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⑦<르포> 순직 재심사 동행 취재

보류서 인정까지 10년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취재 기간이 반년을 넘어가면서, 기각·보류된 ‘34건’ 중 일부가 재심사 절차를 밟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일요시사>는 한 유가족의 협조를 구해 재심사 당일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아들을 위해 10년을 기다린 아버지의 사연. 그 세월 곳곳에는 유가족들의 고통과 순직제도의 모순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지난 3월10일, 정재수씨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쫓긴 탓이다. 옷장에서 오래돼보이는 밤색 정장을 꺼내 들었다. 잘 다려진 옷 아래로 아들 고 정동진 상병의 사진이 보였다. 사진 앞에 위패와 조화, 향과 성냥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죽은 사람 사진을 밖에다 빼놓으면 안 된다고 해서…. 옷장 열어볼 때마다 한 번씩 보는 거죠.” 

옷장 속
아들 사진

정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정 상병의 사진이 놓인 옷장은 정씨의 침대 머리맡에 붙어있었다. 침대 발치 서랍장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약봉지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처방받은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는 나날의 반복.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불면증이 사라질 리도 만무했다. 

‘살아 돌아올 수 없다면 어떻게 이것 하나만이라도….’ 지난 10여년간 정씨의 유일한 소원은 정 상병의 순직 인정이었다. 통 이루지 못했던 소원은 어느샌가 마음의 병으로 변했다.

이날은 정 상병의 순직 재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2012년 여름 사망한 정 상병의 순직 인정을 위해, 그동안 정씨는 보훈청·법원·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진상규명위의 순직 인정 권고를 받았음에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정 상병 사례를 한 차례 ‘보류’로 판정했다. 

정씨는 이번에 직접 국방부를 찾아 심사위원들을 설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심사 과정서 유족의 방문 진술은 선택사항이다. 저번엔 두방망이질 치는 마음에 서류만 보내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그였다. 정씨는 그때 부족했던 ‘한끝’이 자신의 호소는 아니었을지, 못내 마음에 걸렸었다고 했다.

“정말 착한 아들이었어요. 저한테도 잘하고, 동생이랑도 잘 놀아주고….” 

정씨는 잠시 앨범을 펼쳤다. 정 상병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도 여럿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엿한 성인이 된 모습까지. 시종일관 웃고 있던 ‘착한 아들’의 사진 일대기는 20대 초반에서 영영 멈춰버렸다. 

정오를 겨우 넘긴 시각, 정씨는 문밖을 나섰다. 국방부와 약속한 시간은 오후 세 시. 정씨 집이 있는 경기 남양주서 국방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그래도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봄으로 접어든 날씨.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그를 반기는 듯했지만, 굳은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사실 오늘도 별로 예감이 좋진 않아요. 그래도 이번엔 직접 가니까 잘 이야기해봐야죠.” 

어느덧 고속도로에 오른 차 안에서, 정씨와 대화를 나눴다. 정 상병과 그의 사연도 더욱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순직 재심사 당일 자택서 국방부까지 동행
헌병대 사실 왜곡 그대로 인용…재심사 요구

정 상병은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이던 2012년 7월24일, 집에서 고열·마비 증세를 보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 부검 결과 정 상병이 평소 복용하던 경구용 항우울제를 스스로 다량 복용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군 헌병대는 죽음의 원인을 모두 정 상병에게 떠넘겼다. 정 상병이 입대 전부터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고, 이 때문에 복무 부적응을 겪었다는 것. 거기에 부모·이복형제와의 갈등 등 개인사가 겹친 게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군은 정 상병의 가족관계부터 학교 생활기록부까지 이잡듯 뒤졌다. 정 상병 삶에 남았던 각각의 특이점들은 군에 의해 연결되고, 재구성됐다. 

정씨는 군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정씨 설명에 따르면 정 상병은 입대 전까지 정신질환 관련 약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신병교육대서부터 복무 부적응을 겪으며 정신질환이 발병했고, 자대 배치 이후 읍대장 및 선임병의 질책으로 상태가 악화됐다. 

군이 문제시했던 가족관계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정 상병과 부모, 이복형제 사이에 갈등은 없었다.

정씨는 “(정 상병이) 큰형과 나이 차가 많이 났는데, 서로 정말 돈독했다. 형이 (정 상병을)많이 아꼈다”며 “둘은 그냥 우애 좋은 형제였을 뿐인데, 이복형제면 무조건 서로 미워한다고 생각하나? 이복형제가 있으면 불우한 거냐”고 반문했다.

정 상병은 군에서 작성한 설문지 속 ‘우리 가족은?’이라는 질문 옆에 “가난하지만 화목하다”고 적었다.

진상규명위는 2021년 10월 나온 결정문을 통해 정씨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판단했다. 결정문에는 정 상병이 입대 직후부터 보인 복무 부적응 증상이나 읍대장·선임병이 가한 질책 내용 등이 자세히 기술돼있다. 기록에 따르면 정 상병은 약 복용 전날에도 읍대장에게 심한 질책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규명위는 결정문에 “군 입대일 이전 건강보험요양급여 등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없다”며 “망인은 신교대 입소 후 대인기피증 증세를 호소했고, 생활관서 잠을 잘 수 없어 교관연구실서 취침했다. 군 입대로 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었고 대인관계에 급격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라고 적었다.

