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⑤권인숙·김민기 의원에 듣다

“입대하면 24시간 군인입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과정이 어땠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일반적인 사건의 재판이라면 모두를 지켜보고, 판결문까지 받아본다. 군대의 순직 절차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알 수 있는 정보도 내용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도 국방부서 결정한 내용과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군에서 복무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해 군에 입대시켰다면, 복무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국가는 신체와 정신에 이상이 없는 장정들을 군대에 가도 괜찮다며 입대시킨다. 군대서 사고가 발생하면 개인적 책임으로 몰아간다. <일요시사>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김민기 의원을 만나 이들이 발의한 군인사법개정안, 순직 제도 개선의 필요성 등을 물었다. 

가지 않으면 
없었을 죽음

국방부 순직 심사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군인의 사망이나 상이를 판단해 순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3명 이상, 8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직접 임명한다. 취지는 2018년 순직 결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은 홀수로 구성해 위원들의 순직에 대한 찬성, 반대를 가린다. 또 심사위원은 객관성 원칙을 이유로 전원 비공개다. 회의가 열리면 유가족이 심사에 직접 참여해 소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싸워온 시간에 비해 설명하기에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유가족이 과정을 제대로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순직이 인정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순직 심사 과정은 일반적인 재판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일반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판결 결과와 이유가 담겨 있는 판결문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반면 순직 심사 이후 유가족은 판결문과 회의록을 바로 받아 볼 수 없다. 게다가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을 통해 회의록을 받아내더라도 최장 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순직 결정은 유가족에게 중대 사안이지만 기각됐을 경우 심사 과정 중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바로 알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회의록을 유가족에게 즉시 공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권 의원이 발의했다. 

“순직 심사는 결정 결과만 대략 확인할 수 있을 뿐, 회의록의 내용을 알기에는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굳이 회의록을 받아볼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이토록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고 변희수 하사의 결정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변 하사의 순직은 위원 9명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변 하사는 6(반대)대 3(찬성)으로 순직이 거부됐다.

회의록 내용 중 순직을 반대하는 위원 중에는 ▲국방부 책임이 아니다 ▲전역 처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극단적 선택을 해 인과관계가 없다 ▲국가에 기여하고 사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순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등장한다.

권 “순직 심사에 투명성 확보 필요”
“국방부 일부 사건들 순직 권고 무시”

결국 국방부서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자, 권 의원이 직접 군인사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회의록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내용이죠. 국방부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방부의 순직 심사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가적 효과로 국방부가 국가기관인 위원회 순직 권고도 수용해 순직 인정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전공사상위원회의 순직 심사 결정에 대한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이 아니라 유족 측에 즉시 전달해야 한다.

또 재심사를 실질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인 위원회에는 결정문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대 효과는 더 있다. 지금까지는 유족이 개인적으로 순직을 입증하는 일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를 통해 순직 심사를 재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상규명위는 문재인정부 당시 특별법으로 마련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국방부가 내부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알려지자 국회 차원서 마련됐다. 

진상규명위를 통해 군 내부의 사건사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진상규명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 

여러 사건 중 진상규명위는 국방부에 변 하사에 대한 순직 처리를 권고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전역 처분 취소 판결에도 순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재판과 
비슷한 절차

전역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극단적 선택을 해서 인과관계가 없고, 국가 기여로 사망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진상규명위가 23쪽에 걸쳐 권고안을 국방부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진상규명위 측에 달랑 1장짜리 결정문만 보내왔다.

진상규명위는 순직을 권고할 수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순직 기각 결정문 내용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재판으로 치면 원고에게 판결문도 주지 않은 꼴이다. 

“일부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고인의 피해자성이 부족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순직 권고를 무시합니다. 진상규명위의 출범 취지를 고려하면 국방부의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특별한 사유 없이 진상규명위의 결정의 받아들이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해 6월 특별법 개정안으로 진상규명위가 순직 재심사 요청 시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수용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방위서 계류 중이다. 

