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보다 이재명 조금 더 유리한 이유

이미 당 장악…한발 앞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1대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1라운드는 이 대표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막 2라운드가 시작됐다. 두 인물은 앞에서는 손을 내밀지만 뒤로는 어떻게 쓰러뜨릴지 고민 중이다. 이 대표가 당내의 압도적 지지세를 받아 조금은 유리한 상황으로 보인다. 과연 이 분위기를 한 대표가 뒤집을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또다시 집권여당 당수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2라운드에서는 대선을 둘러싼 훨씬 더 첨예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인물의 1라운드는 22대 총선이었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이재명, 조국 심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압도적 이
혼란의 한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한 대표의 입지에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들의 부활은 흐름이 비슷했다. 이 대표도 2022년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입지가 위태로워졌으나, 이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당권 경쟁에 뛰어들어 77%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권을 거머쥐었다.

1기 이 대표 체제는 늘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비명계(비 이재명)의 반발이 심했던 데다 헌정 사상 최초로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비명 숙청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자신의 사람들로 채웠다. 

본인이 출마한 지역구서도 이재명 저격수라는 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을 따돌리면서 생환에 성공했다. 이번 전당대회서도 이 대표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한층 더 견고해진 친명 체제로 사실상 민주당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최고위원들도 전방위적인 공격력을 가진 인물 위주로 당선됐다. 개딸(개혁의딸)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여당을 겨냥해 활동할 수 있는 얼굴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 ‘보수의 성지’로 통하는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주목할 만하다. 아무래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책 등 다양한 사안서 속도를 내기 훨씬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신속하게 마무리한 만큼 당내에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대표를 견제할 만한 인물이 당내에 없어 ‘일극 체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명이라도 실책할 경우 다 함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은 최대의 단점으로 꼽힌다. 당내 상황은 이 대표가 한 대표에 비해 다소 앞서 있다. 

한 대표는 당내 주요직의 교체 및 유임을 두고 많은 설전이 오갔다. 다수의 사안을 진행할 때마다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등의 말도 나왔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한 대표에게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에겐 지명직 최고위원도 배려할 여유가 없다. 

이렇듯 그는 아직까지 당내를 결합하지 못했다.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한 대표에게 협조하려는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기류는 한 대표의 비대위원장 취임 때부터 느껴졌다.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명단으로 이철규 의원과 다툼이 있었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내가 그만두겠다’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도 추가됐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만큼 급히 화해하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2기 친명 지도부로 자기 입지 굳혀
한, 아직 당내 결합 여전히 안 된 상황


분명 시스템 공천을 했다지만 후폭풍은 국민의힘 내에서도 크게 일었다. 

총선 대패 후 한 대표 최고의 선택지는 자리서 물러나는 일 뿐이었다. 연모론, 동정론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조용히 당내서 자신을 지지하는 우군을 확보하는 방법도 존재했으나 결국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이 대표처럼 이내 당권 도전에 나섰는데,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친윤 세력은 한 대표의 당 출마에 대해 각을 세워가면서 반대했고, 배신자라는 프레임까지 씌웠다. 

당내 다른 경쟁자들이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던 한 대표를 꺾기에는 무리였다. 용산의 지원을 받았던 김기현 전 대표보다 더 높은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그를 소환해 이미지를 빌려써 왔는데, 초반에는 컨벤션효과를 톡톡히 봤으나 점차 동력을 잃었다. 

윤석열정부의 2인자 이미지가 컸던 탓에 확장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미묘하게 한 대표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윤 세력은 한 대표를 향한 불만을 강하게 터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한 대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지만 여전히 불안한 게 현실이다.

한 대표의 당내 결합이 늦춰질수록 그의 입지가 흔들릴 뿐이다. 게닥다 대통령실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사이는 상당히 불편한 데다 여러 사안을 가지고서도 의견 차가 뚜렷하다. 

최근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서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번 당 대표 회담 의제로 유력한 안건이었다. 당초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관해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한 대표가 취임하면서 25만원 지원법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대안을 제시하라고 의견을 냈던 바 있다. 

