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③국회 국방위원 배진교의 직언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전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한민국 국민 중 최소한 가족이거나 친척, 주변 사람 중에 한두 사람은 다 군과 관련돼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말이다. 군은 우리 삶에 깊숙하게 관여돼있는 존재다. 그럼에도 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기는 어렵다. 뒤늦게 세상에 밝혀지고 나서야 무언가 고친다. 군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군의 은폐·조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다각도서 개선책을 내놨다. 군대 내에서 지휘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사망사건, 성폭력 범죄, 입대 전 범죄에 한해서는 민간이 진행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굳건한
우선주의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의혹이 발생한 해병대 사단장을 수사 대상서 뺄 것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을 만나 군 수사 시스템의 문제점, 국회 차원서 마련 중인 개선책 등에 관해 물었다. 

군 사법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2005년부터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대통령 자문기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지휘관의 확인조치권 제한(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될 때 선고된 형량의 3분의 1 미만 범위서 형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심판관 제도의 폐지, 군 검찰부와 군사법원의 독립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 차로 결국 2008년 17대 국회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후 10년간 군사법개혁은 딱히 이뤄지지 못했다. 2014년이 돼서야 비로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배 의원은 “군은 조직 우선주의가 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의 단체 안에서 일어난 일인데 굳이 이걸 공개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게 군이다. 이런 문화들이 아직 사라지고 있지 않다. 위계질서가 분명하니까 어느 사회보다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군대 역시 위계질서가 있지만 업무 영역에 한해서만 적용한다. 업무가 끝난 사적 영역에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공적 영역부터 시작해 사적 영역까지 모두 위계가 존재해 실질적으로 인권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닌 존중은 부하로서만 존재하고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아 인권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윤승주 일병 사건이 발생한 뒤부터야 개선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윤 일병은 선임병의 집단폭행으로 숨졌다. 당시 군은 윤 일병의 사인으로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우발적 폭행을 당해 질식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혹 행위가 일어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죄목이 살인으로 변경됐다. 군이 스스로 초동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인정한 셈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군검찰과 군사법경찰 제도 운영의 개선 필요성이 인식됐고,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도 줄곧 추진해온 상황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군의 은폐와 조작은 계속 벌어졌다. 2021년 5월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통해 군의 조작과 은폐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채수근 상병 사건 윗선 개입 의심”
“군 직접 조사·재판 굉장히 모순적”

이 중사는 상급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신고했지만 상급자는 처벌 없이 사건이 은폐돼 오히려 이 중사와 남자친구까지 압박을 받았다. 사건이 유포되면서는 2차 가해까지 당했다. 또 공군본부 공보 담당 장교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허위 내용을 기자에게 제공했다.


진실을 감출 순 없었다. 법무실장의 군 수사 개입 정황과 조직적 은폐, 외압 정황이 있었음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윤 일병 사태와 이 중사 사태로 군 내부의 조작과 은폐에 관한 정황이 드러났고, 국회 차원서 대응책을 마련했다. 군의 지휘체계 안에서 벌어지는 조작과 은폐가 드러나자 민간에 맡기라는 취지의 법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군 지휘부의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의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됐고, 수사권이 일부 민간에 이관됐지만, 여전히 한계점이 있다. 성범죄, 사망 사건, 군인 신분 취득 전 범죄에 한해서 민간법원에 이전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머지 사안은 피해자가 사망해야만 민간서 수사하고 재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군의 사법체계는 특수한 영역,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군 지휘체계 안에 존재하는 군사재판과 군검찰부는 군이라는 계급사회의 영향 아래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군이 스스로 조사하고 재판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며 삼권 분립이라는 원칙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사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은폐에 한몫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왔다. 물론 군도 수사체계, 방식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개혁에 힘써왔다.

과거에는 사망 사건에 관한 자료가 없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로 사망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지금은 과거보다 나아졌다. 국회, 정부서 추진해오는 법도 점차 지휘권에 힘을 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군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같은 케이스의 사건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감싸고
숨기고

배 의원은 “두루미는 아무리 기를 써도 긴 물통이 없으면 뾰족한 부리로 물을 마실 수 없다. 군도 마찬가지다. 사법개혁 제도, 군인권보호관, 성고충상담제도 등 여러 개선책을 내놓은 노력은 인정하나 결국 그릇의 모양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군인을 대하는 군의 태도를 바꾸는 정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태도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수사의 독립성과 평시군사법원을 폐지함으로써 집중돼있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인물도 하나둘 나타났다는 점이다. 

바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7월 해병대서 근무하던 채 상병이 수중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서 윗선의 지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해병대의 수중 수색을 지시하면서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고, 5명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끝내 채 상병이 사망했다. 

