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부리나케 떠난 이종섭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18 12:19:10
  • 호수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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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두려워 ‘줄행랑’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로 떠났다. ‘호주대사’란 명함을 들고서다. 이 전 장관의 줄행랑으로 한국과 호주가 발칵 뒤집혔다. 호주 언론은 두 나라의 관계가 바뀔 거란 전망까지 내놨다. 지난해 있었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부터 시작해서 논란이 끝나지 않지만,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여전히 그를 감싸는 형국이다.

지난 10일 오후 국제 인천공항.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 대사는 이날 오후 7시51분 호주 브리즈번행 대한항공 KE407편을 타고 출국했다.

아무도 모르게 
브리즈번으로

프리미엄 체크인 구역엔 이 대사의 출국 저지를 위해 모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으나 이 대사의 출국 모습이 포착되진 않았다. 앞서 이 대사의 출국에 관해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해 추가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 <뉴스1>에 따르면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서 “이 대사 측에서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제기한 후 법무부서 공수처 의견을 요청해 원칙적 입장을 전했으며 처음부터 이 대사가 출국하도록 방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조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이 대사를 수사한 후 출국금지하자, 이 대사가 임명 이튿 날인 지난 5일 출국금지를 풀어 달라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여러 차례 연장돼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핵심 피의자를 출국시킴으로써 수사 차질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주호주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이 대사의 인사말을 올리고 공식 부임을 알렸다. 이 대사는 인사말에서 “우리 대사관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 국방·방산 협력 동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호주는 한국전쟁 당시 1만7000여명을 파병한 혈맹이자 자유, 민주주의, 법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태평양 역내의 핵심 우방국이다. 우리 대사관은 공급망 안정과 핵심광물을 포함한 자원·에너지 등 경제안보 제고를 위해 호주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호주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주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현지 교민들 중 진보 성향 교민단체인 시드니촛불행동 등 교민 약 20명은 지난 13일 오후 호주 캔버라 주호주대한민국대사관 앞에 모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인 이 대사가 호주대사로 부임한 데 대해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장관서 피의자로…그리고 대사 임명
각종 논란 뒤로 하고 도망치듯 출국

집회에 참석한 해병대 황모 예비역 중사는 “주요 핵심 피의자 신분인 이 대사가 개구멍으로 도망가듯 호주로 부임한 것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개탄스럽다. 해병의 명예, 국군 장병의 명예는 누가 지켜 주는 것인지 윤석열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석한 한 교민은 “보편적인 양심과 상식이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지금 호주에 전 국방부 장관을 이런 식으로 보내는 건 아닌 거 같다. 호주 교민들의 자존심 문제로 상당한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호주서 가장 신뢰 받는 공영언론 <ABC>는 이 대사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호주 국방부 담당 기자가 쓴 기사의 제목은 ‘한국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다. 이 매체는 “한국의 공수처는 해병대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이 대사가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군인 사망 사건과 관련한 부패 수사에 연루된 전직 국방부 장관이 논란이 되는 대사 임명을 지속하기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일련의 과정을 소개했다. 


한국의 야당이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반발했는지도 자세히 다뤘다. <ABC>는 “한국 법무부는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해당 논란이 ‘한-호주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이런 일련의 이야기가 호주와 한국의 외교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지만, (호주의)외교통상부는 이 대사의 호주 도착을 환영했다”며 “호주는 한국과의 중요한 관계를 높이 평가하며, 이 대사 지명자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호주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코멘트도 함께 전했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대통령실은 초지일관 “이 대사의 임명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복 답변을 내고 있다. YTN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 대사가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러 호주에 갔고, 당장 내일이라도 공수처가 부르면 귀국해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달 공관장 회의 때 귀국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출국금지
수사 기밀?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를 공수처와 더불어민주당, 친야 성향의 일부 언론이 결탁한 ‘정치공작’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9월,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석 달 뒤인 12월, 그는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호주와 안보 협력, 방산 수출에 역할을 한 공로로 호주 대사로 내정돼 주재국 동의를 받아 ‘아그레망(타국서 파견한 외교사절의 장을 주재국이 승인하는 것)’ 등 임명 절차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 이 대사를 한 번도 소환 요청하지 않은 공수처가 출국금지 조치를 했고, 이후 한 달씩, 두 차례 더 연장했다. 출국금지한 피고발인을 소환 시도도 안 하고 계속 조치를 연장하는 건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불법적인 수사권 남용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또 출국금지는 수사기밀이라 정부 당국자도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인데, 총선을 앞둔 야당은 정부가 이 대사를 호주로 도주시킨 것으로 여론몰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당국자도 알지 못한 출국금지 사실을 친야 성향의 일부 언론이 확인해 먼저 보도한 것도 세 축이 결탁했다는 걸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이 대사를 총선 이후에 임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말 기존 대사가 정년퇴직한 상황서 안보협력이 중요한 대사직을 장기간 비워둘 수 없고, 또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이 나온 대사를 바로 임명하지 않고 부임을 늦추는 건 중대한 외교적 결례라고 반박했다.

