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23 최악의 사건 톱10

망조가 들었나…무서워서 못 살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23년도 다사다난했다. 유행처럼 번진 묻지마 범죄와 마약으로 여기저기가 곪았다. <일요시사>는 관심을 많이 받은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2023년은 ‘흉흉하다’ ‘세상이 망해간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그만큼 여러 사건 사고들이 계속 발생했다. <일요시사>는 올해 일어난 최악의 사건 TOP10을 선정했다.

정유정 살인

정유정은 과외 교사 아르바이트 중개 앱에 학부모 회원 명의로 가입한 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척하며 영어 과외를 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5월24일경 또래 20대 여성 A씨가 이에 응했으나 나중에 이동 거리가 먼 것을 알게 된 A씨는 과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유정은 계속해서 과외를 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일단 시범 과외 후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고 이를 A씨가 수락했다. 

정유정은 인터넷서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교복 안에는 흉기를 숨긴 채 부산광역시 금정구에 있는 A씨의 집을 방문했다.


A씨가 혼자 산다는 걸 파악한 정유정은 흉기를 휘둘러 A씨의 목과 가슴 부위 등을 찔러 살해했다. 이후 정유정은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돌아와 시신을 훼손해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 일부를 넣어 공원에 유기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은 1심서 무기징역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선고받았다. 정유정은 무기징역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묻지마 칼부림

2023년에는 이상동기범죄(이하 묻지마 범죄)도 많이 일어났다. 처음 언론서 주목된 사건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다. 피의자 조선은 지난 7월21일 신림역에 도착해 택시서 하차한 후 골목 초입의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첫 번째 피해자를 갑작스럽게 공격했다. 

이후 번화가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약 3분 동안 마주친 30대 남성 3명의 얼굴과 목을 노리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에는 공격을 멈추고 흉기를 들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자 경찰의 지시에 따라 흉기를 버렸고 오후 2시20분경 아무 저항 없이 체포됐다.

첫 번째 피해자는 과다출혈로 사망했으며 다른 부상자 3명은 수술을 받고 큰 고비를 넘겼다. 조선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서현역서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3일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2층 출입구 앞 도로서 베이지 색상의 기아 더 뉴 모닝 차량이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차로 연석을 들이받은 후 범인인 최원종은 차에서 내려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준비한 칼로 행인 2명을 마구잡이로 습격해 상해를 입혔다. 이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가 또다시 행인 7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최씨는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강현구)에 기소된 상태다.

신림 성폭행

신림역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무차별적인 테러 예고가 나오는 상황서 또 다른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바로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다. 피의자 최윤종은 8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서 피해자를 무차별로 때리고 성폭행했다.

최윤종은 4개월 전 구입한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에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2일 선고할 예정이다.

조폭 롤스로이스

가해자 신모씨는 2023년 8월2일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동호대교 하단 램프를 들이받은 후  반대편 인도로 돌진해 가로수를 들이박는 과정서 20대 여성 1명을 치었다. 차는 여기서 한 번 멈춘 다음 다시 가속해 1차 추돌로 쓰러진 피해 여성을 재차 추돌해 차 밑에 끼운 채 건물 외벽에 들이박았다.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 신씨는 사람을 쳤는지 모르는지 피해자에 대한 구조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는 등의 딴청만 부렸다. 또 마치 술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며 비틀거렸다.

정유정·조선·최원종·최윤종 강력 범죄
마약 취해 대형사고…아찔한 하늘 위 만행

그는 경찰차가 다가오자 자리를 피하려다가 경찰에 잡혔다. 몸을 못 가누는 그에게 경찰이 간이 음주 검사와 간이 마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이 마약 검사에서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국과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케타민을 포함해 7종의 항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기소된 이후 피해자가 숨지며 특가법상 도주치사 등으로 혐의가 변경됐다. 검찰은 지난 21일에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결심공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항공기 개방

올해 항공기 문 강제 개방 사건은 3건 일어났다. 30대인 B씨는 지난 5월26일 낮 12시37분쯤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 고도 224m서 시속 260㎞로 하강하던 중 비상 탈출구 출입문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열었다.


수사 당시 B씨는 착륙 도중 불안감과 초조함에 충동적으로 출입문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재판 과정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B씨 이외에도 올해 강제로 항공기 문을 개방하려는 사람은 더 있었다. 마약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10대 C군과 20대 D씨다. C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고 D씨는 아직 재판 중이다.

강화 가정폭력

강화도 화장실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이다. 지난 5월9일 퇴근을 앞둔 딸 E씨는 새아버지로부터 “어머니가 화장실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흘리고 있다”고 전달받았다. 이에 E씨는 급히 112와 119에 신고를 하고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엎드려서 쓰러져 있었는데 뒤통수에 많은 상처와 온몸에 타박상이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에 따르면 새아버지인 F씨는 이미 가정폭력으로 3차례 경찰에 입건된 전력이 있었다. F씨와 2013년 재혼한 이후 피해자는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했고, F씨의 폭행 때문에 통원 치료를 받거나 입·퇴원을 반복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F씨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채 상병 사망

2023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 사고도 일어났다. 그 중 채수근 상병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해병대는 올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를 투입해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km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진행했다.

사건은 7월19일 발생했다. 해병대원들은 내성천 일대서 도보로 이동하면서 대열을 맞춰 탐침봉 등을 이용해 인간띠 작전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당시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면서 채 일병과 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함께 강물에 빠진 다른 대원 2명은 배영으로 스스로 헤엄쳐 빠져나왔지만 채 일병은 얼굴이 보인 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20m가량 급류에 떠내려가다가 사라졌다.

폭우 피해 복구하다…
초임 교사 마지막 선택

해병대는 사건의 책임자를 알아내지도 않은 상태서 자체수사를 1주일 만에 마무리하며 사건은 무마되는 듯 했다. 

그러나 채 상병과 함께 물살에 빨려들어갔다가 간신히 구조된 동료 G씨가 10월24일, 전역한 당일 임성근 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3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입건된 상태다.

연예계 마약

2023년 연예계는 유독 마약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유아인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경 수사 결과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면서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 181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했다.

유아인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23회 가족, 지인 등 타인 명의로 스틸녹스정 등 총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또 올해 1월 공범인 지인 최모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이어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지드래곤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지만 경찰은 이선균에 대한 수사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선균은 강남의 한 유흥업소와 종업원 자택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등교사 자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서 1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H씨가 학교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H씨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경찰과 교육청이 수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H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 힘들어했다거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학부모로부터의 압박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심리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고인은 작년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과수로부터 고인이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나이스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는 요지의 심리 부검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빌라왕 전세사기

2023년에는 사회초년생을 노린 전세사기 사건 다수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세사기 사건은 지난해 12월 일명 ‘빌라왕’ 몇 명 때문에 수백세대의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건 인천 미추홀구서 일어났다. 인천 빌라왕 I씨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327채를 대상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세입자 327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6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327명에게서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 전세보증금을 챙긴 뒤, 되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서 전세사기 고소가 집중되면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 중 대부분 차명으로 계약돼 노출되지 않았던 I씨가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또 명의를 빌려주거나, 임의경매가 예상되는 아파트 등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들도 무더기로 함께 검거됐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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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