박 대령은 수사하면서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해 고위급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으나 국방부 검찰단은 다시 경찰청에 이첩한 서류를 회수해 사건을 재검토했다.


최종 책임자로 분류된 임성근 사단장은 포함되지 않고, 대대장급 2명만 혐의가 인정돼 보고서가 다시 경찰로 넘어갔다. 위에서 원하는 대로 입맛대로 빼고, 넣고 싶은 것만 추가한 것과 다름없다.

배 의원은 “어떤 조직 시스템도 완벽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감시 견제가 필요하다. 군은 단일한 사법체계를 갖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밖에서 감시할 수 있는 견제 기능 자체가 없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런 체계에서는 개선이 어렵다. 군 개혁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재 2심부터 민간법원서 진행하고 있는데, 1심부터 가능했다면 현재와 같은 외압 의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군 출신 관계자도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관하는 것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군은 여전히 일원화된 사법 체계로 지휘권을 휘두른다. 박 대령의 증언에 따르면 사단장까지 처벌범위에 포함돼있어 국민이 엄정하게 수사가 잘됐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국정조사
이뤄져야”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꿨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결국 이해관계가 작동하면서 수사 결과까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 것. 수사의 독립성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국방부가 경찰에 이첩된 조사 자료를 다시 가져간 부분에 대한 해명도 시원치 않다. 앞서 국방부는 자료를 경찰이 줬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배 의원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실을 의심한다. 


그는 “어느 정도 선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면 많은 사람이 관여해야 한다. 위에서도 관여해야 하고, 국방부의 해명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경찰관 출신의 국회의원들 이야기다. 이 정도 사안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대통령실 아니면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박 대령은 윗선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에 입장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문 대신 군 검찰 손에 이끌려 거의 끌려오다시피 입장할 수 있었다. 

배 의원은 “군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법원에 가면 법원 문이 있다. 그 문으로 들어가겠다는 데 왜 검찰 동의를 받아 검찰 쪽으로 들어가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찰 쪽으로 들어오라고 한 건 결국 군검찰과 군이 동일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다. 다행인 점은 기각됐다는 점 하나뿐”이라고 밝혔다. 

채 상병 사건은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결과가 달라진 꼴이다. 민간으로 맡겨야 하는 사건조차 군 지휘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이다. 

군은 독특하게 수사 기관과 사법기관이 동시에 존재하고 같은 지휘체계 안에 있다.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문화가 강하다. 다시 말해 조작과 은폐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유가족 입장서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문제가 밝혀지는 것을 군이 자초했기 때문이다. 

입맛대로 빼고 넣고 싶으면 추가 
특검 통해 재발 방지하도록 엄벌

군의 지휘체계는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용해 특정 사람 혹은 세력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사전에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수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배 의원은 “박 대령의 사례처럼 원칙적인 행동이 항명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방부 발간의 ‘군인목부기본정책서’가 있다”며 “군인복무기본법에 따라 국방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군인 복무 기본 정책 방향을 다루는 계획서다. 지난 문재인정부 당시 부당 명령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삭제됐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사태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지휘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점차 뚜렷해진다. 군 입장서 박 대령은 조직을 배신한 인물이다. 내부 고발자가 아닌 배신자다. 이런 조직서 양심선언을 하는 게 힘든 이유다.

사단장, 여단장이라는 직급은 한 부대를 책임지는 위치다. 지휘관 밑에 수사관도 있다.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배 의원은 “군대는 그동안 조작하고 은폐하면서 처벌받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런 사건에 관해 일벌백계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게 군대의 사법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사건에 관해 은폐나 조작 시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개정된 법체계는 국방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제한해놨다. 국방부 장관이 군의 권력 정점에 있어도 원하는 방향으로 요구하기가 마땅치 않다.

그러나 박 대령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개입한 모습으로 보인다. 개입 여부를 밝혀내고자 최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현재 수사할 수 있는 방식은 특검밖에 없다. 

배 의원은 “민주당이 특검을 발의했고, 정의당도 함께 신속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특검은 전반적인 것에 관한 수사 과정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알 수 있다. 왜 이 상황이 발생했는 지에 관해 국민께 소상히 보고하고 국민에게도 알릴 책무가 국회에 있다”며 “이미 대통령실 개입이나 국방부 장관의 불법적 개입이 기정사실로 보이는 상황이다. 핵심 인물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사임한 상황서 국정감사로만 밝혀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국회 차원
개선책은?

다만 패스트트랙을 통해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특별검사의 활동 등을 고려하면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검 지명은 10일까지 소요되고, 준비 기간은 20일, 수사 기간은 최대 100일까지로 총 13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함께 이뤄지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대를 대한민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외압이 있다면 처벌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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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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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