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②아빠의 멈춰버린 6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6:59:17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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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의대생은 전역하지 못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고는 아들이 병원에 있다는 ‘비보’를 전해 듣기 하루 전 발생했다. 10시간 이상 방치돼 사망한 아들. 국방부와 아들의 동료는 끝내 아들의 죽음에 사과하지 않았다. “당신 아들이 개인 실수로 사망했다”고 버틸 뿐이다. 아빠의 시간은 2017년 1월에 멈춰있다.

“아들 용민이가 군에서 죽은 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벌써 6년이 지났는데, 비통한 마음은 매일 커집니다. 의사로서 뜻 한 번 펼쳐보지 못한 채 떠난 아들이 너무 불쌍해, 마지막이라도 의사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라고 장기기증했습니다.” 군에서 아들을 떠나보낸 이득희씨의 말이다. 이씨의 아들 이용민 중위는 2017년 1월3일 포천의 한 군부대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날 부대선
무슨 일이…

<일요시사>가 이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 중위의 방은 깔끔하게 정리된 의과대학 학생의 방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중위가 학교서 돌아올 것 같았다. 돌아와서는 가방을 풀고 간단하게 간식을 먹은 뒤, 바로 공부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군에서 사망한 아들은 돌아올 길이 없다. 

이 중위는 유난히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특목고를 다녔고 수능은 전부 1등급을 받아 연세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공부가 힘든 와중에, 이 중위는 어머니와 새벽 4시까지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했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었다.

의사가 되기로 결정한 것도 해외에 나가 의료 봉사를 하고 싶어서였다.


이 중위가 사망한 뒤, 이씨의 가정은 파괴됐다. 어머니는 아예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이 이씨를 더 큰 충격에 빠트렸다. 국방부 소속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이 중위의 사망은 ‘순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장례가 끝났지만, 이 중위는 순직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군 임시 봉안소에 안치됐다. 지금도 이씨와 이씨의 아내는 아들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아들이 떠난 지 6년이 지나자 매일 가던 봉안소를 일주일에 두세 번 찾아갔다. 그러나 비통한 마음은 나날이 더 무거워질 뿐이었다.

이 중위의 사망 경위는 단순하지 않았다. 사고는 이 중위가 사망하기 21일 전인 2016년 12월14일에 발생했다. 그 날 저녁 이 중위는 군의관 입대동기 A 중위, B 대위와 함께 저녁 회식 후 노래방에 갔다. 

군의관은 일반 의무병과 달리 장교 신분으로 복무 기간도 33개월로 긴 편이다. 장교라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이 중위와 입대 동기는 모두 군 인근 관사에서 10분 떨어진 부대로 출퇴근했다.

노래방은 부대 인근의 지하에 있었고, 화장실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위치했다. 노래방 주인 C씨에 따르면, 당일 오후 10시40분경 노래방 입구인 계단 하단에서 ‘쾅’하는 큰 소리가 났다. 놀라서 나가보니 사람이 넘어져 얼굴은 지하 출입구 바닥에 닿아 있었고, 다리는 계단에 걸쳐져 쓰러져 있었다.

놀란 C씨는 황급히 119에 출동을 요청했다. 노래방과 700m 떨어진 소방서에서 소방차, 소방관 2명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10㎞ 떨어진 곳에서 구급차와 전문 구급요원이 오고 있었다. 

군의관 동기들과 부대 인근 회식자리 사고
긴급구호 없이 관사에서 10시간 방치 사망


B 대위는 출동한 소방관에게 “우리가 의사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소방관은 무전으로 오고 있던 구급차를 돌려보냈다. 해당 사건은 2017년 10월31일 국방부 보통검찰부 공소장에 기록돼있다.

그 길로 A 중위와 B 대위는 이 중위를 부축해 군 관사로 데려가 같은 방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출근을 위해 B 대위는 새벽 4시30분에, A 중위는 아침 7시에 관사를 나섰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도 이 중위가 출근을 하지 않자, A 중위는 관사 관리병에게 이 중위를 깨워달라고 요청했다.

