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③국회 국방위원 배진교의 직언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전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한민국 국민 중 최소한 가족이거나 친척, 주변 사람 중에 한두 사람은 다 군과 관련돼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말이다. 군은 우리 삶에 깊숙하게 관여돼있는 존재다. 그럼에도 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기는 어렵다. 뒤늦게 세상에 밝혀지고 나서야 무언가 고친다. 군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군의 은폐·조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다각도서 개선책을 내놨다. 군대 내에서 지휘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사망사건, 성폭력 범죄, 입대 전 범죄에 한해서는 민간이 진행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굳건한
우선주의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의혹이 발생한 해병대 사단장을 수사 대상서 뺄 것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을 만나 군 수사 시스템의 문제점, 국회 차원서 마련 중인 개선책 등에 관해 물었다. 

군 사법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2005년부터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대통령 자문기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지휘관의 확인조치권 제한(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될 때 선고된 형량의 3분의 1 미만 범위서 형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심판관 제도의 폐지, 군 검찰부와 군사법원의 독립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 차로 결국 2008년 17대 국회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후 10년간 군사법개혁은 딱히 이뤄지지 못했다. 2014년이 돼서야 비로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배 의원은 “군은 조직 우선주의가 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의 단체 안에서 일어난 일인데 굳이 이걸 공개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게 군이다. 이런 문화들이 아직 사라지고 있지 않다. 위계질서가 분명하니까 어느 사회보다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군대 역시 위계질서가 있지만 업무 영역에 한해서만 적용한다. 업무가 끝난 사적 영역에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공적 영역부터 시작해 사적 영역까지 모두 위계가 존재해 실질적으로 인권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닌 존중은 부하로서만 존재하고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아 인권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윤승주 일병 사건이 발생한 뒤부터야 개선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윤 일병은 선임병의 집단폭행으로 숨졌다. 당시 군은 윤 일병의 사인으로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우발적 폭행을 당해 질식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혹 행위가 일어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죄목이 살인으로 변경됐다. 군이 스스로 초동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인정한 셈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군검찰과 군사법경찰 제도 운영의 개선 필요성이 인식됐고,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도 줄곧 추진해온 상황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군의 은폐와 조작은 계속 벌어졌다. 2021년 5월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통해 군의 조작과 은폐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채수근 상병 사건 윗선 개입 의심”
“군 직접 조사·재판 굉장히 모순적”

이 중사는 상급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신고했지만 상급자는 처벌 없이 사건이 은폐돼 오히려 이 중사와 남자친구까지 압박을 받았다. 사건이 유포되면서는 2차 가해까지 당했다. 또 공군본부 공보 담당 장교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허위 내용을 기자에게 제공했다.


진실을 감출 순 없었다. 법무실장의 군 수사 개입 정황과 조직적 은폐, 외압 정황이 있었음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윤 일병 사태와 이 중사 사태로 군 내부의 조작과 은폐에 관한 정황이 드러났고, 국회 차원서 대응책을 마련했다. 군의 지휘체계 안에서 벌어지는 조작과 은폐가 드러나자 민간에 맡기라는 취지의 법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군 지휘부의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의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됐고, 수사권이 일부 민간에 이관됐지만, 여전히 한계점이 있다. 성범죄, 사망 사건, 군인 신분 취득 전 범죄에 한해서 민간법원에 이전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머지 사안은 피해자가 사망해야만 민간서 수사하고 재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군의 사법체계는 특수한 영역,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군 지휘체계 안에 존재하는 군사재판과 군검찰부는 군이라는 계급사회의 영향 아래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군이 스스로 조사하고 재판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며 삼권 분립이라는 원칙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사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은폐에 한몫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왔다. 물론 군도 수사체계, 방식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개혁에 힘써왔다.

과거에는 사망 사건에 관한 자료가 없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로 사망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지금은 과거보다 나아졌다. 국회, 정부서 추진해오는 법도 점차 지휘권에 힘을 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군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같은 케이스의 사건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감싸고
숨기고

배 의원은 “두루미는 아무리 기를 써도 긴 물통이 없으면 뾰족한 부리로 물을 마실 수 없다. 군도 마찬가지다. 사법개혁 제도, 군인권보호관, 성고충상담제도 등 여러 개선책을 내놓은 노력은 인정하나 결국 그릇의 모양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군인을 대하는 군의 태도를 바꾸는 정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태도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수사의 독립성과 평시군사법원을 폐지함으로써 집중돼있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인물도 하나둘 나타났다는 점이다. 

바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7월 해병대서 근무하던 채 상병이 수중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서 윗선의 지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해병대의 수중 수색을 지시하면서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고, 5명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끝내 채 상병이 사망했다. 

