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윤석열 못 버리는 이유

팽 시키면 따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쉽지 않다. 마냥 상명하복하기에는 뱉어온 말이 있고, 등을 돌려버리면 바로 망할 처지다. 현재 상황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을 버릴 경우 오히려 위험하다. 당내 주류에게 수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노선을 걷고 싶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빼먹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때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 양상이 일시 중지됐다. 7·23 전당대회 이후 두 인물이 만나면서 관계에 걸림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도 했다. 그러나 갈등 양상은 여전히 뚜렷하다. 지도부의 인선을 두고서 바로 드러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밑에서 
알력 다툼

아직까지는 휴전 상태인 셈이다.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이 공개적으로 부딪힐 일도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일단 지도부 인적 구성에 관해서는 친윤계가 한발 물러났다. 앞으로 또다시 충돌한다면 두 세력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작도 전에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일단은 한 대표가 국민의힘의 키를 잡았고 본격적인 그의 시대가 열렸다. 관건은 당정 관계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수많은 지도부는 대통령실과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수없이 바뀌었다.

임기를 제대로 채운 때가 거의 없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국민의힘 대표 당선 후 친윤 세력을 비롯해 당내서 다방면으로 공격을 받다가 사퇴했던 바 있다. 


쉽게 물러나지 않는 이 의원의 특성상 절대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 했지만, 수장에 올랐다가 자기 정치, 내부 총질을 한다는 이유로 당선 두 달 만에 사실상 쫓겨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권성동 의원의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됐고, 이후 주호영 의원과 정진석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 비대위 체제가 탄생했다.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이 시기까지는 친윤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정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기간은 6개월인데, 이때부터 친윤에 대한 불만이 점차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이후 열린 전당대회를 두고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당시 꼴찌를 기록하던 김기현 후보가 친윤인 장제원 의원과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함께 출마했던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친윤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추락했고, 잠재적 당권주자로 분류됐던 나경원 의원은 연판장까지 돌며 결국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직적 당정관계는 더욱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다방면으로 불만과 우려가 표출됐다.

사실상 국민의힘은 아직도 분란이 끊기지 않고 있다. 때가 되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친윤과 갈등을 겪어왔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이미지를 자주 빌려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견제할 신선한 인물이 필요했다.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시기는 총선 정국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예견돼있었는데 당이 완전히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대안들 제시하면서 다른 노선
불편해도 서로 공생할 수밖에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총선이 끝날 무렵부터 두 인물 간 갈등이 표출됐다. 그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수직적 당정관계 시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크기 힘들다. 당원들의 지지세도 압도적인 편인 만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실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 제3자에 의한 특검법을 언급했다. 현재는 별다른 압박이 없지만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라 결국 언젠가는 답해야할 사안이다.

한 대표가 민주당 요구를 지속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또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당정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다. 

이번 특검법에는 김건희 여사도 타깃이 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2차 발의 때와 달리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며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점점 더 진화된 형태를 띨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제는 빨리 답할 차례인데,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여사 특검법도 문제다. 앞서 한 대표는 “국민이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적 있었는데, 지난달 말 갑자기 “김 여사 특검법은 필요없다”며 말을 바꿨다.

한 대표는 야당의 ‘특검’ 제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의 특검을 받을 경우 즉시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 설정
주요 의제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고, 공식적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살아남으려면 한 대표가 조속히 답해야 할 게 많은데 윤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 기조에 반기를 든다면 갈등을 다시 봉합하기는 어려워진다.

친윤의 거센 반발은 물론, 비윤계에게도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미운털이 박히는 게 자명하다.

다만 한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패싱하거나 버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완벽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등을 돌려버리면 양측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외면했고 이내 탄핵정국으로 돌입했다. 여당의 입지는 상당히 쪼그라들었고, 탄핵의 여파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간신히 문재인정부서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정권의 대통령들이 잇따라 탄핵에 휩싸일 경우, 회복 불가한 궤멸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어도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함께 죽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결국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로 당과 보수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얻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한 대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커진다. 정권교체보다는 정권 재창출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한 대표를 아직까지는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위의장 등 새 지도부 인선에서도 용산의 압박은 거세지 않았다. 일단 한동훈호와 호흡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근 금융투자세 폐지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모처럼 입을 맞춰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까진
세력 부족

민생에 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호 법안’으로 제시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관해 윤 대통령은 효과가 적고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냈던 바 있다.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 대표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다른 답을 내놨다. 채 상병 특검법부터 ‘다른 대안’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지도부의 인선을 통해 대부분을 친한계로 심는 데 성공했지만 당내  협조는 필수다. 

친한계는 대부분 초선 의원들과 비례연합으로 꾸려졌다. 일단 친한계의 결집력이 최근 커졌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을 비롯해 박정하, 서범수, 배현진, 진종오, 김예지, 박정훈 의원 등이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으로 불린다. 중진 중에서는 최근 조경태 의원이 범친한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직전 원내대표를 맡았던 윤재옥 의원, 한기호 의원 등도 꼽힌다.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이미 친윤계와 비윤계는 많은 내분을 겪었던 바 있다.

더 이상의 내분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잠한 가운데, 한 대표도 당분간은 대통령실의 비위를 맞춰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점령군이 된 듯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내 주류 세력이 여전히 친윤계인 만큼 한 대표 체제가 탄탄하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먼저 빚지는 인물이 지는 싸움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나란히

대통령실을 비롯한 주요 부처에는 윤 대통령 세력들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인물을 택했다. 얼마 전 임명된 이들을 보면 대부분 극우에 가까운 이들로 분류돼 야권과는 최악의 연으로 꼽히는 인물이 많다. 

반면 한 대표에게는 민주당서 넘어온 세력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 대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세력도 있었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서 무조건적인 우클릭은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세를 뺏어오는 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서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해 보궐선거서 패배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국민의힘의 현행 당헌당규상 한 대표(임기 2년)는 대선 출마 1년6개월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대표가 지선 전에 사퇴할지 대표 직을 유지할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선 승리가 절실하다. 지선마저 패배할 경우, 이듬해 3월의 22대 대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친한계와 친윤계는 공천을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당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받으면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는 대통령실을 향해 각을 세우기만 할 수 없다. 대신 거리두기를 통해 함께 공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상대방에게 빚을 져야만 하는 상당히 불편한 동행이다. 이제는 과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불렸으며 검사 시절엔 영혼의 단짝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비율을 맞춰야 한 대표도 윤 대통령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관계 설정은 리더십 문제와도 직결된다. 

현 정부가 남은 조직이라도 지키자는 쪽으로 항로를 설정하면서 한 대표도 자신의 세력만을 구축할 지, 보수를 지킬 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 대표가 전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확고부동한 차기 권력으로 떠오른다면, 아무도 건들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은 관망해야 할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속도 조절
일단 함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 인사들은 성격상 권력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 대표는 지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을 버린다고 한 대표가 마냥 유리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약간 거리두기를 하면서 앞서 나가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연구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여의도 연구원장 유임과 교체를 두고 상당 시간 고민하는 모양새다.

대변인직, 재해대책위원장 등은 인선이 완료됐지만 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여의도연구원장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열린 최고위서도 논의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해당 직은 홍영림 원장이 맡고 있다. 홍 원장은 정치권 인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한 대표가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총선 패배 당시 여의도연구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결국 홍 원장의 사퇴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지도부서 조만간 새 인물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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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