이처럼 순직과 관련해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있지만 미비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의무 복무 기간 중 사망 시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김 의원이 국방위 소속 당시 발의했던 개정안이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법안 내용에 대해 직접 질의했다. 

김 의원은 “국방위서 늘 질의하고 스스로 규정했던 내용이었죠. 병무청이 군 생활을 잘할 것이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망에 이르렀는데,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국가가 쏙 빠져 있는 상황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순직 판정을 위해 온 가족이 증거를 수집해 군과 다퉈야 하는 일을 원천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서 마련됐다. 많은 곳에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순직 입증 책임도 유가족서 국방부로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부처 태도

입증 책임을 뒤바꾼다는 것은 과거 유가족이 해온 일들을 이제는 국방부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법안도 보완할 점이 존재한다. 국방부가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동법의 단서 조항(군인사법 제54조의2)서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여전히 일반사망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19대, 20대 국회서도 김 의원이 발의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이들 법률안에 대해 ‘타 보훈 관계 법률과 충돌 문제’ ‘군 조직 사기에 미칠 영향’ 등을 언급하면서 반대 의견을 냈고 끝내 법률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무복무로 헌신하는 군인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점 높아져가는 추세다. 헌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방부도 점차 인식을 바꾸긴 했다. 

“법률안 발의 이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지원단 관계자가 의원실로 연락해온 일이 있습니다.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한다’며 ‘법률안의 일부 문구와 적용 방식을 조정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이번에는 통과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법률안을 심사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국방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법률안 통과로 순직 인정을 위해 유족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국가와 싸우며 고통받는 일은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가 남았다.

국방부의 순직 심사와 국가보훈처의 유공자 등 심사가 따로 진행되는 ‘이원성’이 여전히 유족을 괴롭히는 것이다. 군에 가지만 않았더라면 없었을 죽음이다. 이제는 국가가 데려간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족을 예우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책임 소재 국가만 빠져 있는 상황”
“의무 복무 군인의 모든 순간이 곧 헌법”

또 현재 순직이 기각됐을 때 이를 재심사하는 일도 국방부가 진행한다. 유족 입장에서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책임질 부분과 순직 여부를 군이 심사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근복적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앞으로 국회와 정부서 해결할 과제죠. 다만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의 제도를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방부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의원 3분의2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임명해 객관성을 확보하려 했던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법으로 출범한 진상규명위는 오는 9월 활동이 종료된다. 일각에선 위원회 연장의 필요성 및 이를 대체할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진상규명위는 과거의 사건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왔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왔다.

정권을 막론하고 잊혀질 뻔했던 사건들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면서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활동 종료를 앞두면서 신청이 불가하고, 조사하지 못한 사건들도 쌓여 있다. 

“진상규명위 운영 기간을 연장해 조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을 군이 심사하는 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위 같은 기구가 상설화돼 군 사망사고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순직 인정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군에서도 모든 시간과 과정이 직무와 관련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더욱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무복무 군인들은 국가기관인 병무청이 병역 판정 검사를 실시해 입대한 이들이다. 군 복무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받아 입대했다. 어떤 이유로든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에 이르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국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활동 종료 
연장 필요

“국방부는 직무와 관련없는 사망에 대한 순직 인정이 군 내 사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헌법이 부여한 국방의 의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이죠. 훈련을 받고, 근무를 서고, 영내서 휴식을 취하든, 휴가를 나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입대한 순간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곧 헌법인 셈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종료 앞둔 군사망위원회 고? 스톱?

올해 9월 활동 종료 예정인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3일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3년 더 연장하고, 오는 9월13일 현 위원들의 임기 만료와 함께 새롭게 위원을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위원 임기 역시 3년으로 정한다. 

특별법은 당초 3년짜리 ‘한시법’으로 제정됐었다.

당시에도 2021년 9월 3년간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활동 시한을 2년 늘렸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공개한 부처별 정비 대상 명단에 이미 진상규명위가 폐지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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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