이 대표가 대표 회담을 제안한 이유도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을 이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생’을 의제로 놓고 여야 대표가 사안을 결정해버릴 경우, 대통령실의 반발은 예정된 수순이다. ‘대통령실 패싱’ 논란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합의하면
용산 반발?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일부 취약계층에 한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내가 상당히 술렁이고 있다. 특히 추경호 원내대표는 25만원 지원법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한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지 관건이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민주당 이 대표가 총선 공약이자, 민주당 1호 공약으로 발의됐다. 대통령실의 반대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의제일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세(금투세) 개정 역시 민주당에게 의제를 빼앗길 수 있다. 국민의힘서 먼저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띄웠으나 민주당의 금투세법 개정 여부 입장을 합의해야 처리가 가능하다. 최근 이 대표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당내 의견은 종합적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두 여야 당수의 주도권 싸움은 팽팽하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여 실무협상이 미뤄졌다. 형식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대표 회담의 생중계를 제안했는데, 이는 회담서 먼저 던지는 쪽이 이길 것이라는 의중이 깔려 있다.

기대를 모았던 대표 회담은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무산됐다. 보통 양당 대표 회담은 전체 발언, 회담  진행 후 합의된 내용을 발표해 왔는데, 한 대표가 생중계를 요구한 것은 주도권 어필을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의제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앞으로도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대표는 상당히 난감한 고비의 연속이다. 야권의 채 상병 특검법에도 답해야 한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 제안의 공을 넘기자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막상 어떤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기조가 강하지만 국민의힘은 하나씩 조건을 추가 중이다.

우서 좌로
좌서 우로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제보 공작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사안을 두고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서로 의견을 조율 중이지만 문제는 당내 반발이다. 무작정 추진한다면 당외에서의 입지는 넓어질 수 있지만 당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국민의힘을 무너뜨리는 해당 행위와 다름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제3자 특검법은 여야 모두 동의한 부분으로 법안만 발의하면 간단해진다. 문제는 한 대표의 리더십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내부정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당내 목소리를 설득해야만 한다. 실패 시 정치적 리더십에 치명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가 제3자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한 대표 입장에선 다급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제3자 특검법을)당론화로 밀어붙이기에는 아직까지 여론이 좀 더 형성돼야 한다. 한 대표가 마음을 갖고 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구성원들이 호응을 해줘야 하고, 지금은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표는 이미 자신의 세력을 곳곳에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체계가 안정적이지는 않다. 당내 입지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서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목소리를 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 분란을 반드시 종식시켜야 하는 필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당의 엇박자는 한 대표 본인의 입지를 흔들리게 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일과 다름없다. 

이 대표에게도 약 두 달 뒤 선거법, 위증교사 관련 ‘사법 리스크’라는 위태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해당 재판서 이 대표에게 집행유예, 벌금형(100만원 이상)의 당선 무효형이 선고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대선은 물론 앞으로의 정치 행보도 담보할 수 없다. 

여전히 특검법 반대 기류 
이슈 주도해야 몸값 상승

두 여야 대표 입장에선 양강구도로 가는 게 서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서로를 공격해야 자신이 커지는 것은 물론, 지지층의 결속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추후 우위 선점을 위해 중도 확장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지지층은 어느 정도 결집돼있지만 차기 대선은 결국 중도 싸움인 탓이다. 

이 대표는 먼저 중도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상속세, 종부세 등 각종 세재 개편으로 외연확장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상황실을 신설하는 등 대선을 겨냥한 실무 라인도 강화한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한 대표 역시 좌클릭을 하고 싶은 모습이지만 아직까지는 당내 여론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띄운 게 바로 격차해소특위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가 조경태 의원에게 직접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특위는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하는 데 일반 국민 삶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도적인 부분을 손보고 큰 틀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한 대표와 조 의원의 생각이 상당 부분 일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 대표를 압도할 정치적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콘텐츠, 이슈적인 부분마저도 주도해야 한다. 그동안 그는 피의자와 검사 대결구도를 만들어 왔다. 이 같은 구도는 한 대표가 막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까지는 먹혔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치인으로서 유능함을 보여야 한다.

완벽해야
역전구도

셀럽 같은 이미지만 극대화된다면 더 이상 몸값을 올리기는 어려워진다. 자신의 지지층에 국한되지 않고 독자적 노선을 꾸려야 누가 와도 대적이 가능한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의 임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는데, 인선부터 꼬이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여당의 수장인 만큼 정책으로 승부를 보고 미래 담론을 제기해야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건희 명품백 무혐의 한동훈 발언 보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내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최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팩트와 법리를 따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의 의혹에 관해 국민이 우려하실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용산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이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한 발언과 대치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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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