소속 부대
관리 소홀

이어 “망인은 입대 이후 정신질환이 발현됐고, 자대 전입 후 대인기피증을 겪으며 업무 처리를 하지 못해 받은 스트레스와 질책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등 정신질환이 악화돼 자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망인의 자해 사망은 읍대장 및 선임병의 질책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진상규명위는 소속 부대의 관리 소홀도 문제 삼았다. 정 상병은 자대 배치 이후 꾸준히 군 복무에 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의가사 전역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상규명위 조사에 따르면 소속 부대는 정 상병의 상황을 알면서도 국군수도병원 진료 예약 이외에 별다른 관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결정문서 “소속대의 대처와 관리는 안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정씨는 “전역 요청이 제때 받아들여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우울증 약이라도 한 번에 70봉지씩 주는 게 아니라, 부대서 하루하루 먹을 양만 끊어서 줬어도 괜찮았을 수 있다”며 “사건의 진상을 알아갈수록, 소속 부대가 관리를 너무 못해줬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고 토로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진상규명위의 결정문을 보고도 보류 판정을 내렸다. 그 근거로는 이미 반박된 군 헌병대의 주장을 들었다. 이번이야말로 정 상병 순직이 인정될 기회라 여겼던 정씨는 좌절했다. 이미 모든 입증자료를 넘겨서 신청한 심사였다.

명예 회복
동분서주

재심사 때 보강자료랍시고 제출한 서류는 기존 주장을 방증할 친한 동기의 진술서 몇 장뿐이었다. 정씨의 ‘별로 좋지 않은 예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차라리 저도 그냥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참을 차창 밖만 바라보던 정씨는 이 말과 함께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 상병의 비극적 결말은 곧 정씨의 또 다른 비극의 전말이었다. 그는 정 상병이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과 이혼했다.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었을 수 있지만, 그게 정말 큰 이유였던 건 사실입니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다.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그는 직장에 다니는 대신 정 상병의 명예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생전의 정 상병처럼, 정씨의 약 봉투도 점차 두꺼워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정 상병의 죽음에 대한 군의 입장은 10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았다.

재심이 있던 날로부터 약 3주 전, 정씨는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 상병의)엄마잖아요. 어쩌면 저보다도 더 간절히 순직이 되길 바랐을 거예요. 이 사람이 아들 죽고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근데 마지막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갑자기 사고로….” 

그는 이 소식을 담은 진정서를 국방부에 보냈다. 그에겐 정 상병의 순직 인정이 간절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정씨는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시종일관 굳어있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국방부 옆, 대통령실을 겨냥한 시위대의 구호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쿵쿵 울렸다. 경호원들은 카메라를 보고 다가와 “어떻게 왔냐”고 캐물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랠 길 없이, 정씨는 민원실 문을 열었다.

10년 넘도록…가정도 일상도 사라졌다 
뒤늦은 순직 인정…허탈한 한숨과 의문

아직 약속 시간은 30분 넘게 남아있었다. 시끄러운 바깥과 반대로, 민원실 내부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가끔 울리는 전화기 소리만 조그맣게 들렸다. 접수를 마친 정씨는 연신 물을 들이켰다. 얼마 뒤 국방부 관계자들이 들어와 정씨를 찾았다.

관계자들은 정씨를 차에 태워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끝나면 연락 달라’는 문자 한 통을 정씨에게 보냈다. 그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1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다 끝났다’는 정씨의 답신을 받았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외려 당혹스러웠다. 

“앞에서 대기하다가 7분, 10분 정도 심사한 거 같아요. 위원장이 이것저것 물어보긴 하더라고요. 주변 위원들은 (제게)뭘 묻진 않았는데, 제 말을 수긍하는 것 같긴 했습니다.”

국방부는 정씨를 돌려보내기 전 “1~2주 뒤에 심사 결과를 통지해주겠다”고 안내했다. 이미 기다림에 익숙한 정씨의 표정은 초연해 보였다. 그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정씨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날로부터 약 3주 뒤였다. 정 상병은 사망 11주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결국 순직을 인정받았다. 정씨 손에 쥐어진 건 결정문 한 묶음과 ‘순직 인증서’ 복사본 몇 장뿐. 마냥 기쁘게 들리진 않는 목소리에 어색한 정적이 잠시 흘렀다. 정씨는 “왠지 모르게 허탈하다”고 입을 뗐다.

“조금만 더 빨리 잘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죠. 애 엄마가 이걸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근 10년을 노력했습니다. 그사이에 가정도 완전히 파괴되고. 좋다기보다도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재심 과정서 ‘판’을 극적으로 뒤집은 증거란 없었다. 정씨조차도 왜 순직이 저번에는 ‘보류’됐고, 이번에는 ‘인정’됐는지 몰랐다. 어쩌면 1년 전에, 또 어쩌면 10년 전에 났어야 할 결정이 뒤늦게 바로잡아진 건 아닐지 의문이 들었다.

그랬다면 한순간에 아들을 잃은 황망함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괜한 죄스러움에 얼룩진 세월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왈칵 밀려드는 머릿속에 “신경 써줘서 정말 고맙다”는 정씨의 말이 메아리쳤다. 

이제야
일상으로

정씨는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일자리도 다시 구했다. 지난 17일, 퇴근했다는 그와 간만에 안부를 나눴다. 이날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오는 9월 진상규명위 활동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정씨는 유가족 입장에서 진상규명위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제가 제일 감사드리는 곳은 진상규명위다. 거기서 조사를 잘 해줘서 제 아들이 그나마 순직을 인정받은 거죠. 엄청 도움이 된 단체입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위원회가 없어지지 않는 게 (유가족들에게)좋을 것 같습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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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