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터지면…’ 동네북 용산 현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용산’이 동네북이 되고 있다. 최근 굵직한 사건서 시도 때도 없이 용산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에 정치권은 진위를 가리느라 정신없는 모양새다. 뒤이어 따라붙는 대통령실, VIP 등의 단어도 파급력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광화문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시민 불편을 우려해 용산으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동시에 ‘용산’ 시대가 열렸다.

갈등의 씨앗

청와대는 이승만정부부터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뜻하는 VIP의 상징이자 정국의 핵심축 중 하나였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국민은 ‘청와대발’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그 영향력은 국가를 뒤흔들었다. 그 본거지가 윤석열정부 들어 용산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 용산이 온갖 사건서 거론되고 있다. 수사외압, 무마 등의 표현과 한데 묶이면서 부정적인 행태로 언급되는 중이다.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서 나온 데 이어 앞서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서도 등장했다. 정치권은 발언의 사실 여부와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행정위원회가 ‘마약 수사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마약 수사외압 의혹은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말레이시아인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할 당시 세관 직원들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도록 도운 혐의를 포착한 사건서 파생됐다.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인 백해룡 경정은 해당 사건의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서 용산이 언급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은 백 경정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마약 수사외압 의혹의 쟁점은 ▲용산 언급의 진위 ▲수사 브리핑 연기 이유 등이다. 

이날 청문회서 현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이자 전 영등포경찰서 서장인 김찬수 총경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해 9월20일 백해룡 경정과의 통화에서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면서 ‘용산이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김 총경은 브리핑 연기를 스스로 결정했냐는 추가 질의에 “맞다. 현시점서 브리핑이 부적절하다고(판단했다)”면서 “브리핑 후 압수수색을 한다고 했는데 해당 기관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고 본청 국가수사본부에도 보고되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한 일은 전혀 없다”며 “백 경정의 결정은 수사 방식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브리핑 내용에 구체적인 범행 일시가 나와 있고 공개됐을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도 용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서 관세청을 빼라’는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수사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의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고 언론 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해 (백 경정에게)전화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백 경정은 김 총경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9월20일 오후 9시께 이뤄진 김 총경(당시 영등포경찰서장)과의 두 번째 통화에서 “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니 ‘(김 총경이)용산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본인(김 총경)이 마약 압수 현장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이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선되자마자 집무실 이전
굵직한 사건마다 계속 언급

용산 개입 여부를 두고 사건 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의혹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특정 사건서 용산이 언급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정국을 흔들었던 채 상병 사망 사건,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서도 용산, VIP 등의 언급이 나왔다.

실제 야권에서는 마약 수사외압 의혹을 두고 ‘제2의 채 상병 사건’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오전 9시경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서 산사태로 실종된 마을 주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같은 날 오후 11시경 고평교 하류서 숨진 채 발견됐다. 채 상병이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을 두고 수사 외압이 불거진 데 이어 최근에는 사건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인 임성근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특정인이 VIP를 언급하며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굵직한 사건마다 용산, 대통령실 등이 거론되면서 여야가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채 상병 사망 사건은 벌써 1년 넘게 현재진행형이다. 수사기관의 결과가 나올 때마다 정국이 불타는 것은 물론 야권의 특검법 발의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힘겨루기를 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8일 ‘채 상병 특검법’을 재차 발의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만 3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미 두 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는 수사 대상으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함께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종호씨(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여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이 추가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받으라고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 출마 당시 “당 대표가 되면 진실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취임 한 달째에도 진전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정쟁의 불씨

결국 채 상병 사망 사건, 세관 수사외압 의혹 등을 둘러싼 정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다 보니 여야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하고 정작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심서 용산이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며 ‘동네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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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