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독박 씌울 민주당 꽃놀이패

양손에 쥐고 있는 9개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특검 정국의 포문을 열었다. 용산을 둘러싼 방패막은 얇기만 하다. 민주당은 각종 특검법과 함께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2대 국회 개원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벌써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2대 총선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의석수를 포함해 175석을 지켜냈다. 범야권을 합하면 192석까지 늘어난다.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다 포함해도 108석에 그쳤다.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응답하라”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론의 압승이었다.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외침이 무색하게 국민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여당이 각종 특검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이 끝난 이후 민주당은 여러 논평을 통해 “이번 총선이 국민 심판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국민의 심판은 이제야 시작됐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특검 열차’에 올라탄 듯 질주에 나섰다.

민주당이 첫 번째로 내민 카드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인 이른바 ‘채 상병 특검’이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했는데, 이를 수사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사건 축소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걸 골자로 한다. 해당 특검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5월29일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 빠르게 법안을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이 분주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소속 21대 의원과 22대 당선인 약 50명이 채 상병 특검법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소속 116명 의원들도 서명서를 제출하면서 머릿수로 정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께서는 이번 총선으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매섭게 심판하셨다”며 “그 심판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채 상병 사망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장병의 억울한 죽음과 수사외압 의혹, 거기에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 이후 25일 만에 사퇴까지, 국민께서는 대한민국의 상식이 무너지는 장면을 똑똑히 목도하셨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통과시키자”고 소리 높였다.

벼랑 끝 윤, 보이지 않는 탈출구
22대 국회 문턱서 치열한 기싸움

민주당 주장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독소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기관의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전제 조건과 최소한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원내대표는 “특검법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22대 국회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민주당이 특검을 발의한다면 소수당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이태원참사 특별법도 재점화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이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윤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만큼 두 안건은 21대 국회의 마지막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이 총선서 참패한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지난 2년 동안 9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윤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 여부가 ‘총선 민심 수요 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검을 받아들인다면 정부·여당에 화살이, 반대한다면 민심이 들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태원참사 특별법 외에도 민주당은 전세 사기 특별법 등 각종 법안을 쏟아내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지난 18일에는 야당이 제2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세월호 참사 지원특별법 등 5개의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을 담은 이른바 ‘쌍특검’은 민주당이 벼르던 법안인 만큼 재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쌍특검은 지난해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법안이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행동을 두고 “총선을 겨냥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절반이 넘는 국민이 쌍특검을 원했는데 윤 대통령의 손짓 하나로 법안이 폐기됐다”며 “민심을 거스른다는 것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서 쌍특검을 22대 국회에 다시 올리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한다”며 “추가로 드러난 김 여사의 의혹을 몽땅 집어넣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치 않은
여당 반란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거쳐 22대 국회까지 쥘 수 있는 법안은 9개에 달한다.

총선 참패로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이 지난 국회처럼 쉽게 반대표를 던지지 못할 것이란 게 범야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성남분당갑서 당선된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은 한 라디오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본회의 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조경태 부산 사하을 당선인도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한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과 한지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의 결과가 정권 심판인 만큼 쏟아지는 특검법을 정부·여당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몇몇 특검은 수사 진행에 따라 칼날이 용산까지 들이닥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무죄가 나올 경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박정훈이라는 제복 군인의 명예를 그냥 대통령 권력으로 짓밟은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당연히 특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에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지만 특검법 수용 여부를 비롯한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당이 총선서 참패했음에도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역풍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특검 정국을 예고한 민주당은 다른 한쪽서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는 중임제 개헌 논의를 띄우면서 용산을 압박하고 있다.

개헌 카드
만지작∼

총선 직후 개헌 논의를 띄운 건 범보수로 꼽히는 개혁신당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비례대표 당선인은 개헌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개혁신당은 총선 공약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를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의 쇄빙선을 자처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강조하고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국회에 입성한 만큼 선명성을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범보수인 개혁신당과 비례정당인 조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탄핵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제1야당으로서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현 정권의 조기종식은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범야권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22대 국회 중반에 접어들 때 즈음 개헌을 주장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총선 이전부터 개헌을 요구한 이들도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을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이다.

민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공약으로 ‘광주·전남 에너지 메가시티 추진’과 더불어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중앙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 당선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대통령의 임기가 2027년 5월까지인데 이를 1년 단축해 2026년 지방선거와 조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민 당선인에 따르면 중임제는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으로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한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하는 일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서 해남·진도·완도에 당선된 박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고 중임제 개헌을 한다는 의미서 ‘내 임기 1년을 포기하겠다’는 건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국민에겐 ‘헌정 중단’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며 “헌정 중단이라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핵 대신 개헌 띄운다?
법사위 뜨거운 쟁탈전

민주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통령 임기 단축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개헌에 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권력구조 개편과 임기 단축 등의 합의를 마친 순차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상을 지켜낸 만큼 개헌이 논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은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 절차가 필요한 만큼 야권의 의석수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회의 고삐를 꽉 쥐고 있는 민주당이 특검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다른 한쪽서 개헌으로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용산의 힘을 뺄 수 있다. 이른바 ‘심리적 탄핵’에 처하게 된 정부가 스스로 레임덕을 자초할 것이란 주장이 앞다퉈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1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지만 여론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

지난 16일에는 국무회의서 총선 패배에 대해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국민에 대한사과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인사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그야말로 용산이 고립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과정을 두고 “‘레임덕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구나’ 저는 그게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사수하겠다며 벌써 포석을 깔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잇따라 특검을 발의할 예정인 만큼 법사위원장의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법사위와 운영위는 이번에는 꼭 민주당이 갖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1대 국회서 여당이 법적 절차나 입법 과정을 지연시키는 등 방해 공작을 펼쳐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는 “민주당이 앞에서는 점잖은 척 협치 운운하더니, 뒤로는 힘자랑하느냐”며 “여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발상이자, 입법 폭주를 위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술 더 뜨는 조국혁신당

총선의 열기가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데드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조국당 조국 대표는 지난 15일 SNS를 통해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대통령실과 검찰 내부서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질설이 제기되자 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한 번에 겨냥해 “데드덕이 될 운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뻔뻔한 방패 역할을 하고, 정적에 대해서는 더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며 “국정운영 능력이 ‘0’에 가까운 윤 대통령의 관심은 이제 온통 자신과 배우자의 신변 안전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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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