 해병대서 몸담은 사람을 저렇게밖에 대우를 못 해주나. 박 전 대령이 항명죄, 모욕죄로 강제 구인까지 된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공통점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의 공통점은 또 있다. 여러 가지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령은 지난 8월18일 “본인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국민이 (경찰에)관심이 없으면 경찰은 망가진다. 경찰이 망가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경찰을 격려하고,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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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