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떨어지는 박정훈-류삼영 평행이론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0 15:53:51
  • 호수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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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닮은 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국가·민생의 보안을 책임지는 군대와 경찰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작은 경찰부터였다. 류삼영 전 총경이 겪었던 일이고, 이제 사건의 흐름은 군인인 박정훈 전 대령이 이어받았다. 두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다르지만 ‘흐름’은 똑같다. 게다가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까지도 동일하다.

류삼영 전 총경이 입을 열었다. 박정훈 전 대령에 관해서다. 류 전 총경은 지난 8월13일 자신의 SNS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두고 박 전 대령을 옹호했다. 류 전 총경은 “정의를 위해, 피해 장병을 위해,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운을 띄웠다.

2022년
2023년

류 전 총경은 지난해 경찰 내부서 겪었던 일과, 박 전 대령이 현재 겪고 있는 일이 너무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류 전 총경은 “사건의 진행이 경찰국 개설 반대를 논의한 경찰서장 회의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경찰서장 회의 진행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권력집단의 관여라고 단정 짓진 않았다. 그는 “물론 같은 곳이 관여했다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이길 수 없는 권력의 힘이 정의를 눌러버려 바른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장이 경찰서장 회의를 잘 마친 후 식사라도 하면서 내용을 전달하라고 하는 등 경찰서장 회의를 사실상 용인해놓고, 그렇게 진행된 경찰서장 회의를 회의 도중 갑자기 중단하라며 지시 사항 불이행이라고 징계한 것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 후 수고했다고 격려한 후에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으로 수사한 것을 비슷한 점으로 들었다.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겪은 사건은 얼마나 흡사한 것일까? 우선 군인과 경찰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게 기본적인 안보관이 중요하다. 군인의 임수 상대는 적군이고, 경찰은 국민이다. 다만, 박 전 대령의 병과는 해병 군사경찰로, 군대 내 치안을 담당하며, 군 내 사건의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우선 류 전 총경이 겪은 사건은 지난해 7월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에 통과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의 목적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 등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주요 보직서 배제되는 등 문책성 인사도 이뤄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뒤 류 전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모임 자체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을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도 시사했다.

“사건 진행 데자뷰 보는 듯”
두 사례 모두 ‘윗선’ 개입 의혹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과 교구계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윤석열정부서 주요한 수사 부서 중 하나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운영지원과장은 전남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활실 팀장으로 임명됐다. 부산서도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4명 중 3명이 시도청 112 상황 팀장으로 발령 났다.

대기발령 조치가 된 것에 대해 류 전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류 전 총경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자,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이다. 박 전 대령도 상황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7월19일 오전 9시10분 여름 폭우로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 일대서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상황은 물살이 강한 곳에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수색을 시켰다. 현직 소방관인 채 일병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싸냐. 이거 살인 아닌가”하고 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고 채수근 상병에게는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방향
시나리오

해병대 수사단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설명했고, 박 전 대령은 포항과 예천을 오가며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결과를 지난 7월28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결과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7여단장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수사단은 지휘관 각각의 주의의무 소홀로 채 상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또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서 재판하기로 돼있는 만큼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인계한 서류를 모두 회수했다. 이종섭 장관은 이 서류가 ‘항명 증거자료’라고 했다.

즉, 이 장관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해병대 수사단이 불복했다는 주장이다. 이 일로 박 전 대령은 류 전 총경이 보복성 대기발령으로 인사 조치를 당한 것처럼, 해병대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하자 박 전 대령이 항명했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이 ‘지시사항을 불이행했다’고 말한 것과 류 전 총경이 주도한 회의에 참여한 50명에 대해 ‘지시 불이행’을 근거로 감찰에 착수한 것은, 사건이 흡사한 형태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진행된 이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7명의 경찰 간부 출신 의원 중 이만희·윤재옥·김석기·이철규·김용판·서범수 의원은 이상민 장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로 다른 
내부 분위기

이들은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의 지휘나 통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문재인정권의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직접 경찰을 지휘 통제하고 음습한 밀실서 총경급 이상 인사를 행해왔던 비정상적인 지휘체계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과 언론, 그리고 국회가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류 전 총경의 징계에 일선 경찰들은 즉각 반발했다. 울산경찰청 6개 경찰직협, 충남 경찰직협을 포함해 경기남부경찰청 33개소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성명서를 내고 “경찰국 신설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추진한 류 총경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국 설치가 정당한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개최한 것인데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국경찰직협 소속 경찰들은 경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류 전 총경의 중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박숭각 경기남부청 경찰직장협의회연합회 대표는 “공무원의 기본권은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자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경제사회이사회와 시민정치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이라며 “류 전 총경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는 건 기본권 보장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게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령도 비난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박 전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해병대 수사단장이면 상당히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인데, 본인이 처리한 결과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니까 갑자기 군인 신분으로서 언론에 나가 인터뷰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본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이건 전형적으로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모임 해산하라 했는데 강행한 점”
“경찰 이첩 지시 보류했는데 불복”

같은 당 신원식 의원은 “박 전 대령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정적이고 일방적인 표현이다. 그의 여러 가지 수사 내용이 정상적이지 않아 이종섭 장관이 정상적인 수사 지휘로서 다시 조사하라고, 재검토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거부한 채 군복을 입고 1인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스럽다. 삼류 정치인 하듯 정치쇼부터 시작한다는 건 군대 선배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류 전 총경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령 역시 군 내부서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강제 구인된 박 전 대령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해병대 사관 동기‧선후배들은 “30년 가까이 해병대에 몸담은 참군인에게 항명죄를 붙이더니, 강제구인까지 하는 것이 참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자리엔 변호사, 해병대 사관 동기생 등이 동행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인 장현우씨는 “잘 싸우라고 응원하고 보내줬는데, 못 들어가게 하더라.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출입증을 받아서 영내로 들어오란 얘기를 하더니 결국 영장을 발부해 끌고 갔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다른 동기는 “박 전 대령은 수사단장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작 구속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죄 없는 군인이 끌려들어 간 상황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제2, 제3의 채 상병이 나오지 않도록. 제2, 제3의 박정훈이 나올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박 전 대령의 선배라고 밝힌 해병대 A씨는 “30년 가까이 해병대서 몸담은 사람을 저렇게밖에 대우를 못 해주나. 박 전 대령이 항명죄, 모욕죄로 강제 구인까지 된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공통점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의 공통점은 또 있다. 여러 가지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령은 지난 8월18일 “본인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국민이 (경찰에)관심이 없으면 경찰은 망가진다. 경찰이 망가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경찰을 격려하고,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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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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