여권에서는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나아가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당시 이 장관과 대통령실의 통화 시간 같은,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야당과 특정 언론에 흘렸다는 주장이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YTN에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주장하면서 늘 내세웠던 논리가 아니었냐며, 이것이 바로 공언 유착”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이 대사 임명 논란에 대해 “민주당은 선거에 악용하려고 도피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도주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도피 프레임으로 자꾸 이야기하는데, 이 대사는 언제든 출석 요구를 하면 출석해서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사본 들고…
사실상 도주

그는 “해외공관장이 수사기관 조사를 안 받고 버티거나 도피한 사례가 없지 않느냐”며 “근무지만 해외지, 공직자가 도주·도피가 되는 상황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사 수사를 진행해온 공수처에 대해선 “조사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출국금지하고, 조사도 안 하고 출국금지 연장을 해왔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내 일각서 ‘이 대사의 임명 철회’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선 “개인적 의견이지,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이 대사 임명 경위를 살펴보기 위한 전체회의 소집을 국민의힘이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긴급 외통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선거운동을 이유로 거부해 회의가 열리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중대 범죄 피의자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고 외교적 망신이자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방국인 호주와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이 대사 관련 특검을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대사 또한 사퇴하고 즉시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당은 출국금지돼있는 이 대사가 호주로 출국한 과정 전반을 밝히는 목적의 특별검사 도입 법안을 당론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외통위 회의 소집 요구에 대해 총선용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태영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 정치 공세의 장을 만들어 악용하겠다는 마음으로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외교적 망신 초래
한-호 관계 걸림돌

태 의원은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에 공천이 있고 개별 의원들은 지역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상임위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며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이 경선 패배로 허탈한 심정을 못 이겨 상임위 참석이 불가능해지자 슬그머니 단독 상임위 개최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 수사가 더뎌서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인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칫 민주당의 ‘신종 인사 훼방 수법’이 양산될 우려도 없지 않다. 법에 따라 차분히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윤석열정부 1호 국방부 장관이었으며 육군사관학교(육사) 40기 출신이다. 당시 문재인정부 들어 비(菲)육사 출신 장성들이 주요 보직에 두루 기용되면서 일각서 일었던 ‘육사 홀대론’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육사 40기 출신인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었던 시기에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독립군 영웅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의 철거·이전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대사는 지난해 8월25일 “독립운동은 존중받아야 해서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라고 해 독립기념관으로 흉상을 옮길 계획임을 밝혔다.

이 대사는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의 흉상)이 있어야 되느냐에서 시작됐다”고 말해 일제 독립 전 소련공산당 활동을 한 홍범도 장군을 겨냥했다. 관련 단체들은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 대사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흉상 있는 자리에)한·미 동맹 공원을 만들어 백선엽·맥아더 장군 동산을 세우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데, 독립운동가를 대체할 수 있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그분들도 독립운동에 대한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 장소가 독립기념관이기 때문에 독립기념관에 그런 분들도 모시고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사는 “이분 중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도 있다. 공산 세력과 맞서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단체는 격분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해 8월27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당시 이 장관에게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부 장관 자리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분노했다.

이 회장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부 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왜 위인들의 흉상이 당신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남아서 부담을 주어야만 하느냐”고 비판했다.

총선 악재 
전전긍긍

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서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육사가 추진해 온 흉상 철거 계획의 추진 경과를 보고받고, 이에 대한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날 송 의원은 “현재 육사 내에 흉상의 형태로 모셔진 독립 영웅들 모두는 지난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셨던 투사이자 오늘날 우리 국군의 뿌리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우리의 독립영웅가 폄훼에 앞장서는 육군사관학교는 지금 당장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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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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