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보다 이재명 조금 더 유리한 이유

이미 당 장악…한발 앞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1대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1라운드는 이 대표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막 2라운드가 시작됐다. 두 인물은 앞에서는 손을 내밀지만 뒤로는 어떻게 쓰러뜨릴지 고민 중이다. 이 대표가 당내의 압도적 지지세를 받아 조금은 유리한 상황으로 보인다. 과연 이 분위기를 한 대표가 뒤집을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또다시 집권여당 당수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2라운드에서는 대선을 둘러싼 훨씬 더 첨예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인물의 1라운드는 22대 총선이었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이재명, 조국 심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압도적 이
혼란의 한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한 대표의 입지에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들의 부활은 흐름이 비슷했다. 이 대표도 2022년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입지가 위태로워졌으나, 이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당권 경쟁에 뛰어들어 77%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권을 거머쥐었다.

1기 이 대표 체제는 늘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비명계(비 이재명)의 반발이 심했던 데다 헌정 사상 최초로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비명 숙청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자신의 사람들로 채웠다. 

본인이 출마한 지역구서도 이재명 저격수라는 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을 따돌리면서 생환에 성공했다. 이번 전당대회서도 이 대표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한층 더 견고해진 친명 체제로 사실상 민주당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최고위원들도 전방위적인 공격력을 가진 인물 위주로 당선됐다. 개딸(개혁의딸)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여당을 겨냥해 활동할 수 있는 얼굴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 ‘보수의 성지’로 통하는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주목할 만하다. 아무래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책 등 다양한 사안서 속도를 내기 훨씬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신속하게 마무리한 만큼 당내에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대표를 견제할 만한 인물이 당내에 없어 ‘일극 체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명이라도 실책할 경우 다 함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은 최대의 단점으로 꼽힌다. 당내 상황은 이 대표가 한 대표에 비해 다소 앞서 있다. 

한 대표는 당내 주요직의 교체 및 유임을 두고 많은 설전이 오갔다. 다수의 사안을 진행할 때마다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등의 말도 나왔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한 대표에게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에겐 지명직 최고위원도 배려할 여유가 없다. 

이렇듯 그는 아직까지 당내를 결합하지 못했다.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한 대표에게 협조하려는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기류는 한 대표의 비대위원장 취임 때부터 느껴졌다.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명단으로 이철규 의원과 다툼이 있었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내가 그만두겠다’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도 추가됐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만큼 급히 화해하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2기 친명 지도부로 자기 입지 굳혀
한, 아직 당내 결합 여전히 안 된 상황


분명 시스템 공천을 했다지만 후폭풍은 국민의힘 내에서도 크게 일었다. 

총선 대패 후 한 대표 최고의 선택지는 자리서 물러나는 일 뿐이었다. 연모론, 동정론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조용히 당내서 자신을 지지하는 우군을 확보하는 방법도 존재했으나 결국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이 대표처럼 이내 당권 도전에 나섰는데,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친윤 세력은 한 대표의 당 출마에 대해 각을 세워가면서 반대했고, 배신자라는 프레임까지 씌웠다. 

당내 다른 경쟁자들이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던 한 대표를 꺾기에는 무리였다. 용산의 지원을 받았던 김기현 전 대표보다 더 높은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그를 소환해 이미지를 빌려써 왔는데, 초반에는 컨벤션효과를 톡톡히 봤으나 점차 동력을 잃었다. 

윤석열정부의 2인자 이미지가 컸던 탓에 확장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미묘하게 한 대표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윤 세력은 한 대표를 향한 불만을 강하게 터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한 대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지만 여전히 불안한 게 현실이다.

한 대표의 당내 결합이 늦춰질수록 그의 입지가 흔들릴 뿐이다. 게닥다 대통령실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사이는 상당히 불편한 데다 여러 사안을 가지고서도 의견 차가 뚜렷하다. 

최근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서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번 당 대표 회담 의제로 유력한 안건이었다. 당초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관해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한 대표가 취임하면서 25만원 지원법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대안을 제시하라고 의견을 냈던 바 있다. 

