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②군사경찰의 고백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25 12:50:58
  • 호수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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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에 술 한 잔 사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박정훈 대령을 만나서 꼭 술 한 잔 사고 싶다.” 전직 군사경찰의 말이다. <일요시사>는 전·현직 군사경찰을 포함한 군 관계자 5명을 만나 최근 발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을 비롯한 전반적인 군사경찰 수사에 관해 들어봤다.

군인이 사망했을 때 사망 동기와 원인을 밝히는 것은, 민간인이 사망했을 때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중요하다. 이 자체가 어불성설로 여겨질 수 있으나, 민간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과 타살을 구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군인은 극단적 선택과 타살을 구분하고 거기에 더해 사망 원인과 동기에 따라 순직 여부가 판단된다. 

끝없는
사망사건

설령 사망한 군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여도, 사망 원인이 공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순직으로 인정된다. 한국전쟁 이후 군 내 사망 사건은 꾸준히 줄었다. 유신정권기인 1970년대에는 1400여명이었던 군 사망사건은 문재인정권엔 90명대로 대폭 줄었다. 

군이 군 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2006년대를 기점으로 군사경찰이 군 수사 시스템을 재정립한 결과다.

25년 이상 재직한 전직 군사경찰 수사관은 “군 범죄 수사환경은 2000년대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2000년대 이전에는 수사관의 감으로 수사한 게 사실”이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증거를 위주로 한 과학수사가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군 수사 결과가 조작돼 완벽하게 뒤집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군 수사체계가 발전했다는 증거다. 반면, 여전히 군사경찰 수사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묵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재조사 활동 결과서 보듯, 군에서 사망한 군인의 사망 원인이나 사망 결과가 바뀌기도 했다.

이 자체로 군사경찰이 군 수사 과정 중 은폐나 조작했다는 증거가 되진 않지만, 분명히 수사 과정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애초에 군사경찰이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수사 방향을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사단장이나 군단장(지휘관)의 성향에 따라서 사건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수사기관의 대표 군사법 경찰관(헌병 대장)이 직속상관이어서 진급 때문에 눈치를 보게 된다”며 “군사경찰이 지휘관의 의중을 맞춰서 수사 결과를 내놓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군은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특수한 상황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데, 결국 이런 상황으로 국민이 군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같은 맥락서 군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 의혹에 관해서, 분명한 군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수사 방향
지휘관 의중 맞춰서 결과 도출


군 관계자는 “채 상병 사망사건은 이미 군사경찰이 초동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물살이 센데 들어가서 수색하라고 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 아니냐? 지휘관의 조치 부실 결과”라며 “군 수사 1차 초동조사에서 사망 원인이 지휘관 과실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도출돼 박정훈 대령이 관계자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건은 해군 참모총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및 결재까지 완료됐음에도, 다음날 돌연 수사 보고와 언론 브리핑 등이 취소됐다. 8명 중 한 명인 임성근 사단장이 빠지고 대장급 2명의 혐의만 경찰로 이첩됐다. 

이 부분에 관해 군 관계자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판단이다. 이럴 거면 군은 현장 보존만 하고, 경찰이 초동수사부터 해야 한다. 군사경찰 측에서 해병대 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부 결재를 맡았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이미 채 상병 유가족에게 상황 설명을 마쳤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군사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사건 현장을 훼손하지 않도록 현장 통제 라인을 설치한다. 유가족이 현장에 도착하면 군사경찰이 ‘현장 감식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유가족의 허락을 구한 뒤, ‘입회에 참여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절차를 거쳐 현장 감식을 진행한다.

군 관계자는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이미 유가족이 상황을 다 아는데, 서류가 바뀐 것이다. 이러면 당연히 유가족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특히 조사 서류는 수사관이 조사 결과를 적어서 본인 도장을 찍는 순간 공문서다. 그런데 윗선서 이 문서를 바꾸라고 지시한다면 자체가 문제로, 어떤 이유라 해도 그 순간부터 공식적인 은폐‧축소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관
입장은?

결국 유가족은 이미 현장서 조사 상황을 확인했는데, 박 대령은 이 일로 항명죄에 걸려버렸다. 이때 박 대령은 조직을 살리기로 선택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의견이다. 또 군 사망사건을 경찰이 이첩받은 후의 문제점도 있었다. 전직 군사경찰은 ‘군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만든 법’이라고 표현했다.

2021년 5월21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의 성범죄 사망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공군 참모총장은 8개월 만에 사의를 표하고 불명예 전역을 했다.

해당 사건으로 여론은 “군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형성되면서 군 3대 중대 범죄인 성범죄·사망사건·입대 전 사건은 수사권을 민간경찰에 이관한다는 내용의 군사법원법이 개정됐고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법 개정으로 군 수사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군사경찰과 경찰 사이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에게 사건을 이첩하는 것 자체가 군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직 군사경찰 관계자는 “군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군사경찰에게 신고한다. 현장 보존 등의 초동수사에서 사망 원인을 판단하고, 사망 원인이 범죄로 인한 것이면 경찰에 사건을 인계한다. 결국 군이 사건 인계를 지연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토 중’이라고 말하면,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유가족이 2차 피해를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이 초동수사 단계서 범죄행위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뒤 경찰에 수사를 이관해도, 경찰 수사 단계서 군 사망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확인되면, 사건은 다시 군으로 돌아간다.