관리병이 관사를 방문했을 때 이 중위는 의식이 없었고 침대 등에 구토물이 있다며 상사에게 보고했다.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30분. 이 중위의 병명은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이었다. 국군수도병원서 뇌수술을 시행하고 서울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위는 중환자실서 입원 치료했지만 2017년 1월3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최종 병명은 ‘외상성 경막상 출혈’이었다.

“사실 군에서 연락온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부대에선 연락도 없었으니까요.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병원서 연락 와서 갔더니, 아들 옷은 다 벗겨져 팬티만 입고 누워있었습니다. 아들 얼굴을 보자 마자 ‘늦었구나’하는 감이 왔습니다.”

이 중위는 동료 군의관 두 명이 긴급 구호조치 없이 관사에 10시간가량 방치돼 사망했다. 만약 사고 즉시 긴급 구호를 실시했다면 어땠을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결정문(이하 결정문)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자세히 기재돼있다.

결정문에는 ‘망인은 외상성 경막상 출혈 진단을 받고 두개감압술 수술을 시행했으나 사망했다. 경막상 출혈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 사망률은 0% 또는 0.8%에 해당한다’고 기록돼있다. 즉, 동료 군의관이 후송 거부를 하지 않았을 경우, 이 중위가 생존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유가족이 
직접 증명

“아들이 119 구급차를 통해 병원에 바로 갔었으면 100% 살았겠죠. 이런 상황인데도 국방부는 순직을 기각시켰죠. 이게 상식적으로 맞습니까? 24시간을 의무병으로 일했던 아들입니다.”

국방부는 이 중위의 순직을 찬성 4명, 반대 5명으로 1차 기각(보류)했다. 기각 사유는 중앙전공사상심사 회의록과 결정문에 나오는데 아래와 같다. 

▲술을 마시고 발생한 사고 ▲개인 친목 회식이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없음 ▲이 중위 사망 장소는 군 관사로 영외에 있는 점 ▲동료 군의관의 ‘군의관’ 업무과실이 아닌 ‘의료인’으로서의 업무과실이기 때문 등이다.

이씨는 국방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씨는 이 중위가 군의관으로서 어떻게 근무했는지, 아들의 사망 원인이 개인 과실이 아니라는 것, 동료 군의관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직무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먼저 군의관의 업무시간이다. 통상 근무시간은 존재하지만, 이 중위는 24시간 근무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씨가 이 중위 관사에 방문했을 때, 밤중에도 아픈 장병이 있으면 부대로 나가곤 했다. 

이씨는 이 중위 장례식장서 오열하던 한 장병을 기억해 수소문했다. 당시 의무병이었던 그는 휴가 중이었다.

이씨가 연락하니 “우리 군의관님이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니다.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해당 의무병은 이씨에게 “이 중위는 퇴근 후에도 환자가 발생하면 유선을 통해 처방을 요구하거나 진료를 했다. 의무실은 의료진이 군의관 한 명이기 때문에, 군의관이 퇴근을 한 후 발생한 환자는 유선을 통해 문의하고 처방을 따른다”고 의견서를 작성해줬다.

영내냐
영외냐

이 중위 선임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선임은 “이 중위는 간부 및 용사 이름과 치료 병명을 다 기억했다. 주말 및 새벽에도 환자가 발생하면 전화로 진료해 처방했고 응급하다고 판단되면 당직계통으로 조치가 되도록 행동했다”며 “전입 신병 적응이 어려울 때 의무실을 찾아 상담받고 호전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고가 발생한 날 대대 전 간부 회식이 있었는데 속이 불편한 간부에게 약을 처방해줬다. 회식 종료 후 동료와 간단히 식사한다고 보고도 했다”고 24시간 근무를 시사했다.