이 대표가 대표 회담을 제안한 이유도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을 이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생’을 의제로 놓고 여야 대표가 사안을 결정해버릴 경우, 대통령실의 반발은 예정된 수순이다. ‘대통령실 패싱’ 논란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합의하면
용산 반발?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일부 취약계층에 한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내가 상당히 술렁이고 있다. 특히 추경호 원내대표는 25만원 지원법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한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지 관건이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민주당 이 대표가 총선 공약이자, 민주당 1호 공약으로 발의됐다. 대통령실의 반대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의제일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세(금투세) 개정 역시 민주당에게 의제를 빼앗길 수 있다. 국민의힘서 먼저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띄웠으나 민주당의 금투세법 개정 여부 입장을 합의해야 처리가 가능하다. 최근 이 대표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당내 의견은 종합적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두 여야 당수의 주도권 싸움은 팽팽하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여 실무협상이 미뤄졌다. 형식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대표 회담의 생중계를 제안했는데, 이는 회담서 먼저 던지는 쪽이 이길 것이라는 의중이 깔려 있다.

기대를 모았던 대표 회담은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무산됐다. 보통 양당 대표 회담은 전체 발언, 회담  진행 후 합의된 내용을 발표해 왔는데, 한 대표가 생중계를 요구한 것은 주도권 어필을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의제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앞으로도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대표는 상당히 난감한 고비의 연속이다. 야권의 채 상병 특검법에도 답해야 한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 제안의 공을 넘기자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막상 어떤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기조가 강하지만 국민의힘은 하나씩 조건을 추가 중이다.

우서 좌로
좌서 우로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제보 공작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사안을 두고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서로 의견을 조율 중이지만 문제는 당내 반발이다. 무작정 추진한다면 당외에서의 입지는 넓어질 수 있지만 당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국민의힘을 무너뜨리는 해당 행위와 다름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제3자 특검법은 여야 모두 동의한 부분으로 법안만 발의하면 간단해진다. 문제는 한 대표의 리더십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내부정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당내 목소리를 설득해야만 한다. 실패 시 정치적 리더십에 치명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가 제3자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한 대표 입장에선 다급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제3자 특검법을)당론화로 밀어붙이기에는 아직까지 여론이 좀 더 형성돼야 한다. 한 대표가 마음을 갖고 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구성원들이 호응을 해줘야 하고, 지금은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표는 이미 자신의 세력을 곳곳에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체계가 안정적이지는 않다. 당내 입지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서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목소리를 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 분란을 반드시 종식시켜야 하는 필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당의 엇박자는 한 대표 본인의 입지를 흔들리게 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일과 다름없다. 

이 대표에게도 약 두 달 뒤 선거법, 위증교사 관련 ‘사법 리스크’라는 위태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해당 재판서 이 대표에게 집행유예, 벌금형(100만원 이상)의 당선 무효형이 선고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대선은 물론 앞으로의 정치 행보도 담보할 수 없다. 

여전히 특검법 반대 기류 
이슈 주도해야 몸값 상승

두 여야 대표 입장에선 양강구도로 가는 게 서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서로를 공격해야 자신이 커지는 것은 물론, 지지층의 결속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추후 우위 선점을 위해 중도 확장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지지층은 어느 정도 결집돼있지만 차기 대선은 결국 중도 싸움인 탓이다. 

이 대표는 먼저 중도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상속세, 종부세 등 각종 세재 개편으로 외연확장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상황실을 신설하는 등 대선을 겨냥한 실무 라인도 강화한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한 대표 역시 좌클릭을 하고 싶은 모습이지만 아직까지는 당내 여론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띄운 게 바로 격차해소특위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가 조경태 의원에게 직접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특위는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하는 데 일반 국민 삶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도적인 부분을 손보고 큰 틀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한 대표와 조 의원의 생각이 상당 부분 일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 대표를 압도할 정치적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콘텐츠, 이슈적인 부분마저도 주도해야 한다. 그동안 그는 피의자와 검사 대결구도를 만들어 왔다. 이 같은 구도는 한 대표가 막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까지는 먹혔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치인으로서 유능함을 보여야 한다.

완벽해야
역전구도

셀럽 같은 이미지만 극대화된다면 더 이상 몸값을 올리기는 어려워진다. 자신의 지지층에 국한되지 않고 독자적 노선을 꾸려야 누가 와도 대적이 가능한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의 임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는데, 인선부터 꼬이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여당의 수장인 만큼 정책으로 승부를 보고 미래 담론을 제기해야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건희 명품백 무혐의 한동훈 발언 보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내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최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팩트와 법리를 따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의 의혹에 관해 국민이 우려하실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용산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이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한 발언과 대치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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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