경찰이 군 수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유도 있다. 바로 군 강력 사건은 비무장지대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군인이 실탄을 들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범죄와 관련돼있으니 바로 경찰이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GP·GOP 지역은 군 사단장이라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으며 경찰도 마찬가지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게 ‘빨리 군대로 들어오라’고 할 수 없다. 그 절차를 밟는 데만 한나절이 걸릴 것이다. 군사 요충지니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현장은 계속 방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경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군 자체의 특성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군대 내에서 난 사망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경찰이 들어와도, 군이 경찰에 협조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군 내부 문제를 외부에 밝히는 것이고, 군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찰 수사의 어려운 점에 대해 토로했다.

서둘러 
덮기 급급

결국 군사경찰이 사망사건을 수사했을 때 내부 문제를 숨기거나,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생각에 경찰에 수사를 맡긴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물론, 군 수사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군 내부서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사실을 가장 빨리 아는 것은 같은 부대원이다. 결국 발생 부대 지휘관이 사건을 군사경찰에게 신고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특징이 군대의 ▲사건 현장을 임의로 훼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계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의 가능성을 만든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이 군 사망자의 일기장, 메모지를 군사경찰에 신고하기 전 훼손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부대의 부정적인 내용이 적혀 있어서다. 또, 동료 병사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계획적인 사건 축소‧은폐 행위가 군 수사 과정서 발각돼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상황을 회상했다. 

이런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시점서 군사경찰의 수사 결과가 완벽하게 은폐·축소될 수는 없다. 이미 수사 시스템이 확립돼있고, 수사의 전 과정을 유가족이 지켜보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사 과정 중 정무적 판단이 개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부대 지휘관 또는 관계자들과의 평소 친밀도나 지휘관 또는 관계자가 ‘잘나가는 사람인지 아닌지’ ‘부하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지, 없는지’ ‘주변 여론이 긍정적인지 아닌지’ ‘상급 지휘관(여단장, 사·군단장)에게 신뢰를 받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게 수사의 강도, 범위 등이 눈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듯 사건 관계자 선정과 처벌 수위까지 정무적인 개입이 작동되면서 사건 은폐, 축소 의혹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신고 접수 후 수사관 지연 출동에 의한 초동조치 부실 ▲현장 보존 미흡으로 인한 결정적인 증거물 훼손 및 증발 ▲조작된 진술에 미검증 등의 원인으로 수사부실 결과를 낳게 되고 수사 방향 설정에 혼선을 초래하는 사례들도 들었다.

사건 현장선 수사원칙 무시되는 상황
경찰 수사 ‘협조할 수 없는’ 사정은?

그렇다면 군사경찰의 수사를 신뢰하기 위해선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군사경찰이 선망 보직이었다면, 현재는 기피 보직으로 변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수사관들의 ▲일반 보직에 비해 휴무일 없는 잦은 비상대기 ▲가중되는 책임성 ▲각종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열악한 수사환경을 들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베테랑 군사경찰 수사관들이 자격을 자진해 반납하거나, 조기 전역을 해 제2의 직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군사경찰 수사관이 현장 통제 라인만 설치해놓고 무작정 대기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을 훼손했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경찰은 ‘법이 오히려 수사의 원칙을 깨고 있다’는 불만으로 의욕상실 상태다. 현장에 사법경찰,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과 유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 보존만 한 채 대기만 한다. 결국 수사원칙은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이 밖에도 ▲민간 자원 직접 선발권이 없는 우수 자원의 제한 ▲편제 대비 과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집중 ▲과학수사 장비 획득 시 중·장기 계획으로 기본 3~5년 소요 ▲범죄 수법 발전에 비해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한 교육 효과의 저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군 수사는 ‘투명성’이라는 전제조건 아래서 발전돼야 한다. 이 방법에 대해서 군 관계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먼저 약해진 군사경찰의 역량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군의 각종 사건사고가 국민들이 볼 때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최근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사경찰의 수사 기능을 떼어내 각 군 참모총장 직속으로 들어가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큰 발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은 지휘관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아예 각 군의 수사 기능을 통폐합해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만들어 범죄수사 기능을 완전히 독립시키고, 각 군은 교육훈련과 전투 준비만 집중해 범죄수사에 지휘 부담을 없애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상당수의 군 관계자는 군사경찰의 수사 기능이 발전돼 투명한 군대가 될 때, 지휘권 보장과 전투력 향상은 물론, 군사력이 더 증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성하고 
투명하게

이들은 “전·현직 군사경찰 수사관은 군 내 수사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태까지 군이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이제는 투명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방위를 위해 귀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를 생각해 한 사람의 생명도 헛되게 잃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현장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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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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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