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23 최악의 사건 톱10

망조가 들었나…무서워서 못 살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23년도 다사다난했다. 유행처럼 번진 묻지마 범죄와 마약으로 여기저기가 곪았다. <일요시사>는 관심을 많이 받은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2023년은 ‘흉흉하다’ ‘세상이 망해간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그만큼 여러 사건 사고들이 계속 발생했다. <일요시사>는 올해 일어난 최악의 사건 TOP10을 선정했다.

정유정 살인

정유정은 과외 교사 아르바이트 중개 앱에 학부모 회원 명의로 가입한 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척하며 영어 과외를 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5월24일경 또래 20대 여성 A씨가 이에 응했으나 나중에 이동 거리가 먼 것을 알게 된 A씨는 과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유정은 계속해서 과외를 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일단 시범 과외 후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고 이를 A씨가 수락했다. 

정유정은 인터넷서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교복 안에는 흉기를 숨긴 채 부산광역시 금정구에 있는 A씨의 집을 방문했다.


A씨가 혼자 산다는 걸 파악한 정유정은 흉기를 휘둘러 A씨의 목과 가슴 부위 등을 찔러 살해했다. 이후 정유정은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돌아와 시신을 훼손해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 일부를 넣어 공원에 유기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은 1심서 무기징역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선고받았다. 정유정은 무기징역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묻지마 칼부림

2023년에는 이상동기범죄(이하 묻지마 범죄)도 많이 일어났다. 처음 언론서 주목된 사건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다. 피의자 조선은 지난 7월21일 신림역에 도착해 택시서 하차한 후 골목 초입의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첫 번째 피해자를 갑작스럽게 공격했다. 

이후 번화가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약 3분 동안 마주친 30대 남성 3명의 얼굴과 목을 노리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에는 공격을 멈추고 흉기를 들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자 경찰의 지시에 따라 흉기를 버렸고 오후 2시20분경 아무 저항 없이 체포됐다.

첫 번째 피해자는 과다출혈로 사망했으며 다른 부상자 3명은 수술을 받고 큰 고비를 넘겼다. 조선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서현역서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3일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2층 출입구 앞 도로서 베이지 색상의 기아 더 뉴 모닝 차량이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차로 연석을 들이받은 후 범인인 최원종은 차에서 내려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준비한 칼로 행인 2명을 마구잡이로 습격해 상해를 입혔다. 이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가 또다시 행인 7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최씨는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강현구)에 기소된 상태다.

신림 성폭행

신림역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무차별적인 테러 예고가 나오는 상황서 또 다른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바로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다. 피의자 최윤종은 8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서 피해자를 무차별로 때리고 성폭행했다.

최윤종은 4개월 전 구입한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에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2일 선고할 예정이다.

조폭 롤스로이스

가해자 신모씨는 2023년 8월2일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동호대교 하단 램프를 들이받은 후  반대편 인도로 돌진해 가로수를 들이박는 과정서 20대 여성 1명을 치었다. 차는 여기서 한 번 멈춘 다음 다시 가속해 1차 추돌로 쓰러진 피해 여성을 재차 추돌해 차 밑에 끼운 채 건물 외벽에 들이박았다.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 신씨는 사람을 쳤는지 모르는지 피해자에 대한 구조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는 등의 딴청만 부렸다. 또 마치 술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며 비틀거렸다.

정유정·조선·최원종·최윤종 강력 범죄
마약 취해 대형사고…아찔한 하늘 위 만행

그는 경찰차가 다가오자 자리를 피하려다가 경찰에 잡혔다. 몸을 못 가누는 그에게 경찰이 간이 음주 검사와 간이 마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이 마약 검사에서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국과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케타민을 포함해 7종의 항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기소된 이후 피해자가 숨지며 특가법상 도주치사 등으로 혐의가 변경됐다. 검찰은 지난 21일에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결심공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항공기 개방

올해 항공기 문 강제 개방 사건은 3건 일어났다. 30대인 B씨는 지난 5월26일 낮 12시37분쯤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 고도 224m서 시속 260㎞로 하강하던 중 비상 탈출구 출입문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열었다.


수사 당시 B씨는 착륙 도중 불안감과 초조함에 충동적으로 출입문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재판 과정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B씨 이외에도 올해 강제로 항공기 문을 개방하려는 사람은 더 있었다. 마약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10대 C군과 20대 D씨다. C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고 D씨는 아직 재판 중이다.

강화 가정폭력

강화도 화장실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이다. 지난 5월9일 퇴근을 앞둔 딸 E씨는 새아버지로부터 “어머니가 화장실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흘리고 있다”고 전달받았다. 이에 E씨는 급히 112와 119에 신고를 하고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엎드려서 쓰러져 있었는데 뒤통수에 많은 상처와 온몸에 타박상이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에 따르면 새아버지인 F씨는 이미 가정폭력으로 3차례 경찰에 입건된 전력이 있었다. F씨와 2013년 재혼한 이후 피해자는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했고, F씨의 폭행 때문에 통원 치료를 받거나 입·퇴원을 반복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F씨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채 상병 사망

2023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 사고도 일어났다. 그 중 채수근 상병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해병대는 올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를 투입해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km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진행했다.

사건은 7월19일 발생했다. 해병대원들은 내성천 일대서 도보로 이동하면서 대열을 맞춰 탐침봉 등을 이용해 인간띠 작전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당시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면서 채 일병과 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함께 강물에 빠진 다른 대원 2명은 배영으로 스스로 헤엄쳐 빠져나왔지만 채 일병은 얼굴이 보인 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20m가량 급류에 떠내려가다가 사라졌다.

폭우 피해 복구하다…
초임 교사 마지막 선택

해병대는 사건의 책임자를 알아내지도 않은 상태서 자체수사를 1주일 만에 마무리하며 사건은 무마되는 듯 했다. 

그러나 채 상병과 함께 물살에 빨려들어갔다가 간신히 구조된 동료 G씨가 10월24일, 전역한 당일 임성근 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3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입건된 상태다.

연예계 마약

2023년 연예계는 유독 마약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유아인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경 수사 결과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면서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 181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했다.

유아인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23회 가족, 지인 등 타인 명의로 스틸녹스정 등 총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또 올해 1월 공범인 지인 최모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이어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지드래곤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지만 경찰은 이선균에 대한 수사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선균은 강남의 한 유흥업소와 종업원 자택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등교사 자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서 1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H씨가 학교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H씨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경찰과 교육청이 수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H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 힘들어했다거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학부모로부터의 압박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심리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고인은 작년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과수로부터 고인이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나이스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는 요지의 심리 부검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빌라왕 전세사기

2023년에는 사회초년생을 노린 전세사기 사건 다수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세사기 사건은 지난해 12월 일명 ‘빌라왕’ 몇 명 때문에 수백세대의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건 인천 미추홀구서 일어났다. 인천 빌라왕 I씨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327채를 대상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세입자 327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6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327명에게서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 전세보증금을 챙긴 뒤, 되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서 전세사기 고소가 집중되면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 중 대부분 차명으로 계약돼 노출되지 않았던 I씨가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또 명의를 빌려주거나, 임의경매가 예상되는 아파트 등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들도 무더기로 함께 검거됐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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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