다음은 이 중위에게 긴급구호하지 않은 두 명의 군의관이다.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3항에는 ‘군인 등의 상급자 및 군보건의료인은 군인 등으로부터 진료를 요청받거나, 진료가 필요한 군인 등이 있는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요청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안 된다’고 기재돼있다. 


결국 동료 군의관 2명이 군보건의료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한 이씨는 두 사람을 상대로 민·형사 재판을 진행했다. 이씨가 변호사 없이 참석했던 재판만 30번이 넘었다. 

재판 과정 중 A 중위와 B 대위는 “이미 퇴근한 시간이기 때문에 군보건의료법에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군보건의료법은 적용 시점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시간, 장소, 환자 등 지휘관계 성립 여부에 관계없이 폭넓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

결국 군보건의료법이 적용되면 ‘퇴근했기 때문에 군보건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 범위 내에서는 퇴근이 아닌 셈’이 된다.

“1심 판결 때 판사가 군의관 두 사람에게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로 다쳐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소속 부대에 알려질 경우 징계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을 것을 우려해 성급히 119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너무 충격이었죠. 그전까지는 고의로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아서….”

1차 순직 기각 ‘찬성 4명 VS 반대 5명’
“복무 관련 죽음” 판결에도 묵묵부답 

결국 두 명의 군의관 범죄 사실이 군 복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래방 건물에 대한 소송도 진행됐다. 이씨는 건축 전문가와 함께 포천의 노래방을 방문했고, 해당 전문가는 “이 건물 계단은 불법 개량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노래방은 ‘24시 노래방’으로 술을 마신 후 방문하는 손님이 많았다.

노래방 주인은 ‘계단의 유효 너비를 줄이고, 난간이나 손잡이를 제거했음’의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이 중위가 계단서 넘어진 것은 ‘개인 과실’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A 중위와 B 대위가 군 관사에서 잘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 중위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2016년 12월17일 육군 본부 감식반 7~8명이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중위의 혈흔이 숙소 여러 곳에 발견됐다. 당연히 혈흔은 노래방 계단 바닥에도 흥건했다.

이런 상황서 두 사람은 이 중위를 두고 출근을 한 것이다. B 대위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새벽 4시30분 자대 출근을 위해 숙소를 나갔다는 사실 ▲노래방서 나와 이 중위를 양쪽서 부축하고 걸어간 A중위와 B대위의 걸음걸이가 정상적이었던 점 등을 보면, 만취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CCTV상 이 중위는 고개를 떨군 상태서 허리가 굽혀져 부축 이동했다. 누가 봐도 혼자서 걸을 수 없는 상태로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당시 관사에 누워 있는 이 중위는 누가 보더라도 ‘과음으로 잠에서 깨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에는 상처와 멍 자국, 그리고 핏자국이 있고 심각하게 부어 있다. 당시 모습은 사진으로 도 남아 있다.

군 복지시설은 투숙한 현역 군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관리관이 이 중위를 봤지만, 그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30분으로, 3시간의 공백이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국방부는 군 관사를 ‘영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정문에는 “군 장교 숙박이 허용된 독신자 숙소·관사·군 복지회관 등 군 복지시설이 영외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순직대상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교는 
어렵다”

가족의 시간이 멈춘 지 6년째. 아들은 이씨가 명예퇴직했던 그해 떠났다. 이씨는 자동차 연구직이었지만, 아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일상을 모두 버렸다. 그는 결국 아들의 죽음이 ‘아들의 과실이 아닌 것’을 밝혔다.

반면, 국방부는 여전히 묵묵부답 중이다. 이 중위가 술을 마셨으며 영외에 거주했고, 직무와 연관이 없다는 이유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순직 재심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이 ‘장교라 순직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군의관도 의무복무병이죠. 국방부가 이를 모를 리도 없구요. 아들이 순직이 된다고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단지, 최소한의 위로입니다. 유가족이 ‘내 아들이 자신의 실수로 죽은 게 아니다’를 증명해야 하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정말 이런 나라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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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