박 대령은 수사하면서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해 고위급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으나 국방부 검찰단은 다시 경찰청에 이첩한 서류를 회수해 사건을 재검토했다.


최종 책임자로 분류된 임성근 사단장은 포함되지 않고, 대대장급 2명만 혐의가 인정돼 보고서가 다시 경찰로 넘어갔다. 위에서 원하는 대로 입맛대로 빼고, 넣고 싶은 것만 추가한 것과 다름없다.

배 의원은 “어떤 조직 시스템도 완벽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감시 견제가 필요하다. 군은 단일한 사법체계를 갖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밖에서 감시할 수 있는 견제 기능 자체가 없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런 체계에서는 개선이 어렵다. 군 개혁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재 2심부터 민간법원서 진행하고 있는데, 1심부터 가능했다면 현재와 같은 외압 의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군 출신 관계자도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관하는 것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군은 여전히 일원화된 사법 체계로 지휘권을 휘두른다. 박 대령의 증언에 따르면 사단장까지 처벌범위에 포함돼있어 국민이 엄정하게 수사가 잘됐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국정조사
이뤄져야”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꿨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결국 이해관계가 작동하면서 수사 결과까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 것. 수사의 독립성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국방부가 경찰에 이첩된 조사 자료를 다시 가져간 부분에 대한 해명도 시원치 않다. 앞서 국방부는 자료를 경찰이 줬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배 의원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실을 의심한다. 


그는 “어느 정도 선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면 많은 사람이 관여해야 한다. 위에서도 관여해야 하고, 국방부의 해명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경찰관 출신의 국회의원들 이야기다. 이 정도 사안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대통령실 아니면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박 대령은 윗선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에 입장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문 대신 군 검찰 손에 이끌려 거의 끌려오다시피 입장할 수 있었다. 

배 의원은 “군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법원에 가면 법원 문이 있다. 그 문으로 들어가겠다는 데 왜 검찰 동의를 받아 검찰 쪽으로 들어가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찰 쪽으로 들어오라고 한 건 결국 군검찰과 군이 동일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다. 다행인 점은 기각됐다는 점 하나뿐”이라고 밝혔다. 

채 상병 사건은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결과가 달라진 꼴이다. 민간으로 맡겨야 하는 사건조차 군 지휘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이다. 

군은 독특하게 수사 기관과 사법기관이 동시에 존재하고 같은 지휘체계 안에 있다.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문화가 강하다. 다시 말해 조작과 은폐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유가족 입장서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문제가 밝혀지는 것을 군이 자초했기 때문이다. 

입맛대로 빼고 넣고 싶으면 추가 
특검 통해 재발 방지하도록 엄벌

군의 지휘체계는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용해 특정 사람 혹은 세력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사전에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수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배 의원은 “박 대령의 사례처럼 원칙적인 행동이 항명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방부 발간의 ‘군인목부기본정책서’가 있다”며 “군인복무기본법에 따라 국방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군인 복무 기본 정책 방향을 다루는 계획서다. 지난 문재인정부 당시 부당 명령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삭제됐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사태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지휘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점차 뚜렷해진다. 군 입장서 박 대령은 조직을 배신한 인물이다. 내부 고발자가 아닌 배신자다. 이런 조직서 양심선언을 하는 게 힘든 이유다.

사단장, 여단장이라는 직급은 한 부대를 책임지는 위치다. 지휘관 밑에 수사관도 있다.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배 의원은 “군대는 그동안 조작하고 은폐하면서 처벌받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런 사건에 관해 일벌백계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게 군대의 사법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사건에 관해 은폐나 조작 시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개정된 법체계는 국방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제한해놨다. 국방부 장관이 군의 권력 정점에 있어도 원하는 방향으로 요구하기가 마땅치 않다.

그러나 박 대령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개입한 모습으로 보인다. 개입 여부를 밝혀내고자 최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현재 수사할 수 있는 방식은 특검밖에 없다. 

배 의원은 “민주당이 특검을 발의했고, 정의당도 함께 신속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특검은 전반적인 것에 관한 수사 과정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알 수 있다. 왜 이 상황이 발생했는 지에 관해 국민께 소상히 보고하고 국민에게도 알릴 책무가 국회에 있다”며 “이미 대통령실 개입이나 국방부 장관의 불법적 개입이 기정사실로 보이는 상황이다. 핵심 인물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사임한 상황서 국정감사로만 밝혀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국회 차원
개선책은?

다만 패스트트랙을 통해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특별검사의 활동 등을 고려하면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검 지명은 10일까지 소요되고, 준비 기간은 20일, 수사 기간은 최대 100일까지로 총 13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함께 이뤄지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대를 대한민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외압이 있다면 처벌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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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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